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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와 혼인한 장군을 버렸다

공주와 혼인한 장군을 버렸다

By:  기윤Completed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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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연화는 병이 도져 생명을 연장하는 인삼까지 썼지만, 피가 멈추지 않아 연신 한 움큼씩 기침과 함께 피를 쏟아냈다. 그녀와 수십 년간 사랑을 나눈 남편 방지혁은 지금 평양공주(平陽公主)를 데리고 궁중 연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한독(寒毒)이 도져 뼛속까지 파고드는 찬 기운이 밀려오며 의식이 흐려지던 찰나, 문득 방지혁이 전쟁터에서 돌아오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 추연화는 법당에서 꼬박 일주일 동안 무릎을 꿇어 무릎에 시퍼런 멍이 가득했지만, 자신이 기도한 대로 방지혁이 무사히 돌아왔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다. 그러니 시녀의 부축을 받아 서둘러 안채로 향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방지혁과 평양공주였다. 교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주와 혼인했다던 방지혁은 추연화의 시선을 가로막으며 평양공주에게 옷을 입혀주고 있었다. 추연화가 참지 못하고 따져 묻자 평양공주는 그녀의 뺨을 세게 때렸고, 그 바람에 추연화는 바닥에 쓰러졌다. "장군님께서 나를 아끼시거늘, 네까짓 게 감히 어디라고 입을 놀리는 것이냐?" "사당에 가서 무릎 꿇고 <여인의 도리>나 똑바로 배우며 아랫사람의 도리가 무엇인지 깨닫거라." 무릎을 꿇은 채 정신을 잃기 직전, 추연화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 남았다. ‘차라리 잘됐어, 이제는 더 이상 마음 졸이지 않아도 돼.’ 진작 알아차렸어야 했다. 방지혁이 처음으로 평양공주의 거처에서 머물렀던 그날 밤, 추연화는 꼬박 밤을 지새웠다. 다음 날 방지혁은 눈이 벌게진 채 찾아와 해명했다. "연화야, 내가 평양공주를 아무리 싫어해도 황제의 체면을 생각해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추연화는 그 말을 믿었지만, 현실은 너무나도 잔인했다. 다시 깨어났을 때, 방지혁이 곁을 지키고 있었고, 추연화가 손을 빼내자 그 기척에 방지혁은 잠에서 깨어났다. "깨어나서 다행이다. 어서 약을 먹거라." 방지혁은 따뜻하게 데워진 약을 들고 한 숟가락씩 그녀에게 먹여주었다. "내가 잘못했다. 어제 술을 몇 잔 과하게 마셔 서재에서 기다리는 사람을 너로 착각하는 바람에 그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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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쓰디쓴 약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지만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고, 추연화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맞은 것은요?"

"평양공주가 성격이 급해서 그렇다.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 손이 먼저 나간 모양이다."

방지혁은 말을 이어갔다.

"내가 이미 단단히 일러두었다. 당분간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보상의 의미로 네 곁만 지키마."

‘보상이라.’

추연화는 속으로 그 두 글자를 되뇌이며 문득 웃고 싶었지만, 이제는 웃을 힘조차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피곤하니 장군님께서는 이만 돌아가십시오."

"네가 잠들 때까지 곁에 있으마."

추연화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방지혁의 숨소리가 들렸고, 그에게서 풍기는 익숙한 나무 향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그녀가 직접 조향한 향이었다.

한때는 이 향기가 그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으나, 지금은 그저 비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인이 급히 보고했다.

"장군님, 공주님께서 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시며 약도 드시지 않으십니다. 시녀장께서 어서 와달라고 하십니다!"

순간 침대 옆자리가 텅 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추연화가 눈을 뜨자 방지혁이 급히 일어서는 뒷모습이 보였다.

그는 그녀를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은 채, 옷자락을 휘날리며 문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추연화는 꾹 참아왔던 눈물이 마침내 왈칵 쏟아져 베개를 적셨고, 지난 세월 동안 스스로를 속여온 마음까지도 적셔 버렸다.

