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2
By:  유영실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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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박육아 10년. "집에서 애나 봤지, 뭘 했어." 남편은 그 말과 함께 이혼 서류를 던졌다. 도장을 찍는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회장님, 이사회 전원 도착했습니다." 무능한 여자라 손가락질받던 나는, 사실 잠적했던 JL그룹의 후계자였다. 버림받은 그날, 나는 회장으로 돌아간다. 나를 버린 남편도, 나를 무시한 시댁도, 뒤에서 끌어내리려는 적들도. 이제 내 발밑에서 후회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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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 이혼 서류 

"도장 찍어. 나도 이제 너 같은 여자랑은 못 살겠으니까."

강민호가 식탁 위로 서류를 툭 던졌다. 이혼 합의서. 잉크 냄새가 아직 가시지도 않은 새 종이였다.

서지안은 행주를 쥔 손을 멈췄다. 10년이었다. 결혼하고 10년 동안 이 집에서 그녀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을 쌌고, 시어머니 한약을 달였고, 남편이 승진할 때마다 회사 사람들 밥을 차렸다. 그리고 혼자 아이를 키웠다.

"…이유가 뭔데."

"이유? 넌 10년 동안 집에서 애나 봤지, 뭘 했어. 나는 밖에서 죽어라 버는데. 집에서 노는 여자랑 사는 게 이젠 창피해."

집에서 논다. 그 말이 가슴 한가운데를 관통했다.

"민호 씨, 우리 서아는....."

"애는 내가 키워. 우리 엄마가 키운다고. 너 같은 무능한 엄마 밑에서 크면 애 인생 망쳐."

그때였다. 식탁 위에 엎어두었던 그녀의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 화면이 켜졌다. 강민호의 시선이 무심코 그쪽으로 향했다.

영어로 된 메시지 한 줄.

[회장님, 이사회 전원 도착했습니다. 귀국 일정만 확정해 주시면 됩니다.]

"…회장?"

강민호가 피식 웃었다.

"뭐야 이건. 너 또 무슨 스팸 문자야? 영어 읽을 줄은 알고?"

서지안은 천천히 행주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10년 만에 처음으로, 남편의 눈을 똑바로 올려다봤다.

"읽을 줄 알아."

그녀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손가락이 화면 위를 미끄러졌다. 그리고 짧게, 영어로 답장을 보냈다.

[Tell them I'm coming back. (돌아간다고 전해.)]

강민호는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서지안은 식탁 위의 이혼 서류를 끌어당겼다. 펜을 들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도장? 줄게."

사인이 끝나는 순간, 그녀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갔다.

