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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Author: 강맹아
연회장 안은 의학계 권위자들을 비롯해 대형 병원 원장들과 성운그룹 임원들까지 북적거렸다.

연회장 밖으로 걸어 나온 이담은, 마침 반대편에서 팀원 두 명과 함께 걸어오던 초연과 마주쳤다.

초연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익숙했다.

이담을 발견한 초연의 얼굴이 미세하게 굳어지더니 이내 가식적인 미소를 짜냈다.

“정말 강성시에 있었네요?”

이담은 대꾸하지 않았다.

“문 선생님이 아는 분이에요?”

곁에 있던 팀원이 호기심에 묻자, 초연은 영어로 대답했다.

“아, 별로 중요한 사람은 아니에요. 대충 남자 덕에 이 바닥에 끼어든 부류라고 할까.”

“네? 수준이 그렇게 낮아요?”

다른 팀원이 웃으며 거들었다.

“우리 말 못 알아듣는 거 맞죠?”

초연이 이담을 향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같은 한국인끼리 웬 영어 허세입니까? 외국에서 몇 년 공부했다고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줄 알아요?”

이담이 천천히 말을 끊고 나섰다.

“남자 덕에 이 바닥에 들어온 게 누군지는 문초연 씨가 더 잘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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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299화

    하빈에게 초연이 친누나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누나가 가족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그건 하빈에게 너무나 잔인한 일이었다.진혁이 입술을 꾹 다물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네가 심씨 가문 친딸이 아닐 거란 생각은 안 해봤어?”이담이 덤덤하게 대답했다.“알고 있었어.”“알고 있었어?”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이담이 진혁을 마주 보았다.“응, 오래전부터. 날 길러주신 양부모님이라 해도 나 때문에 이런 일에 얽히게 된 거잖아. 나만 아니었다면 두 분은 살 수 있었어.”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이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진혁은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꽉 막히는 듯했다. 이 모든 게 자신이 저지른 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자신은 죄인이었다.그 자리에 선 채 이담이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주던 진혁은, 잠시 후 그녀가 조금 진정하자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사과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순간 마음이 살짝 흔들린 이담은 남몰래 주먹을 쥔 채 진혁의 씁쓸한 시선을 피했다.“사과는 하빈이한테 해.”진혁은 이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저 무심한 표정 뒤에 자신을 향한 안타까움이 숨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한참 뒤, 헛웃음을 흘리면서 진혁이 대답했다.“알았어.”...병원에서 도망친 초연은 시내로 들어가지 못하고 외곽의 허름한 여관에 숨어 지냈다.유일하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유담뿐이었다.유담이 택시를 타고 여관에 도착하자 초연이 건물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모자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꽁꽁 가린 상태였다.초연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예전에 아이 아버지를 만나던 시절 생긴 습관이었다. 다만 진혁 앞에서는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느라 피우지 않았을 뿐이다.“돈은 이미 받았지?”다가온 유담이 손으로 담배 연기를 흩뜨리며 퉁명스럽게 말했다.“돈은 아빠 통장으로 다 들어갔어요. 차 산다고 속여서 겨우 6,000만 원 받은 게 다예요. 돈에는 아예 손도 못 대게 해요.”초연이 담배를 비벼 끄며 유담을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298화

