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심이담은 이혼하기 석 달 전, 전근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혼하기 한 달 전, 하진혁에게 이혼 합의서를 보냈으며. 이혼하기 사흘 전, 자신의 모든 물건을 정리하고 신혼집을 나가 버렸다. ... 진혁이 첫사랑과 그 아들을 데리고 나타나 아이더러 “아빠”라고 부르게 한 순간, 이담은 6년 간의 감정에서 깨어났다. 남편이 첫사랑과 그 아들을 위해 자신을 홀대하고 ‘내연녀’로 취급 하니, 차라리 혼인을 끝내고 남편과 그 첫사랑을 축복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담이 진혁의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순간, 그는 미쳐버렸다. 남편은 곧 첫사랑과 결혼할 거라 모두가 생각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큰 권력을 쥔 그 남자가 언론 앞에서 이렇게까지 비굴하게 사랑을 구걸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제가 바람 피운 적도 없고, 사생아는 더더욱 없습니다. 믿어줘요… 이담아. 제발 떠나지 마요. 너무 보고 싶습니다.”
view more이담을 한 번 쳐다보고 뭔가를 확인한 듯 지훈이 안도하며 발걸음을 돌리자, 여정아도 더 머물지 않고 자리를 떴다.병실은 이내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천천히 다가가서 이불깃을 꼼꼼히 덮어준 진혁이 입을 열었다.“할머니가 너 다친 거 아시고 많이 걱정하셔.”눈꺼풀을 파르르 떤 이담이 짧게 대답했다.“내가 연락드릴게.”“문초연 오른손은 완전히 망가뜨렸어.”진혁의 목소리는 소름이 끼치도록 평온했다.이담이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마주쳤을 때도 그의 눈동자에는 일말의 동요조차 보이지 않았다.“앞으로 네 눈앞에 나타날 일은 없을 거야.”이담은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었다.지난 6년 동안 이 남자의 무정함은 뼈저리게 겪어봤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초연을 향해 이토록 잔인하게 돌아설 줄은 꿈에도 몰랐다.‘남자들은 다 똑같은 건가? 사랑할 때는 한없이 다정하다가도, 마음이 식으면 이렇게까지 무자비하고 잔인해지는 걸까?’“무슨 생각해?”불쑥 다가온 진혁의 숨결이 느껴졌다.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뜨거운 손가락 너머로, 이담은 진혁의 눈빛에 담긴 억눌린 욕망을 단번에 읽어냈다. 자신에게 키스하고 싶은 눈빛이었다.뒤로 물러나며 그 손길을 피한 이담이 물었다.“만약 내가 칼로 문초연을 찔렀다면, 나한테도 똑같이 했을 거야?”살짝 얼굴이 굳어진 진혁이 이내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을 띄었다.그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적어도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과거의 나라면, 과연 절대 그러지 않았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침묵의 의미를 알아차린 이담이 씁쓸하게 웃었다.“내 비위라도 맞추려고 안 그럴 거라고 거짓말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이담아.”진혁의 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렸다.“미안해.”“정말 미안하다고 생각하면, 제발...”“안 돼.”“...”이담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한 진혁이 쉰 목소리로 내뱉었다.“이혼은 절대 안 해.”“하지만 우리,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네가 지금 날 사랑하
걸음을 멈춘 진혁이 고개를 돌려 초연을 빤히 응시하며 물었다.“무슨 뜻이지?”처연하게 웃은 초연이 말을 이었다.“내가 거짓말했어. 진혁 씨 구한 사람은 내가 아니야. 그게 누군지 알려줄 수는 있는데,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 “내 부탁만 들어주면, 앞으로 두 사람 앞에 절대 안 나타날게.”...일주일 뒤.이담은 오른손의 실밥을 풀었지만 여전히 물건을 쥘 수도 없었고 젓가락질조차 무리였다.걱정스러운 눈으로 이담을 바라보던 명월이 물었다.“이러다 정말 다시는 메스를 못 잡는 거 아니에요?”“천천히 회복하면 되죠. 아직 젊으니까 금방 나을 거예요.”다친 건 본인인데 도리어 위로를 건네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어린 명월이 쏘아붙였다.“심 선생님 다치게 한 그 여자, 진짜 악질이에요. 그런 인간은 천벌도 안 받나 몰라!”오른손에 남은 흉터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이담의 표정은 덤덤했다.요 며칠 초연의 손목에 있던 붉은 점을 떠올릴 때마다,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자신을 키워준 양부모가 친딸의 손에 목숨을 잃다니. 이토록 극적인 결말이 정말 비통하고 우스웠다.명월이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양손에 묵직한 선물을 든 일행이 병실로 찾아왔다.지훈의 어머니인 여정아를 직접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김미영처럼 우아한 기품을 지닌 대단한 미인이었다.이담을 처음 본 순간 누군가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장 떠올리지 못한 여정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심이담 씨 맞죠? 미안해요. 전에는 내가 오해를 좀 했네요.”차갑게 되물은 이담이 받아쳤다.“사모님의 오해라는 게, 사람을 시켜서 제 손을 칼로 찌르게 한 건가요?”전혀 예상치 못한 당돌한 반응에 여정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이미 전후 사정을 다 조사해 본 터라, 자신도 철저히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얼굴에 곤혹스러운 기색이 스친 여정아가 변명했다.“문초연이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 난 그저 이담 씨를 며칠 가둬두려고만 했을 뿐이지, 다른 지시는 내리지 않았어요.
