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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한별곡

애한별곡

By:  소이Completed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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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사람들은 모두 대장군 심무열이 첩을 목숨처럼 아낀다고 말했다. 연회가 열릴 때마다 나는 정홍색 치마를 입고 경성의 정실부인들과 나란히 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가을 사냥에서도 심무열은 여전히 나를 곁에 데리고 갔다. 불길처럼 붉은 기마복을 입은 내 모습을 본 부인들은 질투에 이를 갈며 비꼬는 말들을 끊임없이 내뱉었다. "첩을 데리고 온 것도 모자라, 붉은 옷까지 입히다니. 이게 대체 무슨 예법이란 말입니까!" "그렇게 좋으면 차라리 정실로 올리면 될 것을. 결국 보여주기 위한 것뿐이지요!" 심무열은 내 손을 잡은 채 조금도 개의치 않다는 듯 말했다. "부인이면 어떻고 첩이면 어떠냐. 나는 그저 내 소현이가 붉은 옷을 입은 모습이 좋을 뿐이다." 그가 이토록 나를 감싸 주니, 나는 마땅히 기뻐해야 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씁쓸하기만 했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심무열이 내가 붉은 옷을 입은 모습을 좋아하는 것은 진심이지만, 나를 연모하지 않는 것 또한 진심이라는 것을. 어제 그에게 탕을 가져다주러 갔다가, 나는 실수로 그의 밀실에 들어가고 말았다. 그 안에는 한 여인의 초상화 한 폭이 걸려 있었는데, 그 여인은 나와 똑같은 얼굴에 나처럼 붉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림 아래 적힌 화제에는 "나의 부인 청월"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마침내 왜 내가 다른 색의 치마로 갈아입을 때마다 그가 화를 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다른 여인의 대역으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저 흰 치마를 좋아하는 강소현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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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심무열이 내 손을 잡고 장막 안으로 들어서자, 원래 떠들썩하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나는 곁눈질로 정실부인들이 재빨리 주고받는 눈빛을 보았다. 하나같이 의미심장했다.

"어머, 심 장군께서 오셨군요."

누군가 웃으며 인사를 건넸지만, 시선은 내 몸에 걸친 붉은색 기마복으로 향했다.

나는 고개를 숙이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심무열의 시종들이 푹신한 방석을 깔자, 그는 마치 수천 번도 더 해 본 사람처럼 익숙하게 직접 나를 부축해 앉혔다.

"심 장군은 첩에게 정말 지극정성이시군요."

왼편에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부시랑(禮部侍郎)의 부인인 왕씨였다.

그녀는 찻잔을 든 채 적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만 이번 가을 사냥터에는 각 가문의 부인들이 모두 와 계신데, 첩실을 데리고 오시는 것이 예법에 맞는 일인지는 모르겠네요."

심무열은 아예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귤 조각을 내 입에 넣어 주고, 바람에 흐트러진 내 귀밑머리를 손수 정리해 주었다.

"불편하면 내게 말하거라. 참지 말고."

시큼하면서도 달콤한 즙이 입안에서 터지자, 나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만족스러운 듯 내 손등을 가볍게 두드린 뒤, 자리에서 일어나 몇몇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러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갖은 음식이 줄줄이 내 앞으로 차려졌다.

모두 심무열이 사람을 시켜 가져온 것이었다. 그는 내가 눈치를 보느라 직접 가져다 먹지 못할까 걱정했을 것이다.

나는 젓가락을 들고 눈앞의 정갈한 음식들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양고기구이에 곁들인 장은 달콤한 맛이고, 계화떡은 본래부터 달았으며, 절임 과일은 말할 것도 없었다.

심지어 짭짤해 보이는 과자조차 한입 베어 물자 대추 소가 들어 있었다.

나는 촉지(蜀地)에서 태어나 새콤달콤한 맛을 좋아하지 않고, 오직 매운 음식만 좋아했다.

심무열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3년 전 촉지의 군영에서 그가 적군의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던 나를 구해 주었을 때, 내 품에는 고춧가루가 가득 든 자루 하나가 꼭 안겨 있었다.

그것이 내게 남은 유일한 물건이었다.

훗날 그가 내게 무섭지 않았냐고 물었을 때, 나는 무섭지 않았다며 그저 배가 고팠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을 시켜 국수 한 그릇을 가져오게 했고, 나는 그 안에 고추기름을 다섯 숟갈이나 넣은 뒤 머리끝까지 땀을 흘리며 먹었다.

