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길게 이어졌다.도영의 미간이 좁아졌다.통화는 끝내 연결되지 않고 끊어졌다. 다시 걸려다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해외 출장 다녀올게요.’“...이미 탄 건가.”혼잣말을 중얼거린 도영은 이번에는 다른 번호를 눌렀다.통화 연결음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거의 한 번 만에 전화가 연결됐다.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네, 본부장님.”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였다. 정중했고, 차분했고, 감정이 거의 묻어나지 않았다.도영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호텔 사진.”평소처럼 돌려 말할 여유도, 감정 조절을 이유도
채은이 남긴 서류는 생각보다 무거웠다.차도영은 믿기지도, 읽히지도 않는 서류를 한참 내려봤다.활자는 그대로인데 의미만 현실이 아니었다.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겼다.재산 분할.계약 정리.지분 조정.정확하게 정리된 문장들과 깔끔한 조항. 이보다 깔끔할 수 없었다.변호사의 손을 탄 것이 분명해 보였다.마지막 장에서 그의 손이 멈췄다.이혼 합의서.하단에 적혀 있는 신채은, 아내의 이름. 그 옆에 깔끔하게 찍힌 도장.망설인 흔적은 없었다.수정한 자국도, 번진 잉크도, 한 번 더 고민한 흔적도.그것만 봐도 그녀가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정확히는 차도영만 그 자리에 세워둔 채 시간만 앞으로 흘러가고 있었다.“이혼...?”입 밖으로 나온 단어가 낯설었다.도영은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이혼.계약 파기.두 단어가 머릿속을 천천히 맴돌았다.현실감이 없었다.눈앞에는 분명 채은이 서 있었다.평소와 다르지 않은 표정.평소와 다르지 않은 목소리.그런데 그녀가 건넨 한마디가, 너무도 당연했던 일상을 산산이 깨뜨리고 있었다.손끝이 봉투 모서리에 닿았다.길고 곧은 손가락이 종이를 집어 들었지만, 미세한 떨림은 감춰지
다음 날 아침.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비서가 조용히 따라 들어왔다.“대표님, 요청하신 자료 정리됐습니다.”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눈짓으로 책상을 가리켰다. 두고 가보라는 뜻이었다.“필요하신 일 있으시면 불러주세요.”비서가 나가고 나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책상 위에 놓인 파일은 두 개였다.하나는 얇았고, 하나는 두꺼웠다.먼저 얇은 파일을 열었다.사진 몇 장이 겹쳐져 있었다.늦은 밤 나란히 호텔 입구로 들어가는 차도영과 연지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팔이 스칠 듯 가까운 거리, 편안해 보이는 표정.이미 여러 번 본 장면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도영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후, 나 역시 천천히 방문을 닫았다.철컥.작은 소리였는데, 오늘은 유난히 크게 들렸다.등을 문에 기댄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건 어려웠다.연락도 없이 지방 출장을 다녀와 꼬박 나흘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걸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았다.그와 눈을 맞춘 채 인사하고, 본가 이야기에 짧게 대답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등을 돌리는 일.그것만으로도 온 신경이 곤두섰다.‘모르는 척.’‘믿는 척.’‘괜찮은 척
도영은 습관처럼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정리했다.그 순간 시선이 자연스럽게 옆으로 향했다.채은의 구두도 제자리에 놓여 있었다.먼저 집에 온 모양이었다.그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거실로 걸음을 옮겼다.집은 늘 그렇듯 깔끔했다.아니, 깔끔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지나치게 정돈되어 있었다.거실 테이블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예전에는 읽다 만 잡지 한 권이 놓여 있기도 했고, 퇴근길에 사 온 디저트 상자가 그대로 남아 있기도 했다.소파 한쪽에는 얇은 담요가 걸쳐져 있었고, 식탁 위에는 물잔 하나와 짧은 메모가 놓여 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