굳은 표정의 진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편, 외곽의 한 병원 복도 끝 수술실에서 여자의 비명 섞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의사는 마취 없이 수술대에 고정된 초연의 오른손 힘줄을 잘라냈다.기절할 때마다 억지로 의식을 되찾게 해서, 결국 초연은 오른손의 감각과 통증조차 느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천장을 쳐다보던 초연이 진혁을 데려오라고 중얼거렸다.잠시 후, 의사의 안내를 받고 수술실 안으로 들어선 진혁은 초연의 처참한 꼴을 보고도 일말의 동요조차 보이지 않았다.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는 초연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진혁 씨, 날 지켜주겠다고 했잖아. 왜 이렇게 변한 거야?”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나가자, 수술실 안에는 진혁과 초연 두 사람만 남았다.천천히 떨어지는 수액을 바라보던 진혁이 싸늘하게 내뱉었다.“내가 네 범죄랑 살인까지 덮어줘야 한다는 뜻인가?”초연이 악에 받쳐 발악했다.“난 사람 안 죽였어! 다 사고였다고!”“그게 뭐가 다르지?”수술대에 누운 초연을 차갑게 내려다본 진혁이 말을 이었다.“문초연, 지난 10년의 정을 생각해서 너한테 미안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내가 갚을 건 이미 다 갚았어. 네 아들한테도 부족함이 없도록 대했고.”“그런데 넌 내 이름을 팔아서 무슨 짓을 벌였지?”차가운 미소를 지은 진혁이 덧붙였다.“10년이나 알고 지낸 사람이 이렇게 끔찍한 독사일 줄은 상상도 못 했군.”‘독사라니!’붉게 충혈된 눈빛으로 실소를 터뜨린 초연이 쏘아붙였다.“내가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난 진작에 죽었을 거야. 내 양아버지가 어떤 쓰레기인지 너도 잘 알잖아.”“난 남을 위해 희생하는 법 따윈 몰라. 그저 이기적으로 구는 것만이 날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었어. 널 만나기 전까지, 내 삶은 생지옥이나 다름없었으니까.”“난 매일 생각했어. 6년 전에 너랑 결혼한 사람이 나였다면, 우린 분명 행복하게 잘 살았을 거야. 나도 이런 비참한 꼴을 당하지도 않았을 거고.”“진혁 씨
표정이 굳어진 여정아가 품에 안고 있던 고양이를 소파에 내려놓으며 물었다.“본가에 온 게 고작 그 여자 일 때문이니?”“대답이나 하세요!”지훈의 목소리가 한층 무거워졌다.소란스러운 소리에 서둘러 주방에서 나와봤던 고용인은, 차갑게 가라앉은 거실 분위기에 압도되었다.두 사람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조심스레 다가간 고용인이 만류했다.“도련님, 사모님께 그렇게 화를 내시면 어떡합니까...”“아주머니는 빠지세요.”피도 눈물도 없는 듯한 아들의 태도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여정아가 결국 먼저 한발 물러섰다.“난 그저 가둬두고 주제 파악 좀 시켜주려던 것뿐이야.”“외곽에 있는 그 별장 말입니까?”“그래.”이를 꽉 문 지훈이 캐물었다.“정말 가둬두기만 했습니까?”멈칫한 여정아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넌 이미 마음에 둔 여자가 있다면서, 왜 굳이 다른 여자 일에 신경을 쓰는 거니?”미간을 찌푸린 지훈이 반문했다.“그게 무슨 소리입니까?”“아니었니?”여정아가 놀라 되물었다.“최씨 집안 녀석이 네가 요즘 어떤 아가씨한테 관심이 생긴 것 같다고 하더구나. 직업도 너랑 같다면서.”“마침 문초연도 의사잖니. 그 여자도 직접 인정했는데, 설마 거짓말을 했겠어?”그 말을 들은 지훈의 눈빛이 스산하게 가라앉았다. 이내 실소를 터뜨린 그가 받아쳤다.“제가 그 여자한테 관심이 있었다면, 사흘씩이나 문전박대를 했겠습니까?”“걔가 아니었어?”