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이재는 저를 온몸으로 안은 그의 품에 안긴 채 어루만지는 그 손길을 느끼며 잠이 들었다.
어쩌면 지난밤 어느 한 순간쯤은 울고 있었던 것도, 그가 누구라는 것도 잊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다정이 그렇게 만들었다.
지난밤은 그저 자신을 안은 이 남자에 기대 버렸던 밤이었다.
“같이 아침 먹어요.”
도언이 이재의 뺨에 댄 입술을 귓가로 움직여 속삭였다.
“아뇨, 그냥 갈게요.”
이재가 그제야 흠칫 놀라 뒤로 옆으로 물러섰다.
이재에게서 떨어진 도언이 숙였던 상체를 들었다.
“왜, 또 누가 볼까 봐?”
이재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도언이 물었다.
이재는 대답 대신 입술을 깨물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분명 별채 주방엔 김 여사가 와 있을 것이다.
만약 도언과 함께 내려가서 그녀를 마주친다면?
이재는 고개를 저었
안서희는 너무 바빠서 피부과에 못 들린 게 마음에 걸렸다.“사모님은 이목구비가 워낙 화려하셔서 조금만 메이크업해도 확 살잖아요. 화려하지 않게 하는 게 더 어렵다니까요.”“아휴, 자기는 진짜 솜씨도 좋지만 그 말이 청산유수야.”기분이 좋아진 안서희가 화장대 위에 놓인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내밀었다.“안 주셔도 되는데…….”“받아요. 내가 회장님 퇴원하셔서 기분 좋아서 주는 거니까.”“감사합니다, 사모님.”“예쁘게나 만들어줘. 회장님이 보고 좋아하시게.”안서희의 야살스러운 웃음소리가 문밖에서도 들렸다.오랜만에 들리는 그녀의 웃음소리에 안채 고용인들이 불안한 눈짓을 주고받았다.* * *“도착했습니다, 부회장님.”김 비서의 알림에 도언은 패드를 덮고 눈을 들었다.“수고하셨습니다.”아버지 차 회장의 퇴원으로 저녁 식사가 예정되어 있었다.호명으로 돌아와 다 같이 함께하는 첫 식사였다.“아, 김 비서님.”차에서 내리려던 도언이 뭔가 생각난 듯 김 비서에게 말을 건넸다.“네, 부회장님.”“그 레지던스 아직 비어 있나요?”“도곡동에 있는 레지던스 말씀이십니까?”“네, 맞습니다.”“아직 비어 있습니다. 지난번 세입자가 나간 이후에 아직 새로운 세입자가 안 구해진 모양입니다. 제가 다시 한번 부동산에 알아보겠습니다.”독촉으로 알아들은 김 비서가 말하자 도언이 고개를 저었다.“아뇨,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그럼 어떻게 처분하실 건지…….”“제가 쓰겠습니다.”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던 김 비서가 이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알
안채가 종일 분주했다.고용인들이 쉴 새 없이 집 안팎을 오가며 쓸고 닦았다.매일 하는 일인데도 오늘따라 유난한 이유는 차 회장이 퇴원해 호명 가로 돌아오는 날이기 때문이었다.“베개 그거 말고 새로 들인 거 있잖아요. 그거 가져오세요.”안서희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은 침실이었다.차 회장이 퇴원하기 며칠 전부터 침대 시트와 베개를 새로 구비했다.매장에 직접 가서 골랐을 정도로 신경을 썼다.“거기서는 괜찮아 보이더니 집에 오니까 색이 칙칙하네. 조명 탓인가.”고용인이 새로 깔아 둔 시트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안서희는 침실 조명을 올려다보며 못마땅한 기색이었다.“안 되겠다. 이거 다시 벗기세요.”“예? 다시 말씀이세요?”고용인이 되묻자 안서희가 대답 대신 손을 휘저으며 재촉했다.“하얀색인 줄 알았더니 누렇잖아. 차라리 진한 색으로 하는 게 낫겠어. 그레이 있죠? 그걸로 가져와요.”땀을 뻘뻘 흘리며 다시 시트를 벗겨낸 고용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안서희는 시간을 확인하며 서두르라고 재촉했다.안서희는 차 회장이 하루빨리 돌아오길 기다렸다.차 회장이 없는 사이 호명 가에 주인 행세를 하는 도언을 참아주는 데에도 한계가 왔기 때문이었다.“네까짓 게 감히.”말끝마다 어머니를 붙이며 이죽대는 도언의 꼴을 더는 참아줄 수 없었다.감출 생각도 없이 내리깔고 보는 그 눈에 담긴 경멸도 마찬가지였다.그건 도언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변하지 않았다.이미 다 자란 것 같았던 어린 도언은 처음부터 자신을 그런 눈으로 보았다.아버지의 새 여자, 제 엄마의 자리를 차지한 불청객.도언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그런 도언에게 어머니, 라고 불릴 때마다 소름 끼치도