"마님."

시녀가 붉어진 눈시울로 눈물을 닦아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장군님께서 너무하십니다. 마님이 엄연히 정식으로 혼인한 정실부인이신데, 어찌 다른 사람이 마님을 이렇게 모욕하도록 내버려 두신단 말입니까?"

"공주님을 좋아하신다면, 왜 마님 앞에서 이토록 지극한 사랑을 가장하신단 말입니까?"

"그만하거라, 다 소용없는 짓이다."

추연화는 시녀가 눈물을 닦아주도록 내버려 두었지만, 눈물은 아무리 닦아도 끝없이 흘러내렸다.

방지혁의 마음을 추연화는 잘 알고 있었고, 그저 마지막 체면을 차려주려는 것뿐이었다.

방지혁의 마음은 이미 변했다. 눈시울을 붉히며 그녀의 손을 꼭 쥐고 평생 그녀만을 사랑하겠다던 방지혁은 이제 세상에 없었다.

차가운 밤은 쓸쓸하고 찬 바람만 쌩쌩 불었다.

추연화가 오랫동안 앓아누웠으나 방지혁은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날의 일이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장군부(將軍府) 안의 시녀들이 옹기종기 모여 수군거렸다.

추연화가 질투가 심해 방지혁의 눈 밖에 났다는 이야기들이었다.

"너도 참 어리석구나. 평양공주도 지혁이의 사람인데, 함께 자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거늘 어찌 그리 질투를 하는 것이냐."

"네가 오랫동안 아이를 갖지 못했으니, 평양공주가 아이를 가진다면 이 또한 경사가 아니겠느냐?"

추연화는 시어머니 김정순의 위로를 들으며 마음이 한없이 차가워졌다.

마치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해 방씨 가문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전 재산이 몰수되었을 때, 추연화는 집안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눈보라를 무릅쓰고 사방으로 도움을 청하러 다녔다. 그때 그녀는 겨우 계례를 치른 나이였고, 돈이 될 만한 것은 모조리 전당포에 맡긴 뒤였다.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약 한 첩 지어먹을 돈이 없어, 얇은 옷 한 벌만 걸친 채 눈보라 속에서 집집마다 문을 두드린 끝에 겨우 방지혁을 구해냈다.

이후 남은 여인들을 구하고 누명을 벗겨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웠으며, 부부의 금슬도 화목했으니 분명 모든 일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평양공주가 나타났다.

"어명에 따라 평양공주가 혼인할 나이가 되었으니, 인품이 고결한 방지혁 장군과 평양공주를 혼인시키도록 한다."

그때 젊은 방지혁은 대문 앞에서 눈시울을 붉힌 채 추연화의 손을 꼭 쥐고 피를 토하듯 외쳤다.

"내 평생 너 한 사람뿐이다. 다른 사람은 결코 사랑할 수 없으니, 죽는 한이 있어도 평양공주와 혼인하지 않겠다."

말을 마친 그는 말에 올라타 황제에게 교지를 거두어달라 청하기 위해 궁으로 향하려 했다.

여인들이 울부짖으며 그를 말리려 했으나, 김정순이 가로막았다.

"연화야, 네 은혜는 우리 방씨 가문이 뼈에 새겨 잊지 못할 것이다. 네가 없었다면 우리는 진작에 죽은 목숨이었으니, 이 교지는 받지 않아도 된다."

어명을 거역하는 것은 목숨으로 갚아야 하는 일이었기에, 추연화는 방지혁이 죽는 것을 볼 수 없어 결국 타협하고 말았다.

김정순은 울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연화야, 우리가 이 은혜를 어찌 다 갚겠느냐. 너에게 빚진 것이 너무나도 많구나. 걱정 마라, 내 평생 며느리는 너 하나뿐이다."

당시의 그 고맙고도 애틋했던 눈빛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눈앞에서 자신을 위로하는 사람의 모습과 겹쳐 보이며 점차 시야가 흐려졌다.

