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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Author: 꼬미 요괴
지강산의 그릇에는 특별히 파까지 올렸다.

고기와 달걀을 넣은 면 두 그릇을 완성하고 난 허서령은 지강산의 방 문을 두드렸다.

곧 문이 열리고, 지강산이 연회색 홈웨어 차림에 잠이 덜 깬 얼굴로 문에 기댄 채 막 일어난 사람 특유의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허서령은 의아했다.

“어젯밤 강산 씨가 아침으로 면 끓여달라고 했잖아요.”

지강산은 순간 졸음이 사라진 듯 눈빛이 밝아졌다.

“허서령, 진짜 면 끓인 거야?”

쉰 목소리엔 믿기 어렵다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

허서령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며 지강산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소면이야? 라면이야?”

‘누굴 무시하는 거야, 뭐야...’

허서령은 이를 갈며 일부러 앞치마에 묻은 밀가루를 툭툭 털고는 그를 노려봤다.

지강산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방에서 걸어 나왔다.

허서령은 두 손으로 그의 배를 막으며 말했다.

“양치량 세수부터 하고 나와서 먹어요.”

“좀 있다가 할게. 면 불잖아. 먹고 씻을래.”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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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114화

    불꽃놀이는 찬란하지만 짧았다.평범하고 잔잔한 일상은 계속 이어졌다. 지강산은 매일 시간을 내어 허서령에게 약을 발라 주었다.하루 세 번,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이틀간 휴가를 낸 뒤 허서령은 다시 출근했고, 약 바르는 시간도 출근 전, 퇴근 후, 자기 전으로 바뀌었다.처음의 긴장과 어색함은 어느새 사라졌고,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 있었다.늦은 밤, 허서령은 샤워를 마치고 나온 뒤 잠들기 전 습관처럼 휴대폰을 들어 지강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저 이제 잘 준비해야 해요.]이 메시지를 받으면 지강산은 무슨 일을 하고 있든 손에 든 것을 내려놓고 그녀의 방문을 두드린 뒤 들어와 약을 발라 주었다.날씨는 또 한층 추워졌다. 허서령은 두툼한 기모 잠옷을 입은 채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몸을 돌려 지강산에게 등을 보였다.지강산은 연고를 집어 들며 뚜껑을 열었다.“항생제 연고는 계속 바르면 안 돼. 이제부터는 젤만 발라. 흉터 안 남게 하려면.”“네.”허서령은 대답하며 잠옷을 잡아당겼다. 잠옷은 크고 두꺼워서 걷어 올리기가 꽤 번거로웠다.침대에 엎드리기 싫었던 그녀는 양손으로 옷자락을 잡고 위로 쑥 끌어 올리고 잠옷을 통째로 벗어 버렸다.검고 긴 머리카락이 잠옷 안에서 폭포처럼 쏟아져 내려와 희고 고운 등을 따라 흘러내렸다.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라 가늘고 하얀 등이 그대로 드러났다.그녀는 살짝 고개를 돌려 긴 머리를 모두 앞으로 넘긴 뒤, 벗은 옷으로 앞부분을 가렸다.그 유혹적인 동작이 전부 지강산의 눈에 들어왔다.그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베란다 쪽을 바라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호흡도 흐트러졌다.쉰 듯 낮아진 목소리에는 약간의 엄숙함마저 담겨 있었다.“허서령, 너 점점 너무해진다.”허서령은 어리둥절해 하며 뒤돌아보다가 그가 정말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의 등을 보지도 못하고 있었다.‘약을 몇 번이나 발라 줬는데 인제 와서 부끄러워한다고?’허서령은 억울한 표정으로 작게 물었다.“약 발라 주는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113화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휴대전화를 받았다.“네. 이 언니랑 같이 불꽃놀이 뒷모습 찍으시려는 거죠?”지강산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부탁드립니다.”휴대전화를 건넨 뒤 그는 허서령 옆에 나란히 서서 그녀가 높이 들고 있던 손을 살며시 눌러 내리며 말했다.“잠깐만. 사진은 나중에 찍고 먼저 불꽃놀이 좀 보자.”허서령은 별생각 없이 손을 내리고 지강산과 함께 고개를 들어 불꽃을 바라보았다.잠시 후 여자가 휴대전화를 돌려주었다. 지강산이 고맙다고 인사하자 여자는 괜찮다고 웃으며 답했다.허서령은 어렴풋이 지강산이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고개를 돌려 보니, 그가 뒤에 있던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게다가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까지 떠올라 있었다.앳된 얼굴을 한 그 여자는 대학생처럼 보였다.허서령은 왠지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깊게 숨을 들이쉰 뒤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처음만큼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사람이 너무 많았고, 불꽃 연기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답답했다.‘모든 남자는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걸까?’문득 황당무계한 생각이 허서령의 머릿속을 스쳤다.그녀는 재빨리 생각을 털어냈다. 자신이 미친 것 같았다.‘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걸까.’불꽃놀이가 끝난 뒤, 경비원과 경찰들은 질서 있게 인파를 통제하며 사람들을 내보냈다.밤 10시가 넘어서야 두 사람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지하철역을 나오자 매서운 찬 바람이 몰아쳤다. 허서령은 어깨를 움츠리고 두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그 순간, 두툼한 외투 한 벌이 그녀의 어깨 위로 내려왔다. 외투에는 아직 지강산의 체온이 남아 있었다.따뜻했다. 지강산만의 은은한 향기도 배어 있었다. 그 향기가 그녀를 온통 감싸 안았다.허서령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지강산을 바라보았다.그의 몸에는 이제 검은 니트만 남아 있었다. 얇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두꺼운 옷도 아니었다.허서령은 정신을 차리고 급히 외투를 벗으려 했다.“나 안 입어도 돼요. 강산 씨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112화