그때 그는 나를 바라보며 나는 참 재미있는 여인이라고 했다.

그는 줄곧 알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아니, 그가 신경 쓴 것은 따로 있었다.

나는 절인 매실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순간 시큼한 맛이 치밀어 올라와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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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심무열이 내 손을 잡고 장막 안으로 들어서자, 원래 떠들썩하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나는 곁눈질로 정실부인들이 재빨리 주고받는 눈빛을 보았다. 하나같이 의미심장했다."어머, 심 장군께서 오셨군요."누군가 웃으며 인사를 건넸지만, 시선은 내 몸에 걸친 붉은색 기마복으로 향했다.나는 고개를 숙이지도, 피하지도 않았다.심무열의 시종들이 푹신한 방석을 깔자, 그는 마치 수천 번도 더 해 본 사람처럼 익숙하게 직접 나를 부축해 앉혔다. "심 장군은 첩에게 정말 지극정성이시군요." 왼편에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부시랑(禮部侍郎)의 부인인 왕씨였다.그녀는 찻잔을 든 채 적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다만 이번 가을 사냥터에는 각 가문의 부인들이 모두 와 계신데, 첩실을 데리고 오시는 것이 예법에 맞는 일인지는 모르겠네요."심무열은 아예 대꾸하지 않았다.그는 귤 조각을 내 입에 넣어 주고, 바람에 흐트러진 내 귀밑머리를 손수 정리해 주었다."불편하면 내게 말하거라. 참지 말고."시큼하면서도 달콤한 즙이 입안에서 터지자, 나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만족스러운 듯 내 손등을 가볍게 두드린 뒤, 자리에서 일어나 몇몇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러 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갖은 음식이 줄줄이 내 앞으로 차려졌다.모두 심무열이 사람을 시켜 가져온 것이었다. 그는 내가 눈치를 보느라 직접 가져다 먹지 못할까 걱정했을 것이다.나는 젓가락을 들고 눈앞의 정갈한 음식들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양고기구이에 곁들인 장은 달콤한 맛이고, 계화떡은 본래부터 달았으며, 절임 과일은 말할 것도 없었다.심지어 짭짤해 보이는 과자조차 한입 베어 물자 대추 소가 들어 있었다.나는 촉지(蜀地)에서 태어나 새콤달콤한 맛을 좋아하지 않고, 오직 매운 음식만 좋아했다.심무열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3년 전 촉지의 군영에서 그가 적군의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던 나를 구해 주었을 때, 내 품에는 고춧가루가 가득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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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나는 또 어제 저녁, 그의 밀실에서 보았던 그 그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그림 속에는 한 여인이 있었다.나와 똑같은 얼굴에 나와 똑같은 붉은 옷.유일하게 다른 점은 그림 족자 아래에 매우 정갈한 소자로 한 줄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나의 부인 청월, 영안 3년 봄에."국그릇이 내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이 부서졌다.나는 내가 어떻게 그 밀실을 빠져나왔는지조차 알지 못했다.그 순간에서야 나는 그가 왜 나를 소현이라 부르는 일이 드물었는지 알게 되었다.분명 나는 그저 첩에 불과한데, 그는 오히려 나를 부인이라 부르기를 좋아했다.나는 줄곧 그것이 나를 향한 그의 특별한 총애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아니었다.그는 애초에 내 이름이 무엇인지조차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다.고개를 들자 심무열이 손에 탕후루(糖葫蘆) 한 꼬치를 들고 멀리서 걸아오고 있었다. 그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 받아라. 넌 새콤달콤한 맛을 좋아하지 않더냐?"어제 전까지였다면 나는 그의 호의를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곧바로 받아 들었을 것이다.하지만 오늘의 나는 손을 내밀지 않고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장군님, 저는 탕후루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상 위의 음식도 제 입맛에 맞지 않습니다. 저는 매운 음식이 먹고 싶습니다."장막 안이 다시 조용해졌고, 심무열의 얼굴도 순간 굳어졌다.나는 긴장한 채 손에 쥔 손수건을 꽉 움켜쥐었지만, 눈빛만큼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았다.마침내 심무열은 손에 든 탕후루를 뒤에 있던 시종에게 건네며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갑자기 입맛이 바뀌었나 보구나. 하지만 매운 음식을 많이 먹으면 몸에 좋지 않다."사냥이 끝난 뒤, 그는 처음으로 나를 저택 집사에게 맡기고 혼자 먼저 돌아갔다.사람들의 비웃음 속에서도 나는 담담하게 마차에 올랐다.