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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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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novel oleh 정소라

붉은 달 속에 울리는

붉은 달 속에 울리는

귀향한 이현오. 어쩌다 빠진 늪에서 전혀 다른 세상에서 눈을 떠버렸다. 전혀 아름답지 않은 그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엮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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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제느에게 영광을
정말 끔찍한 소리다. 머리 속에 뉴스에서나 보던 쇼킹한 내용들이 머리 속을 헤집어 놓았다. 이런식으로 나를 옭아메어 감금하려는 건 아닐까? 더 끔찍한 것은 여자가 사람들을 향해 이상한 손짓으로 무언가를 지휘하자 일제히 내 쪽을 향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제느에게 영광을!’ 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것이었다. 반복되는 그 문구가 노래처럼 들려왔다.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멘탈이 깨지기 직전, 로하 공주는 내 팔과 다리 쪽을 향해 무언가를 읊조리며 손짓했다. 나를 단단하게 옭아매고 있던 포박의 압력이 순식간에 풀려 바닥에 떨어졌다. 아까 봤던 나무줄기도 그렇고, 손도 대지 않고 포박이 풀린 것도 그렇고… 마법처럼 보이는 장치들을 여기저기 만들어 놓은 것을 보아 꽤나 정성스러운 사이비 집단임이 분명했다. “우선 제 핸드폰과 고양이를 좀 돌려주실 수는 없을까요? 휴대폰이 좀 그러면 고양이만이라도….”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내가 아무리 잃을 것 없는 밑바닥 인생이 되어버렸다고 해도 이런 사이비 집단들 사이에서 세뇌나 당하고 살 수는 없었다. 지금은 최대한 이들의 심기를 맞추고 타이밍을 봐서 튀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휴대폰이라는 건 뭔지 모르겠고. 당신의 고양이는 제 방 침실에서 잘 자고 있으니 걱정 안해도 됩니다. 맛있는 음식도 먹이고, 제 개인 하인들도 여럿 붙였으니 어떠한 불편함도 느끼지 못하고 있을겁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네로가 나보다 더 팔자가 좋군. 나는 한 끼도 못먹고 팔다리가 꽁꽁 묶인 채로 누워있었는데. “모두 들으세요. 여기 있는 이현오는 ‘검은 재앙의 잔여물.’이 아닙니다. 함부로 대하는 행동을 자제하고, 예우를 갖추세요. 이현오를 만난 오늘 우리는 천 년 째 이어오던 검은 재앙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희망을 얻게된 날입니다.” 그 때, 누군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왔다. 요란한 등장에 사람들의 시선이 그 쪽으로 쏠렸다. 나 또한 마찬가지. 불쾌함을 적나라
Terakhir Diperbarui: 2026-06-29
Chapter: 3. 이상한 곳, 이상한 사람들
꽤나 중요해 보이는 대화 속에서 산통을 깨는 행동이었음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 있어서는 제일 중요한 문제였다. 애초에 그 고양이를 찾기 위해 늪에 들어간 것이니 본전은 찾아야 않는가? 이 곳이 어딘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차피 대한민국 땅 안일테고, 정신만 차리면 호랑이굴에서 살아남는다 했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인간 중 하나로써 충분히 해쳐나갈 수 있을거라 착각했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공간 안에 있는 많은 하얀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목을 받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하얀 머리털에 파란 눈동자를 가진, 절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느니 부담스럽기 짝이 없었다. 특히 ‘공주님’ 이라고 칭하는 그 여자의 눈이 어찌나 날카롭던지. 순간 몸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 “검은 머리가 어딜 감히-!” 나와 가장 가깝게 있는 여자가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 달려올 기세로 소리쳤다. 이쯤되면 저들이 말하는 ‘검은 머리’ 라는 단어가 나를 칭하는 것 정돈 알 수 있고, 적대시하고 있다는 것 쯤은 알 수 있었다. 그 적대시의 정도가 살인에 가깝다는 것도. 움직이기 위해 상반신을 일으키자 내 팔다리가 포박되어 있는 걸 알게 되었다. 순식간에 입술이 바짝 말랐다. 순간 속에서 강렬한 생존본능이 일렁였다. 저들 눈에 서린 경멸과 분노 때문도, 손에 들려 있는 위협적인 창과 칼 때문이 아니었다. 물론 포박되어 있는 내 몸을 생각하면 충분히 공포스러운 상황이었으나 내게 강렬한 인상을 심은 것은 제느 로하 공주라는 여자와 마주치고 있는 무표정한 얼굴과 눈동자 때문이었다. 비어있다고 하기엔 비집을 틈 없어 보이고, 사람의 눈이라고 하기엔 너무 차갑고 공허한. 저 인형같이 아름다운 눈동자가 소름끼칠 정도로 무서웠다. 과연 교주를 할 정도의 포스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남자인 내가 쫀 티를 낼 수는 없는 노릇.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는 더 쫄지 않은 척 하는 것이 최선이다. 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다소 건방한 표정으로 아
