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사실 며칠 동안 연구실 분위기가 정말 안 좋았어요. 앞으로 더는 함께 일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는데, 선배님이 오시고 전부 달라졌어요.”주세훈은 눈빛을 반짝이며 말하며 이해리를 향한 존경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이해리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정지안에게 주세훈과 거리를 두겠다고 약속한 것을 잊지 않은 것이다.연구실 회의를 마친 이해리가 떠나려던 순간, 입구 쪽에서 소란이 일었다. 연구실에 마침내 책임지고 나선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협력사들이 사람을 보내 압박하러 온 것이었다. 그들은 모두 이해리를 에워쌌다.“연구실이 다시 운영되기 시작했다던데, 이전 프로젝트 때문에 생긴 손해는 어떻게 배상할 겁니까? 원래 이번 달에 정식 출시하기로 했잖아요. 그런데 지금...”그들이 너도나도 이해리에게 말을 쏟아내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잠시 뒤 침착하게 응수했다.“모든 프로젝트는 최대한 빠르게 진도를 내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데이터를 무시할 수는 없잖아요? 여러분은 진도와 출시만 생각하는데, 책임질 방법은 생각해 보셨나요? 지금 우리가 만드는 건 특효약이에요. 임상시험과 검증도 거치지 않은 약을 어떻게 무책임하게 사람들에게 쓰게 할 수 있죠? 그런 상태로 출시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텐데, 그 점은 생각해 보셨어요?”협력사 사람들도 서로의 얼굴만 바라봤다.이해리는 압도적인 기세로 홀로 여러 사람을 상대했다. 본래 협력사들은 이해리를 압박하고, 가능하면 협업을 취소해 투자금을 되찾을 명분까지 얻으려 했다.하지만 이해리가 이렇게 나오자 모두 기세가 꺾였다.오히려 이해리는 그들에게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게 했다. 모든 프로젝트가 제대로 완성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볼 뿐, 더는 철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이해리는 자신이 연구실에서 한 모든 일을 세바스찬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세바스찬은 이해리가 이번에 출국한 목적을 알게 된 뒤 곧바로 그녀를 찾아왔고, 옆에서 이해
이해리와 주세훈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이해리가 먼저 모두를 훑어보자, 사람들도 그녀를 보고 힘없이 인사를 건넸다. 태도부터 예전보다 확연히 해이해져 있었다.이해리는 자신이 와서 이런 광경을 보게 될 줄 몰랐던 터라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요즘 맡은 프로젝트들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요? 왜 저한테 보고서를 제출한 사람이 한 명도 없죠?”“이렇게 많은 프로젝트가 동시에 돌아가는데, 어느 팀도 진척이 없다는 건가요? 전에 제게 말한 것과는 전혀 다르잖아요!”이해리가 거듭 추궁해도 사람들은 축 늘어진 채 자리에 웅크리고 있을 뿐, 대답할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그 모습을 본 이해리는 결국 화를 내며 손에 들고 있던 자료를 탁자 위에 세게 내리쳤다. 큰 소리에 모두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이해리를 올려다봤다.젊은 연구원들은 하나같이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들은 모두 에드워드가 직접 길러낸 제자들이었다.에드워드는 평소 무척 온화한 지도 교수였고, 정말 중요한 순간에만 제자들을 엄하게 꾸짖었다.지금의 이해리는 그들에게 가장 엄격했던 시절의 에드워드를 떠올리게 했다. 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바라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해리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는 건 알아요. 다들 걱정도 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죠. 하지만 계속 이렇게 무기력하게 있으면 프로젝트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겠어요?”“여러분의 교수님은 지금 국내 병원에서 요양 중이에요. 그런데도 나를 만날 때마다 여러분의 상황부터 묻고, 계속 연구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했어요. 한시도 여러분을 잊지 못하고, 돌아와 곁에 있어 주고 싶어 하는데 여러분은요? 이런 정신 상태로 자기 인생과 일을 대할 건가요?”사람들은 순간 이해리에게서 에드워드의 모습을 본 듯했다.그 뒤로 30분 동안 모두가 말없이 이해리의 꾸지람을 들었다.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하지만 곧 하나둘 허리를 곧게 펴고 앉으며 처음의 무기력한 모습에서 벗어났다.이해리도 그들이 자신의 말을 제대로 새