그런데 저택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심무열의 여동생 심모연과 정면으로 부딪혔다."어머나, 누가 눈도 없이 다니는 것이냐!"분명 그녀도 사냥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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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심무열은 얼어붙었다.나는 나 자신을 비웃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분은 새콤달콤한 음식을 좋아했겠지요. 그래서 장군님이 매일 사람을 시켜 보내 주신 음식도 늘 새콤달콤한 것 위주였고요.""저는 비록 장군님의 첩실이지만, 장군님께서 제가 붉은 옷을 입도록 허락하신 것은 저를 정실부인으로 여겨서가 아니라 그저 그분이 붉은 옷을 좋아했기 때문이겠지요."그는 내 손목을 놓고 반걸음 뒤로 물러섰지만,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장군님께서 저를 소현이라 부르지 않고 부인이라 부른 것도, 진심으로 저를 아내로 여겨서가 아니라 저를 그분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그만하거라. 더는 말하지 말란 말이다!"나는 물러서지 않고 계속 말했다."장군님, 청월이라는 여인은 저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요? 그렇지요?"심무열은 정곡이 찔린 듯 순간 눈에 긴장이 스쳤지만, 곧 분노로 뒤덮였다."강소현, 네가 감히 내 밀실에 들어가다니! 대체 얼마나 큰 배짱이냐!"나는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설명했다."장군님께 탕을 가져다드리다가 실수로 비밀 장치를 건드려서 그 밀실을 발견한 것뿐입니다.""그러니까 지난 3년 동안, 장군님께서는 단 하루도 저를 강소현으로 여긴 적이 없었던 거지요?"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방 안은 침묵에 잠겼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가 갑자기 나직하게 웃었다."사실 네가 그녀와 가장 닮은 곳은 그 얼굴이 아니야. 바로 네 성정이지.""청월이는 죽기 전에 다시 돌아와 나를 찾아올 거라고 말했다. 그러니 네가 바로 그녀다."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나는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듯했다.알고 보니 그는 나를 닮았다고 생각한 것도, 비슷하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라 그저 내가 자신의 죽은 부인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장군님, 저는 강소현입니다. 그저 강소현일 뿐이란 말입니다. 장군님의 죽은 부인도 아니고, 다른 어떤 여인도 아니지요."그는 내 말을 듣지 않은 채 무표정하게 저택의 시녀들을 불렀다."부인의 옷을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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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그 말에 내 미간은 곧바로 찌푸려졌다."잘못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제 탄일은 십일월 십칠일입니다."집사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는 순간 굳어졌다."하지만 장군님께서는 모레가 부인의 탄일이라며 반드시 성대하게 준비하라고 특별히 당부까지 하셨습니다."설명을 마친 집사는 곧바로 물러났다.그 후 이틀 동안 저택의 하인들은 여전히 분주하게 연회를 준비했다.그러다 사흘째가 되어서야 심무열은 본채로 돌아왔다.곧 심무열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새로 지은 듯한 검은 비단 도포를 입고 있었는데, 오늘의 탄일 연회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분명했다.그는 내 앞으로 다가와 손을 들어 내 얼굴을 만지려 했지만, 나는 고개를 돌려 피했다.허공에 멈춘 그의 손은 잠시 뒤 천천히 내려가더니, 얼굴에 남아 있던 온기도 조금씩 사라졌다."오늘은 청월이의 탄일이다."심무열은 부인하지 않았다.그는 눈을 내리깔았다. 마치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리는 듯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까지 번졌다."청월이는 살아 있을 때 떠들썩한 것을 가장 좋아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알까 봐 몰래 그 아이의 탄일을 챙겨 줄 수밖에 없었는데, 올해는...""저는 강소현입니다.""넌 청월이다."그는 고개를 들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그저 네가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네가 떠올리기만 하면, 너도 좋아하게 될 것이다."집착에 가까운 심무열의 눈빛과 마주한 순간, 나는 완전히 깨달았다.심모연의 말이 맞았다. 나는 영원히 청월이라는 여인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었다.그렇다면 내가 계속 이곳에 머무를 이유도 없었다.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심무열은 내가 체념했다고 생각한 듯했다.그는 나를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 내 귓가에 숨결을 흘리며 말했다."소현아, 얌전히 내 말을 따른다면 난 부군으로서 너에게 최선을 다할 것이다.""잠시 후 시녀가 오늘 입을 옷을 가져올 것이다. 