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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03 10:53:15

"미친…."

하지만 두 번째 항목, '마석 및 전리품'은 이야기가 달랐다.

나는 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라이칸슬로프의 마석을 꺼냈다.

주먹만 한 크기에 붉은 기운이 감도는 상급 마석.

[감정 중….]

[보스 몬스터 '변종 라이칸슬로프'의 마석]

[예상 환전가: 3,000 카르마]

"오."

탄성이 절로 나왔다.

역시 사냥이 답이다. 현금 박치기보다 몬스터 부산물의 가치를 훨씬 높게 쳐주는 시스템이었다.

이 마석 하나면 빚을 갚고도 2,500 카르마가 남는다. 그 정도면 B급 아이템을 몇 시간은 빌릴 수 있는 자금이다.

[환전하시겠습니까?]

"당연하지."

[환전 완료. 빚이 청산되었습니다.]

[잔여 카르마: 2,500]

[신용 등급이 소폭 상승했습니다. 이제 '일일 특가' 상품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마음의 짐이 덜어졌다.

자본금이 생겼다. 강력한 무기를 빌릴 수 있는 권한도 있다.

이제 남은 건, 이 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그때였다.

광장 한복판에 설치된 거대한 전광판에서 뉴스 속보가 흘러나왔다.

— 긴급 속보입니다. 국내 3대 길드 중 하나인 '천공 길드'가 10층 공략에 실패했습니다. 길드장 최상현 헌터가 중상을 입고 후송되었으며… 주가는 폭락 중입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천공이 실패했다고? 10층 보스가 그렇게 세?"

"와, 이제 누가 뚫냐?"

10층. '통곡의 벽'이라 불리는 곳.

그곳을 뚫는 자가 탑의 새로운 지배자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천공 길드뿐만 아니라, 거대 길드들이 앞다투어 공략대를 파견하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었다.

나는 전광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10층 보스. 그곳에 있는 놈의 약점을 나는 알고 있다.

짐꾼으로 일하며 주워들은 정보가 아니다. 과거 탑이 생기기 전, 내가 미친 듯이 파고들었던 고전 게임의 공략집과 이 탑의 구조가 묘하게 닮아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힘이 없어서 알면서도 못 본 척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저기요."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쳤다.

돌아보니 말끔한 정장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가슴팍에 박힌 배지는 '스타 길드'의 인사 담당자 표식이었다.

"방금 튜토리얼 생존자시죠? 저희 길드에서 신입 짐꾼을 모집 중인데, 혹시 관심 있으십니까? 이번에 운 좋게 살아남으신 것 같은데, 저희가 생명 수당은 업계 최고로 쳐 드립니다."

남자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비즈니스적인 미소를 지었다.

피 묻은 낡은 옷, 퀭한 눈. 그의 눈에 나는 그저 '운 좋은 총알받이'로 보일 것이다.

예전 같으면 감지덕지하며 고개를 숙였을 제안이다.

하지만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운 좋게라…."

나는 남자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짐꾼은 됐습니다."

"네? 아니, 이 바닥에서 저희 스타 길드만큼 대우해 주는 곳 없습니다. 혼자서 뭘 하시려고요?"

나는 주머니 속 300원짜리로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며 대답했다.

"등반해야죠."

"하하, 네? 등반이요? 짐꾼 혼자서요?"

남자가 비웃음을 참지 못하고 킬킬거렸다. 주변에 있던 다른 헌터들도 힐끔거리며 킥킥댔다.

F급, 비각성자, 짐꾼.

그 딱지가 붙은 인간이 등반을 하겠다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소리긴 했다.

하지만 나는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아뇨, 혼자는 아니고."

나는 허공을 응시했다. 남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나만의 찬란한 '대여점' 목록을 바라보며.

"엄청나게 비싼 친구들을 데리고 갈 겁니다."

나는 남자를 지나쳐 길드 접수처가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목표는 10층.

남들이 몇 달, 몇 년을 걸려 올라가는 그곳을, 나는 최단기간에 돌파할 것이다.

시스템 창의 [일일 특가] 란이 반짝거렸다.

[오늘의 특가 상품]

* [대마법사의 서클 (1회용)] - 마나 무한 공급 (5분)

* 할인율: 90%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탑을 공략한다고?

아니.

나는 이 탑을 '쇼핑'하러 간다.

***

[일일 특가 상품 구매 완료!]

[‘대마법사의 서클(1회용)’이 인벤토리에 지급되었습니다.]

[잔여 카르마: 250]

허공에 떠 있는 시스템 창을 보며 나는 입맛을 다셨다.

방금 번 3,000 카르마가 순식간에 250으로 줄어들었다. 컵라면 한 박스 사 먹을 돈도 아까워하던 예전의 강진혁이라면 손을 벌벌 떨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 하지만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지.’

나는 인벤토리에 들어온 아이템 정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이템: 대마법사의 서클 (1회용)]

* 등급: A+

* 효과: 5분간 사용자의 마나 회복 속도를 10,000% 증가시킵니다. 사실상 ‘마나 무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 설명: 9서클 대마법사가 남긴 마력의 정수. 찰나의 순간, 당신을 마법의 신으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마나 무한.’

마법사 계열 헌터들이 들으면 거품을 물고 쓰러질 옵션이다.

S급 마법사라도 고위 주문을 두세 번 난사하면 마나 고갈(Mana Burn)로 탈진한다. 그런데 5분 동안 무한이라니.

물론, 이 아이템만으로는 아무것도 못 한다. 총알은 무한인데 쏠 총이 없는 격이니까.

하지만 나에게는 전 우주의 무기고라 불릴 만한 [만물 대여점]이 있다.

“흐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광장 구석 벤치에 앉아 실실거리는 나를 보며 행인들이 수군거렸다.

“저 사람 봐. 튜토리얼에서 미쳤나 봐.”

“피 칠갑을 하고 웃고 있어… 무서워.”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이제 본격적인 ‘쇼핑’을 하러 갈 시간이다. 하지만 그전에 해결해야 할 귀찮은 절차가 하나 있었다.

바로 ‘헌터 자격 갱신’이다.

현재 내 신분은 F급 비각성자, 직업은 짐꾼.

이 상태로는 일반 던전 입장은커녕 파티 구인 게시판에 글을 쓸 권한조차 없다. 탑의 1층부터 10층까지는 철저한 통제 구역. 길드에 소속되거나, 협회에서 발급한 최소 D급 이상의 라이선스가 있어야 솔로 입장이 가능하다.

‘가자, 헌터 협회 지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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