    그 전에 두 사람은 먼저 저녁 식사를 했다.허서령이 사기로 했지만 결국 계산은 지강산이 먼저 해 버렸다.밤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그들은 강변으로 갔다.강변에는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다.사람도 많았다.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빽빽한 그곳은 북적거리는 인파로 가득했다.가는 내내 지강산은 허서령을 자신의 곁으로 보호하듯 감쌌다.그의 커다란 손은 적당한 선을 지키며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있었다. 혹시라도 사람들이 부딪혀 그녀의 상처를 건드릴까 봐서였다.최고의 관람 위치에 도착했을 때, 지강산은 주머니에서 마스크 두 개를 꺼내 하나를 그녀에게 건넸다.허서령은 의아하게 물었다.“마스크 써야 해요?”“불꽃놀이는 예쁘지만 우리랑 너무 가까워. 연기가 날아오면 꽤 매워.”허서령은 그제야 깨달았다.그 생각을 왜 못 했을까, 세심함이라면 역시 지강산이었다.“아.”허서령은 마스크를 받아 포장을 뜯고 착용했다.지강산은 그녀의 손에 들린 투명 비닐 포장지를 받아 자기 주머니에 넣었다.“이따가 불꽃놀이랑 같이 사진 찍을 거야?”“아니요.”지강산은 말없이 강변의 야경을 바라보았다.강 건너편에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강 위를 오가는 배들은 마치 은하수 속 별빛처럼 찬란하게 빛나며 검은 수면 위를 유유히 지나갔다.입장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자 모두가 가장 좋은 자리에서 불꽃놀이를 보려고 했다.허서령은 사람들에게 밀려 지강산의 팔에 바짝 붙게 되었다.그때 문득 지강산이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살짝 끌어당겼다. 허서령은 순간 몸이 굳었다.그녀는 돌기둥 난간과 지강산 사이에 서게 되었다.지강산은 팔을 뻗어 1m가 넘는 돌난간 위에 손을 짚어, 다른 사람들의 밀침과 접촉으로부터 그녀를 막아 주었다.허서령은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고 느꼈다. 등이 거의 지강산의 가슴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도 너무 가까웠다.지강산이 조금만 고개를 숙이면 그녀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출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그녀는 심지어 지강산의 몸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111화