    어둠이 짙게 깔린 창밖을 뒤로하고 저녁 식사를 마친 이담은 방에 틀어박혀 프로젝트 연구에 몰두했다.핸드폰 화면이 밝아졌다. 진혁이 보낸 메시지였다.[밤공기가 차가우니까 에어컨 너무 세게 틀지 마.]이담은 그 메시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볼 뿐, 결국 답장을 보내지는 않았다.한편, 성운테크 회장이 주최한 수영장 파티. 테이블에 기대어 이담에게 메시지를 보낸 진혁에게 사람들이 다가와 술을 권하며 너스레를 떨었다.한 사업가가 파트너를 소개하려 다가왔다가, 약지에 끼고 있는 결혼반지를 보자 눈치껏 입을 다물고 물러났다.“권은석 씨가 경성시에 갔다던데, 설마 하씨 가문과의 혼사 때문은 아니겠죠?”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가 진혁의 귀를 파고들었다.진혁은 입가에 가져간 술잔을 천천히 기울이며 표정도 바꾸지 않았다.“혼사라니요. 권은석 씨는 친딸을 찾으러 경성시에 가신 겁니다.”“딸이요? 권씨 가문에 딸이 있었습니까?”“딸이 하나 있긴 했는데, 태어나자마자 사산됐다고 들었습니다. 김미영 사모님은 그 충격으로 정신을 놓으셨고요.” “그 양반은 워낙 애처가 아닌가요? 아내가 그 지경이 된 걸 보고 어떻게 포기하겠습니까?” “그 사산된 아기가 자기 친딸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뒤로 계속 사람을 시켜 진실을 파헤치고 다녔다지 뭡니까.”진혁이 술잔을 내려놓고 대화를 나누는 무리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무슨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얘기네요. 누군가 고의로 아이를 바꿔치기라도 했다는 겁니까?”“진짜라면 그 권씨 가문의 진짜 핏줄이 누구인지 몹시 궁금해지는군요!”곁으로 다가온 안나가 나직하게 보고했다.“대표님, 최근 들어 사모님을 미행하는 사람이 둘 있습니다.”진혁의 눈빛이 차갑게 얼어붙었다.“어느 쪽 놈들이지?”“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신원을 조사 중입니다.”진혁의 시선은 술잔에 머물렀지만 표정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다음 날 아침, 이담은 소연과 함께 평가 결과를 확인하러 갔다. 결과는 합격이었다.믿기지 않았는지 세상을 다 가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297화

    유담은 걸음을 멈추고 잠시 엿듣다가, 송인성이 멀리서 부르고 나서야 마지못해 뒤따라갔다.부부는 수표를 발행한 은행을 찾아가 확인했다. 혹시라도 사기를 당한 건 아닐까 두려웠다. 16억이라는 거액은 꿈에서조차 상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은행 창구 직원이 수표 일련번호를 조회하더니, 곧바로 최고 권한을 가진 지점장을 불렀다. 수표를 건네받은 지점장은 단번에 상황을 파악하고 세 사람을 쳐다보았다.“송 선생님 되십니까? 이 수표는 저희 은행에서 발행한 게 맞습니다. 하 대표님께서 미리 당부해 두셨습니다. 지금 바로 현금으로 바꾸시겠습니까?”송미연이 감격에 겨워 물었다.“진짜 돈으로 바꿔줘요?”“그럼요.”지점장이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하지만 16억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전부 현금으로 찾으시면 다 들고 가시기도 버거울 겁니다.”송인성도 지점장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럼 계좌로 이체해 줄 수 있나요?”“가능합니다. 다만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시간 괜찮으십니까?”“안 바빠요, 안 바빠! 당장 합시다!”송인성이 그 자리에서 흔쾌히 결정했다....저녁 무렵, 이담과 소연은 오피스텔 근처 시장으로 저녁거리를 사러 나왔다.“전 채소 코너 좀 둘러보고 올게요.”소연과 흩어진 이담이 수산물 코너로 가서 생선을 고르고 있을 때, 곁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요리하실 거면 우럭이 더 낫습니다.”이담이 고개를 돌리자 지훈이 서 있었다. 옅은 색의 캐주얼 차림을 한 지훈은 언제나 그렇듯 티 하나 없이 깔끔하고 빈틈없어 보였다. 게다가 셔츠에는 구김살 하나 없었다.시장통의 풍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다가가기 어려운 진혁의 차갑고 오만한 분위기와는 달리, 지훈은 은은한 달빛이나 곧은 대나무처럼 담백하면서도 기품이 있었다.생선 가게 아주머니가 입이 귀에 걸리도록 활짝 웃었다.“아이고, 참한 총각이 요리를 자주 하나 보네. 이렇게 잘생기고 요리도 잘하는 남자친구를 둬서 아가씨는 참 호강하겠어!”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296화