"마님… 마님, 정신 차리십시오…"

울음 섞인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흐릿했던 시야가 맑아지자, 추연화는 피로 얼룩진 침상에 누워 있었고 곁에는 의원과 시녀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의원이 말을 망설이자, 추연화는 눈치를 채고 시녀를 먼저 밖으로 내보냈다.

방 안에 의원과 단둘이 남게 되자 의원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님, 이번에는 너무나 위험했습니다. 그동안 몸을 제대로 돌보지 않으신 겁니까?"

추연화는 힘없이 고개를 저으며 짐작이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의원이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쉬었다.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마님의 몸에 쌓인 한독이 이미 폐부까지 침투하여 거의… 약으로 고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다만 몸을 잘 돌보신다면 얼마간 더 사실 수는 있을 겁니다."

‘몸을 잘 돌보라니?’

추연화는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다. 그 한마디는 지금 그녀에게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

"감사합니다… 의원님."

추연화는 간신히 손을 흔들어 시녀에게 의원을 배웅하게 했다.

사실 그리 많은 세월이 흐른 것도 아닌데, 고통스러웠던 시간은 마치 한 평생이 지나간 듯했다.

그녀는 늘 당신을 장군부에 갇혀 방지혁의 아내로, 장군부의 안주인으로 살아왔다.

