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딸 보미가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었다. 살리기 위해선 아빠 하남우의 조혈모세포가 필요했다. 혈연 반일치 이식이라도 당장 진행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고은희는 수도 없이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수화기 너머로 돌아온 건, 싸늘하게 식은 한마디뿐이었다. [바빠.] 그 한마디를 끝으로 전화는 끊겼다. 보미가 하루도 빠짐없이 그리워하던 아빠는 그 시각, 첫사랑 여자가 낳은 딸을 위해 유리 궁전처럼 반짝이는 파티장을 꾸미고 있었다. 강변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쇼까지 준비해,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생일을 선물하고 있었다. 그리고 보미의 작은 손이 차갑게 식어 갈 때까지, 하남우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고은희가 장례식장을 나와 유골함을 품에 안았을 때, 번화가의 모든 전광판에서는 생일 축하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딸의 목숨을 외면한 남자. 그 남자의 첫사랑. 그리고 딸의 죽음 위에서 마음껏 환하게 웃는 아이. 세 사람은 행복하게 생일 노래를 부르며, 눈부신 내일을 꿈꾸고 있었다. 한때 고은희는 하남우를 목숨처럼 사랑했다. 이제는 그 사랑보다 더 깊이... 그를 증오하게 되었다.
Lihat lebih banyak이틀 뒤.세준은 지루한 얼굴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이제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그는 쓰지 않던 핸드폰 하나를 꺼냈다. 입가에는 장난기 어린 웃음이 걸렸다.곧 남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하남우, 고은희는 하세준의 집에 있다.]메시지를 보낸 그는 만족스럽게 아직 깊이 잠든 은희를 바라보았다.이어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기다렸다....남우는 맑음의 병상을 지키고 있었다.그때 핸드폰이 진동했다.낯선 번호의 문자를 본 그는 잠시 멈칫했다. 곧 얼굴이 무섭게 어두워졌다.‘고은희가 하세준과 함께 있다고?’‘역시 둘은 한패였어.’‘두 사람이 공모해 맑음이를 납치한 것이 분명해.’남우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섰다. 곁에 있던 의자를 발로 차 넘어뜨렸다.‘그래, 그래서 이혼하겠다고 한 거였구나.’‘오래전부터 다른 남자가 있었고...’‘이제는 그 남자와 손잡고 맑음이까지 죽이려 했어!’‘그것도 모자라 자신이 애를 구하러 간 척 연기까지...’‘고은희, 네가 감히...’...은희는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아 머리는 무겁고 어지러웠다. 간신히 눈을 뜨자 바로 앞에 남우가 서 있었다.남자의 고함이 방 안에 울려 퍼졌고, 은희는 놀라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고은희, 이 독한 여자! 하세준과 한패로 나타나서 대체 무슨 짓을 꾸민 거야!”세준이 곧바로 앞으로 나서 은희 앞을 막았다. 불만스러운 얼굴이었다.“형,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집에 놀러 온 줄 알았더니, 내 손님한테 손대려고? 너무하네.”남우는 차갑게 웃었다.“손님? 하세준, 이 여자와 함께 맑음이를 납치하고 뒤에서 내통한 주제에... 내가 너를 가만둘 것 같아?”세준은 태연했다. 그는 뒤돌아 은희를 한 번 보고는 억울하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형, 나도 너무 억울해. 우선 난 절대 아니야. 형수님도 안 했어. 이건 형수님이 한 일이 아니야.”“만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았지만, 나도 형수님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믿어!
하지만 곧 남우의 눈빛은 다시 차갑게 얼어붙었다.‘고은희, 정말 잔인하군. 맑음이를 산 채로 때려죽이려 했나?’“남우야, 나도 알아. 은희 씨가 나와 맑음이를 싫어한다는 거. 보미에게 갈 사랑을 맑음이 빼앗았다고 생각하겠지.”“하지만 맑음이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 곁에는 못 있겠어. 나는 두려워. 감당할 수 없어.”영은은 코를 훌쩍이며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남우의 다리를 붙잡고 울었다.남우는 천천히 몸을 낮춰 그녀를 일으켰다.“네 탓 아니야. 전부 고은희가 독해서 그런 거야. 맑음이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그는 이를 갈듯 낮게 중얼거렸다.이어 옆에 선 부하를 향해 차갑게 물었다.“고은희는 지금 어디 있지?”부하는 고개를 숙인 채 조심스럽게 답했다.“이미 사라졌습니다. 현장이 워낙 혼란스러워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보이지 않았습니다.”“사라져?”남우의 눈썹이 깊게 구겨졌다.‘그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그런 몸으로 어떻게 갑자기 사라질 수 있어?’치료하지 않으면 오래 버티지 못할 몸이었다. 역시 독한 여자는 자기 자신에게도 독했다.잠깐 은희가 걱정되는 마음이 스쳤다. 하지만 곧 사라졌다.‘어차피 다 고은희가 꾸민 일이잖아.’‘당연히 빠져나갈 길도 준비했을 거고.’‘자기 목숨을 진짜로 걸 만큼 어리석지는 않을 거니까.’남우의 목소리는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고은희를 찾아. 어디 숨었든 끌고 와. 자기가 한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부하들이 곧바로 남우의 명령을 받고 흩어졌다.남우는 다시 중환자실 문 앞에 섰다. 유리창 너머로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맑음을 바라보았다.가슴이 칼로 도려지는 듯했다.“맑음아, 아빠가 꼭 지켜 줄게. 다시는 누구도 너를 해치지 못하게 할 거야. 그 독한 여자도 절대 그냥 두지 않을게.”그 말을 들은 영은의 몸이 눈에 띄게 움찔했다. 하지만 곧 성공했다는 듯한 웃음이 떠올랐다.‘고은희, 이번에는 죽지 못해 살아남았지.’‘그래도 절대 편히 살지는 못할
