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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Author: 희나리K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28 07:27:58
노트를 펼쳐둔 채, 영이의 손을 잡았다.

“미안해. 꺼지라고 한 것도, 소름 끼친다고 한 것도. 오빠가 다 미안해.”

너무 늦은 사과였다. 이제 와서 하는 사과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지만,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숨이 턱 막혀버릴 것 같았다.

“앞으로는 자주 올게. 사과도 갖다 줄게. 그러니까 아프지 마.”

손가락이 꿈틀하고 움직였다.

그 작은 반응 하나도 곱절에 곱절을 더한 것처럼 마음이 미어졌다.

***

아침 해가 떠오르고, 보람이의 목소리가 집안 가득 울려 퍼졌다.

“엄마! 아빠! 오빠 미쳤나 봐!”

그 소리에 잠에서 깬 준호는 곧바로 손을 뻗어 영이의 이마부터 짚어보았다.

다행히 열은 내려가 있었고, 숨결도 고르게 안정돼 있었다.

“열 내렸네. 다행이다.”

평온은 잠시였다.

아침 식사를 가지고 지하실을 내려왔던 보람이는 영이의 침대 옆에 웅크려 잠이 든 준호를 보고야 말았고, 그 사실은 이미 부모님의 귀에 들어가고 말았으니까.

“신준호.”

아버지의 목소리는 평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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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공범이었다   제130화

    “켁, 크읍, 읍!”영이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귀두가 목젖을 건드린 모양이었다.더는 참을 수 없던 석현은 그대로 영이를 일으켜 세우곤, 곧장 침대 쪽을 향해 이끌었다.“못하는 게 없어, 유영.”몸에 걸친 가운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석현의 눈빛이 뜨겁게 타올랐다.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아름다웠다. 풍만하고 새하얀 젖가슴도, 그 끝에 달린 분홍빛의 아찔한 돌기도.거친 호흡을 고스란히 내뱉으며 영이를 눕힌 뒤, 무릎을 벌려 그 은밀한 곳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어디 하나 야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애액에 살짝 젖은 음모도, 콩알만 한 음핵도, 살짝 벌어진 귀여운 구멍까지도.“오, 오빠....”들려오는 대답이 없자, 영이가 그의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돌렸다.지금 이 남자의 귓가에 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구나.어차피 억지로 끌려온 것도 아니고, 더는 할 말이 없어 입술을 질끈 깨문 순간 따스한 혓바닥이 그곳을 핥았다.“하읏!”질척거리는 소리가 미친 듯이 울려퍼졌다.석현은 마치 영이의 그곳에 표식을 남기듯, 입을 크게 벌려 흡입하며 혀를 놀렸다.“오, 오빠, 석, 석현오, 아앗, 아.. 하아앙!”허리가 활처럼 꺾이고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그때마다 그의 손이 골반을 눌러 붙잡아 내렸다.눈앞이 하얗게 점멸하는 순간, 문득 준호의 얼굴이 떠올랐다.분명 쾌감을 선사하고 있는 건 다른 남자의 혀인데. 왜 자꾸 오빠와의 시간들이 스쳐가는 걸까.“으읏, 하... 안, 안돼... 하아...”한참을 빨아대던 석현이 고개를 들었다. 입술은 애액으로 범벅이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다는 듯 자세를 바꿨다.침대에 등을 대고 눕더니, 제 얼굴 위에 영이가 앉도록 유도한 것.다리를 벌린 채 석현의 얼굴 위에 앉아버린 영이는 수치스러웠다.다른 사람도 아닌 오빠랑 가장 친한 친구 앞에서 이러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그때, 다시 한번 그의 혀가 음부를 향해 돌진했다.허벅지까지 붙잡고 빨아대는 턱에 영이의 입에서는 울음 섞인 신음만이 흘러나왔다.