그동안 키워준 은혜는 이제 다 갚았으니 더 이상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았고, 방지혁과 혼인을 끝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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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쓰디쓴 약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지만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고, 추연화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그럼 제가 맞은 것은요?""평양공주가 성격이 급해서 그렇다.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 손이 먼저 나간 모양이다."방지혁은 말을 이어갔다."내가 이미 단단히 일러두었다. 당분간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보상의 의미로 네 곁만 지키마."‘보상이라.’추연화는 속으로 그 두 글자를 되뇌이며 문득 웃고 싶었지만, 이제는 웃을 힘조차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렸다."피곤하니 장군님께서는 이만 돌아가십시오.""네가 잠들 때까지 곁에 있으마."추연화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어둠 속에서 방지혁의 숨소리가 들렸고, 그에게서 풍기는 익숙한 나무 향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그녀가 직접 조향한 향이었다.한때는 이 향기가 그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으나, 지금은 그저 비웃음만 나올 뿐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인이 급히 보고했다."장군님, 공주님께서 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시며 약도 드시지 않으십니다. 시녀장께서 어서 와달라고 하십니다!"순간 침대 옆자리가 텅 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추연화가 눈을 뜨자 방지혁이 급히 일어서는 뒷모습이 보였다.그는 그녀를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은 채, 옷자락을 휘날리며 문밖으로 사라져 버렸다.추연화는 꾹 참아왔던 눈물이 마침내 왈칵 쏟아져 베개를 적셨고, 지난 세월 동안 스스로를 속여온 마음까지도 적셔 버렸다."마님."시녀가 붉어진 눈시울로 눈물을 닦아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장군님께서 너무하십니다. 마님이 엄연히 정식으로 혼인한 정실부인이신데, 어찌 다른 사람이 마님을 이렇게 모욕하도록 내버려 두신단 말입니까?""공주님을 좋아하신다면, 왜 마님 앞에서 이토록 지극한 사랑을 가장하신단 말입니까?""그만하거라, 다 소용없는 짓이다."추연화는 시녀가 눈물을 닦아주도록 내버려 두었지만, 눈물은 아무리 닦아도 끝없이 흘러내렸다.방지혁의 마음을 추연화는 잘 알고 있었고, 그저 마지막 체면을 차려주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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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며칠동안 몸을 돌본 후에야 추연화는 간신히 침상에서 일어날 수 있었고, 떠날 준비를 하기 위해 장신구함을 열었다.자신의 짐을 정리하던 중, 장신구함 비밀 칸에 숨겨둔 서신들을 발견했다."연화야, 변방에서의 삶이 비록 힘들기는 하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단다. 끝없이 펼쳐진 들판 위로 하늘이 거대한 천막처럼 드리워져 있는데, 네가 본다면 분명 마음에 들어 할 것이다.""연화야, 어젯밤 꿈에 너와 함께 술을 마시며 달을 구경했다. 마당의 버드나무 아래 묻어둔 술이 생각나더구나. 내가 없다고 몰래 마시면 안 된다. 취하면 내가 숙취 해소용 탕을 끓여줄 수 없으니 말이다.""연화야, 내 생각이 나지는 않느냐? 이번 전쟁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동료들이 내가 너에게 서신을 쓰는 것을 보고 놀려대더구나. 그 자도 아내가 있으면서 자기 아내에게 쓰면 될 것을 말이다.""연화야, 내일이면 부대를 철수해 돌아간다. 네가 너무나도 보고 싶구나."…이것들은 젊은 시절 방지혁이 전쟁터에 나갔을 때 보내온 편지들로, 추연화가 소중히 보관해 온 것들이었다.글자마다 진심이 담겨 있었고,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지금의 방지혁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한때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신을 보내 그리움을 전하던 그였는데, 지금은 바로 눈앞에 있으면서도 병든 추연화에게는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그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화로를 가져오게 했다.손을 뻗자 서신들이 흩날리며 붉은 불꽃 속으로 빨려 들어가 흔적도 없이 타들어 갔다.추연화는 이틀 동안 기운이 조금 회복되자, 장군부의 모든 살림살이를 하인들에게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이것이 그녀가 해야 할 마지막 책임이라 여겼다.추연화가 시녀를 데리고 장부를 정리하러 별채로 향했을 때, 그들이 단란하게 모여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지혁아, 평양공주는 참으로 고운 아이란다. 