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저는 사람들이 그 갑옷 안에서 숨 막혀 하는 대신, 때로는 갑옷을 벗고 편히 쉴 수 있는 ‘마음의 거울’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거울. 알테아의 기술력은 완벽한 갑옷을, 저희의 스토리는 따뜻한 거울을 만드는 겁니다.
갑옷과 거울이 함께할 때, 비로소 여성들은 진정한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이것이 제가 다른 속물들과 다른 점입니다.”
내 말이 끝나자 긴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나를 꿰뚫어 볼 듯 응시했다. 그녀의 얼음장 같던 눈빛이 서서히 녹아내리고, 그 자리에 순수한 지적 흥미와 감탄이 떠올랐다. 그녀는 마침내 잔에 남은 위스키를 단숨에 털어 넣고는,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좋아. 그 제안, 받아들이지.”
심장이 쿵, 하고 울렸다. 해냈다.
“하지만 조건이 있어.”
그녀는 꼿꼿한 자세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난 이노 마케팅이라는 회사는 믿지 않아. 난 오직 김도윤, 당신하고만 일하겠어. 이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는 자네야. 모든 보고는 다른 누구도 거치지 않고, 나에게 직접 해야 해. 자네 회사는 그저 실행을 위한 도구가 될 뿐이야. 할 수 있겠나?”
회사를 뛰어넘어, 나 개인에게 프로젝트 전권을 위임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 박 부장과 회사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오직 서유진과 나, 둘이서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성공이 아니었다. 차원이 다른 도약이었다.
그 순간, 눈앞에 강렬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중요 퀘스트 달성! ★★★★★]
[거물(VIP) ‘서유진’의 절대적인 인정을 획득했습니다!]
[사용자의 사회적 지위와 명성이 대폭 상승합니다!]
[능력: ‘매혹의 군주’의 숙련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새로운 능력의 개방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포인트 상점에서 확인하십시오!]
나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내 대답에 그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여왕이 충성스러운 기사를 얻었을 때의 미소.
미팅은 그렇게 끝나는 듯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마지막 말을 던졌다. 그리고 그 말은, 내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녀는 내게 한 걸음 다가와, 오직 나만 들을 수 있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녀의 숨결에서 위스키 향이 느껴졌다.
“한 가지만 더, 김도윤 씨.”
“…….”
“내 직감은 틀린 적이 없는데… 자네, 단순히 머리 좋은 마케터가 아닌 것 같군. 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지?”
그녀의 눈빛은 장난기가 아닌,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섬뜩한 통찰력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녀가 내 능력의 존재를 눈치채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이것 또한 나를 시험하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일까.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서유진이라는 여자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위험하고, 동시에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존재라는 사실뿐이었다.
* 통찰, 새로운 눈을 뜨다
서유진의 마지막 질문은 밤공기보다 차가운 비수가 되어 내 심장을 파고들었다.
“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지?”
그녀의 눈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듯한 섬뜩한 빛을 띠고 있었다. 순간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녀가 내 능력의 편린이라도 감지한 것일까?
하지만 나는 찰나의 동요를 금세 감췄다. 여기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나는 그녀의 시험에서 완전히 탈락하게 될 터였다. 나는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위스키 향이 밴 숨을 나지막이 내뱉었다.
“숨기고 있는 것… 맞습니다.”
내 순순한 인정에 그녀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그녀와 적절한 거리를 만들고는 말을 이었다.
“대표님 같은 거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는, 감히 주제넘은 욕망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대표님의 파트너가 되는 것을 넘어, 언젠가는 대표님을 뛰어넘고 싶다는 불경한 야심. 그것이 제가 숨기고 있던 전부입니다.”
이것은 거짓이 섞인 진실이었다. 나의 가장 큰 비밀은 시스템 능력이었지만, 그녀를 뛰어넘고 싶다는 욕망 또한 내 안에서 싹트고 있는 진심이었으니까. 나는 그녀의 질문을, 나의 야심을 드러낼 기회로 역이용했다. 부하 직원이 아닌, 미래의 경쟁자로서 나를 각인시키기 위한 승부수였다.
내 대답을 들은 서유진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녀는 나를 몇 초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이내 입가에 서늘하지만 매력적인 미소를 머금었다.
“재미있는 대답이군. 좋아, 그 야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앞으로 똑똑히 지켜보지.”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미련 없이 돌아섰다. 그녀가 떠난 스카이라운지에는 값비싼 위스키 향과 함께, 나와 그녀 사이에 흐르기 시작한 기묘한 긴장감만이 남았다.
호텔을 빠져나와 택시에 몸을 싣자, 그제야 긴장이 풀리며 온몸에 힘이 빠졌다. 등줄기는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서유진이라는 여자는 내가 상대해 본, 아니 상상해 본 그 어떤 사람보다도 위험하고 날카로운 존재였다.
‘하지만… 결국 내가 이겼어.’
나는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서울의 야경을 보며 승리를 곱씹었다. 그때, 잊고 있던 시스템 창이 눈앞에 번쩍이며 떠올랐다.
