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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Author: 레비아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24 13:29:12

이재는 그의 맨몸을 볼 수 없어 눈을 돌렸다.

하지만 그의 몸이 이미 눈에 들어온 뒤였다.

'이런 게 남자의 몸인가?'

이재는 저도 모르게 참았던 숨을 내뱉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도언은 옷을 입고 있을 때도 울룩불룩 탄탄한 몸이라는 것을 짐작할 만 했다.

그런데 벗은 몸은 짐작했던 것 이상이었다.

단단하게 뻗은 직각 어깨.

그 아래 떨어지는 기다란 팔과 알맞게 붙은 근육.

적당하게 오른 가슴은 탄탄함을 넘어 매끈한 나머지 혹시 랩이라도 씌워놓은 건 아닌가 의심이 될 지경이었다.

그리고 음영을 그려 넣은 것처럼 여섯 개로 쫙 갈라진 복근까지.

그쯤에서 이재는 그만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왜인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순간 숨이 좀 막혔달까.

그 짧은 시간에 본 것치곤 너무 선명하게 박혀버린 게 자신이 생각해도 좀 어이없긴 했다.

“셔츠 금액 알려 주시면…….”

이재는 애써 그의 몸을 지워냈다.

이 방에 온 진짜 이유로 화제를 돌려야만 했다.

빨리 해결하고 나가는 게 상책이었다.

"제가 어떻게든 변상해 드리겠......"

어물거리는 이재의 눈 앞에 도언이 불쑥 뭔가를 내밀었다.

하얀 뭉치.

거기에 주황색 얼룩이 있는.

그러니까 김치 국물이 묻은 셔츠였다.

얼떨결에 셔츠를 받아 든 이재가 도언을 올려다보았다.

“빨아 와요.”

도언이 툭 내뱉은 말에 이재가 튕겨 나가듯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네?”

“두 번씩 말해야 알아듣는 습관이 있어요?”

도언이 한쪽 눈을 찡그리며 기울였던 머리를 조금 더 기울였다.

귀찮게 하네 정말, 이라는 표정으로.

“그게 아니라 변상 안 하고 빠, 빨아서…… 되나 싶어서요.”

빤다는 말을 하는데 왜 얼굴이 빨개지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더듬대는 자신을 내려다보며 도언이 웃었다고 느낀 건 착각이었나.

웃었다 해도 비웃는 거였겠지만.

“빨아 와요. 내일까지.”

“내일이요?”

또 두 번 말하게 할 셈이냐는 듯 도언이 다시 눈을 찡그렸다.

이재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빠, 빨아……볼게요.”

그 말을 하는 이재의 얼굴이 왜인지 빨갛게 달아올랐다.

“번호.”

도언이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이재에게 내밀었다.

너무 당연하게 핸드폰 번호를 요구하는 그의 태도가 몹시 당당해서 불쾌했다.

“제 번호는 왜…….”

“도망이라도 가면 찾아야 하니까.”

도망이라는 말에 이재는 어쩐지 수치심이 밀려와 입술을 깨물었다.

‘말하는 본새하고는. 이깟 일로 누가 도망을 간다고.’

이재는 그에게서 핸드폰을 받아 제 번호를 찍고는 돌려주었다.

도언이 번호를 확인하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지잉-.

이재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진동하자 도언이 확인되었다는 듯 픽 웃음을 내뱉었다.

“내 번호 저장해요.”

핸드폰을 소파에 휙 던지고는 도언이 이재 앞을 지나쳐 갔다.

이재는 그가 또 무슨 말을 하려나 싶어 그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았다.

딱 벌어진 직각 어깨와 보기 좋게 올라온 등 근육이 그 와중에도 눈에 들어왔다.

도언이 코너로 이어지는 곳에서 멈춰 섰다.

그러고는 느리게 손을 움직이는가 싶더니 팬츠 허리가 느슨해졌다.

무심코 그의 뒷모습을 눈으로 따라가던 이재가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입을 막았다.

느슨해진 허리춤에서 속옷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지금 바지를 벗고 있었다.

‘미친……! 왜 저래?’

그런 이재를 도언이 태연한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나 샤워할 건데, 계속 있을 거예요?”

“네……?”

도언이 대답 대신 보란 듯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시선을 제 아래로 내렸다.

이재는 저도 모르게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

풀어진 버클과 내려간 지퍼가 보였다.

그리고 지퍼 사이로 보이는 브리프 안에 불룩하게 솟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헉!"

그게 뭔지 미처 깨닫기도 전에 숨이 턱 막혀왔다.

거의 본능적으로.

“아아, 네네! 죄송…… 아니, 그만 가…… 아, 안녕히 계세요!”

뒤돌아선 이재는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휘청이는 걸음 사이로 중얼중얼 인사 아닌 인사를 하고는 황급히 방문을 열었다.

탁!

뛰다시피 방을 나와 문을 닫자 안에서 도언의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을 뛰어 내려간 이재는 별채 밖으로 나왔다.

헉헉대며 뛰쳐나온 이재는 2층을 올려다보았다.

“뭐 저런 게 다 있어.”

아무래도 도경이 입에 달고 살았던 「우리 형」은 미친놈이 분명했다.

***

욕실로 들어온 도언은 샤워 물줄기 아래 서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쿡쿡댔다.

허둥지둥 뛰어나가는 이재의 뒷모습이 자꾸 생각나 웃음이 났다.

호명 가로 들어오면 웃을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뜻밖의 복병이 있었다.

말간 얼굴을 하고서 말귀도 한 번에 못 알아듣는 여자, 한이재.

순진한 건지, 모자란 건지.

타고나길 귀엽게 타고난 것 같기도 했다.

동그란 눈을 치켜뜨며 깜짝 놀라는 표정이라니.

본능적으로 남자를 동하게 만드는 묘한 느낌이 있는 여자였다.

도언은 샤워 물줄기 아래 머리를 세우는 제 아래를 내려다보며 탄식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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