"대신 민호 씨, 한 가지만 기억해. 오늘 이 사인, 당신 인생에서 제일 후회할 결정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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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 이혼 서류 
"도장 찍어. 나도 이제 너 같은 여자랑은 못 살겠으니까."강민호가 식탁 위로 서류를 툭 던졌다. 이혼 합의서. 잉크 냄새가 아직 가시지도 않은 새 종이였다.서지안은 행주를 쥔 손을 멈췄다. 10년이었다. 결혼하고 10년 동안 이 집에서 그녀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을 쌌고, 시어머니 한약을 달였고, 남편이 승진할 때마다 회사 사람들 밥을 차렸다. 그리고 혼자 아이를 키웠다."…이유가 뭔데.""이유? 넌 10년 동안 집에서 애나 봤지, 뭘 했어. 나는 밖에서 죽어라 버는데. 집에서 노는 여자랑 사는 게 이젠 창피해."집에서 논다. 그 말이 가슴 한가운데를 관통했다."민호 씨, 우리 서아는.....""애는 내가 키워. 우리 엄마가 키운다고. 너 같은 무능한 엄마 밑에서 크면 애 인생 망쳐."그때였다. 식탁 위에 엎어두었던 그녀의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 화면이 켜졌다. 강민호의 시선이 무심코 그쪽으로 향했다.영어로 된 메시지 한 줄.[회장님, 이사회 전원 도착했습니다. 귀국 일정만 확정해 주시면 됩니다.]"…회장?"강민호가 피식 웃었다."뭐야 이건. 너 또 무슨 스팸 문자야? 영어 읽을 줄은 알고?"서지안은 천천히 행주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10년 만에 처음으로, 남편의 눈을 똑바로 올려다봤다."읽을 줄 알아."그녀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손가락이 화면 위를 미끄러졌다. 그리고 짧게, 영어로 답장을 보냈다.[Tell them I'm coming back. (돌아간다고 전해.)]강민호는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서지안은 식탁 위의 이혼 서류를 끌어당겼다. 펜을 들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도장? 줄게."사인이 끝나는 순간, 그녀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갔다."대신 민호 씨, 한 가지만 기억해. 오늘 이 사인, 당신 인생에서 제일 후회할 결정이 될 거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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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 무능한 여자
이혼은 일사천리였다. 강민호는 도장을 받자마자 신이 났다."역시. 진작 이럴 걸 그랬어."다음 날 아침, 시어머니가 집으로 들이닥쳤다. 손에는 짐 보따리가 들려 있었다."아이고, 드디어 나가는구나. 서아 데리고 나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너 같은 게 무슨 돈으로 애를 키워."서지안은 조용히 외투를 입었다. 작은 가방 하나가 전부였다. 10년을 살았는데, 가지고 나갈 게 그것뿐이었다."어머니.""어머니는 무슨. 이제 남이야, 남.""네. 남이죠."서지안은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며 말했다."그동안 달여드린 한약값은… 됐어요. 선물이라고 생각할게요.""뭐? 한약값? 어이가 없어서. 야, 강민호! 네 전처 좀 봐라. 나가는 마당에 별 헛소리를 다—"그때 창밖에서 묵직한 엔진 소리가 들렸다.시어머니가 무심코 베란다 쪽을 봤다. 그리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낡은 빌라 앞, 좁은 골목을 가득 메운 검은색 세단 세 대. 번쩍이는 그 차들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내렸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움직임으로 빌라 입구에 도열했다.맨 앞의 중년 남자가 빌라 안으로 들어와 현관문 앞에 섰다. 그리고 서지안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였다."회장님. 모시러 왔습니다."시어머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회…장?"서지안은 그제야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10년 동안 자신을 '무능한 여자'라고 부르던 사람들을."가요."그녀가 중년 남자에게 작은 가방을 건넸다. 남자는 두 손으로 그것을 받쳐 들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귀한 물건인 것처럼.강민호가 비틀거리며 한 발 다가섰다."지, 지안아. 잠깐. 이게 무슨…"서지안은 돌아보지 않았다."남이라면서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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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 JL그룹
