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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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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s by 도수정

남편교환

남편교환

제국의 홀대받는 공작부인 루시아, 그런 그녀에게 찾아온 과거에 구해줬던 소년 디디라고 칭하며 자신을 구해주겠다는 겨울의 왕, 하우젠 대공 에이든. 전남편 데미안 벨루아. 세 사람의 삼각관계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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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9화. 브리
61화사흗날 아침이 밝았다. 브리짓은 지난 이틀 내내 그랬던 것처럼 아주 편안하고 말간 낯으로 루시아의 앞에 섰다.“루시.”그 사이 두 사람은 이름을 부르는 사이가 되었다.“응, 언니.”“잘 지내.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조카의 출생 과정을 볼 수는 없을 것을 알았기에 브리짓은 다만 그저 건강하라고 했다.루시도 그걸 알아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슬퍼서 눈물이 쏟아질 것같았지만 티내지 않기로 했다. 아주 편안하게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렇게 헤어지고, 언젠가 된다면 그녀의 장례식에 참여해 그렇게 그녀를 보내줘야지.루시는 문득 생각난 것을 말하듯 브리짓에게 덧붙였다.“언니, 그때 나더러 왜 아버지 앞을 막아섰냐고 했잖아.”브리짓이 첫날의 기억이 생각이 난 듯 표정이 살짝 흐려졌다.우울한 기억이었다. 그녀가 저를 동정했다고 하는 것은. 그런데 루시아가 덧붙인 말은 놀라웠다.“나같아서 그랬어. 고작 이 좁은 새장에 갇혀 내내 남자들 때문에 삶이 휘둘리는 게 나 같아서. 그렇게 예쁘고 똑똑한 사람인데, 브리짓 언니는. ”브리짓이 또 울기 시작했다. 또르륵 흐르던 눈물이 어느새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루시아는 당황하여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정작 건넨 것이 아이를 위해 만들어둔 가제 수건이라 그녀가 수를 놓은 것이었다. 실력은 형편없었지만.“아, 그건 아이 때문에 만든 건데.”루시아가 부연설명을 하려고 하자 브리짓이 아주 환하게 웃으며 루시아에게 말했다.“내가 가져도 되겠니, 이것?”수많은 구혼자에게 어떤 금은 보화를 받았을 때에도 저런 표정은 아니었다. 루시아는 문득 브리짓의 저런 환한 미소를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생각했다.“고작 그걸로 되겠어?”못생긴 꽃 한 송이를 수놓은 손수건이었다. 그런데도 브리짓이 그걸 양손으로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이 꼭 껴안고 있어서 루시아는 어쩐지 부끄러웠다.“그렇게 대단한 물건도 아니고.”브리짓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너무 기뻐.”순수하게 그
Last Updated: 2026-06-30
Chapter: 78화 대학에 가기로 했어.
“생활은 어떠니? 사람들은 잘해주고?”“아, 언니. 음......”브리짓이 어떻게 생각할까, 순간적으로 루시아는 망설였다. 귀족으로 평생을 살아온 브리짓이 야간대학에 대해 어떻게 바라볼지 모르지만, 그녀는 그래도 좋은 소식이니까 브리짓에게도 전하고 싶었다.“나, 야간 대학에 다니기로 했어. 오는 봄에.”야간 대학? 브리짓이 귀를 의심했다. 그렇다면 공부를 이어서 하겠다는 뜻인가? 아니 애초에 교육을 받은 적이 없으니 이어서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은.“그렇구나. 드디어, 할 수 있게 됐구나.”