단장을 마치면 대청으로 오거라. 나는 먼저 손님들을 맞이하러 가겠다."말을 마친 그는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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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심무열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나를 향해 소리쳤다."벗어라. 이건 명령이다. 당장 벗어라!"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직접 손을 뻗어 억지로 잡아당겼다."장군님, 지금 제정신입니까!"하지만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저 나를 꼼짝 못 하게 붙들었다.옷감이 찢어지는 소리가 고요한 대전 안에서 유난히 날카롭게 울렸다.손님들은 하나둘 고개를 돌렸다. 감히 바라보는 사람도, 막아서는 사람도 없었다.잠시 후 심무열로 인해 옷이 벗겨져 온 놈에 속적삼 하나만 남게 된 나는, 수치심과 모욕감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심무열은 혼례복을 꼭 끌어안은 채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걱정도, 미안함도 없었다."부인을 처소로 모시거라. 내 명이 없이는 절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라."방으로 돌아온 뒤, 나는 계집종들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그 낡은 흰색 옷으로 갈아입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문밖에서 갑자기 발소리가 들려왔다.나는 심무열일 것이라 생각하고 곧바로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하지만 들어온 사람은 심모연이었다."내 올케는 난산으로 죽었다. 아이도 살리지 못했지. 그날 오라버니는 그분의 시신을 품에 안고 눈밭에서 꼬박 하룻밤을 무릎 꿇고 있었다.""그 후 오라버니는 그분과 얼굴이 똑같은 널 만나게 되었고, 오라버니는 올케가 다시 태어나 자신을 찾아온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그녀가 말하는 내용은 이미 알고 있던 일이었기에, 내 마음에는 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았다."할 말 다 끝났으면, 그만 나가 주십시오."심모연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네가 알아야 할 일이 하나 더 있다.""너는 줄곧 네 부모님이 어째서 하룻밤 사이에 모두 참혹히 죽었는지 알고 싶어 하지 않았느냐?"나는 순간 고개를 번쩍 들었다."대체 무엇을 알고 있는 겁니까?"그녀는 담담하게 나를 한 번 바라본 뒤, 무심한 듯 말했다."네 아비는 대행산에서 산적을 만났다고 했지. 하지만 그 길은 오라버니가 팔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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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안개 속에서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는 다급하고도 빽빽한 것이 마치 폭우가 기와 위를 두드리는 듯했다.내 심장은 목구멍까지 치솟았지만 나는 품 안의 단도를 손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꽉 움켜쥘 수밖에 없었다. "배를 멈춰라!"심무열의 고함이 짙은 안개를 뚫고 들려왔다. 내가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다급함이 담긴 목소리였다.뱃사공이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저들은 모두 산적입니다. 저를 잡아다가 기방에 팔아넘기려는 자들입니다."뱃사공은 그 말을 듣자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대나무 노를 강가의 돌에 세게 짚자, 배는 순식간에 강 한가운데를 향해 빠르게 튀어 나갔다."강소현! 당장 돌아오거라!"안개가 너무 짙어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그저 나루터에 말을 세운 흐릿한 그림자만 보였다.그는 이쪽으로 뛰어들려는 듯했지만 이미 물은 그의 장화를 넘어섰다.아주 멀리 떨어졌음에도 나는 여전히 그의 분노에 찬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들리지 않느냐! 내가 명한다. 돌아오라고 했다!"걷히지 않을 듯 짙은 안개 너머로 그를 바라보는 내 눈에는 조금의 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오직 짙은 원한만이 가득할 뿐이다."심무열."내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강 위에는 바람조차 불지 않아 한 글자 한 글자가 또렷하게 그의 귀에 닿았다."내 부모님의 핏값, 반드시 받아 낼 것입니다."심무열, 나는 반드시 다시 너를 찾아갈 것이다.다만 그때는 네가 죽거나 내가 죽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그의 목소리가 변했다. 더 이상 명령도 분노도 아니었다. 내가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거의 애원에 가까운 목소리였다."소현아, 내 말을 들어다오. 내가 설명하겠다..."나는 차갑게 웃었다."무엇을 설명하겠다는 겁니까? 어찌 비취 비녀로 내 어머니를 찔러 죽였는지 설명할 것입니까? 어찌 사람을 시켜 산적으로 위장해 내 아버지를 죽였는지 설명할 것입니까?"