    지훈이 고개를 돌려 진료실 안의 이담을 쳐다보았다. “심 선생님.”이담이 의아한 듯 고개를 들었다. “네?”지훈은 멈칫하면서 하려던 말을 삼켰다.“아닙니다. 누락된 거 없게 보고서 꼼꼼히 확인하세요.”“네.”멀어지는 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담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요 며칠 고 선생님이 평소랑 다르긴 해.’‘그날 심한 말을 해서 일부러 날 피하는 걸까?’한편.송씨 부부는 딸과 함께 KTX를 타고 시내로 올라왔다. 송인성은 오는 내내 쉬지 않고 잔소리를 늘어놓는 송미연을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 “그만 좀 해. 유담이가 알아서 잘 할 거야.”유담은 창밖만 멍하니 바라볼 뿐 대답하지 않았다. 부모의 잔소리는 아예 한 귀로 흘려듣는 눈치였다.‘결국 다 돈 때문에 날 이용하려는 거잖아.’‘그 여자도 마찬가지고.’‘자기는 재벌가에 시집도 못 가니까 나한테 바람을 넣은 거면서. 돈만 아니었으면 나도 늙어빠진 남자 만나러 안 갈 거야.’택시가 고풍스러운 빌라의 대문 앞에 멈춰 섰다.차에서 내린 송씨 부부는 눈앞에 펼쳐진 호화로운 저택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역시 부잣집은 다르네.’‘이런 데서 살다니.’유담은 숄더백 끈을 꽉 쥔 채, 분주히 오가는 고용인들과 경호원들을 보며 애써 침착한 척을 했다.‘이게 부자들의 세계인가?’안나가 여유로운 걸음으로 걸어 나와 유담에게 물었다. “송유담 씨, 수표에 금액은 적으셨습니까?”정신을 차린 유담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에서 수표를 꺼냈다.안나가 수표를 건네받아 금액을 확인했다.금액은 16억 원이었다.송씨 부부가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혹시 너무 많이 적은 건 아닐까 걱정됐던 것이다.16억을 적기까지 한참을 망설였던 송씨 부부는, 혹시 너무 많이 적은 건 아닐까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따라오시죠.”말없이 돌아서는 안나의 모습에 부부가 눈을 맞췄다.‘설마 이대로 주는 건가?’세 사람은 안나를 따라 정원으로 들어섰다. 물이 흐르는 계단 너머 정자 안을 들여다보니, 그곳에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295화

    순식간에 정적이 내려앉았다.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입을 굳게 다물었다.숨 막히는 분위기에 소연은 숨소리조차 죽인 채 이담의 옷소매를 꽉 쥐었다.한참 뒤, 진혁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이담에게 다가갔다.이담은 진혁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나한테 보상해 주겠다고 했었지. 그럼 내 요구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야?”진혁이 이담의 손목을 낚아채더니 그대로 자기 품으로 끌어안았다.옆에 있던 소연은 눈치가 보였는지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서 방으로 들어갔다.“하진혁...”“네 요구라면 당연히 들어주지.” 진혁이 짙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이담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네가 날 피하는 건 싫어.”이담이 고개를 돌렸다. “안 피했어.”“저 여자를 집에 들이겠다는 거, 나 경계하고 피하려는 속셈이잖아?”이담은 찔린 듯 시선을 내리깔고 침묵했다.이담을 느슨하게 안은 진혁이 상체를 숙여 그녀에게 턱을 기댔다. “이담아, 아직 날 받아들이지 않아도 괜찮아. 대신 밀어내지만은 마.”반강제로 진혁의 가슴에 기댄 이담은 뜨겁게 뛰는 심장 고동과 익숙한 향기를 고스란히 느꼈다.이담은 꼭 쥐고 있던 주먹을 천천히 피면서 입을 오므렸다. “피하고 싶었던 거 맞아. 너 때문에 자꾸 불안해지니까, 무서워...”진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가 목소리를 낮추면서 물었다. “내가 무서워?”눈시울이 붉어진 이담이 억지로 웃음을 쥐어짜냈다. “안 무서울 리가 있겠어? 내가 알던 너는 나한테 이렇게 다정하게 굴지도 않고, 날 품에 안고 이런 말을 해줄 사람도 아니거든.” “나더러 믿어달라고 했지? 하지만 넌 그동안 단 한 번도 날 실망시키지 않은 적이 없었어.”“지금 아무리 잘해준다고 해도 과거의 상처가 지워지는 건 아니야. 지금의 다정함을 믿고 마음을 줬다가, 결국 꿈이었던 것처럼 전부 사라질까 봐 무서워.”진혁이 손바닥으로 이담의 뺨을 감싸 쥐고 억지로 시선을 맞추게 했다. “그럴 일 없어, 이담아.”이담이 그를 바라보았다. 진혁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294화

