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1부가 완결되었습니다. 2부도 잘 부탁드립니다.
훤칠한 피지컬에 고급스러운 블랙 턱시도를 차려입은 가계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순간, 현신은 심장이 죄어오는 것을 느꼈다.옆에 선 헤르만에게는 미안하지만, 자신을 에스코트하는 파트너가 계영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그러나 감상에 젖어 있을 여유는 없었다. 오늘 키맨과 자신이 마주하는 순간, 이곳은 화려한 연회장이 아닌 피가 낭자한 항쟁의 전장으로 변할 터였다.무리해서라도 위험한 판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온 자신의 선택이 어떤 파국이나 기회를 불러올지, 머릿속이 지독하게 복잡해졌다.겉보기엔 한없이 평화롭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였지만, 현신을 포함한 모두가 연회장을 채운 공기가 살얼음판처럼 위태롭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저 여느 연회처럼 즐겁게 웃고 헤어질 수 있다면 오죽 좋을까.‘하지만 그러기 위해 온 게 아니니까.’오히려 서둘러 위기가 찾아오길, 판이 엎어지길 바라는 이율배반적인 욕망이 타올랐다.“에스, 표정 관리해.”주변 탐색을 마친 헤르만이 다가와 에스코트 제스처를 취했다. 현신은 살며시 헤르만의 팔 위에 손을 얹으며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했다.“······네, 선배. 그럴게요.”이제 자신에게 허락된 자리는 계영의 곁이 아닌 헤르만의 옆이었다. 현신은 서늘한 가면을 써 올리듯 표정을 지워내며 허리를 바짝 폈다.“한비단의 일부는 네가 코드명 ‘에스’라는 걸 다 알면서도 속아주고 있는 것뿐이야. 긴장 풀지 마.”헤르만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여전히 계영에게 시선을 빼앗긴 현신의 정곡을 나지막이 질렀다.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었다. 엘에프의 신분도 이미 노출되어 있고, 자신 역시 수면
드디어 JJ그룹의 창립기념회 당일이자, 설 연휴의 마지막 날 저녁.대한민국 부유층의 상징이자 부자들이 모여 산다는 한남동 고급 저택가.국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기업, JJ그룹 오너의 딸 주효진의 저택은 이른 저녁부터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저택 주변은 고급 세단으로 에워싸여 있었고, 촘촘한 가드 라인 너머로 취재진의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저는 지금 대한민국 정·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신년 회합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올해 명운을 쥐고 나라를 흔들 유력 정치인들과 경제계 인사들이 JJ그룹 창립기념회로 집결하고 있는데요.][특히 유력 대권 주자인 여당 대표 이운용 의원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최근 정계 입문설이 돌고 있는 김민철 대한종합병원 원장의 등장으로 연회장의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젊은 재력가인 켄즈 그룹 대표와 H건설 한규련 사장의 모습도 포착되었습니다. 여기에 독일 IT 대기업의 젊은 수장, 엘에프와 그 가문의 방문으로 이번 행사가 끝난 뒤 경제계는 어떤 변화가 올까요.]중계진의 격앙된 목소리가 밤공기를 울리는 가운데, 현신은 엘에프 넘버들의 철통같은 호위 속에 독일 MB사의 스트레치 리무진에서 내렸다.그리고 곁에는 헤르만이 함께였다.“자, 쇼타임이다.”“네, 헤르만 선배.”다크 그레이 턱시도에 같은 계열의 보타이를 매치한 헤르만이 매끄럽게 손을 내밀었다.탐스러운 은색 긴 가발과 신비로운 보라색 렌즈, 그리고 실버 그레이 빛깔의 하이 네크라인 드레이프 드레스 차림의 현신이 우아하게 그의 손을 잡았다.헤르만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등장한 현신을 향해 무수한 기자의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엘에프의 여동생