브리짓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평생 자신으로 인해 스스로를 하자품처럼 여기기만 했을 아이가 우뚝선 나무처럼 듬직하게 자라 자신의 삶을 향해 나아갔다. 그녀의 곁에는 이제 그녀만의 사람들이 있었다. 더는 벨루아에서처럼 그녀가 자신같아질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었다.“무슨 공부가 하고 싶니?”고작 야간 대학에 다니겠다는 말 한다미에 이렇게 오열을 할줄은 몰랐던 루시아가 브리짓을 가만히 보다가 말했다.“사회사업. 여성들을 위한 사회사업을 공부해보려 해.”훗날 사회복지가 되는 분야의 그 이전 이름이었다. 루시아의 말에 브리짓이 그것 또한 그녀 답다며 방긋 웃었다. 하우젠 령에 온 뒤로 아니 어쩌면 그녀가 올해에 가장 환하게 웃는 걸지도 몰랐다. 진심으로.루시아는 고작 자신이 대학에 간다는 이야기에 그토록 우는 브리짓을 보며 복잡다단한 심정으로 침실에 왔다. 이미 다 씻고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에이든이 어느새 지나간 사흘 동안의 이야기를 물었다.일부러 언니와 시간을 보내라며 한발짝 뒤로 물러나 있던 그였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그가 밤에도 조용했던 것은 아니었다. 부족하다고 하는 만큼 루시아가 채워줘야 했다.“어땠어, 루시?”그가 새하얀 베개를 베고 루시아에게 팔을 내어준 채로 물었다.“음, 어떤 게 궁금한데?”루시아가 물으니 그가 조심스레 덧붙였다.“......싸우거나 괴롭히지는 않아?”브리짓이 아직도 그런 인상으로 남았나. 처형이라고 부를 땐 언제
Last Updated: 2026-06-30
Chapter: 77화 진통제
브리짓은 셀레나가 돌아가고 나면 루시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부 다 늘어놓을 것을 알았다. 애초에 그렇게 앵무새처럼 떠들어대기만 하는 아이였으니, 그렇게 하겠지. 하지만 그게 제 동생에게는 좋은 시녀를 둔 셈이니 더 낫긴 했다. 정작 바보같은 자신의 동생은 셀레나를 두고 친구라고 말하겠지만. 그 점이 자신과 루시아가 다른 점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자신이 어둠 속에 있어도 저를 구하러 와줄 하우젠 대공 같은 백마탄 왕자나 셀레나 같은 사람이 없는 거겠지. 하물며 레이루나같은 어머니조차도.문득 그 사실이 서러워 눈물이 흘렀다. 루시아가 자신을 동정했다는 사실보다 그저, 스스로가 비참해 무너지기도 했다.그러던 그녀에게 찾아온 이는 다름 아닌 하우젠 대공이었다. 그는 지독한 수면초 향에 눈살을 찌푸리며 들어왔다.“이정도일 거라고는 몰랐습니다만. 황후도 참 지독한 여자군요.”이미 공공연하게 귀족 사회에 아서 남작부인의 질병에 대한 이야기가 퍼져 있을 텐데도 일부러 그녀를 보낸 마리아 지젤이라는 여자는 그의 생각을 훨씬 뛰어넘는 악질인 것이 분명했다.“그런 걸 말하려고 온 건 아닐텐데요. 대공.”“의사를 불렀습니다.”저택의 주치의를 동반하고 나타난 그가 그녀가 진찰을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하지만 의사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이미 손 쓸 단계를 지났다고 했잖아요.”브리짓이 이것 보라는 듯 팔을 들어 짓무른 피부를 보여주었다.면보를 쓴 에이든이 브리짓에게 물었다.“그렇다면 적어도 마지막으로 멀쩡하게 동생과 추억을 쌓고 싶지는 않으십니까?”그가 듣기로는 내내 서로 반목하느라 제대로된 추억 하나 쌓지 못한 자매 사이라고 들었다. 루시아는 그걸 내내 아쉬워했고, 브리짓도 아마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라도 루시아를 보려고 그래야 안심이 되어서 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해줄 수 있는 일도 있다면 나름 있었다.“젠슨, 그녀가 하우젠 령에 머물 동안 통증을 줄일 방법이 있나.”주치의에게 물으니 그가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짓다가 조심스레 말했다.“아
Last Updated: 2026-06-30
Chapter: 76화 처형이 준다고 하니.