절대 공주를 서운하게 해서는 안 된다.""어머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방지혁은 평양공주를 품에 안은 채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무척 친근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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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그게 무슨 소리냐?"방지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추연화는 눈을 들어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장군부를 떠나고, 장군님과 혼인을 끝내야겠습니다."별채 안은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추연화가 방지혁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지는 온 집안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었기에, 이런 요구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방지혁이 벼슬길에 오를 때 추연화는 온 힘을 다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그의 앞길을 닦아 주었다.그가 관직에서 밀려나 변방으로 보내졌을 때는 병든 몸을 이끌고 척박한 변방까지 따라가 그의 곁을 지켰다.그가 전쟁터에 나갔을 때 그녀는 법당에서 일주일 동안 무릎을 꿇고 오직 그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빌었다.그동안의 일들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 그녀가 이제 와 혼인을 끝내려고 하다니, 분명 홧김에 하는 말일 뿐 진심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그제야 사람들은 정신을 차린 듯했고, 이내 여기저기서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그들의 얼굴에는 경멸이 가득했고 그녀를 향해 비아냥거렸다."그동안 배운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시장통 아낙네들처럼 울고불고 행패 부리는 것만 배웠구나. 정말 장군부의 체면을 다 깎아 먹는구나.""감히 그런 일로 지혁이를 협박하다니, 내 생각엔 차라리 허락해 버리는 게 나을 것 같구나. 가식적인 모습을 더는 보기 싫어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미천한 출신 주제에 지혁이에게 시집온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이거늘, 어찌 이리 뻔뻔하게 굴 수 있단 말이냐."방지혁은 미간을 찌푸리고 이를 악물며 온몸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연화야, 적당히 하거라. 투정도 한두 번이지 자꾸 부리면 정이 떨어지는 법이다.""너는 장군부의 정실부인이다. 나와 혼인을 끝내면 대체 어디로 가겠다는 말이냐?"방지혁은 추연화가 고아 출신이라 갈 곳이 없을 것이라 여겼다.일곱 살에 그의 손에 이끌려 장군부에 들어온 지 어느덧 이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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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그들은 추연화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고, 별채의 대나무로 만든 휘장이 흔들리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소란스럽던 소리들이 점차 멀어지며, 방 안에는 고요한 정적만이 감돌았다.오직 추연화만이 덩그러니 남아 엉망이 된 탁자 위의 음식들을 마주했고, 탁자 한가운데 놓인 붉은 달걀이 유독 붉게 빛났다. 그것은 여인이 아이를 가진 것을 축하하고, 순산을 기원하는 뜻을 담은 것이었다.추연화는 천천히 손을 뻗어 붉은 달걀 하나를 쥐었다. 축복과 기쁨을 뜻하는 붉은색이었지만, 그녀의 손안에서는 한없이 초라해 보여 가슴 한구석이 씁쓸해졌다.문득 방지혁과 혼례를 올리던 날의 연회를 떠올렸다.그때도 탁자 위에는 아이를 많이 낳고 복이 넘치기를 기원하는 붉은 달걀이 가득 놓여 있었다.사람들이 방지혁에게 하루빨리 아이를 갖고 싶냐며 놀리자, 그의 얼굴은 금세 붉어졌으나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저 역시 아이를 간절히 원합니다.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이, 훗날 저와 함께 연화를 지켜줄 아이라면 좋겠습니다."방지혁의 그 한마디 때문에 추연화는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쓴 약을 마셨다.추연화는 몸이 약해 병을 늘 달고 살았기에 임신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온갖 처방약을 먹으며 헛구역질을 하고, 하느님께 빌며 무릎이 벌겋게 붓도록 절을 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온갖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자 그녀는 방지혁에게 첩을 들여 아이를 가지라고 권하기도 했으나, 그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히 말했다."내 평생 아내는 오직 너 하나뿐이다."이후 어쩔 수 없이 평양공주와 혼인하게 되었을 때도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맹세했다."