  • 나는 공범이었다   제129화

    한적한 프렌치 레스토랑, 따뜻한 음식을 사이에 두고 석현은 영이를 챙기기에 바빴다. 물 잔을 채워주고, 스테이크를 썰어 접시를 바꿔주고, 입맛에 맞는지 반응을 기다렸다.“맛있어요. 오빠도 얼른 드세요.”이제야 석현의 표정이 밝아졌다.신준호 없이 둘이 하는 데이트라니, 이건 무슨... 세상 어려운 시험에 합격한 기분이랄까.“다행이다. 많이 먹어.”“네.”잠시의 정적 후, “오빠는 영이랑 매일매일 붙어있고 싶어.”“네..? 매일매일이요?”“응. 그냥... 말이 그렇다고.”영이는 요즘 석현을 마주해도, 준호를 마주해도 마음이 여간 불편하고 답답한 게 아니었다.석현오빠를 대신 사랑한다는 것. 그건 왜 이렇게 어렵고 힘이 든 걸까.“오빠.”“응?”“사랑은.. 남을 위해 하는 게 아닌 거죠?”“당연하지. 영이가 가장 행복한 주인공이어야지.”사는 내내, 한 번도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었다. 그런 건, 동화 속에서나 존재하는 거라고 여겨왔었다. 그런 내가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그것도.. 가장 행복한 주인공이 가능한 걸까.그렇다면 지금은 왜 이렇게 불행한 건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행복에 겨워 하루하루가 아까웠는데.“오빠가 만들어줄게. 행복한 주인공.”“...”“그러니까, 오빠한테도 좀 의지해 줘.”석현 오빠가 내뱉는 말은 늘 진심같이 들린다. 이유는 그래서 더 미안하고 더 할 말이 없다. 영이의 대답이 없자, 석현은 문득 불안한 생각이 스쳤다. 혹시, 방금 전 남을 위해 하는 게 아닌 거냐는 질문은 또 신준호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을까.“급하게 굴어서 미안.”“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요 오빠.”“밥 먹자. 식겠다.”어찌저찌 말을 돌리고, 오직 스테이크에만 시선을 고정시켰다. 지금 영이의 얼굴을 바라보면, 이상하게 그 표정을 읽어버릴 것 같아서. 급하게 굴긴 싫은데, 마음은 자꾸만 조급해진다. 유치한 방해 때문이 아니었다. 영이와 자신 사이에 늘 거대한 벽이 세워져 있다는 느낌을 한 시도 지울 수

  • 나는 공범이었다   제128화

    잔뜩 삐진 석현은 그대로 사무실을 나가버렸다. 이래서 언제 가까워지고 언제 사랑을 하냐고. 답답해 돌아가시겠는데 그보다 신준호를 향한 얄미움에 치를 떨었다.자신의 방으로 향해 사내 메신저를 열었다. 수신자는 당연히 얄미운 신준호였고.- 적당히 하라고. 통금이고 나발이고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냐고.- 강 이사, 지금 내게 메신저로 쏘아붙이는 건가.- 제발... 제대로 된 데이트 좀 하자. - 회사에서 해. 회사에서.그래? 그럼 바라던 대로 해주지 뭐. 이번엔 영이의 이름을 클릭해 메시지를 보냈다.- 유 비서, 잠깐 내 방으로 와.- 네, 이사님.영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준호가 설마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어디 가?”“이사님이 부르셔서요. 다녀오겠습니다.”아씨. 회사에서 데이트를 하란 말은 명백한 실수였다. 하지만 영이는 이미 사무실 문을 열어 버렸고.... 그대로... 나가버렸다.- 강 이사. 근무시간에 데이트는 좀 아니지 않나?답장은 오지 않았다.확인은 했지만, 대답할 가치가 없었으니까. 똑똑.노크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석현은 옆자리에 떡하니 놓아둔 의자를 툭툭 두드렸다. “앉아.”“네.”영이가 의자에 앉자, 팔걸이를 붙잡아 자신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민망해진 영이는 무릎 위에 손을 올린 채 말을 잃었다.“오빠랑 데이트하는 게 싫어?”“...아니요.”“근데 왜 통금 얘기를 하고 그래. 신준호가 괜히 장난치는 거잖아.”“죄송합니다.. 그냥.. 오빠 혼자 저녁 먹는 것도 좀 걸리고...”“나도 혼자 먹기 싫어.”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영이는 미안한 감정이 들면서도,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눈빛에 잔뜩 긴장했다. 평소와는 다른 진지하고도 단단한 표정, 불이 붙은 듯 이글거리는 눈동자까지.게다가 이렇게까지 가까운 거리는 좀 그런데.. 그때도 비슷한 거리에서 입술이 맞닿았는데..“키스하시면 안 돼요.”“풉, 뭐라고?”“여.. 여기는 회사고.. 지금.. 얼굴도 너무 가깝고....”하지