Terakhir Diperbarui: 2026-06-29
Chapter: 2. 붉은 달
스트레스로 인해 없던 색맹이 생긴 줄 알았다. 원래라면 하얀색감을 가진 동그란 형태여야 했다. 그러나 내 눈에 비친 달은 아주 뚜렷하게 붉은 색을 띄고 있었고, 늪 수면 위에 비친 모습 또한 붉은색이였다. 검은 늪 위에 비친 붉은 달의 모습. 분명 이상한 현상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발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무언가에 단단히 홀린 것 처럼. 늪이 턱까지 차오르고, 검은 물이 온 몸을 잠식하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늪 안이… 원래 이런가? 많이 이상하다. 분명 수심이 낮을거라 생각했다. 내 몸을 다 잠식하고 눈을 떴을 때, 달빛에 환하게 비춰진 물 속 안이 눈에 들어왔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듯한 물 속은 광활한 바다 속을 연상케했다. 끝없어보이는 심해와 바깥에서 봤을 때완 비교도 안될 정도로 넓은… 아까 내가 본 늪이 맞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품을 때 네로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내 앞을 지나쳤다. 그 모습을 보며 확신했다. 고양이가 물 속 안에서 수영을 한다는 문제는 둘째치고, 네로의 몸에서 섬광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을 보며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대체 뭔데, 이거…. 고양이 몸에서 섬광이 흘러나올 수 있는 걸까? 아니면 지금 늪에 빠져 내가 헛것을 보고 있는 걸까? 설마 벌써 죽은 거 아니겠지?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을 때,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더 깨달았다. 내가 바깥에 있는 것처럼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다. 물 속에서. 그럼에도 숨이 막히지 않았다. 되려 고급 호텔 침대에 누워있는 것처럼 편안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머리 속은 빨리 네로를 잡아 이 곳을 나가야 한다 명령하고 있는데 내 몸은 명령을 거부했다. 대자로 뻗어진 팔 다리는 이미 물흐름에 따라 가고 있었고 나는 잠에 들 듯 눈을 감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편안함은 나를 마비시켰고, 나는 그렇게 끝없는 심해로 깊이, 더욱 더 깊이 들어갔다. * “이런 상황에서 저런 불길한 것을 살려둔다니요! 명령을 거두어주십시오. 제느 로하 공주님!” “맞습니다. 지금처럼 저주의 흐름이
Terakhir Diperbarui: 2026-06-29
Chapter: 1. 늪에 비친
[그렇게 고집 부리더니 꼴이 그게 뭐냐? 내 말 좀 귀담아듣지… 하여간 고집만 세가지고. 그래서 너 지금 어디에 있는데?]수화기 너머로 태준이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거친 숨소리와 떨리는 목소리는 그가 내비치는 감정에 짙은 호소력을 더해주고 있었다.그 속엔 분명 내 처지를 향한 조소가 섞여 있다고 생각하면 내가 너무 찌질한걸까?“그래. 쓸데없는 고집부리다가 결국 이 꼴이 났네. 지금은 인터넷도 잘 잡히지 않는 시골에 박혀있고.”[거기서 뭐해먹고 사는데?]뭐해먹고 살긴. 시골에서 농사짓고 살지. 차마 그렇게 대답할 순 없었다. 그렇게 말했다간 저 방정맞은 놈이 온갖 호들갑을 떨며 ‘이현오 니가 농사를 짓는다고? 밥도 할 줄 모르는 놈이?’ 라는 둥 사람 속을 긁어댈 것이 뻔했다.“대충 살아. 밥 그까짓거 뭐….”[몇 개월 동안 연락도 안되고 그러길래 죽은 줄 알았네. 언제 돌아오려고? 평생 거기서 살거냐?]“어. 평생 살거야. 나 살아있는 거 확인했으니 이제 전화하지마. 죽으면 알아서 부고 문자 보낼테니까.”신경질적이게 전화를 끊고 뒷마당 한 켠에 던져버렸다. 나무바닥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굴러가는 휴대폰을 보며 흠칫 놀라 액정을 살펴보았다. 멀쩡한 휴대폰을 보고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찌질한 내 모습에 절로 나오는 한숨을 간신히 삼킴 채 휴대폰 전원을 껐다. 맞다. 난 원래 이 정도로 찌질한 인간이다. 태준이의 아니꼬운 말투는 15년 전 부터 알고 있었다. 평소의 나, 아니… 불과 반 년 전의 나였다면 태준이의 진심을 알아차리곤 우스갯소리로 넘기는 여유를 부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실은 알고있다.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건 태준이 뿐이라는 걸. 다만 지금의 나는 중고로 싸게 구매한 휴대폰의 액정이 나갔을까 노심초사 하고, 15년지기 친구의 마음을 비꼬아들을 정도로 머리와 마음이 녹슬어 있었기에 그 순수한 마음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녹슨 이유는 당연히 잘 알고 있다. 인정하긴 싫지만, 오랫동안 일구었던 사업이
Terakhir Diperbarui: 202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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