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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27 07:13:32

서울시장 집무실.

새로 당선된 조상욱 시장은 당선인의 여유 대신,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 더미 속에서 고뇌하고 있었다.

"강 대표, 오셨군. 당선 축하 파티도 못 했는데 이렇게 바로 일로 만나니 좀 민망하네."

"축하는 용산 완공하고 해도 늦지 않습니다, 시장님. 그나저나 표정이 안 좋으시네요?"

조상욱이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가리켰다.

"시의회가 난리야. 자네가 제안한 '플로팅 가든' 공법,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며 예산 전액 삭감하겠다고 협박 중이야. 대성그룹 장학생들이라던 그 친구들 말이야."

"이병철 회장이 벌써 움직였나 보군요."

"그뿐만이 아냐. 감사원에서도 벌써 냄새를 맡고 조사를 나온다네. 민간 사업자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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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58

    나는 고다르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전생에서 고다르는 이 보수적인 건축 카르텔을 이끌며 개발도상국들의 도시 개발을 자국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철저히 통제했었지. 그에게 기술의 공유는 곧 자신의 권력 상실을 의미할 뿐이다.'"통제가 아니라 공유입니다. 의장님처럼 높은 성벽 안에서 우아하게 도면을 그리는 분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당장 지붕조차 없는 수억 명의 사람들에게는 내일의 식량만큼이나 절실한 기술이죠."나는 그를 지나쳐 대회의실의 묵직한 문을 열었다. 동수가 그들의 접근을 차단하며 내 뒤를 지켰다.회의실 안에는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온 대표들과 과학자, 그리고 기업인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내가 단상 위로 올라가자, 수백 개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침묵이 흐르는 장내에서 나는 마이크를 잡았다."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건축가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설계자로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자연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건물을 지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자연을 보호하고, 동시에 우리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는 새로운 생존 모델을 찾아야 합니다."나는 스크린을 켰다. 화면에는 용산의 더 헬릭스 타워와 뉴욕의 강진호 센터, 그리고 아부다비의 신도시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는 모습이 나타났다."이것이 제가 제안하는 글로벌 해비타트 네트워크(Global Habitat Network)입니다. 아크 엔진은 단순한 전력 장치가 아닙니다. 각 건물이 생산하는 잉여 에너지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기후 변화에 따른 재난 데이터를 동기화하여 도시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처럼 보호하는 시스템입니다."&nbs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57

    "이제 내려가시죠. 법의 심판이 회장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용산 지하 방주의 진실, 대성그룹의 불법 비자금, 그리고 오늘 벌인 테러 미수까지. 회장님의 시대는 여기서 끝입니다."경찰 헬기가 건물 옥상에 착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수가 수사관들을 안내하기 위해 움직였다. 이서현은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의 휠체어를 끌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이병철은 끝내 나를 돌아보지 않았다. 다만, 그의 구부정한 뒷모습에서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쓸쓸함이 느껴질 뿐이었다.그들이 떠난 100층. 정적이 찾아왔다."대표님,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아크 엔진을 가동해서 에너지를 변환하는 건 지반에 엄청난 무리를 주는 일이라고 지현 실장님이 걱정하시던데요."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동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나는 난간에 기대어 서울의 밤바람을 깊게 들이마셨다."무리가 가긴 했지. 하지만 이 타워는 견뎌낼 거야. 우리가 그렇게 설계했으니까. 동수, 이제 진짜 시작이다.""시작이라뇨? 이제 대성그룹도 무너졌고, 용산도 완공되었는데 말입니다.""아니, 이건 시작에 불과해. 전 세계에 우리와 같은 '아크 엔진'을 품은 건물들이 세워질 거야. 뉴욕, 런던, 상하이... 도시의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고, 재난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건축의 네트워크. 나는 그걸 '지구 리모델링 프로젝트'라고 부르기로 했어."내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창이 열렸다.『시스템: 메인 퀘스트 「제국의 종말과 탄생」 성공!』『업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56