[능력: ‘매혹의 군주’의 숙련도가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개방 조건 충족! 새로운 고유 능력이 개방됩니다!]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새로운 능력을 확인했다.
[신규 능력]
[통찰의 눈 (Insightful Eye)] - Lv. 1
: 당신의 시선에 통찰력이 깃듭니다. 대상(인물, 사물, 상황)에 집중할 경우, 숨겨진 핵심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현재 레벨 효과: 대상의 핵심 정보 2~3개 확인 가능. 사용 시 미량의 정신력 소모.)
‘통찰의 눈…’
이건 단순히 운이나 매력에 의존하는 능력이 아니었다. 정보. 현대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 나는 그 무기를 손에 넣은 것이다.
‘시험해 봐야겠어.’
나는 무심결에 택시 운전기사의 뒷모습에 시선을 고정했다.
[‘통찰의 눈’을 사용합니다.]
* 지휘관의 결단2025년 9월 11일, 목요일.브라질 마나우스 상공 1만 미터, 알테아 전용기 내부.서유진의 질문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험이었다. 수조 원의 가치를 지닌 프로젝트의 운명과, 이름 모를 사람들의 목숨. 그 두 가지를 저울 위에 올려놓고, 나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마지막 관문이었다.그녀는 내가 과연 이 미친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자격이 있는지, 나의 가장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단 1초도.“교전합니다.”내 목소리는 흔들림 없었다. 기내의 모든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나는 서유진의 차가운 눈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나의 결정을 설명했다.“주술사를 구출합니다.”“그 이유를 듣고 싶군, 지휘관.” 그녀의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첫째, 전략적 판단입니다.”나는 손가락 하나를 폈다. “태산이 주술사를 손에 넣는다는 것은, 단순히 월하미인 샘플을 얻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그들은 재배법, 가공법,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월하미인의 모든 잠재력까지 독점하게 됩니다. 그들은 ‘황금알’이 아닌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겁니다.주술사를 잃으면, 우리는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을 넘어, 이 프로젝트 자체가 태산의 손에 넘어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따라서 주술사는 더 이상 임무의 변수가 아닙니다. 주술사가 바로 임무의 핵심, ‘코어’입니다.”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태산의 용병들은 ‘블랙워터 호라이즌’ 소속. 팀 리더는 ‘리히터 대령’으로 알려진 인물. 전직 독일 GSG-9 출신. 잔혹하고 집요하기로 악명이 높음. 현재 그의 심리 프로파일과 과거 임무 기록을 종합 분석 중. 완료되는 대로 전용기 서버로 전송하겠다.’나는 짧게 답했다.‘계속해.’두 시간 뒤, 김포공항의 VVIP 구역에 위치한 개인 격납고.페드로 선장과 내가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이미 매끈한 검은색 동체의 제트기가 거대한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걸프스트림 G650. 현존하는 최고의 비즈니스 제트기였다. 동체 꼬리 부분에는 알테아 코스메틱의 로고가 은색으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서유진은 트랩 앞에서 팔짱을 낀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의 우아한 CEO 복장이 아닌, 활동성을 강조한 검은색 택티컬 팬츠와 집업 재킷 차림. 그녀는 비즈니스 우먼이 아닌, 야전 지휘관의 모습이었다.그녀의 뒤로, 페드로 선장의 팀원들이 속속 도착했다. 하나같이 평범해 보이지 않는 인물들이었다.20대의 젊은 나이에 모든 통신 장비를 다루는 해커 출신의 ‘사이퍼’, 과묵하지만 아마존 밀림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원주민 출신의 추적자 ‘카이’, 그리고 온갖 총상과 외상을 눈 하나 깜짝 않고 치료한다는 전직 군의관 ‘닥터 킴’. 최소한의 인원이었지만, 각 분야의 스페셜 리스트들이었다.“시간 없네.” 페드로 선장이 팀원들을 이끌고 트랩에 오르며 말했다. “가면서 얘기하지.”제트기 내부는 상상 이상이었다. 최고급 가죽 시트와 편의시설은 기본, 기체 중앙에는 거대한 홀로그
페드로는 수표를 확인하고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다시 봉투에 넣었다. 하지만 그는 진짜 프로였다. 돈만 보고 움직이지 않았다.“돈은 마음에 드는군. 하지만 자네가 말한 그곳… 지도에도 없는 땅이야. 내 정보원들에 따르면, 몇 년 전부터 ‘솜브라 카르텔’ 놈들이 자신들의 마약 플랜테이션을 숨기기 위해 그 일대를 장악했지.운 좋게 카르텔을 피한다 해도, 원주민들이 외부인의 목을 따서 장대에 매달아 놓는 곳이야. 이건 자살 임무라고.”그는 나를 시험하고 있었다. 이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내가 이 모든 리스크를 이해하고 있는지. 나는 ‘통찰의 '눈’을 사용해 그의 마지막 속내를 읽었다.[대상: 페드로 선장 (본명: 박두호, 55세)][상태: 강한 흥미, 은퇴 생활에 대한 권태감][핵심 욕망: 자신의 모든 경험을 쏟아부을, 마지막 위대한 모험을 하고 싶다.][숨겨진 정보: 10년 전, ‘솜브라 카르텔’과의 교전에서 자신의 팀원 대부분을 잃은 뼈아픈 과거가 있음. 