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入두 번의 급습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자, 주차 요원은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발악했다.하지만 경호원들에게 붙잡혀 옴짝달싹 못했다.이연희가 급히 다가왔다.“루아야,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어?”정루아는 여전히 구태윤의 품에 안긴 상태였다.허리를 감싼 팔에 무지막지한 힘이 들어갔고, 절대 놓치지 않을 기세로 꽉 붙들고 있었다.그녀는 창백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응, 괜찮아.”이연희는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아까는 진짜 숨이 멎는 줄 알았어.”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배진욱을 바라보았다.“진욱 씨, 저 사람 대체 누구예요? 왜 진욱 씨를 죽이려고 한 거죠?”배진욱의 지적이고 수려한 얼굴에 짙은 죄책감이 번졌다.그는 미안함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정루아를 바라보았다.“미안, 많이 놀랐지?”정루아가 의아하게 물었다.“무슨 상황이야?”배진욱은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그때, 구태윤이 차가운 목소리로 끼어들었다.“인맥 넓히기 전에 주변의 지저분한 관계부터 정리하는 게 어때요? 내 아내가 또 한 번 위험에 휘말린다면, 그땐 당신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그는 서늘한 경고를 남기고 정루아를 부축해서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경직되었던 정루아의 몸에 조금씩 감각이 돌아왔다.이내 구태윤을 밀쳐내려 손을 뻗었지만,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도리어 허리를 부러뜨릴 듯 단단히 감싸 쥐었다.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싸늘함이 묻어났다.“조금 전 일을 겪고도 아직 덜 놀란 모양이지?”창백하게 질린 정루아의 얼굴에 긴장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이거 놔. 내 발로 갈 테니까.”“놓아주면, 순순히 따라오기나 하고?”구태윤은 그녀의 속내를 단박에 간파했다. 이내 조수석 문을 열고 정루아를 밀어 넣었다.그리고 도망치지 못하도록 허리를 숙여 안전벨트를 매주었다.순식간에 좁혀진 거리 탓에 두 사람의 숨결이 얽혀들었다.정루아는 등줄기를 곧게 세운 채 굳어버렸고, 호흡마저 조심스러워졌다.안전벨트를 채운 구태윤이 막 몸을 일으키려던 참이었다.잔뜩
인수합병이 되는 순간 독립적인 경영권은 완전히 박탈당할 터였다.번듯한 법인에서 구명 그룹의 일개 부서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였다.지강은 어떻게든 거절하고 싶었다.하지만 구명 그룹의 방식은 잔인하리만치 막무가내였다.인수에 응하지 않을 경우, 기존 투자금 전액 회수는 물론 예정되어 있던 모든 사업을 전면 취소하겠다며 대놓고 으름장을 놓았다.지강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이란 결국 동의하는 것뿐이었다.보이스 랩 인수가 진행되는 동안, 구태윤은 이미 정루아 일행이 있는 레스토랑에 도착해 있었다.정루아의 뒤를 밟으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던 경호원이 실시간으로 위치를 보고한 덕이었다.그들이 프라이빗 룸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구태윤은 서슬 퍼런 얼굴로 바로 옆방을 잡았다.넓은 룸은 텅 비어 있었고, 방음이 허술한 탓에 말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졌다.간간이 섞여드는 환한 그녀의 웃음소리까지도.구태윤은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벽 너머로 들려오는 화기애애한 대화에 가슴속에서 질투심이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다른 남자 앞에서는 그렇게 잘만 웃으면서.’설마 과거에 그를 가장 사랑한다고 속삭였던 말을 벌써 잊어버린 걸까.허벅지 위에 얹은 손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딱딱하게 굳은 얼굴은 점점 흉포하게 일그러졌다....식사 한 끼를 함께하며 이연희는 배진욱이라는 사람의 됨됨이를 확실히 파악했다.성격이 모나지 않고 소탈한 데다, 소위 잘 나가는 상류층 특유의 거들먹거리는 고약한 버릇이 전혀 없었다.게다가 가끔 위트 있는 농담까지 툭툭 던지니, 세 사람 사이의 거리는 자연스럽게 좁혀졌다.결국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얹었다.“이제 친구나 다름없는데, 언제까지 존대하면서 딱딱하게 굴 거예요? 그냥 서로 편하게 이름 부르면 안 돼요?”정루아의 표정이 흠칫 굳었다. 아직 말을 놓을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배진욱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연희 씨 말이 맞네요. 저도 마침 거리감이 느껴지던 참이었어요.”이연희