  • 나는 공범이었다   제127화

    사실 그 부분이 가장 화가 났다.유학을 가기 전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미래를 들었다. 덕분에 남자 친구의 배신도 미리 알고 대처했다. 뺨을 날리던 그때의 후련함은 아직도 잊을 수 없을 정도다.불안했던 유학길도 마음 놓고 오를 수 있었다. 유영이 괜찮대서. 그곳에서 만나게 될 교수님이 꽤 좋은 사람 같대서. 늘 그래왔듯이 유영의 말은 사실이었다.영국에서 만난 전공 교수님은 한국인이었고, 그 이유 하나만으로 얼마나 챙겨주던지.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해졌다.영국에는 유영이 없었으니까. 그 멍청한 기지배는 전화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며 내내 화만 돋구었으니까. 그래서 귀국을 하자마자 유영부터 찾아갈 생각이었다. 물론, 오자마자 마주한 현실은 아버지의 입원과 오빠의 배신이었다.“엄마 말 흘려듣지 마. 준호는 절대로 진실을 알아선 안 돼.”“몰라..! 면접 앞두고 불안해 죽겠단 말이야!”“반드시 합격할 거야. 너 같은 인재 구하기가 어디 쉬워?”***다음날 오후, 참지 못한 보람은 결국 넥사이드로 향했다.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면접에 대한 불안함을 없애고 싶어서.유리문을 당차게 열고 로비로 들어선 순간, 검은 정장을 입은 시큐리티 직원 두 명이 다가와 앞을 가로막았다. “죄송합니다.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뭐라고요? 제가 누군 줄 알고요?”“죄송합니다. 신보람 씨는 현재 출입 통제 목록에 등록되어 있습니다.”기가 찼다. 이젠 하다 하다 그딴 명단에 올려 출입까지 막아? 분노와 민망함이 뒤엉켜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비켜요! 저 신준호 대표 동생이거든요?”“죄송합니다. 나가주시죠.”아무리 눈을 부라리고 소리를 질러도 시큐리티 직원들은 얄짤없었다. 당연했다. 그게 그들의 주된 업무였으니까. 그때, 출입 게이트가 열리며 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보람.”한쪽 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고는, 너무도 여유로운 걸음으로 보람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그제야 시큐리티 직원들이 고개를 숙이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 나는 공범이었다   제126화

    “삼십이만 삼천 원입니다.”“네....”석현은 안창살만 타깃 삼아 박살 내 버렸고, 한 끼 식사 치고는 꽤 지출이 컸다. 준호에게 그 정도 금액은 아무런 타격이 없었지만, 솔직히 얄미움은 얘기가 다르지. 또 다른 문제지.“석현아, 배는 좀 찼니?”“야, 죽겠다. 걷지도 못하겠다.”“어머? 통금 끝나기 30분 전이야. 우리 이만 갈게.”“....?”“아 맞다, 트렁크에 둔 추억의 장미 좀 꺼내주겠니?”삐익 소리와 함께 트렁크 문이 열리고, 바네사 벨 화분이 영이의 손에 들렸다. 준호는 그 즉시 영이의 어깨를 감싸안고 발걸음을 옮겼다. “영... 영아!”영이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 손을 흔들었다.“오빠..! 오늘 감사합니다!”“아......”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신준호는 첫 데이트부터 이 난리 통인데, 앞으로 제대로 된 데이트나 할 수 있을까. 그동안 무겁고 진중한 척은 다 떨던 자식이 오늘은 깃털보다 더 가벼워 보였다. “나쁜 새끼... 치사한 새끼.. 유치한 새끼...” 꺽.. 꺼억.값비싼 트림이 매가리 없이 터져 나왔다.짜증이 솟구쳤지만, 지금은 일단 소화제부터 사 먹는 게 우선이겠지.***집으로 돌아온 준호는 영이와 함께 식탁에 마주앉았다.따뜻한 찻잔 위로 피어오르는 김, 찻잔을 두 손으로 조심스레 감싼 가느다랗고 하얀 손가락. 한동안 말이 없던 준호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오늘.. 어땠어?""뭐가?""강석현이랑 데이트. 어땠냐고."방해란 방해는 다 해놓고는 이런 질문을 하는 스스로가 한심했지만, 애초부터 아무렇지 않게 약속을 잡고 나간 영이가 더없이 미웠다. 영이가 준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고, 오빠랑 있는 시간이 훨씬 더 행복하다는 말이 목끝까지 차올랐지만 정작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그냥.. 뭐... 오빠도 이제 다른 여자랑 데이트도 하고...""유영.""...."세상에서 가장 가까웠던 존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자각. 그것만큼 아픈게 또 어디 있을까.마음