“......루시아.”구할 방법은 없다. 현재 최신 의학으로도 민간 요법으로도 그토록 학문이 발전한 나스에서도 방법은 찾지 못했다. 루시아는 이미 여러 번 관련된 전문가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지만 실패였다.“구할 수 없었어. 셀리.”루시아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셀레나는 그런 루시아를 볼 때면 그녀가 여름에 떠난 아기의 죽음을 생각하는지, 혹은 곧 다가올 이복 언니의 죽음을 생각하는지 헷갈렸다.어둠에 침잠하는 루시아의 모습은 여전히 에이든에게는 보이지 못한 것이라고도 그녀가 언급한 일이 있었다.“잘 대해주자. 나도 그러려고 해.”셀레나가 먼저 그녀에게 제안했다. 루시아는 그게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많은 추억을 만들자고. 최대한, 즐거운 이야기를 하자고. 그렇게 행복한 일을 같이 해주자고.“루시아, 일어났구나.”그러나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도, 다음날 브리짓은 멀쩡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앞에는 에이든이 앉아있었다.“디디? 언니?”루시아는 양옆을 살피다가 일단 자연스럽게 에이든의 곁에 앉았다.아무리 그래도 부부니까 그게 맞는 듯 했다. 그런데 브리짓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왜 그의 곁에 가니? 나는 얼마 전에 남편을 보냈는데...서운하구나. 루시아.”직접적인 언사에 사용인들이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토록 솔직한 나스 사람들에게도 브리짓의 말투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들리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루시아가 슬그머니 에이든을 올려다보니 그의 미간에 못마땅한 주름이 잡혀 있었다.“루시아는 제 부인입니다. 아서 남작부인.”“브리짓이라고 불러요, 하우젠 대공 전하.”브리짓은 아마 아서 남작부인이라는 호칭이 싫을 거고, 에이든은 그냥 브리짓이 싫은 모양이었다. 나름 사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는데도 별로 통한 것같진 않았다.“루시아, 언니가 슬프구나.”루시아는 제 손을 급하게 잡는 에이든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양해를 구하듯 미안한 미소를 짓고 슬그머니 손을 뺐다. 충격에 빠진 에이든
Last Updated: 2026-06-30
Chapter: 75화. 1년이라고 했어
셀레나가 저녁 식사를 가지고 갔을 때에도 브리짓은 고통에 겨워 쓰러져 있었다. 그녀를 수행하려고 따라온 이들 중 아무도 브리짓의 곁을 지키지 않았다. 오직 홀로 남은 브리짓의 방은 지독한 수면초 냄새로 가득차 숨을 쉴 수가 없었다.“아서 남작 부인!”셀레나가 식사를 내려놓고 브리짓에게 다가갔다. 화장을 지운 브리짓의 얼굴 곳곳에 아직 다 낫지 않은 멍자국과 창백한 낯빛이 보였다.“브리짓!”놀란 셀레나가 복도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녀는 루시아에게 가려했다. 그때 작은 목소리가 자신을 불렀다.“이리와.”셀레나는 설마 했다. 브리짓이었다. 의식을 거의 잃기 직전이었는데도 그녀가 손을 뻗으며 자신을 찾았다. 셀레나는 루시아에게 듣기는 했지만 이정도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어떻게, 어떻게.”그렇게 아름다운 소녀였던 브리짓을 기억한다. 이렇게 메말라가며 피부가 짓무르고 그런 얼굴도 몸도 아니었다.“동정하지마. 셀레나......너도 내가 안쓰럽다고 할 게 아니라면, 입다물어.”밭은 숨을 몰아쉬며 셀레나에게 브리짓이 말했다. 그녀는 다만 힘겹게 일어나 그녀가 갖다준 식사를 억지로 다 먹었다. 결국 토악질을 한다고 해도 적어도 여기서, 하우젠 령에서 죽어 괜히 자신의 갈까마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죄라면 충분히 지었다.셀레나는 차마 어떤 말도 못하고, 브리짓의 곁에 앉아 손수건을 물에 적셔와 그녀의 뺨 곳곳을 닦아주었다. 아무도 브리짓의 곁을 지키지 않는 게 어쩌면 병때문이었나보다.브리짓이 원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우젠 대공, 루시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셀레나는 브리짓의 고집이 안타까웠다. 어릴 때부터 내내 그렇게 자존심을 부려가며 악다구니를 써서 살다가 결국 꺾인 사교계의 꽃이었다. 이제는 죽음을 목전에 둔 병자가 되었다.“하지만, 남작 부인.”“하, 그 호칭 집어치워. 너도 나 이름으로 불러와놓고 이제와서 지위 찾아 뭐해.”루시아에게 제 험담을 늘어놓을 때면 ‘브리짓이, 브리짓때문에!’ 라며 자주 울분
Last Updated: 2026-06-30
Chapter: 74화 나 같아서