그녀는 정도원 회사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짜 자료를 만들어 세바스찬에게 넘길 생각이었다.바로 그때, 현준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이해리는 간단히 답장을 보낸 뒤, 당분간 이 일을 정지안에게 알리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정지안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분명 세바스찬과의 만남을 끊으라 하고, 직접 이해리를 데리러 올 터였다.하지만 이해리도 정지안을 위해 뭔가 해 주고 싶었다.지난번 세바스찬이 그들을 노리고 정지안의 비행기에 사고를 일으킨 일을, 이해리는 아직도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다.그녀에겐 이번 기회가 필요했다.통화를 막 끝낸 순간 정지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그는 이해리가 조금 전까지 무엇을 했는지 물었다.“계속 통화 중이던데.”이해리는 자신이 세바스찬과 접촉한 일들을 숨겼다.그저 대충 둘러댔다.“도착하고 나서 계속 바빠서 신경을 못 썼어요. 그래도 제가 메시지 보냈는데, 봤어요?”정지안이 말했다.“네 연락이 안 오면 걱정돼. 앞으로 아무리 바빠도 틈틈이 메시지 하나씩은 보내 주면 안 될까?”이런 상황에서도 오히려 이해리가 정지안의 마음을 달래 줘야 했다. 이해리는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정지안과 몇 마디를 더 나눴다.두 사람은 아쉬움을 가득 안고 통화를 끝냈다.이해리는 눈앞의 데이터 보고서를 바라보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현준호가 뒤를 봐 준다면, 이제 세바스찬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자신이 세바스찬과 접촉한 일과 이 모든 계획은 일단 정지안에게 숨기기로 했다. 돌아간 뒤 기회를 봐서 설명하면 될 일이었다.‘지안 씨가 아무리 화가 나도 내가 애교를 부리며 용서를 빌면 끝내 버티지 못할 거야.’그렇게 생각하자 이해리는 겨우 마음을 놓고 화면을 보며 데이터를 계속 정리했다.다음 날 아침 일찍, 세바스찬은 또 사람을 보내 이해리에게 아침 식사를 전했다. 그녀의 동선을 훤히 꿰고 있다는 뜻이었다.이해리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세바스찬이 아침을 보낸 것은 호의를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
이해리는 고개를 저었다.“오늘 일을 겪으며 몇 가지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당신과 협력하고 싶어요.”오히려 세바스찬이 그 말을 듣고 굳어 버렸다. 끝까지 미행해 보니 이해리가 정지안을 배신하려 한다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그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이해리를 바라보며 그녀의 말이 진짜인지 가늠하는 듯했다.하지만 이해리의 눈빛은 거리낌 없이 당당했다.“저와 협력하고 싶지 않다면 됐어요. 다른 사람을 찾아가면 되니까.”그녀가 몸을 돌려 떠나려 하자 세바스찬이 불러 세웠다.그는 웃으며 말했다.“제 발로 찾아온 기회를 내가 놓칠 리 없지. 다만 네가 정지안을 배신하려 한다는 게 의외군.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이해리는 몸을 돌려 고개를 저었다.“저와 그 사람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어요. 그리고 오늘 일을 알게 되면 정지안은 분명 최선을 다해 저를 도울 거예요. 하지만 지금 국내에서는 정지안과 정도원이 대립하고 있죠.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저도 제 살길을 미리 마련해 둬야 하지 않겠어요?”그 이유는 사실 현준호와 계획을 논의하다 급히 떠올린 것이었다. 그러나 세바스찬 앞에서 꺼내 놓으니 제법 그럴듯하게 들렸다.세바스찬은 이해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넌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영리하군. 처음 만났을 때는 그저 담력이 조금 있는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내 예상보다 훨씬 뛰어나.”이해리는 세바스찬을 바라볼 뿐 더 말하지 않았다. 속으로는 그저 속이려고 아무렇게나 지어낸 말인데 이 남자가 정말 믿었다며 비웃었다.해외의 조직 보스들은 겉으로는 대단하고 위풍당당해 보여도, 사실 여자가 몇 마디만 하면 쉽게 속아 넘어가는 모양이었다.어쩌면 애초부터 세바스찬이 그녀를 얕보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이해리가 여자라는 이유로, 이런 남자들은 그녀가 머리를 쓸 줄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오만함은 오히려 이해리에게 큰 이점이 되었다.세바스찬은 곧 말했