“배 대표님께서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내는 제가 알아서 챙길게요.”구태윤의 날카로운 시선이 배진욱에게 머물자, 분위기가 한층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배진욱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정루아를 바라보았다.“루아 씨, 어떻게 하실래요?”이연희는 정루아의 손을 살짝 꼬집으며 배진욱을 선택하라는 신호를 보냈다.구태윤 역시 그윽한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했고,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지난 몇 년을 통틀어, 이토록 마음을 졸여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과거에는 그가 늘 첫 번째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확신할 수 없었다.정루아는 시선을 살짝 내리깔았다.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그리고 딱 2초간 고민하더니 배진욱을 바라보았다.“진욱 씨, 고마워요.”이내 이연희의 손을 잡고 배진욱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배진욱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뒤를 따랐다.“루아야.”뒤편에서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정루아는 척추를 곧게 세운 채 뒤돌아보지 않고 곧장 배진욱의 차에 올라탔다.문이 닫히며 차가운 공기가 차단되자, 이연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배진욱이 다정하게 물었다.“루아 씨, 혹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나요?”정루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배진욱을 바라보았다.지적이고 수려한 얼굴, 진지한 표정의 남자가 연갈색 눈동자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그의 속뜻은 명확했다. 어떤 번거로운 일이든 도와줄 의향이 있다는 의미였다.정루아는 손가락을 살짝 움츠렸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없어요.”옆에 있던 이연희는 애가 타서 미칠 지경이었다.하지만 제아무리 절친이라 한들 결국 제삼자였기에, 이 상황에 섣불리 끼어들 순 없었다.게다가 구태윤을 어설프게 자극했다간 눈이 돌아가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를 일이었다.그렇게 되면 결국 고통받고 상처 입는 건 정루아일 뿐이었다.이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으므로 입술을 꾹 깨물며 말을 아꼈다.배진욱은 시선을 살짝 내리깔며 말했다.“루아 씨는 제 은인
코앞까지 다가온 구태윤은 정루아에게 투명 인간 취급당했다.정루아가 덤덤하게 이연희의 말에 대답했다.“연회에서 알게 된 사이라고 했잖아. 내가 얘기 안 했나?”“알고말고. 다만 그냥 비즈니스 파트너 정도라고 생각했지. 지금 보니까 분위기 완전 보통이 아니잖아? 널 데리러 여기까지 오게 하고.”이연희는 정루아의 팔을 낚아채며 배진욱이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가자. 나도 소개 좀 해줘. 가까이서 보니까 더 잘생겼는데?”정루아는 조금 난감했지만,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앞에 서 있던 구태윤의 미간이 순식간에 찌푸려졌다.그는 손을 뻗어 정루아의 다른 쪽 손목을 거칠게 낚아챘다.“루아야.”이연희는 마치 새끼를 지키는 암사자처럼 정루아를 등 뒤로 끌어당겼다.그러고는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구태윤을 노려보았다.“이거 안 놔? 할 말이 있으면 말로 해! 왜 남의 몸에 손을 대고 난리야.”구태윤의 수려한 얼굴 위로 음영이 짙게 드리워졌다.그 서슬 퍼런 기세에 이연희는 저도 모르게 목을 움츠렸다.“비켜.”무미건조한 목소리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이연희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솔직히 이 안하무인인 인간에게 본능적인 두려움이 일었다.하지만 소중한 친구가 눈앞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는데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었다.“뭐, 뭐 하려고? 여기 경찰서 앞이거든? 언행 조심해!”이연희가 고개를 꼿꼿이 치켜들며 소리쳤다.구태윤의 서늘한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꽂혔다.“오히려 내가 묻고 싶군. 우리 와이프를 데리고 어디로 가려는 거지?”이연희는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대꾸했다.“와이프는 무슨 얼어 죽을 와이프야! 루아는 진작부터 이혼하려고 했어. 사내자식이 구차하게 매달리지 좀 마.”구태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받아쳤다.“내가 사내인지 아닌지는 루아만 알면 돼. 그쪽한테 증명할 필요는 없지.”그러고는 더는 말을 섞기 싫다는 듯 정루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눈빛은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루아야, 데리러 왔어. 네가 좋아하는 레