    지강산은 문을 닫으려던 동작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려는 거야?”허서령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며 부드럽게 말했다.“강산 씨, 나 배고파요.”지강산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한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허서령, 나는 네 룸메이트지 남편이 아니야. 배고픈데 왜 나를 찾아? 윤성한테 가서 비싼 밥 사 달라고 하지.”그 시큼한 질투가 집 안 가득 넘쳐흐를 지경이었다.허서령은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참았다. 잠시 진정한 뒤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불쌍한 척 중얼거렸다.“다들 이미 갔어요.”지강산은 미간을 찌푸리며 거실 쪽을 힐끗 바라보았다.“같이 안 갔어?”“강산 씨가 안 가니까 나도 가기 싫었어요.”허서령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한 뒤 몸을 돌렸다.“라면이나 끓여 먹어야겠네.”그녀가 두 걸음쯤 걸었을 때, 지강산이 갑자기 따라 나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허서령은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았다.그의 시선은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몸에 감돌던 차가운 분위기도 조금씩 사라지고 말투 역시 한결 부드러워졌다.“라면 먹지 마.”허서령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그럼 우리 뭐 먹을까요?”지강산의 눈빛이 갑자기 깊고 뜨거워졌다.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확신하지 못한 듯 물었다.“정말 나 때문에 안 나간 거야?”허서령은 고개를 끄덕였다.“왜?”“먼저 강산 씨랑 불꽃놀이 보러 가기로 약속했잖아요. 그런데 강산 씨는 그 사람들이랑 같이 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았고, 나도 심인혜랑 백시욱 사이에서 눈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윤성이랑 한 쌍 하면 되잖아.”“윤성은 나 안 좋아해요.”지강산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자기 주제는 좀 아네.”허서령은 한 걸음 더 다가갔다.그리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맑고 생기 있는 눈동자에는 은은한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부드러운 목소리는 버들가지를 스치는 바람처럼 잔잔하게 그의 마음을 어지럽혔다.“강산 씨, 나 강변에 가서 불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110화

    허서령은 윤성에게 어깨를 붙잡힌 채 집 밖으로 나왔지만 가슴속에 커다란 돌덩이가 들어앉은 것처럼 답답하고 무거웠다. 걸음조차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엘리베이터에 들어섰다.문이 닫히려는 순간, 그녀는 재빨리 열림 버튼을 누르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세 사람은 모두 멍해졌다.윤성이 눈살을 찌푸렸다.“서령아, 뭐 하는 거야?”“너희끼리 가. 나 아직 할 일이 있어.”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닫히려 하자 윤성은 손으로 문을 막았다.잘생긴 얼굴이 어둡게 굳어 있었다.“무슨 일이 있는데? 허서령, 지금 네가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같다는 거 알아?”그 말의 의미는 백시욱과 심인혜도 이해했다.지강산과 허서령은 4년이나 연애했고, 지금은 다시 함께 살고 있다. 옛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허서령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부정하지도 못했다.지강산은 마치 중독성 강한 독 같았다. 그녀는 4년 동안 그 독에 깊이 빠져 있었다.억지로 끊어 내고 독의 근원에서 멀어졌을 때, 그 과정은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거의 삶이 무너질 정도로 괴로워했고, 자신은 이제 완전히 끊어 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그 독은 다시 그녀의 눈앞에 나타나 매 순간 그녀의 마음을 유혹하고, 영혼을 흔들었다.이걸 어떻게 이성만으로 통제할 수 있겠는가?결국 죽게 된다는 걸 알아도 그녀는 다시 중독될 것이고, 다시 사랑하고 싶어질 것이다.이것은 벗어날 수 없는 늪이었고, 약물 중독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었다.허서령은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재밌게 놀다 와.”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집으로 뛰어갔다.“허서령...”윤성이 따라 나가려 하자, 심인혜가 재빨리 그의 팔을 붙잡았다.“그만 불러. 그냥 놔둬.”윤성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허리에 손을 얹었다.“네가 못 봐서 그래. 예전에 허서령이 지강산이랑 헤어졌을 때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몇 달 내내 울었어. 밥 먹다가도 울고, 자다가도 울고, 길 걷다가도 울었어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109화