차는 도심 한복판, 서울에서 가장 높은 빌딩 앞에 멈췄다.빌딩 꼭대기에는 세 글자가 빛나고 있었다. 'JL'. 자산 규모 국내 5위, 세계 30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그룹.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름이었다."오시는 길 불편하지 않으셨습니까."중년 남자—비서실장 한정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서지안은 창밖의 빌딩을 올려다봤다."10년 만이네요."10년 전. 그녀는 JL그룹 창업주의 외동딸이었다. 하지만 후계 자리를 놓고 벌어진 친척들의 암투 속에서, 아버지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 일부러 그녀를 '평범한 사람'으로 숨겼다. 이름도 신분도 지운 채, 작은 동네로 보냈다."네 능력을 스스로 증명하기 전엔 돌아오지 마라. 사람을 보는 눈도, 밑바닥의 삶도 모르는 채로는 이 자리를 감당할 수 없다."아버지의 마지막 말이었다.그리고 지난 10년, 서지안은 신분을 숨긴 채 해외에서 작은 무역회사를 차렸다. 남편도 시댁도 모르게. 그 회사는 5년 만에 매출 1조를 넘겼고, 작년 JL그룹의 핵심 자회사를 통째로 인수했다.이제 그녀는 단순한 창업주의 딸이 아니었다.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며 남긴 유언장. 그 안에는 단 한 줄이 적혀 있었다.[JL그룹의 다음 회장은 내 딸 서지안이다.]엘리베이터가 최상층에 멈췄다. 문이 열리자, 회의실에 모여 있던 임원 수십 명이 일제히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회장님을 뵙습니다."서지안은 천천히 회의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가장 상석, 비어 있던 그 자리에. 10년 만에 그녀가 앉았다."오래 비워뒀네요."그녀가 의자에 등을 기댔다."이제부터, 제가 채우겠습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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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 거래처 강민호
한편, 강민호는 출근하자마자 부장에게 불려갔다."강 과장, 자네 이번에 JL그룹 납품 건 따내야 해. 알지? 이거 못 따면 우리 회사 올해 끝장이야.""네, 부장님. 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JL그룹. 강민호의 회사는 작은 부품업체였고, JL그룹에 납품 한 건만 성사되면 회사가 몇 년은 먹고살 수 있었다. 강민호는 이 계약만 따내면 임원 승진도 노려볼 수 있었다."이번에 JL 쪽에서 새 회장이 취임했다더라고. 그 회장이 직접 협력업체를 고른다는데, 여간 깐깐한 게 아니래.""걱정 마십시오. 제가 누굽니까."강민호는 자신만만했다. 어제 이혼한 무능한 전처 따위는 머릿속에 없었다. 새 출발이었다. 이 계약만 따내면 인생이 바뀐다.며칠 뒤, JL그룹 본사. 협력업체 최종 프레젠테이션 날.강민호는 떨리는 손으로 넥타이를 고쳐 맸다. 회의실 문이 열리고, 수십 명의 임원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상석의 문이 열렸다.또각, 또각.구두 소리와 함께 한 여자가 걸어 들어왔다. 완벽하게 재단된 정장. 흐트러짐 없는 표정. 회의실 전체가 그 한 사람을 향해 일어섰다.강민호는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그대로 얼어붙었다.손에 든 서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지… 지안아?"상석에 앉은 여자가, 그를 내려다봤다. 10년 동안 도시락을 싸고 한약을 달이던 그 손으로, 지금은 국내 5위 그룹의 결재판을 넘기는 여자가.서지안이 옅게 웃었다."강민호 씨. 오랜만이네요. 그쪽이 우리 협력업체 대표였나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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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 후회는 늦었다