네가 아이를 낳기 전에는 결코 평양공주에게 아이를 허락지 않을 것이다. 그 누구도 너의 자리를 넘볼 수 없다."…그 수많은 맹세가 아직도 귓가에 선명한데, 그것을 진심으로 믿은 사람은 결국 추연화뿐이었다.이 넓은 장군부는 한때 그녀에게 수많은 행복을 안겨주었으나, 이제는 오직 고통스러운 기억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방지혁과 평양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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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오늘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 피로가 몰려온 추연화는 처소로 돌아오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꿈속에서 그녀는 다시 방지혁과 혼례를 올리던 날 밤으로 돌아갔다.붉은 촛불이 흔들리는 가운데, 젊은 방지혁이 그녀에게 옥비녀를 꽂아주었다. 그의 손에는 자잘한 상처가 가득했으나 옥비녀는 티 없이 맑았고, 끝부분에 조각된 매화꽃이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나중에서야 추연화는 방지혁이 가장 좋은 옥을 구해 직접 칼로 한 땀 한 땀 깎아 만든 비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는 전쟁터를 누비며 칼을 쥐던 장군이었기에, 이토록 섬세한 작업을 하는 것이 무척이나 서툴렀을 터였다. 얼마나 많은 옥을 버리고 손을 다쳤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으나, 결국 혼례 날에 맞춰 완성하여 선물해 주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 방지혁이 침상 곁에 앉아 비녀를 꼭 쥔 채 손끝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추연화는 그를 덤덤히 바라보며 물었다."장군님께서는 어찌 오신 겁니까?""내가 사람을 보내 전해준 것을 어찌하여 받지 않은 것이냐?"그의 목소리가 다소 잠겨 있었다.추연화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차분하게 말했다."절은 속세의 번잡함을 떠나 몸과 마음을 닦는 청정한 곳이니, 장신구를 지니는 것은 격에 맞지 않습니다. 이런 일로 장군님께서 직접 찾아와 주시게 하여 송구합니다."방지혁은 한숨을 쉬며 추연화의 손을 잡아 비녀를 쥐여주었다."이 비녀는 우리가 혼인할 때 내가 직접 꽂아준 것이다. 이것을 볼 때마다 우리의 아름다웠던 기억들이 떠오르는구나.""우리는 분명 서로를 깊이 사랑했고 함께 수많은 일을 겪어 왔는데, 어찌하여 지금에 와서 이런 사소한 일로 다투어야 한단 말이냐."그의 표정에는 미세한 슬픔이 서려 있었다.추연화는 손에 쥔 비녀를 바라보며 아련한 옛 기억에 잠겼다.어린 시절 그녀는 고아라는 신분 때문에 늘 위축되어 있었고, 남들은 그녀를 남의 집에 얹혀사는 신세라며 비웃었다.방지혁은 그자들을 두들겨 팼고, 그 일로 집안의 규율에 따라 서른 대의 매를 맞았다. 그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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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장군부의 대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추연화는 방지혁의 그 말들이 마치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가슴을 사정없이 후벼파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그때 갑자기 한독이 발작하여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고, 고통으로 인해 시야가 흐려졌다.흐릿한 시야 속에서 문득 젊은 시절의 방지혁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그는 입술을 깨물며 분노와 수치심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에게 말했었다."연화야, 사람들이 우리 집안에 사람이 없다며 비웃더구나."당시 방씨 가문은 큰 위기를 겨우 넘긴 시기였다. 장군부에는 두 사람 외에 늙고 병든 여인들뿐이었다. 경성에는 힘 있는 사람에게 아부하고 약한 사람을 무시하는 이들이 많아서, 그들을 무시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방지혁의 벼슬길 또한 순탄치 못했기에, 추연화는 그런 그가 너무 안쓰러워서, 훌륭한 명문가의 여인답게 행동하려고 애써 배우며 노력했다.그녀는 다른 관리들의 부인들과 적극적으로 만나며, 눈치 있게 행동하고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법을 배웠다.추연화는 방지혁을 위해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다 도맡아 하고, 정성을 다해 가게를 꾸려 나갔다. 몸이 약해서 병이 자주 도졌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한때 방지혁 역시 추연화에게 고마워했고, 그녀를 안쓰러워했으며 사랑을 가득 담아 속삭였었다."이런 아내를 얻었으니 더 바랄 것이 없구나."하지만 지금 그는 오히려 그 노력들을 핑계 삼아 그녀를 원망하고 있었다. 참으로 기가 막힌 노릇이었고, 그녀의 수많은 노력과 세월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듯했다.한독과 마음의 고통이 뒤엉켜 차가운 파도처럼 그녀를 집어삼키려 하자, 시녀는 서둘러 그녀를 마차에 태웠고, 그녀는 마차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부르르 떨었다.