그 바람에 헛기침이 새어 나왔다.물잔을 건네는 도언에게 필요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빠르게 대답했다.“혼자 먹어요.”어쩌다 시간이 맞는 고용인들과 먹을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혼자였다.그래서 언젠가부터는 따로 차려놓지 말라고 부탁했다.간단하게 챙겨 먹는 게 마음이 편했다.“나랑 같네요.”“……?”“나도 혼자 먹거든.”이재가 잠시 마주친 눈을 내리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점심엔 뭘 먹어요?”“그냥…… 대충, 되는대로 먹어요.”성의 없는 대답처럼 했지만 사실이었다.샐러드나 요거트 같은 걸 먹을 때도 있었고 라면이 먹고 싶을 때는 라면을 먹었다.고용인들의 식사와 시간이 겹치면 그들이 먹는 걸 먹었다.그러고 보니 점심 메뉴를 딱히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대충이라…….”도언은 이재의 대답이 못마땅한 듯 이마를 문지르며 이재를 보다가 말을 이었다.“그래서 오늘은 뭘 먹을 건데요?”이재는 그 질문이 의아해서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이제 아침을 먹고 있을 뿐이었다.점심으로 뭘 먹을 건지 대답하라는 도언이 질문이 이상했다.그래도 기어이 이재의 대답을 듣겠다는 듯 보는 그의 시선에 못 이겨 이재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아직 모르겠어요.”“그럼 정해지면 알려줘요.”“그걸 왜…….”도통 의도를 알 수 없는 말이 계속 이어지는 통에 이재가 참지 못하고 되묻고 말았다.“궁금해서. 한이재가 오늘은 뭘 먹는지 알고 싶으니까 알려 달라고.”무슨 꼬투리를 잡으려고 그러는가 싶었던 이재는 뜻밖의 말에 감출 새도 없이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이재는 못 들은 척 젓가락을 들어
이재는 저를 온몸으로 안은 그의 품에 안긴 채 어루만지는 그 손길을 느끼며 잠이 들었다.어쩌면 지난밤 어느 한 순간쯤은 울고 있었던 것도, 그가 누구라는 것도 잊었을지도 모르겠다.그의 다정이 그렇게 만들었다.지난밤은 그저 자신을 안은 이 남자에 기대 버렸던 밤이었다.“같이 아침 먹어요.”도언이 이재의 뺨에 댄 입술을 귓가로 움직여 속삭였다.“아뇨, 그냥 갈게요.”이재가 그제야 흠칫 놀라 뒤로 옆으로 물러섰다.이재에게서 떨어진 도언이 숙였던 상체를 들었다.“왜, 또 누가 볼까 봐?”이재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도언이 물었다.이재는 대답 대신 입술을 깨물었다.이른 시간이었지만 분명 별채 주방엔 김 여사가 와 있을 것이다.만약 도언과 함께 내려가서 그녀를 마주친다면?이재는 고개를 저었다.안 그래도 이미 호명 가 고용인들에게 소문이 났을 텐데 김 여사에게 확인까지 시켜주고 싶지는 않았다.“아무도 안 보면, 같이 먹어 줄래요?”“……?”“갑시다.”도언이 이재에게 손을 내밀었다.이재가 그 손을 잡지 못하고 빤히 바라보자 도언은 손을 들어 이재의 어깨를 안았다.“아뇨, 저는 괜찮아요.”이재가 몸을 뒤로 빼며 버티자 도언이 풀썩 웃으며 이재를 내려다보았다.“나 배고파요. 누구 때문에 어제저녁도 못 먹었는데 아침까지 거르게 할 생각이에요?”이재는 어제 일을 꺼내는 도언의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그리고 조금 억울했다.“그러게 누가…….”“뭐.”장난스레 눈썹을 추켜세우는 도언을 이재가 노려보자 그가 쿡 웃음을 터트렸다.이재는 어쩐지 이 친밀한 분위기가 당황스러웠다.