옅은 안개 너머로 나는 마치 그가 무릎을 꿇은 듯한 모습을 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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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나느 왼쪽으로 돌고, 오른쪽으로 돌아, 낮은 담장 하나를 넘어 개구멍을 기어 나갔다.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나는 강가의 갈대밭으로 뛰어들어 허리를 굽힌 채 안쪽으로 달렸다.갈대가 얼굴과 손을 베어 피가 맺혔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저쪽으로 갔다!""나눠서 쫓아라!"나는 갈대밭에 엎드린 채 꼬박 하룻밤을 버텼다.거머리가 다리에 기어올라도 움직일 수 없었다.모기가 얼굴을 물어 부어올라도 손으로 쫓을 수 없었다.날이 밝아서야 그들은 마침내 떠났다.나는 진흙탕 속에서 기어 나왔다. 온몸은 흠뻑 젖어 있었고, 추위에 입술은 새파랗게 질렸다.심무열의 수하들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움직였다. 나는 당장 거처를 옮겨야 했다.나는 방향을 바꿔 남쪽으로 향했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그곳에는 당시 촉지에서 패전한 뒤 흩어진 옛 군사들이 있었는데, 아버지는 생전에 그들 중 몇몇 우두머리들과 알고 지냈다.나는 아버지가 남긴 유품을 꺼내 보였고, 예상대로 그들은 나를 받아 주었다.하지만 심무열의 사람들은 무서울 만큼 끈질기게 몇 번이고 내 흔적을 찾아냈다.첫 번째로, 나는 산에서 장작을 패다가 하마터면 평복 차림의 병사들에게 낡은 사찰 안에 몰릴 뻔했다.나는 뒤창으로 뛰어내리다 왼손 새끼손가락이 부러졌고, 스스로 뼈를 맞춘 뒤 천 조각으로 감았다.두 번째로, 그들이 밤을 틈타 산으로 올라왔을 때 나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뒷산 절벽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는데 절벽의 가시덤불이 내 등을 갈기갈기 찢어 피투성이로 만들었다.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죽을 고비를 넘길 때마다 나는 마음속에 한 칼씩 새겼다.심무열, 너는 내 목숨 아홉 개를 빚졌다.그렇게 숨어 지내는 날들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을 때, 한 사람이 나를 찾아왔다.비가 내리던 어느 날이었다. 동굴 안에서 불을 쬐고 있었는데, 갑자기 동굴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심장이 순간 내려앉았지만, 나는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밖에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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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동굴 밖의 빗소리는 점점 거세지는 것이 마치 내 가슴을 두드리는 듯해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나는 조윤을 바라보다 천천히 단도를 거두었다."제 복수를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그는 곧바로 대답했다."할 수 있다."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다.""무슨 조건입니까?""심무열이 가진 군영 배치도와 그가 적과 내통했다는 모든 증거를 내게 넘겨라.""그리고 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에 그 증거를 숨겨 두셨다. 넌 그것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조윤의 말에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사흘 전 내게 보냈던 서신이 떠올랐다.서신에는 글 한 자 없었고, 그저 성벽 위에 올빼미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그림 한 폭뿐이었다.올빼미, 곧 효(梟).효(梟), 효(驍), 정예 기병대. 심무열의 직속 부대였다.나는 그 그림을 지금까지도 늘 몸에 지니고 다녔다.그 생각이 미치자 나는 곧바로 조윤을 바라보았다."물건은 제게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도 조건이 있습니다.""일이 끝난 뒤에는 심무열의 목숨을 제게 주십시오."조윤은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은 위를 향하고 있었고, 거친 굳은살은 하얗게 닳아 있었다."좋다."나도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맞잡았다.조윤의 손은 따뜻했고, 메마르면서도 단단한 것이, 심보가 많은 심무열의 다정함과는 전혀 달랐다."이제부터는 나와 함께 움직여라. 심무열의 손은 내 영역까지는 미치지 못한다."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마지막 남은 고구마를 입에 넣고 그를 따라 빗속으로 걸어 들어갔다....1년 후, 경성 주작(朱雀) 거리.나는 눈에 띄지 않는 푸른 휘장 마차 안에 앉아 휘장을 살짝 걷고 낯익으면서도 낯선 거리를 바라보았다.장군부의 처마는 그대로였지만, 대문 앞에 걸린 초롱은 붉은색에서 흰색으로 바뀌어 있었다."장군부에 무슨 상이라도 난 겁니까?"마차를 모는 계집종이 고개를 끄덕였다."아씨, 듣자니 심 장군님의 여동생이 보름 전에 급사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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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그는 내 시선을 느낀 듯 갑자기 고개를 들었고,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우리는 서로 눈이 마주쳤다.