    소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담은 부서 주임에게 소연의 이력서를 건네며 상황을 설명했다.이력서를 훑어보던 주임이 이담을 힐끗 보며 웃었다. “심 과장님 스펙에 친구 한 명 추천하는 걸 굳이 제 선에서 허락을 받으실 필요가 있습니까?”이담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래도 절차는 밟아야죠. 안 그러면 규정에 어긋나잖아요.”이력서를 꼼꼼히 살핀 주임이 입을 열었다. “이 친구 조건이 꽤 괜찮네요. 컴퓨터 프로그래밍까지 배웠다니 아주 좋습니다. 프로그래밍할 줄 아는 간호사는 생각보다 귀하거든요.” “요즘 사람 구하기 힘든데 혼자서 두 사람 몫은 하겠네요. 앞으로 컴퓨터 문제도 직접 해결할 수 있겠네요.”이담은 미소만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주임이 서류에 서명했다. “내일 면접 보러 오라고 하세요.”“감사합니다, 유 주임님.”“아유, 천만에요. 저도 앞으로 심 과장님 신세 질 일이 많을 텐데요!”밖으로 나서던 이담은 그 말을 듣고 잊지 않고 대답했다. “물론이죠.”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이담은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릴 줄 몰랐다. 지훈의 사무실 앞을 지나칠 때 마침 지훈이 문을 열고 나왔다.시선이 마주치자 이담은 가볍게 인사만 건네고 그를 지나쳤다.“잠깐만요.” 지훈이 이담을 불러 세웠다.걸음을 멈춘 이담이 의아한 듯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세요?”“낮에는 제가 말이 좀 심했습니다. 사과하죠.”이담은 멍해졌다.‘고작 그런 일로 사과를 한다고?’“괜찮아요. 제가 먼저 곤란한 부탁을 드렸으니까요.”“곤란한 게 아니라, 제가...”“지훈아! 어라, 심 과장님도 계셨네요?” 커피를 사 들고 오던 정우가 하필 그 타이밍에 끼어들더니, 이담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넸다. “마침 한 잔 더 샀는데 드세요.”이담이 멈칫하다가 커피를 받아 들었다. “고마워요.”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네.”“왜? 내가 맛있는 거 사 왔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지훈이 헛웃음을 치더니 등 뒤로 문을 닫아버렸다.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화

    “다 큰 어른이 뭐 하러 어린애와 사사건건 따져?”이담은 잠시 넋을 잃었다. 진혁이 자신을 믿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노골적인 편애에 마음은 미어질 듯 아팠다.이담은 눈이 시큰거렸지만 눈물을 애써 참았다.“전 밀친 적 없어요!”진혁은 피식 웃었다.“그럼 고작 몇 살짜리 애가 스스로 넘어지고 너를 모함한다는 거야?”이담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상대가 자신을 믿어주지 않을 줄 알면서도 왜 설명했을까...이담은 눈을 내리깔고 안정을 되찾으려고 애썼다.“오늘은 내가 재수 없었네요. 됐죠?”말을 마친 이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화

    진혁의 안색이 일순 어두워졌다. 초연의 손을 놓으려는 순간, 초연이 그를 꽉 붙잡았다.“진혁 씨, 나 아직도 몸이 안 좋은 것 같은데. 나랑 같이 약 가지러 가줄 수 있어?”여린 이담의 모습이 사라지자, 미간을 찌푸린 진혁은 시선을 거두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동의했다.진혁은 초연과 함께 약국에 가서 약을 받았다. 진혁에게 고개를 돌린 초연은, 그의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는 걸 발견하고는 싱긋 웃으며 다가갔다.“진혁 씨, 준희가 사립 유치원에 가고 싶어 해. 아직 가족관계기록부가 없어서 그런데, 잠시만 진혁 씨 아들로 올릴 수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4화

    이담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남자를 바라봤다.“내가 무안을 줬다고?”‘그러니까 지금 문초연 때문에 나를 찾아온 거야?’“문초연은 네 상사야.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 무안을 주면 안 되지.”진혁은 업무를 처리하는 듯 공적인 말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서 부부의 정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이담은 쓰라린 마음을 애써 참으며 피식 웃었다.“집도의가 나라는 거 잊지 마. 나한테 그럴 권리도 없어?”“그러는 너야말로 잊었나 본데.”진혁은 조롱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집도의를 교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화

    진혁은 이담이 이혼을 언급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이혼은 안 돼.”이담은 잠시 멍해졌다.‘이혼하기 싫어하는 게 설마...’미처 희망을 품기도 전에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할머니도 동의 안 하실 거야.”곧이어 쾅 하는 문소리가 이담을 현실로 끌어당겼다.이담은 그 자리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그 순간 솜뭉치가 가슴을 꽉 막고 있는 듯이 답답했고, 자기 생각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하진혁이 나 때문에 이혼을 거절할 리 없지...’진혁은 단지 마동순이 동의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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