평소보다 이른 아침이었다.욕실에서 나온 도언은 침대를 보았다.이재는 움직임 없이 그대로였다.혹시나 지난번처럼 또 몰래 가버릴까 봐 저도 모르게 조바심이 났던 게 우스웠다.이재가 아직 잠들어 있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드레스룸으로 들어가 옷걸이에 걸린 셔츠를 벗겨냈다.말끔하게 다려진 셔츠에 팔을 넣으며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았다.분명 잠을 못 자 피곤함이 어려 있는데도 광이 서린 눈이 어이없도록 형형했다.“대체 어디까지 미칠 셈이지.”지난밤 뒤뜰에 숨어들었던 이재를 안았을 때 도언은 그날을 떠올렸다.이재를 처음 보았던 그날도 그녀는 그렇게 뒤뜰에서 울고 있었다.이재를 울게 만든 건 무엇인지 혹은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분노가 일었다면 그녀는 믿지 않고 비웃을지도 모르겠다.결국, 울고 있는 그녀를 안아 버렸으니 발정 난 개새끼 취급을 해도 할 말은 없었다.하지만, 그 눈물을 빨아먹고도 흐느끼는 그녀에게 애가 타버려 주체할 수 없었다. 그걸 욕정이라고만 한다면 억울했다.안고 싶은 것과 안아주고 싶은 건 엄연히 다르니까.어제 분명, 도언은 이재를 안아주고 싶었다.도언은 셔츠 단추를 미처 채우지도 않고 걸려 있던 넥타이를 낚아채 다시 침실로 향했다.그녀가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잠깐의 시간이 다시 조급해지고 말았다.“어…….”침대 밖에 이재가 서 있었다.불쑥 들어온 도언을 보고 놀란 이재가 머뭇대며 시선을 피했다.“잘 잤어요?”“네.”이재는 말끔하게 셔츠를 입은 도언 앞에서 막 잠에서 깬 제 모습이 부끄러워 눈가를 문지르며 얼굴을 가렸다.남자와 밤을 보낸 후 아침에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이재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이재가 거부하듯 그의 목을 안는 대신 어깨만 살짝 잡자 도언이 그녀의 입술을 문 채 쿡쿡 웃었다.그래 봤자인 걸 알 텐데.그런 허튼 몸짓은 도리어 도언을 더 달군다는 걸 이재는 아직 몰랐다.달게 핥아 내리는 그의 입맞춤을 거부하지도 못하면서 그를 안는 건 필사적으로 거부하는 게 얼마나 이율배반적인지 미처 깨닫지도 못했다.우는 얼굴을 기어이 들어 보이고, 눈물을 닦아 내더니 입을 맞추는 도언은 지독할 정도로 집요했다.그런데 이재는 그의 입맞춤에 눈물이 멈추었다.깊게 얽혀오는 그의 키스에 어느새 눈앞이 뿌예지도록 숨이 차올랐다.그를 안지 않으려 애를 쓰며 겨우 잡았던 그의 재킷이 자꾸만 손끝에서 미끄러지며 휘청였다.그럴 때마다 바짝 안아 드는 도언 때문에 발끝이 들렸다.“안아.”도언이 가만히 입술을 누르며 그가 중얼거렸다.그의 낮은 소리가 진동처럼 그녀의 입술을 간질였다.“날 안으라고, 한이재.”그래도 머뭇거리던 이재는 바로 그의 목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불현듯 밀고 들어온 그가 깊은 입맞춤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그에게 안겨 발끝으로 선 채 버티기엔 도언의 키스는 깊고 사나웠다.눈물을 핥듯이 간질이던 조금 전의 그 키스를 완전히 잊도록 파고드는 그에게 이재는 속절없이 떠밀렸다.