그가 다급히 고삐를 잡아채자 말은 앞발을 치켜들며 울부짖었고, 하마터면 그를 떨어뜨릴 뻔했다.하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나를 향한 채였고, 입술은 떨리고 있었다."소현아..."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창문 휘장을 내리고 돌아서서 다시 탁자 앞에 앉았다.조윤이 나를 바라보았다."널 알아본 것이냐?""예.""어떻게 할 생각이지?"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나는 입을 열었다."아마 먼저 그자를 한 번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그 말을 들은 조윤은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위험하다.""알고 있습니다."나는 조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하지만 부모님께 드려야 할 대답이 있습니다. 그자가 직접 자신이 저지른 모든 일을 인정하게 만들겠습니다."조윤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으로 다가와 몸을 숙인 채 내 눈을 바라보았다."사흘이다. 내게는 사흘만 허락할 수 있다.""사흘이 지나면 성공했든 못 했든 반드시 돌아와라."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는 몸을 돌려 문 앞으로 갔다가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강소현."그가 지난 1년 동안 처음으로 내 이름을 온전히 불렀다."예?""살아서 돌아오거라."나는 흰색의 낡은 옷을 입은 채 당당히 장군부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문을 지키던 호위들은 나를 가로막더니, 내가 고개를 들자 허둥지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무열이 대문으로 달려 나왔다."소현아..."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그는 마치 한 걸음만 늦어도 내가 다시 사라질까 두려운 사람처럼 빠르게 달려왔다.나는 물러서지 않고 차갑게 그를 바라보았다.그가 내 앞까지 다가와 손을 뻗어 내 얼굴을 만지려 하자 나는 곧바로 그의 손을 쳐냈다.심무열은 손을 거두었고, 눈시울은 순식간에 붉어졌다."소현아... 돌아왔구나. 정말 돌아왔구나."내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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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아니다. 나는 그저 너를 내 옆으로 데려오고 싶었을 뿐이다.""소현아, 내가 잘못했다는 걸 안다. 내가 다 보상하마. 무엇이든 원하면 다 해 주겠다...""제 부모님을 다시 살려 내십시오."그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는 품에서 자백서를 꺼내 펼쳐 그의 앞에 내밀었다.그 안에는 심무열이 적과 내통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담겨 있었다.심무열은 그 자백서를 바라보며 얼굴에서 핏기가 서서히 사라졌다."너...""오늘 제가 온 것은 장군님의 애정 타령을 들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나는 허리에서 단도를 뽑아 그의 가슴을 겨누었다.그는 피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의 눈빛은 놀라움에서 절망으로, 절망에서 체념, 그리고 마침내 해방에 가까운 평온으로 변해 갔다."그래..."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네 손에 죽는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마지막이겠지."내 칼이 그의 가슴을 향해 떨어지는 순간, 수많은 장면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피웅덩이 속에 쓰러져 있던 어머니의 모습.마차에서 끌려 나와 죽임을 당하던 아버지의 모습.심무열이 나를 포로수용소에서 구해 내며 "강소현, 넌 아주 재미있는 여인이구나." 하고 웃던 모습.그리고 조윤이 동굴에서 내게 고구마를 건네주던 모습.칼끝은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석 치.더 깊이 들어가지는 않았다.나는 칼을 뽑아 그대로 바닥에 던졌다.심무열은 가슴을 부여잡은 채 무릎을 꿇었다.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지만, 상처는 치명적이지 않아 죽지는 않을 것이다.내가 자신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자 그의 눈에는 걷잡을 수 없는 기쁨이 번져 올랐다."소현아...""장군님을 죽이지 않는 것은 제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이 자백서는 내일 조정 조회에서 폐하께 올려질 것으로, 장군님의 죄는 율법이 심판할 것입니다."말을 마친 나는 몸을 돌려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강소현!"그가 다가오기도 전에 조윤이 붙여 준 암위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나를 데리고 순식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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