    * 100층의 결투용산의 밤은 더 이상 고요하지 않았다. 지상에서 들려오는 수만 명의 함성과 헬리콥터의 프로펠러 소리, 그리고 도시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긴장감이 100층 높이의 더 헬릭스(The Helix) 타워 꼭대기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서울의 야경은 마치 거대한 회로 기판처럼 명멸하고 있었고, 그 중심에 선 나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마지막 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동수, 층별 보안 상태는?"내 곁을 지키던 동수가 무전기를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그의 눈빛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났다."전 구역 폐쇄 완료했습니다. 90층 이상으로는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습니다. 대성 측에서 보낸 용병들이 지하 주차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이미 우리 팀이 제압했습니다. 다만... 지하 100미터 지점의 진동이 심상치 않습니다.""이병철 회장이 결국 스위치를 올렸군."나는 망막 위에 떠오른 시스템 창을 응시했다.『시스템: 「마에스트로의 눈(Lv.3)」이 건물의 하중 흐름을 실시간 분석합니다.』『경고: 기초 지반부의 파일(Pile) 결합력이 급격히 저하 중. 인위적인 고주파 공명 발생.』이병철 회장은 건축을 안다. 단순히 폭약을 터뜨려 건물을 무너뜨리는 무식한 방법은 쓰지 않는다. 건물의 고유 진동수와 일치하는 주파수를 지반에 쏘아 올려, 기초를 받치고 있는 암반 자체를 가루로 만드는 공명 파괴. 그것이 그가 준비한 이 건물의 화장(火葬) 방식이었다.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55.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모니터 속에는 낡고 빛바랜 영상 하나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1965년, 용산 지하 방주에서 촬영된 비밀 회동 장면이었다. 젊은 시절의 이병철 회장과 당시 정권의 핵심 실세들이 지하 벙커에 둘러앉아 국가 재건 자금을 어떻게 사적으로 유용하고, 대성그룹의 기초를 닦았는지 적나라하게 논의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영상 속 젊은 이병철: "이 자금들은 공식 장부에 남아서는 안 됩니다. 지하 방주에 묻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우리 가문과 이 나라의 지배 구조를 공고히 하는 데 쓰일 것입니다."김 차장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이건 단순히 대성그룹의 치부를 넘어, 대한민국 현대사 자체를 뒤흔들 핵폭탄이었다."이... 이 영상 어디서 났어! 당장 꺼!""끄면 안 되죠. 지금 이 영상, 제가 미리 설정해 둔 알고리즘에 의해 전 세계 100여 개 주요 언론사와 너튜브 라이브로 동시 송출되고 있거든요. 아, 물론 검찰이 대성그룹의 지시를 받고 저를 무리하게 체포했다는 보도자료와 함께 말입니다."나의 말에 취조실 문이 벌컥 열리며 수사관 하나가 사색이 되어 들어왔다."차장님! 큰일 났습니다! 지금 밖에서 시민들이 검찰청을 에워싸고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청와대에서도 긴급 연락이 왔습니다!"---검찰청 앞은 순식간에 수만 명의 인파로 가득 찼다. 사람들은 저마다 휴대폰으로 방금 공개된 '용산 지하의 진실' 영상을 보며 분노를 터뜨렸다."대성그룹이 국가 자금으로 세워진 회사였다고?""강진호를 석방하라!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54

    "뭐라고? 저 여자가 지금 뭐라고 한 거야?""대성그룹? 저 한국 기업이 우리 도로를 자기들 마음대로 썼다는 거야?"시민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다. 몰려왔던 인부들은 당황해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자신들이 지키려 했던 명분이 사실은 탐욕스러운 재벌의 농간이었음을 깨달은 것이다."이건... 이건 조작이야! 당장 꺼!"어디선가 달려 나온 김영민 상무가 소리를 질렀지만, 시민들의 야유 소리에 묻혀버렸다. 뉴욕 시민들은 더 이상 참지 않았다."당장 여기서 나가! 우리 도시에서 꺼지라고!""도로를 돌려줘! 공원을 만들어라!"시민들이 시위대를 향해 커피 컵과 쓰레기를 던지기 시작했다. 상황은 순식간에 반전되었다. 대성건설의 인부들은 분노한 시민들의 기세에 밀려 펜스 뒤로 도망치듯 물러났다.***그날 밤, 나는 강진호 센터 옥상에서 철거되는 대성의 펜스를 지켜보았다. 텅 빈 도로 위로 달빛이 내려앉았다."진호야, 이제 저 도로는 어떻게 할 거야? 시의회에서는 우리한테 관리권을 줬잖아."이지현 실장이 물었다."공원을 만들어야지. 하지만 평범한 공원이 아니야. '더 리본(The Ribbon)'이라는 이름의 공중 정원을 만들 거야. 하이라인 파크에서 시작해 우리 건물을 감싸고, 다시 지상으로 내려와 대성건설의 건물 앞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녹색 띠."나는 펜을 들어 허공에 선을 그었다."그 리본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53