해외에 도착한 직후 아직 아무 일도 시작하지 못했는데 곧바로 납치당했다. 누구라도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이해리는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라, 현준호에게 말했다.“세바스찬은 해외에서 온갖 악행을 저질렀죠. 정지안에게 듣기로는 현준호 씨도 그 사람과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던데, 맞나요?”현준호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이고, 지금은 자신의 사업에만 집중하고 싶어 세바스찬과 다시 원한을 맺고 싶지 않다고 했다.하지만 이해리는 고개를 저었다.“현준호 씨는 정지안의 동맹이고, 이미 이 일에서 정지안 편이라는 걸 드러냈어요. 세바스찬이 정말 현준호 씨를 가만히 둘 것 같나요?”현준호는 이해리의 말을 듣고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물었다.“무슨 계획이라도 있어요?”“그 사람은 전에 우리를 함정에 빠뜨렸고 이번에는 저를 납치했어요. 전 이대로 참을 수 없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가능하다면 우리가 손잡고 그 사람에게 한 번 크게 손해를 입히고 싶어요. 어때요?”현준호는 그 말을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세바스찬의 해외 세력은 이해리 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커요. 세바스찬을 속이려다 오히려 자신이 당할 수 있어요. 이해리 씨가 피해를 보는 건 원치 않아요.”현준호는 분명 매우 심각한 태도였고, 진심으로 이해리가 피해를 볼까 걱정하고 있었다. 이해리는 그의 눈에 담긴 초조함을 알아보았지만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그녀의 마음에는 이미 수많은 감정이 억눌려 있었다. 후배에게 배신당한 일만으로도 이해리는 몹시 괴로웠다.그런데 해외에 오자마자 또 다른 사람에게 이런 일을 당했다. 이해리가 계속 참아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그래서 이해리는 단호히 말했다.“저를 믿어 주세요. 제가 현준호 씨에게 맞춰 움직일 수 있어요. 현준호 씨가 이 일을 도울 수 없거나 저와 협력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을 찾아갈게요. 어쨌든 전 반드시 해낼 거예요.”이해리는 이어 자신의 계획을 현준호에게 하나씩 설명했다.그녀는
세바스찬 본인도 건물 아래에서 지켜보고 있었다.이해리가 회사로 들어가는 걸 보았지만, 직접 위로 올라갔다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정체를 들킬 수 있어 움직이지 못했다.이해리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정지안의 동맹인 현준호도 잠시 놀랐다. 그는 이해리를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가 왜 갑자기 찾아왔는지 물었다.그제야 이해리는 오늘 있었던 일을 털어놓으며 세바스찬에게 납치당했던 모든 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설명했다.현준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해리는 자신이 갑자기 찾아와 그가 불쾌한 줄 알고 잠시 당황했다.현준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한 번 바라본 뒤 이해리에게 물었다.“나올 때 세바스찬이 따로 무슨 말을 했어요?”정지안의 동맹인 인만큼 현준호도 이 일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아는 듯했다.그래서 이해리의 설명을 다 들은 뒤에도 당장 자신이 도와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모습이었다.이해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조금 전 일을 떠올렸다.“확실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 사람은 절대 이 기회를 그냥 넘기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두 사람은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일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데에는 생각이 같았다.이해리는 미간을 찌푸렸다.“저를 도울 방법이 없다면 이해해요. 다만 며칠 동안만 이 일을 비밀로 해 주세요. 그리고 앞으로 이 일이 정지안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필요해요.”현준호는 어릴 때 부모를 따라 해외에 이민 와 정착했다. 그래서 한국어가 아주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이해리의 말을 알아듣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사태의 경위를 알게 된 그의 얼굴에는 곧 긴장감이 떠올랐다.“그 조직의 우두머리 세바스찬이 지금 이해리 씨를 미행하고 있고, 정지안 씨에게 복수하겠다고까지 했다는 말이죠?”이해리의 말을 들은 현준호는 생각을 정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그 모습을 본 이해리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제가 갑자기 찾아와 폐를 끼친 건 알아요. 하지만 저도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부디 이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