최근 들어 한독의 발작이 더욱 잦아졌고, 그때마다 죽음이 한 걸음 더 가까워진 듯한 공포를 느꼈다. 정말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지도 몰랐다.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약 한 알을 꺼내 간신히 삼켰고, 한참이 지나서야 조금 진정이 되었다."먼저 관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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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모두가 추연화를 멸시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친어머니처럼 공경하고 효도를 다했던 시어머니 김정순도, 감옥에 갇혔을 때 온갖 고생 끝에 구해냈던 형님 한소희, 그리고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던 남편 방지혁까지도 마찬가지였다.그들은 이미 그녀를 범인으로 단정 지은 듯,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의 가슴을 난도질했다."제가 한 짓이 아닙니다."추연화의 목소리는 미약했으나 한 자 한 자 또렷했다."그동안 저는 범음사에 머물렀고, 장군부에는 발도 들이지 않았습니다.""저 역시 방금 들어와서야 공주님의 유산 소식을 들었습니다."그러나 한소희는 코웃음을 치며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더 이상 가식 떨지 말거라! 얼마 전 장군부에 있을 때도 평양공주의 임신을 질투하여 해치려 들지 않았느냐. 절에 가서 반성하라 했거늘, 여전히 독한 마음을 버리지 못했구나."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옆을 가리켰다."네 시녀 설아가 이미 자백한 것을 모르는 모양이구나."그녀가 손짓하자 설아가 끌려 나왔고, 설아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울부짖으며 소리쳤다."마님께서 의원을 통해 그런 약재를 구하라 하셨고, 기회를 보아 공주님의 음식에 섞으라 하셨습니다. 모두 마님께서 시키신 일입니다!"추연화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벼락이라도 맞은 듯 온몸이 굳어 버렸다.설아는 추연화가 노예상인에게서 돈을 주고 사 온 아이였다.당시 설아는 아버지에게 팔려 희생양 같은 신세로 전전하며 비참한 삶을 살고 있었고, 추연화는 차마 외면할 수 없어 그녀를 데려와 거두어 주었다. 설아는 그녀의 앞에 엎드려 평생 곁에서 열심히 모시며 목숨을 구해 준 은혜를 갚겠다고 맹세했다.그동안 추연화는 설아에게 단 한 번도 모질게 대하지 않았다."설아야…"추연화는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너를 대할 때, 조금이라도 서운하게 한 적이 있더냐? 어찌하여…"설아는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머리를 바닥 쪽으로 더 낮추었다."네가 감히 따져 물을 자격이 있느냐?"창백한 얼굴의 평양공주가 방지혁의 품에서 벗어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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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 추연화가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온몸을 엄습하는 지독한 추위였다.몸의 절반이 물에 잠겨 있었고, 움직이려 하자 쇠사슬이 부딪치는 소리만 요란할 뿐 꼼짝도 할 수 없었다.이곳은 군부대 안에 있는 물 감옥이었다. 과거 방지혁이 추연화에게 보여주며 죄인들의 자백을 받아내는 곳이라 설명했던 기억이 났다. 당시 죄인의 처참한 몰골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이곳에 갇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물 감옥 문을 지키던 병사가 그녀가 깨어난 것을 보고 안쓰러운 눈빛으로 말했다."마님, 장군님의 명이니 용서하십시오."장치가 돌아가자 허리춤까지 차오르던 물이 서서히 차올라 가슴과 목덜미를 덮쳐왔고, 죽음의 공포가 그녀를 사로잡았다."멈춰라! 어서 멈추어라!"그녀는 몸부림쳤으나 쇠사슬 소리만 요란할 뿐이었다.감옥 관리인은 더 이상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물 감옥의 장치가 계속 돌아가더니, 이내 차가운 물이 그녀의 머리끝까지 완전히 삼켜 버렸다."…살려… 주세요…"차가운 물이 그녀를 끊임없이 집어삼켰고, 끝없는 어둠과 코와 입으로 밀려드는 물, 그리고 터질 듯한 가슴의 고통이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다.물 감옥의 고문은 한독보다 훨씬 잔인했다. 날카로운 통증 대신 끝없는 추위와 질식으로 서서히 죽음으로 밀어 넣는 방식이었다.몇 차례나 물에 잠겼다 밖으로 끌려 나왔는지 알 수 없을 때, 추연화는 흐릿한 시야 속에서 물 감옥 밖에 서 있는 방지혁을 보았다."장군님… 저를 꺼내주십시오…"그녀는 간신히 고개를 들어 갈라진 목소리로 애원했고, 방지혁의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연화야, 이것은 네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공주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한다.""닷새만 견디거라… 닷새 후에 내 너를 데리러 오마."