대한민국은 드디어 설날 연휴 첫날을 맞이하게 되었고, 무휼은 여전히 강무의 판교집에 갇혀 있다 드디어 나갈 채비를 하게 되었다.한규련이 짐을 싸는 무휼에게 다가와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강무야, 이 녀석도 나도 돌봐주느라 수고했다. 그런데 나는 왜 이 집이 내 펜트하우스보다 더 좋을까?”“무슨 소리야? 여기도 네 집이지.”“어? 진짜? 우와- 감동이네.”강무와 규련은 모레 창립행사 준비를 하면서 주방으로 향해 냉장고부터 열었다.그때 무휼도 주방으로 향해 냉장고 옆에 물끄러미 섰다. 규련은 맥주를 하나 꺼내 무휼에게 건네자, 무휼은 괜찮다며 손을 내저었다.“술도 지겹습니다. 생수 하나 주십시오.”무휼은 규련과 강무를 한번 쓰윽- 살피고는 생수를 들고 몸을 돌려 식탁으로 향했다.“그럼 나도 냉수 먹고 속 차려야지. 다들 그동안 애썼어. 이제 이틀 남았어. 모든 병력이 JJ창립행사로 몰려들 테니까 넌 아내한테 가.”어느새 강무도 나타나 규련이 건네준 생수를 받아 들며 자리를 잡았다.무휼은 강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식탁에 의자 하나를 빼고는 자리에 앉아 입을 한번 삐죽거렸다.“강무 선생님과 규련 사장님은 사망 플래그입니까?”“뭐? 하하. 너 재밌는 녀석이구나? 결혼만 안 했으면 더 붙잡고 놀자고 할 텐데.”“어서 아내에게 가고 싶을 뿐입니다.”규련은 강무와 눈을 마주하고는 연신 실없이 웃기만 했다.&
이무휼 제거 미션을 받아들인 것도 김강무.그리고 여렌을 공격한 배후 역시 김강무의 아버지와 연줄이 닿은 병원 관계자라니.최근 계영이 느끼던 묘한 거리감도 김강무의 의도된 행보였을 터였다.계영은 머릿속을 정리하려 애썼지만, 숨만 가빠질 뿐이었다.“그래, 수고했다. 너도 몸조심해.”— 넵.마리선과의 연락이 끊기자 계영은 복잡한 속내를 털어놓을 상대가 간절해졌다.문득 엘에프의 얼굴이 떠올랐고, 그는 쓴웃음과 함께 숨을 내쉬었다.창립기념행사가 열리는 저택에 엘에프가 있다는 사실은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품고 있었다. 확실한 단서가 더 쌓이기를 바라며 계영은 결국 전화를 들었다.Rrr, Rrr, Rrr—.“엘에프 사장.”그는 지금 차마 현신에게 할 수 없기에 엘에프를 통해 그녀의 안전을 확인하고 싶었다.휴대전화 너머에서는 습격을 당한 사람으로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무심하면서 건조한 엘에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켄즈 대표. 뭘 하나 알아냈나 보군.“그래.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계속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어.”— 처음에는 순수했더라도 자의가 되었든 타의가 되었든 간에 변했겠지.역시 그는 모든 것을 직관적으로 꿰뚫고 있었다. 그래도 애써 인정하고 싶지 않은 계영은 자신의 예감을 부정하며 말을 이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지금 우리는 키맨에 접근하고 있잖아? 본인이 제일 잘 알면서.통화 중이던 계영은 설마 엘에프가 자신을 배려하고 있는 건가 싶어 의구심이 들었다.김강무와 자신은 오랜 벗이니까 말이다. 가까운 사람을 의심해야 한다는 건 참
이날 대한민국 언론은 채널을 틀 때마다 주효진의 아버지가 소유한 강남 모 특급 호텔의 화재 사건만 잇따라 보도했다.이번 사건은 얼마 전 홍콩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과 지나치게 흡사하여, 설 명절을 앞둔 관광객과 시민들에게 거대한 공포감을 심어주었다.[지난주 강남 한 호텔 화재 사건! 테러인가, 단순 화재인가?][설 명절 앞두고 특급 호텔서 재난 사고 발생! 피해 조사 착수!][강남 소방서의 신속 대처와 평소 재난 대피 훈련 덕에 대형 참사 겨우 면해][홍콩 호텔 테러 사건과 판박이······ 경찰 당국 전격 수사 착수!]화재 경보음이 귀를 찢을 듯 울려 퍼지던 그 아수라장 속에서, 그들은 비상계단을 타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연기 속을 뚫고 탈출해야 했다.타오르는 불길보다 무서운 것은 은밀히 숨어들어 자신들의 목을 죄어오는 적들의 시선이었다.숨 가쁜 도주 끝에 현신과 헤르만은 계영이 미리 마련해 둔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의 안전가옥으로 숨어들었다.겉보기엔 산세 깊은 곳에 호젓하게 자리 잡은 사찰로 위장된 곳이었다. 한편 엘에프는 효진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본가로 향했다.계영은 정예 호위 가드까지 추가 지원하여 현신과 헤르만을 밀착 보위했고, 엘에프의 넘버들 역시 대규모로 입국해 주효진의 자택과 헤르만 측 방어선 구축에 총력을 기울였다.산사에 밀려드는 서늘한 정적 속에서 현신은 차갑게 식어가는 손끝을 감싸 쥐었다.“헤르만 선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우리를 향한 경고겠지.”현신은 계영이 미리 혹시나 하고 기민하게 대처한 덕에 미리 준비해 둔 짐은 무사히 챙겨 나