  • 나는 공범이었다   제125화

    이제야 준호가 바짝 긴장했다. 아씨, 내려서 뭐라고 말하지? 내가 너무 유치했나? 아니... 솔직히 좀 너무했나?그래도 이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강석현이 영이를 데리고 호텔로 향하는 상상만으로도 숨통이 조여들어서.차 밖에서 마주한 석현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금방이라도 분노가 터져 주먹이 날아들 기세였다.“뭐 하자는 거야.”“미안.”“왜 자꾸 미친놈처럼 구는 거냐고.”몰라서 묻냐. 나 지금 제 정신 아니야. 요 근래 멘탈에서 매일 소리가 나. 바사삭, 바사삭.“갑자기 혼자 있으니까 심심하기도 하고.. 할 것도 없고...”“너, 정상 아닌 거 알지? 이게 오빠로 돌아간다는 사람 태도야?”“미안, 노력하고 있어. 근데.. 밥은 좀 같이 먹자. 나 진짜 배고파서 그래.”신준호가 언제부터 이렇게 뻔뻔한 능구렁이 같았지? 미안? 지금 이게 미안하다는 인간의 태도야? 신성한 첫 데이트를 박살 내놓고, 죽여도 시원찮을 판국에 배가 고프단다. 배가.“꺼져. 더는 말 안 해.”“그럼 영이한테 물어보자. 우리가 지성인으로서 또 다수결의 원칙을..”“야...! 이 씨발 새끼야!”난데없는 욕설과 고성에 영이가 차에서 내려 두 사람을 향해 달려왔다.“왜 싸워요.. 왜 또 그래요..”“아니야, 싸우는 거 아니야. 씨.. 강석현! 영이 놀랐잖아!”“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또.. 또 저 때문에 그래요?”두 남자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졌다. “아니야!”“아니야!”살짝 멈칫한 영이가 눈치를 슬슬 보며 석현을 향해 물었다.“오빠... 화 푸시고, 우리 삼겹살 먹으러 가요.”“삼겹살?”“네. 불판에 김치랑 같이 구워 먹는 거요. 그거 엄청 먹어보고 싶었어요.”“당장 가자.”준호가 활짝 웃으며 석현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생각해 보니 영이랑 삼겹살은 먹은 적이 없는데, 이런 의미 있는 순간은 당연히 함께해야지. “난 굽기만 할게.”“즈. 를. 흐. 지. 믈. 라. 고.”“김치 태우면 그거, 사장님한테 엄청 실례다.” **

  • 나는 공범이었다   제5화

    여전히 가슴팍에도 닿지도 않는 키, 연갈색의 눈동자와 길게 내려온 속눈썹, 밤인데도 도드라지는 새하얀 피부와 오똑한 콧날까지.AI도, 수치도 필요 없는 날것 그대로의 확신이었다.“영아.”“누구... 세요?”숨이 목구멍에서 걸려버렸다. 역시나 알아보지 못하는구나.십 년이란 세월은 준호의 체격을, 인상을, 표정을 참 많이도 바꿔놓았다. “나야. 신준호. 준호 오빠.”그 이름을 듣자마자 영이의 얼굴이 굳더니, 곧바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마치 보면 안 될 사람을 마주한 것처럼, 눈동자가 보란 듯이 흔들렸다.“유영!

  • 나는 공범이었다   제4화

    “뭐지?”“8... 88% 입니다!”놀라움이 담긴 말과 함께, 스크린 화면에는 단 하나의 사진이 떠올랐다.좌측 상단을 보아하니, 회사 소유의 드론이 어젯밤 11시경. 찰나에 찍은 사진 같았다. 가로등 하나에 의존한 여자는 무언가를 품 안에 안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표정은 없었고 품 안에 끌어안은 건 얇은 책인지 종이인지 알아차리기 힘들었다.준호 역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스크린을 바라보는 눈빛. 그 눈빛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88%.그 수치는 우연으로 넘길 수 있는 영역도 아니었지만, 화면 속의 여자는 분명

  • 나는 공범이었다   제3화

    “누군지 물어봐도 되냐.” 넥사이드(Nexide)를 설립하고 딱 1년째 되던 날, 유일하게 믿는 친구이자 전무인 '강석현'이 처음으로 물었다. 솔직히 그동안 묻지 않았던 게 이상할 정도였다.전국 단위로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돌리며, 오직 한 사람만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으니까.“왜 이제서야 묻냐.”“중요한 사람인 건 충분히 알았고. 도대체 뭔데 이래.”잠시 숨을 고르던 준호가 무언가를 결심한 듯 무겁게 입을 열었다. “미안해 죽겠는 사람.” “뭐...?”“넥사이드를 세운 유일한 이유.”그 말은 결코 농담이 아

  • 나는 공범이었다   제2화

    - 똑, 똑. 현실로 정신을 되돌려 놓듯, 단정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준호는 손바닥으로 두 눈을 지그시 누르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네.”집무실 문이 열리고, 아버지 신태호가 들어섰다.오늘따라 시선이 어깨로 갔다. 견장 위에 반짝이는 별 세 개. 괜히 눈살이 찌푸려졌다.“자꾸 말없이 오시면, 직원들이 불편해한다니까요.”“군에서나 그렇지 뭐. 여기 커피가 꽤 맛있어.” 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아버지를 따라 소파에 앉았다.테이블 위엔 헤이즐넛 향이 가득한 커피 두 잔이 놓였고, 태호가 커피향을 음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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