브리짓이 멈칫했다. 몸이 우뚝 멈춰섰다. 자신이 들은 말이 사실인가 의심했다. 스스로를 악녀라고 몇 번이나 정체성을 삼아 부질없이 집착해오며 견뎌오던 자부심에 금이 갔다. 그럼에도 루시아가 해주는 말이, 그 상냥함에 서러움이 눈 녹 듯 녹았다.“우린 고작 열 살, 열 여섯 살이었어. 언니.”아버지가 죽고 나서야 브리짓이 울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적어도 루시아가 알기로 브리짓이 그렇게 우는 건 처음 보았다.우는 이유는 너무도 모순적으로, 분노가 올라와서. 파들거리는 어깨. 집씻는 입술, 미처 다 감추지 못한 살의를 품은 눈동자.조용히 친부를 향해 갈무리하지 못한 살기를 세우던 갓 귀부인이 된 브리짓 아서를 기억했다.그때 고작 그녀 나이가 열일곱인가, 열여덟이었다. 루시아가 벨루아에 시집왔을 때랑 비슷한 나이.그녀는 저보다 스무살 많은 남자랑 결혼식을 올렸다.루시아는 브리짓에게 연민을 느꼈다. 동정이었을까.“......”브리짓은 그 말을 듣고 얼어붙었다가 조각상처럼 굳어있다가 눈물 한 줄기만을 흘리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성 안으로 들어가버렸다.그녀가 원한 대답이었을지 루시아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게 그녀가 줄 수 있는 대답의 전부였다.마지막으로 그녀에게 건네지 못한남은 한마디를 조용히 중얼거렸다. 공감했다. 그녀와 자신의 처지가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다.“나 같아서.......”***브리짓은 저녁 만찬에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방으로 셀레나를 불렀다. 직접 지명해서 부른 거라서 차마 그녀가 안 가기도 뭐했다. 셀레나가 생각만 해도 싫다는 기색을 내비쳤지만 그럼에도 가기는 갔다.루시아는 브리짓이 먹을 수 있을 만큼 묽은 수프와 부드러운 빵을 주방장에게 부탁해 셀레나에게 건넸따다.“내 얘기는 하지마. 아마 오늘 조금 심술을 부릴 수도 있어. 셀리. 조심해.”원하지 않는 답변이었을 것이다. 연민이나 동정심에 대한 답변을 들으려고 온 것이 아니라는 걸 루시아가 모르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가 원하는 진짜 대답은 차마
Last Updated: 2026-06-30
신을 삼킨 소녀

신을 삼킨 소녀

신의 능력을 가진 소녀 마리타가 갑작스레 살해된 자신의 아버지와, 반신이되 학살자가 되었던 어머니 부루, 사건을 해결하느라 실종된 엘레오노라 베버의 사건을 해결하고 이능력자 폐기시설인 렘즈를 지키기 위해 연맹과 맞서는 로맨스 판타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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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6화 방법(4)
테오는 마리에게 자기가 했던 말이 동기가 됐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방아쇠를 당긴 건 그였다. 치사하게 복수를 하고싶었다는 것도 받아들여야 했다. 제레미는 그런 그를 알고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제레미는 헤게가 건넨 필사본만 읽고 있었다.“다 외워서 썼나요?”“네, 그 정도는 의대시험보다야 쉽습니다.”제레미랑 헤게가 건조한 대화를 나눴고, 테오가 그대로 방을 나갔다. 헤게는 그의 뒤통수를 쳐다보다가 그대로 시선을 돌렸다. 저 남자에게도 잠시 생각할 시간 정도는 주어야 했다.“사실 저는 당신에게도 실망했어요, 제레미.”언제 봐도 이질적인 그의 눈동자가 그녀에게 향했다.“제가 마리에게 직접 물어봐서요.”얼마 전의 일을 에둘러 입에 올린 그가 눈으로 묻자 그녀가 끄덕였고, 그도 같이 끄덕였다. 자기도 실망했다는 뜻이리라, 헤게는 그걸 그렇게 이해했다.“최악을 대비하고 싶었어요, 나는.”평범한 삶을 영영 되찾을 수 없게 될 경우요, 제레미가 덧붙였고 헤게가 그럴 일은 없을거라고 했다.“그것도 하나의 방식이지만 제대로된 방법은 될 수 없었을 거에요.”제레미도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을 알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당연한 지적이었다. 제레미는 저이가 마리에게 어떤 동기를 부여해준 건지 궁금했다. 그하고 비슷하다고만 여겼던 마리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자기가 처한 상황의 판을 벌릴 줄은 저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아니, 이 상황 중 어느 것 하나, 마리타가 이 병원으로 오는 것까지 사실 그 애의 삶에서 그가 예상한대로 이루어진 건 하나도 없었다. 능력이 한물 간 건지, 아이가 특별한 건지 알 수 없어 쓴웃음을 흘렸다.“헤게 선생님의 방법은 뭐죠 그럼,”그는 헤게에게 궁금한 사실을 물어놓고 정작 취조하는 것같은 말투에 슬쩍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귀가 살짝 붉어졌다. 헤게는 이를 보지 못하고 말했다.“변호사를 선임해 줄 거에요. 보석금도 준비할거고요.”제레미는 자기가 들은 말이 맞나싶어 그녀를 다시 바라봤다.