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여정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대충 상황을 파악한 지훈이 몸을 돌려 밖으로 향하자, 여정아가 다급히 아들을 불러 세웠다.“이 밤중에 네가 직접 갈 필요 없어. 지금 당장 경호원들 보내서 풀어주라고 할 테니...”문가에 멈춰 선 지훈이 고개를 돌렸다.“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다면, 이미 죽었을 겁니다.”차가 멀어지는 소리를 듣던 여정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곧장 핸드폰을 집어 든 그녀가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너희들 그 아가씨 별장에 데려다 놓고 아무 짓도 안 했지?”
너무나도 갑작스러워 이담은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이윤정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이제 심민철은 이담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지거리를 퍼부었다.“하 서방이랑 이혼하겠다고? 꿈 깨! 어림도 없는 소리!”“하씨 가문 문턱을 아무나 넘을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운 좋게 하씨 가문 며느리가 된 건, 하늘이 준 운이야! 주제를 알아야지!”운?‘하긴, 나한테 운이 있기는 할까?’그저 어릴 때 진혁과 함께 어두운 시기를 이겨냈고, 모든 걸 내 걸고 그를 구해줘서 하씨 가문에서 은혜를 갚은 것뿐이다.이담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눈시울을
이담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환자의 상태를 체크했다. 환자의 가족은 그녀가 집도의라는 걸 알자마자 너무 감격해 무릎을 꿇으려고 했고, 깜짝 놀란 이담과 의료진은 얼른 가족을 일으켜 세웠다.“뭐 하시는 거예요? 사람을 살리는 건 저희가 응당 해야 할 일이에요.”“선생님이 아니면 제 아들은 진작 죽었을 거예요. 선생님이 제 아들에게 살 희망을 줬어요. 정말 감사해요.”환자의 연로한 어머니는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드디어 살았다는 기쁨의 눈물이었다.의료진은 모두 생사에 이미 익숙한 사람들이라, 죽음의 문턱에서
“다 큰 어른이 뭐 하러 어린애와 사사건건 따져?”이담은 잠시 넋을 잃었다. 진혁이 자신을 믿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노골적인 편애에 마음은 미어질 듯 아팠다.이담은 눈이 시큰거렸지만 눈물을 애써 참았다.“전 밀친 적 없어요!”진혁은 피식 웃었다.“그럼 고작 몇 살짜리 애가 스스로 넘어지고 너를 모함한다는 거야?”이담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상대가 자신을 믿어주지 않을 줄 알면서도 왜 설명했을까...이담은 눈을 내리깔고 안정을 되찾으려고 애썼다.“오늘은 내가 재수 없었네요. 됐죠?”말을 마친 이담
진혁의 안색이 일순 어두워졌다. 초연의 손을 놓으려는 순간, 초연이 그를 꽉 붙잡았다.“진혁 씨, 나 아직도 몸이 안 좋은 것 같은데. 나랑 같이 약 가지러 가줄 수 있어?”여린 이담의 모습이 사라지자, 미간을 찌푸린 진혁은 시선을 거두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동의했다.진혁은 초연과 함께 약국에 가서 약을 받았다. 진혁에게 고개를 돌린 초연은, 그의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는 걸 발견하고는 싱긋 웃으며 다가갔다.“진혁 씨, 준희가 사립 유치원에 가고 싶어 해. 아직 가족관계기록부가 없어서 그런데, 잠시만 진혁 씨 아들로 올릴 수
Rebyu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