“도와준 건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집에 가고 싶어요. 제 몸 상태는 제가 알아요.”세준은 눈앞의 여자가 자기 상태를 제대로 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리고 부하들의 손이 얼마나 거친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게다가 명령을 바꾼 타이밍도 조금 늦었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은희는 정말 부하들의 손에 맞아 죽었을지도 몰랐다.이렇게 매력적인 여자가 죽는 건 아까웠다.세준은 입꼬리를 올리고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둘 사이의 거리가 좁아졌고,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워졌다.은희는 본능적으로 피하려 했지만 몸이 아파 움직이지 못했다.세준이 낮게 말했다.“형수님, 얌전히 있는 게 좋습니다. 여기서 치료받는 동안은 아무 짓도 안 하겠다고 약속하죠.”그 말투가 살짝 달라졌다.“하지만 말을 안 듣고 굳이 나가겠다고 고집부리면, 그때는 무슨 일이 생겨도 장담 못 합니다.”은희는 기가 막혔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세준과 더 다툴 힘도 없었다.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결국 잠시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의사가 다가오도록 가만히 있었다.의사는 바쁘게 움직이며 은희의 몸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했다.세준은 한쪽에 서서 팔짱을 낀 채 흥미로운 듯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검사가 끝나자 의사는 마스크를 벗고 미간을 찌푸렸다.“고은희 씨는 몸이 매우 약합니다. 장기간 무리한 흔적이 있고, 이번 외상까지 겹쳤습니다. 지금 제대로 쉬면서 치료하지 않으면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세준은 일부러 화난 척 혀를 찼다.“우리 남우 형도 참, 여자 대할 줄을 몰라요. 우리 예쁜 형수님을 이렇게 만들어 놓다니... 형수님, 제 생각엔 차라리 형과 이혼하고 나랑 만나는 게 낫겠어요.”“적어도 저는 정말 형수님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공주님처럼 아끼고 사랑할 거예요.”은희는 눈을 흘기며 쏘아붙였다.“이혼은 하겠지만 그쪽은 아니에요. 그런 허튼 생각 하지 마세요.”세준은 조금도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었다.“말을 그렇게 딱 잘라 할 필요 있
[계획이 실패했으면 또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죠. 게다가 고은희가 당장 엄청난 위협도 아니잖아요. 살아 있어도 큰일을 뒤집을 정도는 못 돼요. 괜히 화내다 몸이나 상하지 마요.]영은은 하마터면 핸드폰을 던질 뻔했다.“전무님, 지금부터 제가 할 말을 잘 들으세요. 다음에 또 제 계획을 망치면 아무리 전무님이라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이어서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소파 위에 거칠게 던졌다....세준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라이터를 한쪽에 던져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여자들은 참 번거롭다니까.”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침실 쪽을 바라보았다.은희가 깨어났을 때, 자신이 푹신한 침대에 누워 있다는 걸 알았다.‘여긴 어디지?’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온몸의 상처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그때 방문이 조용히 열렸다.세준은 여전히 정장을 입고 있었다. 머리도 말끔하게 넘겼고, 얼굴에는 그 특유의 가벼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손에는 김이 오르는 물 한 잔을 들고 있었다.은희는 그를 보자 몸이 굳었다.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 침대 헤드에 기대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뭘 하려는 거예요?”세준은 은희의 경계 어린 모습을 보고 물컵을 협탁 위에 내려놓았다.두 손을 들어 해칠 생각이 없다는 듯한 동작을 했다.“형수님, 겁먹지 마세요. 나쁜 의도 없어요. 그냥 구해 드리고 싶었을 뿐이에요.”“구해요? 제가 왜 그 말을 믿어야 하죠?”그는 침대 옆에 천천히 앉았다.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전 남우 형하고 한편이 아니에요. 형수님이 억울하게 몰린 걸 알아요. 남우 형은 형수님을 전혀 모르고, 믿지도 않죠.”“그렇게 당하는 걸 가만히 보고 있기가 좀 아까워서, 남우 형 손에서 빼내 온 거예요.”은희는 민영순에게서 세준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세준의 말은 쉽게 믿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그녀가 대답하지 않아도 세준은 신경 쓰지 않았다. 계속 말을 이었다.“형수님을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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