Last Updated: 2026-07-01
Chapter: 25화 방법(3)
벽장 안에 꽂아둔 책 하나는, 먼지가 잔뜩 쌓였고 아주 오래 전에나 읽어보았는지 지금은 종이가 서로 달라붙어 잘 열리지도 않았다. 헤게는 신이며, 제물이며 하는 것들이 하찮았지만, 거래로는 썩 괜찮았다. 연맹은 왜 이런 것에 관심을 갖나했지만 앞뒤사정이야 아무래도 좋았다.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그 빌어먹을 병원의 남자들이 아니라 그녀가 찾는 게 빨라보였다. 그녀가 가방을 들고 마리가 전에 방문했던 그곳으로 향했다. 비서는 또 익숙하게 고개를 숙여 그녀를 수장의 방으로 안내했다.미네르바는 기다리던 책이 온 게 기뻤지만 그들이 아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해대는 책을 믿을 수가 없어 실제로는 헤게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별의 폭발로 만들어진 지금의 세상과는 다른 곳 같기도 했다. 반신이며, 힘이며 낯선 것들은 한가득이었다. 별말도 없이 책만 건네주고 마리를 보러가겠다는 헤게에게 더 물어 볼수 있는 것도 없었기에, 미네르바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했다. 그들의 편으로 만들기 힘들었던 만큼 제대로된 일을 해줬으니 그 정도 부탁은 들어줘도 되겠거니 싶었다. 또각또각 구두소리가 복도를 가로질렀다. 경쾌한 소리였다. ‘바바를 위해서.’첫장에 있는 낯선 글귀였다. 다른 판본에는 없던 것이다. 오직 초본에는 있다던 걸 직접 목도한 미네르바도 감회가 남달랐다. 작가의 사적인 생활을 엿본 것같았다. 이미 내용은 몇 번이나 보았음에도 오직 글귀 하나 때문에 그의 집에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책같이 느껴졌다. 책은 새로운 인물을 알려줬다. 반신 부루.테오는 헤게가 겨우 책 한 권을 들고 병원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을 믿어야 하나 고민했다. 이게 백지수표 하나랑 맞먹는 일인건지부터 왜 율리아가 저걸 갖고 있으며 헤게는 또 왜 그랬는지 물어볼 게 가득했으나. 제레미가 테오에게 먼저 선수를 쳤다.“아무것도 묻지 마,나도 이것까지 예측하진 못했어.”그래도 테오가 눈을 부릅뜨고 계속 율리아의 방문을 가리켜서, 제레미는 한숨을 내뱉고 짧게 설명해야 했다.“마담이 소싯
Last Updated: 2026-06-29
Chapter: 24화 방법(2)
테오는 한편, 마리가 재판에 참가하게 됐다는 말이 너무도 급작스러워 병원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비밀로 하고 그 즉시 연맹의 지사로 달려왔다.“아동의 경우 재판일자 확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들었습니다. 또 후견인이 있어야 정당한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고 아는데요.”데스크에서 말을 거는 그에게 직원이 죄송하다면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해당 사건의 경우 특별수사TF가 꾸려져있어 연령에 상관없이 능력자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라는 본부의 결정이 있었습니다.”그건 또 처음 듣는 말이다. 자이온이 다녀가고, 이아고 마르샬라의 죄가 입증됐으면 마리의 죄는 끝나야 하는 거 아닌가?분명 이미 연맹이 그 애 아빠의 시신을 발견했고. 신원 확인도 끝난채로...테오는 자기가 있던 자리에서 생각하다가 문득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누나의 목소리였다.‘아버지시신이 발견됐고, 마리는 혼자 발견됐어. 아이를 맡아줘, 잠깐이면 될거야.’부모님이라 함은 오직 이아고 마르샬라를 포함한 것이다. 당시에는 친자 관계를 명확히 알지 못해 나미엘 마르샬라를 고모가 아니라 친모라고 생각하고 엘 리가 말을 건넸었다. 테오는 그제야 뒷목을 감싸는 싸늘한 기운에 그의 짐작대로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음을 알았다. 그것도 아주 오래 전부터 연맹은 이미, 마리타를 잡아들이려고 그의 생각보다 훨씬 면밀하게 준비했던 것이다. 테오는 곧장 렘즈로 돌아갔다. 그가 제일 먼저 만나야할 사람은 정해져있었다. 