누군가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현신이 모르는 시절의 가계영이라니.주효진의 입에서 그 이름이 흘러나오자 현신은 피폐했던 자신의 과거 따위는 까마득히 잊은 채 순식간에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아······, 계영 님 이야기라니. 벌써 흥미진진하네요.”“그래, 외모도 인성도······ 그 사람이 가진 능력도 전부 특별했으니까. 나 말고도 짝사랑하는 여자들이 엄청 많았지.”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집중이 필요한 순간에는 정신을 차려야 하는 법.현신은 어른이 된 계영의 모습만 보아왔기에, 그의 소년 시절은 어땠을까 깊은 호기심을 품은 채 효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어렸을 때도 얼마나 멋있었는지 몰라. 사실 계영 오빠 부모님도 대단한 사업가셨거든. 그야말로 찐 상류층이었지.”“······원래부터 대단한 분이셨군요.”역시, 계영에게는 남다른 귀티가 흐른다 싶었다.“그런데 갑자기 불의의 사고로 계영 오빠 부모님이 돌아가셨어. 거기다 안타깝게 누명까지 뒤집어써서 집안이 풍비박산 나고 빚더미에 앉았지. 하루아침에 완전히 흙수저가 된 거야.”“······네?”“그래도 계영 오빠는 전혀 굴하지 않았어. 그 압도적인 추진력에 강무 오빠랑 규련 오빠도 매료돼서 군말 없이 믿고 따르게 된 거지.”“····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확인한 것은 오직 찰나의 눈빛뿐이었지만, 그 안에 고인 텅 비어버린 허무는 가계영의 뇌리를 여전히 잠식하고 있었다. 가계영은 지금 김강무의 말을 허투루 넘길 수 없었기에, 뉴스 화면을 응시하며 깊은 사유에 잠겼다. 그 소년의 몸은 바람결에도 흩날릴 듯 가냘팠고, 목소리는 감미로운 미성으로 귓가를 간지럽혔다. 특히나 서늘할 정도로 고왔던 눈매를 떠올리면, 마스크 뒤에 숨겨진 용모 또한 꽤 수려할 것이라 짐작되었다. 간호사 복장을 하고 능글맞게 웃으며 사람들의 경계심을
-안 그래도 규련이하고 궁금해하던 참이야.전화기 너머의 주인공은 가계영의 절친이자 종합병원 레지던트인 김강무다. 명문 의료가 집안의 김강무와 재벌 3세 한규련은 계영과 함께 ‘라ON’ 시절부터 동고동락하며 도시의 추악한 이면을 정화하는 데 뜻을 같이해온 유일한 이해자들이었다.“라ON 애들, 요즘도 한비단 미션 하러 다니나?”-너도 그랬으면서 새삼스럽긴.가계영 역시 금수저로 태어났으나, 부모가 악인들에게 희생되는 비극을 겪으며 세계가 무너지는 고통을 맛보았다. 하지만 김강무와 한규련의 지원 속에 요원으로 거듭났고, 제 손
독일 출신이자 이탈리아 대 부호 엘에프는 집요하게 동양인 여인의 유두를 비틀어 올리며 숨결을 앗아갔다. 그리고 갑자기 힘을 빼고 피부를 스치는 듯한 가벼운 애무로 전환해 그녀의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다.여성은 허리를 요염하게 비틀면서 몸을 돌리려던 그때, 그는 이내 여성의 허리를 잡더니 피스톤질에 속도를 가했다.“하······!”남성은 다시 여성의 등에 입을 맞추면서 이번에는 엉덩이를 한번 거칠게 잡아 쥐었다. 그리고···.찰싹! 찰싹!한 대, 두 대. 그 엉덩이를 소리 나게 때리자, 여성에게서는 “앗! 읏!” 짧은 비명을
이 남자.적이라면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여유롭지만 비틀린 웃음을 짓는 그의 아름다운 얼굴은 매우 차가웠고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살기를 풍겼다. 검은 머리의 검은 눈, 그리고 검은색 슈트까지 입은 그는 한 마리의 굶주린 재규어처럼 번득여댔다.그때, 남자는 현신의 뒷머리를 낚아채기 위해 손을 뻗었다. 겨우 그의 손목을 잡고 공격을 저지시킨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는 다시 현신을 돌리려고 했으나, 반대로 발목을 차이면서 주먹으로 남자의 배를 한 방 공격했다.휙!그 순간 쿵-, 현신의 관자놀이가 책상에 내리찍히는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