그들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품고 있음.]역시나. 그에게 이 임무는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두 번째 서류 봉투를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이 임무가 위험하다는 건 압니다. 그래서 최고의 보수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선장님께는 돈보다 더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될 만한 정보도 함께 가져왔죠.”페드로가 의아한 표정으로 봉투를 열었다. 그 안에는 이카루스가 태산그룹의 서버에서 빼낸, 솜브라 카르텔의 최근 활동 지역 및 병력 배치에 관한 1급 기밀 정보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장에는, 10년 전 그의 동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현장 지휘관의 현재 사진과 위치 정보가 정확
“내가 왜 당신의 복수를 위해 내 돈을 써야 하지?”[질문이 틀렸어. ‘왜’가 아니라 ‘어떻게’라고 물어야지. 어떻게 해야 이 미친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감당하고, 역사에 기록될 부를 손에 쥘 수 있을까, 하고.]화면이 바뀌었다. 칠흑 같던 어둠이 사라지고, 태산그룹의 내부망 구조도가 홀로그램처럼 펼쳐졌다.[이것이 태산의 방패다. 그리고….]이카루스의 말과 함께, 화면 속 방패에 수백 개의 균열이 생기며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이것이 나의 창이지. 나는 당신이 투자할 돈을 지켜주는 것을 넘어, 당신의 수익률을 극대화시켜 줄 수 있어. 태산이 차세대 바이오 기술을 발표하기 0.1초 전에 그 정보를 빼내 당신에게 줄 수도
* 괴물들의 오케스트라마지막 메시지를 끝으로, 붉은색 텍스트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화면 속 ‘이카루스’ 캐릭터는 여전히 태양을 등진 채 미동도 없었지만, 그 존재감은 연구실의 공기 전체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었다. 5년간의 증오와 외로움을 응축시켜 디지털 세상에 현현한 복수의 화신이었다.“윤호야…”윤세아는 모니터를 어루만지며, 동생의 이름을 하염없이 불렀다. 그녀의 눈물은 더 이상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되찾은 희망과, 이제는 함께 싸울 수 있다는 결의에 찬 뜨거운 눈물이었다.나는 두 사람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이카루스가 보낸 계약서 파일(ICARUS_CONTRACT.docx)을 열었다. 예상대로, 그것은 법률 용어로 가득 찬 딱딱한 문서가 아니었다. 간결한 코드처럼, 그의 의지와 조건만이 담긴 선언문이었다.첫 번째 조건은 누나, 윤세아 박사의 절대적인 안전 보장이었다. 물리적 위협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나에게, 디지털 세계의 모든 위협은 자신이 직접 막겠다는 선언. 이 조항만으로도 그의 모든 행동 원리가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두 번째는 태산그룹을 향한 디지털 전쟁의 총지휘권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서유진도, 차강우도 아닌, 오직 나에게만 직접 보고하겠다는 조항은 그가 나를 단순한 메신저가 아닌, 이 전쟁의 지휘관으로 인정했다는 의미였다.그는 자신의 복수를 위한 칼이 되겠지만, 그 칼자루는 오직 나만이 쥘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마지막 조건은 섬뜩할 정도로 비장했다. 복수가 끝난 뒤, 자신을 ‘윤윤호’로 되돌리려는 그 어떤 시도도 하지 말라는 것. 만약 약속을 어길 시, 프로젝트의
그는 인간의 감성을 지닌, 순수한 데이터 덩어리에 가까운 존재였다. 그의 모든 것은 복수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최적화되어 있었다.한참 동안 동생의 안부를 묻고 울음을 터뜨리던 윤세아는, 마침내 나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지만, 그 안에는 5년 만에 되찾은 삶의 이유가 빛나고 있었다.“윤호야, 이분은 김도윤 씨야. 우리에게… 복수할 기회를 주려는 분이야.”누나의 소개에, 이카루스의 시선이 비로소 내게로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화면 속 캐릭터가 움직인 것은 아니었지만, 보이지 않는 감시 카메라가 내 영혼까지 스캔하는 듯한 기분이었다.나는 모니터를 향해 정중하지만 당당하게 말했다.“윤호 씨, 아니, 이카루스라고 불러야겠군요. 누나에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저희는 당신에게 일을 부탁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동맹을 제안하러 왔습니다.”나는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의 전모와, 태산그룹과의 전쟁이 불가피한 이유를 설명했다.“우리는 태산그룹과 전면전을 벌일 겁니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디지털 세계의 가장 위대한 장군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당신에게 자원과 무대, 그리고 당신이 그토록 원했던 복수의 기회를 제공하겠습니다.”내 제안에, 채팅창은 한동안 조용했다. 잠시 후, 날카로운 문장이 떠올랐다.[SYSTEM]: 복수? 말은 쉽지. 당신들 같은 ‘장사치’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