제레미는 사라진 마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나서부터는 내내 정원만 바라볼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게 내심 답답했지만 테오는 제레미가 아니고서야 이 문제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걸 알고 일단 그를 설득해보기로 했다.“모함이야. 아버지 시신으로 장난을 치는거라고.”테오가 다짜고짜 하는 말에도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얼추 짐작했기 때문이다.“그래, 맞을거야. 마리도 그랬어.”그가 마리에게 의심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을 때 들었던 답을 떠올리고 말한 것이다. 테오는 제레미에
Last Updated: 2026-06-24
Chapter: 23화 방법(1)
마리는 남아있는 기억을 토대로 더듬더듬 진술했고, 그때 마리의 이름도 완전해졌고, 이아고의 자식으로 등록됐다. 그들이 가져온 서류로 알 수 있는 건 이아고는 그녀의 아버지지만, 나미엘은 그녀의 고모가 아니다.그제야 밖에서는 그녀를 부르지 말라던 게 기억났다.그리고 때때로 고모라고 부르면 날아오는 날카로운 시선이 생각났다. 그러면, 한자리가 비었다. 그녀의 친모가 없다. 그리고 나미엘은 누군가. 두 가지 의문이 남았다.그때부터 마리는 자기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었다.엘리의 손을 잡고 렘즈에 왔을 때부터 언젠가 재판장에 서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오래 전부터 그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무시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엘리가 사라지고 테오가 그녀에게 가족사를 묻지 않게 되고 제레미가 겨우겨우 팔에 링거를 끼고 어쨌든 살아남았다. 율리아가 그녀를 위해 휠체어에서 두 발로 일어서 함께 걸어주기도 했다.마리는 다음 할 일을 알았다. 이대로 괜찮은가 생각하면 전혀 아니다.그들의 할 일이 저를 받아주는 것이면, 자신의 할 일은 그녀의 뒤를 따라는 죄의 부산물들을 씻어내는 거였다. 재판에 가자. 가서, 이야기를 해보자. 그러려면 제일 먼저 말해야할 사람은 한 명이었다.미네르바 테일러.마리가 머물고 있는 곳은 유리로 사방에 막혀 있는 방이었다. 바깥에서는 보이게 되었지만 안에서는 바깥에서 볼 수 없었다. 감옥보다 시설은 좋았지만 마리는 이곳이 부루가 있던 방을 생각나게 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수장은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엘레오노라 베버, 누구 덕분에 목숨을 잃은 인재지.”미네르바가 마이크로 빈정댔다. 그 이름을 그가 말할 줄은 몰랐다. 마리는 천천히 그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투명한 실루엣이 보이는 곳을 바라보았다.“거짓말하지마, 너 ‘우리들’에게는 관심 없는 거지? 네가 찾는 건 내가 아니라, 내 능력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한 것뿐이잖아.”그는 ‘우리들’에 엘 리가 포함된다는 걸 눈치채고 못마땅한 듯 입꼬리를 실
Last Updated: 2026-06-20
Chapter: 22화 그날의 진실
까맣게 점멸된 의식 속에 소리가 웅웅대듯 귀에 울렸다. 어느새 어려진 기억 속 마리타가 말했다.“오늘따라 고모가 기분이 안 좋아 보여요”밖에서 고모를 부르면 안 된다. 나미엘이 손수 그러지 말라고 가르쳐줬기 때문이다.오랜만에 시무룩해도 먼저 말을 걸어오는 딸의 목소리을 들은 이아고는 기분 좋게 미소를 지었다.한편으로는 나미엘 생각에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그러나 마리가 먼저 그렇게 말하는 경우가 많지않았으므로 이번에는 그래도 마리를 위해 나미엘을 위하는 시늉이라도 해줘야겠다고 생각해 아이의 손에 쟁반을 쥐어줬다“방에 들어가 보렴, 내 보물. 고모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오늘 아침에 따뜻한 차를 드리지 않아서 아직 기분이 안 좋으신가 보다”그날은 그렇게 시작했다. 기분이 안 좋은 거구나. 오늘은 고모의 심사를 건드리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문을 열었다. 