회의실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회장님, 아는 분이십니까?"비서실장 한정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서지안은 서류로 시선을 내린 채 답했다."아뇨. 처음 보는 분이에요."강민호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지안아, 나야. 강민호. 우리 어제까지…""강 과장님."서지안의 목소리는 얼음장 같았다."여긴 회사입니다. 사적인 호칭은 삼가시죠. 그리고—"그녀가 강민호가 제출한 제안서를 한 장씩 넘겼다. 그리고 그중 한 페이지에서 손을 멈췄다."단가표가 경쟁사보다 12% 높네요. 품질 검수 기준도 미달이고. 강 과장님, 이걸로 저희 그룹과 거래를 트시려고요?""그, 그건 조정이 가능합니다. 회장님. 제발 한 번만—""무능하시네요."서지안이 제안서를 덮었다.10년 전, 강민호가 그녀에게 했던 그 말. '넌 무능해.' 똑같은 단어가, 똑같은 표정으로, 이번엔 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집에서 애나 보던 여자도 10년 만에 이 자리에 앉았는데. 강 과장님은 그 10년 동안 뭘 하셨나요?"강민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번 입찰은 탈락입니다. 한 실장님, 다음 업체 들이세요.""지안아! 잠깐만! 내가 잘못했어! 우리 서아 봐서라도—"서아. 딸의 이름이 나오자, 서지안의 펜이 잠시 멈췄다.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눈빛에 강민호는 등골이 서늘해졌다."서아 양육권 소송, 다음 주에 받아보실 거예요. 변호인단이 스무 명입니다.""뭐…?""아, 그리고."서지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임원 전원이 함께 일어섰다. 그녀가 회의실을 나서며,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남겼다."제가 분명히 말씀드렸을 텐데요. 그 이혼 서류 사인이, 인생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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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 엄마라는 이름
회의실을 나온 서지안의 발걸음은 한 곳을 향했다. 강민호의 본가, 아니 이제는 전 시댁.비서실장 한정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회장님, 정말 직접 가시려고요? 사람을 보내도—""아뇨. 이건 제가 가야 해요."서아. 일곱 살. 10년의 결혼에서 그녀가 유일하게 후회하지 않는 것.차가 시댁 앞에 멈췄을 때, 마침 대문이 열려 있었다. 마당에서 서아가 혼자 쪼그려 앉아 흙장난을 하고 있었다. 무릎이 까져 있었다. 양말은 짝짝이였다."…서아야."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이 커졌다."엄마!"서아가 달려와 안겼다. 작은 몸에서 익숙한 냄새가 났다. 서지안은 무너지듯 무릎을 꿇고 아이를 끌어안았다."엄마, 할머니가 엄마는 이제 안 온댔어. 엄마가 나 버렸댔어."가슴이 찢어졌다."아니야. 엄마는 절대 우리 서아 안 버려. 절대."그때 현관문이 벌컥 열렸다. 시어머니였다."아니, 네가 여길 무슨 낯짝으로! 서아 이리 안 와? 저 여자는 이제 우리 식구 아니야!"서지안은 천천히 일어섰다. 서아의 손을 꼭 잡은 채."어머니. 아니, 이제 그냥 부르겠습니다. 김 여사님."시어머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뭐, 뭐라고?""서아 양육권 소송, 시작합니다. 변호인단은 이미 꾸렸어요. 그리고—"서지안이 마당 한쪽을 가리켰다. 낡은 운동화, 짝짝이 양말, 며칠은 못 감은 듯한 머리."이 사진들, 전부 증거로 제출될 겁니다. 아동 방임으로요.""바, 방임? 우리가 얼마나 잘 키웠는데!""잘 키운 아이가 더군다나 여자아이가 몇일을 못씻은 채로 있을 까요?"서지안은 서아를 안아 올렸다. 그리고 돌아서며 마지막으로 말했다."제 딸은, 제가 데려가겠습니다."차 문이 닫히는 순간, 서아가 작게 속삭였다."엄마, 우리 이제 같이 살아?""응. 이제 아무도 우리 못 떼어놔."서지안은 몰랐다. 그 차를 멀리서 지켜보는 한 남자가 있다는 것을.검은 세단 안에서, 한 남자가 그녀의 차를 응시하고 있었다."…드디어 돌아왔군, 서지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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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 그 남자, 강도현