    윤성도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지강산이랑 백시욱 퇴근하면 같이 출발하자.”허서령은 잠시 망설였다.가장 친한 친구 두 명이 직접 찾아와 함께 불꽃놀이를 보자고 하는데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어차피 같은 불꽃놀이이니 세 사람이 더 있으면 오히려 더 즐거울 수도 있었다.“좋아.”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곧바로 승낙했다.“옷 갈아입고 올게.”허서령은 방으로 들어가 가볍게 화장을 하고 따뜻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나왔다.머리를 묶으며 거실로 걸어 나온 그녀는 심인혜와 윤성의 앞에 섰다.“그 사람들은 몇 시에 와?”심인혜는 휴대폰을 확인했다.“6시 반쯤 온대. 곧 도착할 거야.”그때 윤성의 시선이 허서령의 손목에 멈췄다.그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가 머리를 매느라 들어 올린 손을 붙잡아 아래로 내리며 물었다.“손목이 왜 이래?”허서령은 급히 긴소매를 끌어내려 상처를 가리려 했다.두 친구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아무것도 아니야.”“이 정도면 꽤 심해 보이는데 어떻게 아무것도 아니야?”윤성은 그녀의 손을 자기 앞으로 끌어당기며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보여 줘.”“진짜 아무것도 아니야.”심인혜도 궁금해져 소파에서 몸을 내밀었다.“뭔데?”윤성은 힘이 더 셌다.그는 그녀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그러자 팔뚝에서 손목까지 비스듬히 내려간 채찍 자국이 드러났다.윤성은 화가 나기도 하고 또 마음 아파 물었다.“누가 이런 거야?”“실수로 부딪힌 거야. 괜찮아.”바로 그때, 현관문이 열리며 지강산과 백시욱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거실에 있던 세 사람은 소리를 듣고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지강산은 현관 신발장 앞에서 그대로 굳어 버린 채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는 윤성과 허서령을 바라보았다.차갑고 서늘한 시선이 윤성이 허서령의 손목을 붙잡고 있는 모습에 멈춰 섰다.허서령은 황급히 손을 빼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진짜 아무 일 아니야.”윤성은 더는 허서령의 상처를 따질 겨를이 없이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6화

    다음 날.업무를 마친 허서령이 휴대폰을 들어 심인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인혜야, 깼어?][어, 깼어.][시욱 씨랑은 어떻게 됐어?][얘기 잘 끝냈어. 시욱 씨가 양보하기로 해서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해.][미안해서 어떡하지? 지금 손에 엄청 중요한 사건이 하나 있거든. 다음 달에 출장 가야 할 것 같아. 들러리 못 서줄 것 같은데... 이번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양쪽의 비주얼 담당 두 사람이 다 못 온다고? 둘이 짰어?][그게 무슨 소리야?][지강산 씨도 일이 생겨서 못 온대.]지강산 역시 허서령을 만나고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5화

    허서령은 진심으로 겁이 났다.지난번 사람들이 북적이는 호텔에서도 허서령에게 키스를 퍼부었던 지강산이었다.지금은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간인 데다가 아파트 복도에 인적도 끊겼다. 지강산이 또 무슨 짓을 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강산 씨도 여기에 올 줄은 몰랐어요.”허서령이 떨리는 목소리로 현관문에 몸을 바짝 붙였다. 당장이라도 문을 두드리며 살려달라고 소리칠 기세였다.“강산 씨 눈앞에 일부러 나타난 게 아니에요.”지강산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말없이 구석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걸어가더니 피우던 담배를 비벼 꺼서 던져 넣었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4화

    병원 안.허서령이 수납을 마치고 영수증을 챙겨 병원을 나섰다. 그때 진성호가 뒤쫓아와 허서령의 팔을 거칠게 붙잡았다.“지난번에 내가 얘기했던 거 생각해 봤어?”허서령이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진성호의 손을 뿌리치며 째려봤다.“미친놈.”진성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하게 일그러지더니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러고는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오만한 태도를 취했다.“허서령, 나한테 시집오면 배상금 1억 6천만 원을 주지 않아도 돼. 우리 아버지 병원비도 낼 필요 없고. 게다가 너의 엄마가 원하는 대로 은행에서 1억 원 대출받아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3화

    지강산이 몸부림치는 허서령의 손목을 잡고 머리 위 벽에 고정시킨 뒤 이성을 잃은 맹수처럼 키스를 퍼부었다.참아왔던 눈물이 허서령의 감긴 눈꺼풀 사이로 속절없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지강산은 멈출 기색이 전혀 없었다.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허서령이 그의 아랫입술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윽.”날카로운 통증에 지강산이 입술을 뗐다.허서령이 기억하는 지강산은 언제나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었다.그런 그가 이토록 사납게 구는 건 분명 그녀를 뼛속 깊이 증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생각에 허서령은 심장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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