그를 밀어내는 건 처음부터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안기지 않으려 발버둥 쳐봤자 여전히 그의 품일 뿐이었다.결국 할 수 있는 건 무너지지 않으려 그를 끌어안는 것뿐이라는 걸 깨닫고 만다.“흐으윽…….”도언의 거친 입맞춤에 턱이 들리고 흐느낌이 새어 나왔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그를 안았지만 떠밀 듯이 몰아치는 힘에 이재는 자꾸만 뒤로 밀려났다.희미하게 비추던 정원의 불빛이
이재는 그의 맨몸을 볼 수 없어 눈을 돌렸다.하지만 그의 몸이 이미 눈에 들어온 뒤였다.'이런 게 남자의 몸인가?'이재는 저도 모르게 참았던 숨을 내뱉으며 입술을 깨물었다.도언은 옷을 입고 있을 때도 울룩불룩 탄탄한 몸이라는 것을 짐작할 만 했다.그런데 벗은 몸은 짐작했던 것 이상이었다.단단하게 뻗은 직각 어깨.그 아래 떨어지는 기다란 팔과 알맞게 붙은 근육.적당하게 오른 가슴은 탄탄함을 넘어 매끈한 나머지 혹시 랩이라도 씌워놓은 건 아닌가 의심이 될 지경이었다.그리고 음영을 그려 넣은 것처럼 여섯 개로 쫙 갈라진
셔츠에 번진 김치 국물을 보니 쌍방 과실 같은 말은 꺼낼 수도 없었다. 명백한 자신의 과실이 맞았다.이재는 다시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죄송합니다.”“따라와요.”“네……. 네?”이재가 고개를 번쩍 들자 이미 돌아선 도언이 2층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었다.이재가 허둥대며 그의 뒤를 따라가자 도언이 걸음을 멈추고 휙 돌아보았다.“그건 두고.”도언이 이재가 들고 있던 김치 그릇을 턱짓으로 가리켰다.“아.”이재는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가 테이블 조리대 위에 접시를 올려두었다. 나가려고 보니 접시를 들고 있던 손이 김
도언은 별채로 가는 정원 모퉁이에 서서 담배를 물었다.“후우…….”길게 빨아들였다가 내뱉는 연기가 갈증을 풀기라도 하는 듯 길게 이어졌다.도언이 흩어지는 연기 사이로 고개를 들었을 때 멀리서 반짝하고 불이 켜지는 것이 보였다.호명가 고용인들이 머무는 숙소동이었다.1층, 2층, 3층…….3층.도언은 어둠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숙소동을 보며 불이 켜진 방의 층수를 헤아렸다.지금 막 불이 켜진 방은 그녀의 방일 것이다.“한이재.”도언은 그녀의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하며 풀썩 웃음을 내뱉었다.아직도 그녀가 호명 가에 있
이재는 홀린 듯 도언을 보았다.반듯한 이마와 짙은 눈썹 밑에 길게 난 눈은 도경을 향한 웃음으로 반쯤 감겨 있었다.오뚝하게 솟은 코 아래 선이 짙은 입술은 부드럽게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그러니까 한마디로 그는 참 잘생긴 남자였다.도경이 제 형이 잘생겼다고 노래를 부르는 걸 보고 그러려니 했던 게 미안할 지경이었다.“차도경, 이제 컸다고 술을 마시고 다닌다, 이거지?”“왜 이래? 나 이제 스무 살이야.”“아, 그러세요? 스무 살?”형제의 웃음소리가 호명 가 안채를 울렸다.그 소리에 이재의 정신이 번쩍 돌아왔다.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