고모는 해가 뜬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다.보통 마리도 아침에 대부분 그렇게 누워 계시는 부분만 보았다. 그러니 오늘은 느끼기로 어째선지 고모가 무언가를 불쾌해하는 것 같았다. 차가 식기 전에 미리 드리고 싶었지만 고모가 주무시는 침대 옆 협탁에만 몰래 차를 두고 나왔다.그녀가 감옥에서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감옥이란 호칭 보다는 이아고나 다른 간수들은 보호소라는 말을 쓰라고 했지만 사실 마리에게 그것은 그저 감옥에 불과했다.검고 높다란 벽과 복도와 방을 가른 차가운 쇠창살이 어떻게 감옥이 아닐 수 있을까.슬며시 문을 닫고 달음질치며 나온 마리는 나미엘에게는 저녁에 다시 한번 다가가 차를 받으셨는지 확인해 보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아고가 꼭 차를 다 마셨는지 그 자리에서 확인해보라고 했지만,매일 아침 차를 드시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셔서 조금은 얌전해지는 고모가 아닌가. 굳이 마리가 확인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다. 좋아하는 음식을 앞에 두면 전부 자기가 차지하고 싶은 것이 당연했다.그녀는 아빠의 도시락을 들고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마을 사람들이 남청색
Last Updated: 2026-06-20
Chapter: 21화 너도 도망갈거지(2)
검은 머리 소녀는 어쨌든 천천히 걸어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렘즈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위압감을 줬다. 길게 솟아오른 빌딩은 초승달처럼 반으로 접혀 길게 뻗어있어 위용을 자랑했다.마리는 그 소년이 이렇게 큰 건물의 주인이라는 게 놀라웠다.그때에도 재수없는 꼬마라고는 생각했으나, 재수없을 수 있는 마땅한 이유가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그녀는 이 곳에 올 수 밖에 없었다. 편지는 당연하게 묻고 있었다. 세로로 길게 읽으면 이랬다. 너도 도망갈거지.연맹의 경고였다. ‘도’라는 건 엘리를 말하는 것일테다. 그녀를 위해 연맹을 피해가며 최대한 시간을 벌어보려 했던 사람처럼 마리도 혐의로부터 도망을 칠 생각이냐고, 묻는 것이다.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의 경고가 불쾌했으나 종이를 몇 번 구긴다고 해도 미네르바가 실제로 구겨지는 건 아니니까 마리는 곱게 종이를 펴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비서가 안내해준 자리에 앉아 따뜻한 컵을 손으로 받치고 있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사이에도 문으로 몇 사람이 오갔다. 하는 행동은 하나같이 비슷했다. 잔뜩 성이 나거나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이느라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두 종류였다.마리도 그들을 따라 옷을 잠그고 몇 번 목을 움직이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미네르바에게 물어보러 간다던 비서가 다시 돌아와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정장을 맞춰 입은 그들은 하나같이 제레미를 구하러 온 사람들과 다를 게 없어보였다. 저런 걸 그들의 ‘연맹’이라고 하는 건가 어렴풋이 마리는 깨달았다.“어서오세요, 마리타.”저번에는 마르샬라더니 이번에는 마리타라고 부른다.마리는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렘즈에서 보았던 차분한 초록빛의 눈동자를 가진 소년을 찾으려고 했지만 오늘은 그저 속이 새카만 우두머리가 앉아있을 뿐이었다.저보다 키가 큰 탓에 고개를 올려 그를 바라봐야 했다.나름의 배려인건지 제 자리에 앉은 그가 마리에게도 앉으라고 안내했다. 여기서 벌써 몇 번이나 앉아있는지 알 수 없다.“편지를 읽었나요?”그는 퍽 기대
Last Updated: 202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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