“굳이 왜요?”정시연이 억울해 죽겠다는 듯 받아쳤다.“부모님도 나한테 잘해주시고, 태윤 씨도 이렇게 날 챙겨주잖아요. 그런데 뭐가 아쉬워서 루아를 모함하겠어요?”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는 모습은 꽤 서러워 보였다.구태윤의 짙은 눈썹이 잔뜩 찌푸려졌다. 온몸에서 서늘하고 무거운 기운이 흘러나왔다.그는 시선을 내리깔고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가락을 톡톡 두드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루아는 절대로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닙니다.”정시연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말했다.“태윤 씨, 무슨 뜻인지 알겠으니까 안심해요. 루아한테 책임 안 물을게요. 어쩌면 그냥 실수였을지도 모르잖아요. 나, 루아 원망하지 않아요.”그리고 티슈를 뽑아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괴로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루아가 매번 우리 관계를 오해해서 너무 속상해요. 승태랑 함께한 시간이 길진 않아도 내 사랑만큼은 진심이었는데, 루아 눈엔 그게 안 보이나 봐요. 나도 참 답답하네요.”종아리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도, 그녀는 억울함을 꾹 참고 넓은 아량을 베푸는 역할을 완벽하게 연출해 내고 있었다.구태윤은 가슴 속에서 정체 모를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원하는 대답은 받아냈으니 이곳에 더 머무를 이유는 없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한결 누그러진 어조로 말했다.“형수님, 우선 푹 쉬세요. 회사 일은 서두를 필요 없어요. 제가 사람을 붙여서 서포트하게 하고, 경영을 가르쳐줄 전문가도 알아봐 두겠습니다.”정시연은 그를 바라보며 머뭇거렸다.“태윤 씨가 날 챙겨주면 루아가 또 오해할 텐데... 됐어요, 나 혼자서도 어떻게든 해볼게요.”구태윤이 딱 잘라 말했다.“아니에요. 제가 말한 대로 하죠. 그럼 전 일이 있어서 이만.”병실 문이 닫히는 순간, 억울함이 가득했던 정시연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그녀는 침대를 거칠게 내리쳤다.정말 괘씸했다. 이번에도 얻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결코 내가 바라던 그림이 아닌데...’이렇게까지 가련한 처지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더니, 이내 씁쓸함이 밀려왔다.정루아는 헛웃음이 나왔다.겨우 한 번, 그것도 스치듯 만났을 뿐인 타인은 자신을 믿어주는데 피를 나눈 친부모는 끝까지 의심했다.그들의 눈에 그녀는 단지 악행이나 일삼고, 말도 안 듣는 안하무인의 ‘나쁜 딸’에 불과했다.메마른 목소리에 슬픔이 묻어났다.“고마워요.”철창 안, 딱딱한 나무 침대에 홀로 앉아 두 손으로 무릎을 감싸 안고 있는 정루아의 실루엣은 몹시도 가냘프고 위태로워 보였다.배진욱은 저도 모르게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루아 씨, 여기서 나가고 싶어요?”정루아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요, 이곳도 나름 나쁘지 않네요.”조용하기도 했고, 최소한 그녀를 방해하러 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배진욱의 눈동자가 의미심장하게 빛났다.이내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알겠어요. 아무래도 이 은혜는 당분간 더 빚을 져야겠군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세요.”정루아는 진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대표님, 진짜 신경 안 쓰셔도 돼요.”“그럴 순 없습니다.”배진욱의 표정이 한층 진지해졌다.“루아 씨가 날 구한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데, 난 평생 기억할 겁니다.”정루아는 다소 난감했다. 어쨌거나 남의 생각까지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배진욱이 말했다.“이만 가볼게요. 루아 씨 나오는 날, 내가 직접 데리러 오지요.”정루아는 어안이 벙벙하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고마워요.”배진욱은 뒤돌아서 자리를 떠났다.유치장에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정루아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가슴을 찌르던 통증이 조금은 가라앉은 것만 같았다....CCTV가 없으므로 정시연의 고소와 행인의 증언만 있다면 정루아는 꼼짝없이 형을 선고받을 처지였다.병원 안은 온통 소독약 냄새로 가득했다.구태윤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창백한 안색으로 누워있는 정시연을 보자 저도 모르게 미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