    나는 시스템 창을 띄웠다.『시스템: 「공간 물류 최적화(Lv.2)」 기능과 「하이퍼 싱크(Hyper-Sync)」 모드를 결합합니다.』『대상: 서울 시청 시장실 - 뉴욕 강진호 센터 50층.』『상태: 물리적 거리 11,000km, 지연 속도 0.01ms 이하로 고정.』'대성그룹이 내 국내 기반을 흔들려 한다면, 아예 국경이라는 개념 자체를 무너뜨려 주지.'***오후 7시, 강진호 센터 50층 메인 홀.뉴욕 시의회 의장과 주요 언론사 기자들, 그리고 이서현 상무를 포함한 대성그룹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서현은 승리자의 미소를 띠며 샴페인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강 대표님, 오늘 시연회가 고별사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도로 점용권 문제는 내일 시의회에서 최종 결판이 날 텐데, 우리 대성이 이미 승기를 잡았거든요.""이 상무님, 성격이 급하시네요. 결과는 늘 도면을 다 펼쳐봐야 아는 법인데."나는 여유롭게 단상 위로 올라갔다. 조명이 어두워지자 사람들의 시선이 중앙 무대로 집중되었다."여러분, 오늘 저는 새로운 건축의 시대를 선포하려 합니다. 지금까지 건축은 고정된 장소에 건물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제안하는 건축은 '장소를 공유하는' 건축입니다."손가락을 퉁기자 무대 중앙에 거대한 빛의 기둥이 솟아올랐다.치지직-!강렬한 빛이 잦아들자, 그곳에는 놀랍게도 서울 시장실의 풍경이 완벽하게 재현되어 있었다.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5.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백 회장의 눈이 커졌다. 주변에 있던 덩치들도 입을 딱 벌렸다.단순히 돈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사업 파트너로서의 지분을 요구한 것이다.'건방진 놈. 새파랗게 어린놈이.'“이 건물, 이대로 두면 똥값 됩니다. 하지만 제가 손대면 강남 랜드마크로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선택하시죠. 평생 귀신 나오는 건물 주인으로 남으실지, 아니면 저랑 손잡고 돈방석에 앉으실지.”잠시 침묵이 흘렀다. 백 회장은 입술을 잘근거렸다. 그녀도 급했다. 이미 들어간 돈이 수십억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좋다. 30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4

    나는 국물을 들이키며 눈을 번뜩였다.당장 큰돈을 만질 방법이 필요했다.주식? 비트코인?물론 알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아직 대중화되기도 전이고, 주식으로 큰돈을 불리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나는 지금 당장 현금이, 그것도 억 단위의 현금이 필요했다. 그래야 곧 발표될 강남 개발 계획에 숟가락이라도 얹을 수 있었다.내 전공을 살리면서 단기간에 목돈을 챙길 방법.기억을 더듬었다. 2013년 겨울. 대한민국 건축 업계와 부동산 시장에 돌았던 흉흉한 소문들. 그리고 내가 실무에서 들었던 수많은 비사(秘史)들.뇌리에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3

    그가 명함을 내밀었다.전생에서는 내가 굽신거리며 받았던 그 명함. 이번에는 내가 그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손을 뻗었다.“그림만 잘 그리는 환쟁이는 우리 회사에 필요 없지만, 돈을 벌 줄 아는 건축가는 환영이지. 우리 회사 공채, 지원했나?”그의 질문에 나는 피식 웃었다.지원? 이미 서류는 냈다. 하지만 면접장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태영건설에 입사해서 노예처럼 구르는 건 사양이다.나는 그의 명함을 받아 들고는, 뚫어져라 그를 응시했다.[대상: 최무진 (태영건설 기획팀장)][성향: 야망, 기회주의, 소시오패스 성향 다분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2

    나는 손을 뻗어, 내가 한 달 동안 밤새워 만든 모형의 지붕을 잡았다.우지끈-!“야! 강진호! 너 뭐 해?!”옆에 서 있던 동기가 비명을 질렀다. 스튜디오 안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최무진의 시선도, 김 교수의 당황한 눈빛도 느껴졌다.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모형을 짓이겨버렸다.바사삭, 툭.정성스럽게 붙인 창문이 떨어져 나가고, 기둥이 꺾였다.“미쳤어? 지금 뭐 하는 짓이야!”달려온 조교가 내 팔을 잡으려 했지만, 나는 가볍게 뿌리쳤다.“쓰레기를 치우는 중입니다.”내 목소리는 차분했다. 스튜디오가 찬물을 끼얹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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