다음 날, JL그룹 회장실."회장님, TK인터내셔널 측에서 미팅을 요청했습니다."서지안의 손이 멈췄다. TK인터내셔널. 자산 규모로 JL의 세 배. 아시아 최대 그룹 중 하나. 그곳 회장이 직접 만나자고?"용건은요?""그게… JL그룹 자회사 합작 건이라는데, 회장님을 직접 뵙겠다고 고집을 부려서…"서지안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거절할 수 없는 상대였다.오후, 최상층 라운지.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큰 키, 흠잡을 데 없는 슈트. 서늘한 눈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기운. 그런데—서지안은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숨이 멎었다."…선배?""오랜만이야, 지안아."강도현. 3년 전, 그녀가 남몰래 운영하던 무역회사가 무너지기 직전이었을 때, 손을 내밀어준 사람. 알고 보니 고등학교 선배였고, 그 뒤로 이혼 전까지 사업 고민을 털어놓던 유일한 사람이었다.하지만 지안이 알던 그는 '사업하는 선배'였을 뿐이었다. 이렇게 거대한 그룹의 주인일 줄은,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다."선배가… TK인터내셔널 회장이었어요?""실망했어? 그냥 작은 회사 하는 선배인 줄 알았지."강도현이 옅게 웃으며 맞은편에 앉았다. 3년 전, 그녀가 가장 초라했을 때도 저렇게 웃으며 곁에 있어 줬다."왜 한 번도 말 안 했어요. 이런 사람이라고.""말하면, 네가 날 어렵게 대했을 테니까. 난 그냥… 네 옆에 있고 싶었어. 그때도, 지금도."서지안의 심장이 이상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녀는 애써 그 마음을 눌렀다. 이제 막 회장이 된 그녀에게, 흔들릴 여유 따위는 없었다."…사적인 얘기는 그만하죠. 미팅을 요청하셨잖아요. 용건이 뭐예요?"강도현이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가 돌아왔으니까. 이번엔, 네가 무너지지 않게 옆에서 돕고 싶어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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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 무너지는 남자
같은 시각, 강민호의 회사."강 과장! 자네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한 거야! JL 납품 건 날아갔잖아!"부장의 고함이 사무실을 울렸다. 강민호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JL그룹 입찰 탈락. 그 한 건으로 회사 매출 계획이 무너졌다. 그리고 며칠 뒤, 강민호는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집으로 돌아온 강민호를 기다린 건 또 다른 충격이었다."민호야! 큰일 났다! 서아를… 그 여자가 서아를 데려갔어! 양육권 소송이라는데 변호사가 스무 명이래! 우리가 무슨 수로 이겨!"시어머니가 발을 동동 굴렀다."엄마, 잠깐만. 지안이가… 진짜 그 JL 회장이라고?"강민호는 그제야 실감이 났다. 자기가 10년 동안 '무능하다'고 무시했던 아내가, 사실은 손만 뻗으면 자기 회사를 통째로 사버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을.그가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들었다. 서지안의 번호. 차단되어 있지 않았다. 아직.신호음이 몇 번 울리고, 연결됐다."여보세요."차분한 목소리. 강민호는 침을 삼켰다."지, 지안아. 나야. 우리… 우리 다시 얘기 좀 하자. 내가 잘못했어. 정말이야. 서아도 보고 싶고… 우리 가족이잖아."전화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강민호 씨.""어, 어.""우리가 언제 가족이었죠?""지, 지안아...""10년 동안 제가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 쌀 때, 강민호 씨는 절 가족으로 봤나요? 혼자 아이키우고 살림하다 몸이 아파 눕고 싶을때도 '집에서 노는 여자'라고 하며 병원갈 시간 조차 나누어 주지 않는 강민호 씨가 가족이 맞았나요??"강민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끊겠습니다. 다음 연락은 제 변호사를 통해서 하세요."뚝.전화가 끊겼다. 강민호는 멍하니 휴대폰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제야, 자기가 무엇을 잃었는지 깨닫기 시작했다.하지만 이미, 서지안의 마음은 닫혀버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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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 적은 안에 있다