말을 마친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그녀는 물이 다시 자신을 집어삼키도록 내버려 두었고, 흘러내린 눈물은 물속에 섞여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날짜가 얼마나 흘렀는지 가늠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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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추연화의 의식이 희미해지던 찰나, 다급하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낭자… 정신 차려보거라…"얼마나 지났을까, 추연화는 은은한 약재 향을 맡으며 눈을 떴다.눈을 뜨자 머리와 수염이 하얗게 센 노인이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깨어난 것을 본 노인은 곧바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드디어 깨어났구나.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내 의술이 예전 같지 않은 줄 알았지 뭐냐."추연화는 멍하니 노인을 바라보았고,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잠시 머뭇거리다가 범음사를 나서자마자 한독이 발작해 쓰러졌던 기억을 떠올렸다.노인은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기억이 났느냐?""나는 구태산이라 한다. 사람들이 늙은 신의라 부르기도 하지. 이곳은 내가 임시로 마련한 약방이다. 길가에 쓰러져 있기에 마침 데리고 왔다. 이제 좀 괜찮느냐?"추연화는 몸을 일으키려 애썼고, 이전의 뼛속까지 시리던 한기가 많이 가라앉아 온몸에 온기가 도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 구 어르신…"구태산은 손을 내저으며 눈웃음을 지었다."허허, 그냥 신의라 부르거라."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한독은 내가 약으로 억눌러 놓았다. 허나 나이도 어린 사람이, 몸에 보이지 않는 상처와 고질병이 왜 이리도 많은 것이냐?"추연화는 눈을 내리깔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 상처들은 대부분 방지혁과 얽힌 것들이었으나, 이제는 그 이름을 떠올려도 예전처럼 가슴이 찢어지듯 아프지는 않았다.구태산은 눈치를 채고 더는 캐묻지 않은 채, 약 항아리에서 따뜻한 약을 사발에 따라 건넸다."괜찮다, 말하기 싫으면 하지 말거라. 너는 아직 젊으니, 내가 주는 약을 꾸준히 먹는다면 백 살까지는 거뜬히 활보하며 무병장수할 것이다."추연화는 약사발을 받아 들고 침상에서 내려와 예를 표하려 했다."신의님, 감사합니다. 제 이름은 추연화라 하며,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구태산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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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방지혁은 범음사 문을 나서자마자 마차마저 답답했는지 하인의 말을 빼앗아 타고 질주하기 시작했다.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는 가운데,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뿐이었다.‘어서 돌아가 연화를 만나야지, 분명 장군부에서 있을 거야.’관아 앞을 지나갈 때 마침 관아 문이 열렸고, 지방관은 방지혁이 말을 타고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손을 들어 소리쳤다."방 장군님! 잠시 멈추십시오!"방지혁은 고삐를 세차게 잡아당겼고, 말은 길게 울부짖으며 간신히 멈춰 섰다.그는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나리, 급한 일이 있으니 다음에 이야기를 나누십시다!"방지혁은 말을 마치고 다시 채찍질을 하려 했다."장군님,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전해드릴 문서가 있었는데 마침 장군님을 뵈었으니 굳이 처소로 사람을 따로 보내지 않고 지금 바로 드리지요."지방관은 목소리를 높이며 소매 안에서 정갈하게 접힌 문서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방지혁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문서를 받아서 보지도 않은 채 품에 쑤셔 넣었다.그러나 지방관은 비켜서지 않고 그의 초조한 얼굴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장군님, 이 문서는… 마님과 관련된 일이니 한번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연화와 관련된 일이라니?’방지혁은 손을 멈추고 품에서 문서를 꺼내 펼쳤다.문서 가장 윗부분에 적힌 세 글자를 본 순간, 그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말 위에서 굳어버렸다.‘화리서라니?’그곳에는 두 사람의 서명과 인장, 그리고 법에 따라 정식으로 인정되었음을 나타내는 관아의 선명한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방지혁의 눈이 순식간에 붉게 충혈되었고, 종이를 찢어버릴 듯 꽉 쥐었다."화… 리?""무슨 혼인을 끝낸단 말입니까? 저는 이런 문서를 작성한 적도 없고 도장을 찍은 적도 없습니다! 이것은 위조된 것이 분명합니다!""관아가 간도 크군요! 대체 누구의 허락을 받고 이 도장을 함부로 찍은 것입니까!"그는 지방관을 향해 분노에 차 소리치며 매섭게 쏘아보았다.지방관은 침착한 표정이었으나 목소리는 무거웠다."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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