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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Author: 한엘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0 23:30:08

엘리베이터 앞, 디자이너들이 떠들고 있었다. 

“14층 사무실 수리하는데 가구도 다 바꾸더라고.” 

김 주임의 말에 함께 있던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러게, 이사들 사무실은 15층인데.”

소곤소곤 떠들며 모여 있던 직원들은 다가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한 여름에도 슈트를 입었고, 신발은 편해 보이는 로퍼를 신었다. 더워 보이지 않게 입게 밝은 회색의 정장이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자신있는 걸음걸이가 짐짓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다니는 누구인지 바로 알아보았다. 발레 턴을 칭찬하고 주문을 받아주던 남자였다.

“아, 신다니엘씨. 지금 회사에 컴플레인하려는데 여기서 뵙네요. 오늘은 복장도 다르네요.”

다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원래 큰 눈인데 동그랗게 뜨면 겁먹은 듯 보이는 것을 다니는 몰랐다.

“누가 잡아먹습니까? 잠시 이야기 좀 하시죠.”

남자는 무슨 생각인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키도 크고 옷도 잘 입는 멋쟁이 남자에게 김 주임과 직원들이 무슨 일인가 시선을 보냈다.

“김 주임님, 노 대리님 먼저 가세요.”

“그래 이상한 사람이면 소리 질러. 우리 직원들 많아.”

입을 가리고 김 주임이 소곤거렸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눈을 굴리며 시선은 남자에게 고정했다.

서른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는 한눈에도 괜찮아 보였다.

다니는 디자인 부서에서는 나이가 제일 어리긴 했다. 

다들 자신을 아기 취급하는 것이 재밌고 좋았다. 수없이 플러팅을 받아 봤고, 아이까지 있는 아줌마한테 걱정을 해주다니.

“고객님, 제가 지금은 부서를 옮겼습니다. 직접 응대는 못 하지만 무엇이 문제였습니까?”

남자는 밝은 갈색 긴 머리를 풀고 진주 핀을 꼽은 다니가 소녀같아 보였다. 화사하게 웃는 다니가 싱그럽고 예뻐보였다.

누가 잡아먹냐고 농담을 했는데, 오히려 자신이 말간 눈빛에 잡아먹힐 것 같았다.

“다니엘씨가 준 음료를 마시고 설사를 계속했어요. 지금도 안 좋구요.”

“아, 그날 얼음물 석 잔을 다 드실 때부터 걱정되긴 했어요. 게다가 콜라까지.”

남자는 얼굴을  장난기 있게 약간 찡그렸다.

'당황 않네.'

“기억하시네요.”

“주문을 대신 받아 주셔서 기억하고 있어요. 옆에 약국 같이 가실래요. 짜 먹는 약 잘 듣는 거 있어요. 우리 아들 상비약이거든요.”

남편이 없고 아들이 있다는 것은 데스크에 물어 이미 알고 있었다. 

11시 미팅 전 데스크 박 주임에게 전달을 부탁한다고 명함을 맡겼다. 

미팅이 끝난 후 다시 한번 부탁하기 위해 박 주임에게 걸어갔다.

충격적이게도 데스크의 쓰레기통에 명함이 걸려있었다.

남자는 겨우 참고 내려왔지만 다시 올라가려던 참이었다. 

‘직원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건지. 그러니 망하지,’

둘은 나란히 약국에 들어갔다. 다니가 약을 계산할 때까지 남자는 뒤에 서 있었다.

다니는 약 입구를 찢어 내밀었다. 어서 드세요.

남자는 주먹을 쥐듯 짜서 입으로 넣었다.

“아,손님, 그러면 반도 못 드시잖아요.”

다니는 아래부터 짜서 입 쪽으로 올려준 뒤 손을 뗐다.

“다시 잘 짜서 드세요.”

입으로 약을 문 채 다시 짜서 입에 물고 있던 남자가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냈다.

“이거 하나 주기 어렵네요.”

명함을 받고 다니도 약 봉투를 내밀었다.

"약 다섯 개예요. 필요하시면 드세요."

“저 갈게요.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고마워요. 저 기억하죠. 같은 회사 다닐거라고 .”

“CK 홀딩스 최강현 전무예요.”

“네, 전 인턴이라 빨리 갑니다.”

다니가 하던 피루엣을 생각하면서 최강현은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CK 홀딩스? 현성은 아닌가 보네.’

다니가 탕비실로 커피를 따르러 들어가자 임주임이 불렀다.

“손님 컴플레인 받았다며. 별일 없지?”

“네.”

“다들 잘 생겼다길래.”

“네에? 저 걱정하신 거 아니었나요?”

이런 아이 취급이 아니었다. 그냥 자기들 관심이었다.

“CK 홀딩스 분인데 같이 일할 거라던데요. 현성 아닌가 봐요.”

“현성이네.”

“네?”

“CK 홀딩스가 현성 자회사잖아.”

커피를 따라 자리로 돌아왔다. 현성에서 현민호만 보내 준다면 민호를 만날 수 있을 텐데.

커피를 쥔 손이 작게 떨리며 명함을 검색했다.

[CK홀딩스 최강현]

전무

일리노이 주립대.

나이 38세. 

‘혹시 민호의 외사촌 형인가. 민호를 알까.’

다니는 명함을 서랍에 넣었다. 혹시 민호와 연결이 될 것인지 실 낱같은 기대가 심장을 조였다.

‘닮은 얼굴은 아니었어.’

“일어나.”

동하는 엄마의 얼굴을 살짝 때렸다. 엄마가 반응이 없자 한 번 더 힘을 주어 때렸다.

“일어나라고.”

“아가야, 좀 자자.”

버텨봐야 소용없다. 다니는 눈을 비비며 시계를 확인했다.

아침 6시, 힘 조절 안 될 때에 비하면 지금은 엄마를 많이 봐주는 것이었다.

다니는 동하를 먼저 안았다. 귀여운 뺨에 입을 대고 흔들었다.

‘음마, 사랑해 내 새끼.”

당연히 받을 사랑이라는 듯 의기양양해진 동하는 삐긋이 입꼬리를 올렸다. 

누구 아들 아니랄까 봐 입꼬리를 휘며 생기는 보조개가 누구 판박이였다. 

다니는 아들을 보며 살짝 소리 내어 웃었다.

집게 핀으로 머리를 올리고 늘어진 추리닝 차림으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얼핏 거울을 보았다.

‘이런 엄마라도 예쁘다고 해주니 그것도 아빠 닮았네.’ 세수도 않고 눈을 반쯤 뜨고 소고기 주먹밥을 뭉쳤다.

“자, 밥 친구 가자. 오늘은 사자 친구인가요? 친구 조금, 동하는?”

“마아니.”

“친구 많이. 동하는?”

“쪼끔”

동하가 까르르 웃었다. 엄마도 웃었다. 동하가 귀여워서. 

‘동하야, 아빠 만날 수 있을까?’

‘아빠는 우리 동하를 얼마나 예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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