JL그룹은 겉으로는 평온했지만, 안은 그렇지 않았다."서지안이 돌아왔다고? 고작 그 계집애가 회장 자리를?"임원 회의가 끝난 뒤, 한 남자가 이를 갈았다. 서지안의 작은아버지, 서동철. 10년 전 후계 자리를 노리다 선대 회장에게 밀려난 인물이었다."형님이 죽으면서 그 자리가 내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죽은 줄 알았던 조카가 나타나서 다 가져가?"그의 옆에서 비서가 속삭였다."전무님,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회장 취임은 했지만, 아직 이사회 과반의 완전한 신임은 못 얻었습니다. 만약 회장님의 '약점'이 드러난다면…"서동철의 눈이 번뜩였다."약점?""이혼한 전남편. 그리고 어린 딸. 언론에 '재벌가 후계자의 숨겨진 이혼과 사생활'로 흘리면… 이미지에 타격이 클 겁니다."한편, 그 시각 회장실의 서지안은 책상 위 서류를 보고 있었다. 익명의 제보 한 장. JL그룹 비자금 의혹에 작은아버지 서동철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서지안은 차분히 그것을 덮었다."역시 움직이는군요."그때 문이 열리고 강도현이 들어왔다. 노크도 없이."여기 출입증도 없이 어떻게…""내가 못 들어가는 데가 있을 것 같아?"그가 서류를 흘끗 보더니 표정이 굳었다."서동철. 손대지 마. 그 인간, 생각보다 위험해.""제 일이에요, 강도현 씨.""네 일이니까 하는 말이야."강도현이 한 발 다가섰다. 진지한 눈빛이었다."3년 전에도 그랬어. 너 혼자 다 짊어지려다 쓰러질 뻔했잖아. 이번엔 안 돼."서지안이 그를 올려다봤다. 오랜만에, 누군가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눈빛이었다.그 순간, 회장실 문이 다시 벌컥 열렸다."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인터넷에....."비서의 얼굴이 새파랬다."회장님 기사가… 떴습니다."서지안이 모니터를 켰다. 그리고 화면에 뜬 헤드라인을 본 순간, 그녀의 표정이 처음으로 차갑게 굳었다.[단독] JL그룹 새 회장, 알고 보니 '이혼녀'… 일곱 살 딸까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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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 반격의 시작
기사는 빠르게 퍼졌다. 댓글이 수천 개씩 달렸다.'재벌가 후계자가 애 딸린 이혼녀라니''경영 능력은 있고?''전남편이 불쌍하네'서동철은 자기 사무실에서 그 기사를 보며 웃고 있었다."이제 이사회도 흔들리겠지. 애 딸린 이혼녀를 회장으로 두고 싶겠어?"하지만 그의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다음 날 아침, JL그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상에 선 것은 다름 아닌 서지안 본인이었다.수십 대의 카메라 앞에서, 그녀는 흔들림 없이 입을 열었다."네. 저는 이혼했고, 일곱 살 딸을 둔 엄마입니다."장내가 술렁였다."숨길 생각 없습니다. 오히려 묻고 싶군요. 엄마인 것이, 이혼한 것이 경영 능력과 무슨 상관입니까?"그녀가 화면을 가리켰다. JL그룹의 지난 분기 실적이 떠올랐다."제가 해외에서 맨손으로 세운 회사는 5년 만에 매출 1조를 넘겼습니다. 그 회사가 작년에 JL의 적자 자회사를 인수해 흑자로 돌렸습니다. 이게 제 이력서입니다."기자들의 손이 바빠졌다."그리고 한 가지 더."서지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이 기사가 나간 경로를 추적했습니다. 회사 내부에서, 특정 인물이 언론에 허위 정보를 흘렸더군요. 비자금 조성 정황과 함께요."장내가 얼어붙었다."그 인물에 대한 자료는 이미 검찰에 제출했습니다. 이름은… 회견 후 보도자료로 공개하겠습니다."서동철의 사무실. TV로 회견을 보던 그의 손에서 커피잔이 떨어져 깨졌다."이, 이게 무슨…"회견장을 빠져나온 서지안을 강도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그녀에게 외투를 걸쳐주며 작게 말했다."멋졌어.""이제 시작이에요."서지안이 정면을 바라봤다. 그 눈에는 두려움이 없었다."날 버린 사람도, 날 무시한 사람도, 날 끌어내리려는 사람도."차에 오르며, 그녀가 조용히 덧붙였다."전부,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똑똑히 알게 해줄 거예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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