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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Penulis: 돈나무
유채영과 헤어지기 전, 강서연은 그녀에게 아이를 지우는 약 한 첩을 지어 달라고 부탁했다.

직접 의원에 가 약을 지을 수는 없었다. 의원에 들어서기만 해도 곧장 소지훈에게 보고가 들어갈 것이고, 이 일은 더는 숨길 수 없게 될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채영이 돌아왔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달여 온 약을 강서연 앞에 내려놓았다.

"정녕 마음을 굳힌 것이냐? 후회하지 않겠느냐?"

강서연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막 마음이 흔들리려는 찰나, 다은이 한아름 그림을 안고 들어왔다.

"세자비, 의춘원에서 함께 감상하자며 보내온 그림입니다."

강서연은 그림을 펼쳤다. 한눈에 소지훈의 친필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그 안에 그려진 것은 산수도, 꽃과 새도 아닌 온갖 모습으로 벌거벗은 육하린뿐이었다.

그림 속 육하린의 곁에는 촛불과 채찍 같은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배경은 서재이기도 했고, 놀잇배 위이기도 했다. 또 마당의 등나무 의자 위도, 그네 위도 있었다.

그림만 봐도 두 사람이 그곳에서 무엇을 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서연아, 괜찮느냐?"

유채영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강서연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된 채 온몸을 떨며 울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가 우는 건 단지 슬퍼서만이 아니었다. 소지훈이 약속을 저버렸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그를 놓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살아 숨 쉬는 사람이었다. 싫다고 아무렇게나 버릴 수 있는 옷 한 벌이 아니었다. 그를 자신의 삶에서 도려내는 일은, 강서연의 가슴을 산 채로 갈라 피투성이가 된 심장을 꺼내 찢어 버리는 것과 같았다.

강서연은 눈물을 닦고 소지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녀는 허리에 찬 방울을 풀어 들었다.

그것은 예전, 육하린이 보낸 사람들에게 능욕당할 뻔한 뒤 소지훈이 선물한 것이었다.

"이 방울은 원래 한 쌍이다. 네 방울을 흔들면 내 방울도 곧장 울릴 것이다. 그 소리만 들리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곧장 너를 찾으러 가마."

강서연은 방울을 흔들었다.

반 시진이 지나고, 또 몇 시진이 흘렀지만 끝내 소지훈은 나타나지 않았다.

강서연은 고개를 숙인 채 체념한 듯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 끝에 씁쓸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이미 식어 버린 약그릇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이후 강서연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세자부로 돌아갔다. 그날 밤, 그녀는 잠이 들었다가도 울며 깨어나기를 반복했다.

다음 날 아침, 소지훈이 돌아왔다.

소지훈은 두루마기를 벗고 몸에 밴 찬 기운이 가시길 기다렸다가, 강서연 곁으로 다가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는 황금빛 조서를 꺼내 들며 환하게 웃었다.

"서연아, 이것 좀 보아라. 오늘 아침 폐하를 찾아가 조서를 받아 왔다. 우리 아이가 태어나면 완남(皖南) 땅을 봉지로 내려 주시기로 하셨다. 그날이 오면 이레 동안 큰 잔치를 열어 온 세상과 함께 기쁨을 누릴 것이다."

소지훈은 들뜬 목소리로 한참을 말하고 나서야, 자신이 방에 들어선 뒤로 강서연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 희미하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지훈은 황급히 강서연의 앞으로 돌아섰고, 그제야 그녀의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서연아, 왜 그러느냐!"

강서연이 이토록 처절하게 우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소지훈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목소리마저 떨렸다.

강서연이 조금이라도 마음이 상하면 소지훈은 그보다 몇 배는 더 괴로워했다. 그녀의 감정 하나하나는 그의 마음속에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지금 그녀의 눈물을 보는 순간에도 가슴이 짓눌리는 듯 아파 왔다.

"괜찮습니다."

강서연은 그의 손을 살며시 피했다.

"회임한 뒤로는 가끔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나곤 합니다."

그제야 소지훈은 마음이 놓인 듯 웃으며 그녀의 코끝을 살짝 꼬집었다.

"오늘은 종일 네 곁에 있겠다. 무엇을 먹고 싶으냐? 내가 직접 만들어 주마."

"아닙니다. 오랜 벗들과 만나기로 했으니, 세자께서는 하시던 일이나 보십시오."

강서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 떠나면 아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기에,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그들을 만나 작별을 고하고 싶었다.

소지훈은 그녀를 혼자 내보내는 게 마음에 걸렸는지 끝내 함께 따라나섰다.

일행은 경성에서 가장 큰 주루(酒樓)의 별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두 사람이 별실에 들어서자마자 안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거 보십시오. 서연이가 오면 세자께서도 분명 함께 오실 거라 하지 않았습니까. 서연이를 잃어버리기라도 할까 봐 늘 곁에 붙어 다니신다니까요."

소지훈은 웃으며 그들의 농담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온 선물을 직접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건넸다.

"세상에, 이건 보주각에서 새로 나온 물건이잖습니까! 적어도 오백 냥이라던데. 세자께서 매번 이렇게 귀한 선물을 챙겨 주시니, 다 서연이 덕분입니다."

강서연은 궁 안에서 사람들과 제법 잘 지냈다. 자리에는 그녀와 가까운 벗들도 적지 않았고, 소지훈 역시 그녀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꽤 마음을 썼다.

그녀들이 기뻐하면 강서연도 기뻐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속으로 감탄했다.

'사랑의 힘이 참 대단하군. 소지훈 같은 권세가도 이토록 몸을 낮추게 하다니.'

"서연아, 정말 부럽다. 세자 같은 부군을 만나다니."

그 말을 들은 강서연은 담담히 미소를 지을 뿐, 예전처럼 행복하게 웃지 않았다.

별실 안이 웃음소리로 가득하던 그때, 문이 불쑥 열렸다.

육하린은 온몸에 보석을 휘감은 채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어머, 참 공교롭게도 낯익은 얼굴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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