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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화

Author: 블루
게다가 혜니를 따로 태그까지 해 두었다.

주소 하나.

연락처 하나.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쓸데없는 말은 단 한 글자도 없었다.

혜니는 체념한 듯 가방을 움켜쥐고, 곧장 택시를 잡아 그 주소로 향했다.

차 안에서도 머릿속은 계속 윙윙거렸다.

반년 전 재계약한 근로계약서에 경업금지 약정이 끼어 있었을 줄은 몰랐다.

일방적으로 퇴사하면 회사에 43억 원대의 위약금을 물어내야 했다.

혜니의 평생을 갈아 넣어도 갚을 수 있을지 모를 돈이었다.

혜니는 지금 미칠 듯이 울적했다.

어렵게 도착한 곳은 수리 옥션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숨이 턱 막힐 만큼 비싼 물건을 취급하는 곳이었다.

물건을 넘겨받는 절차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사람 피 말리는 과정이기도 했다.

직원이 흰 장갑을 낀 손으로 벨벳 상자 하나를 혜니 앞에 밀어 놓았다.

“윤혜니 씨, 여기 서명 부탁드립니다.”

혜니의 시선이 인수인계서 맨 아래로 내려갔다.

낙찰가란에 적힌 금액을 확인한 혜니는 그대로 숨이 막혔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억...

112억 3천만 원.

혜니의 심장이 세게 오그라들었다.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심정지가 올 뻔했다.

펜을 쥔 손끝까지 떨렸다.

이걸 들고 가는 길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혜니는 그대로 다시 태어나야 했다.

다음 생에는 소나 말로 태어나 평생 갚아야 할지도 몰랐다.

혜니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받아 들었다.

두 손으로 꼭 끌어안은 모습이 마치 세상에 하나뿐인 보물을 품은 사람 같았다.

정확히 말하면, 이건 정말 보물이 맞다.

혜니는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가 남은 인생의 자유를 반납해야 할까 봐 무서웠다.

회사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도 혜니는 상자를 품에 안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앉아 있었다.

머릿속은 엉망이었다.

‘이렇게 비싼 목걸이면, 한인우가 어떤 여자한테 주려는 거겠지?’

‘부자들 세계는 진짜 다르네. 한 번에 112억 3천만 원이라니.’

혜니는 문득 예전 일이 떠올랐다.

두 사람이 아직 돈이 없던 시절, 인우가 혜니에게 주던 선물은 전부 몇십만 원짜리 작은 물건들이었다.

가장 비쌌던 건 결혼반지였다.

인우가 오랫동안 돈을 모아 겨우 산 반지.

가격은 딱 3천만 원이었다.

이혼하던 날, 혜니는 인우가 보는 앞에서 그 반지를 아파트 아래 화단으로 세게 던져 버렸다.

단호하고, 미련 하나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

하지만 나중에 혜니는 결국 못난 사람처럼 다시 그곳으로 돌아갔다.

그 화단의 흙을 전부 뒤지다시피 했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지금 혜니에게 남은 건...

인우가 떠나던 날 남기고 간 남 홍마노 팔찌뿐이었다.

그게 얼마나 값나가는 물건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팔찌는 혜니와 목숨을 나눈 물건이나 다름없었다.

혜니는 절대 인우에게 돌려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것은 인우가 남기고 간 유일한 물건이었다.

인우와 이어진 마지막 흔적이었다.

그 팔찌는 혜니가 가장 힘겨웠던 4년을 버티는 동안, 늘 곁에 있었다.

평생 돌려줄 일은 없을 것이다.

회사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오후 5시 반이었다.

혜니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표정을 가다듬었다.

인우의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인우는 여전히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조명 아래 드러난 옆얼굴의 윤곽은 유난히 차갑고 단단해 보였다.

“대표님, 말씀하신 목걸이입니다.”

혜니는 묵직한 벨벳 상자를 인우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임무 완료였다.

그런데 인우가 고개를 들더니, 무심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오늘 저녁 만찬에 같이 참석해.”

인우는 덧붙였다.

“가서 옷 갈아입고 와. 좀 섹시한 걸로.”

‘섹시?’

‘노출이라도 하라는 거야?’

인우는 혜니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담담하게 말했다.

“노출하라는 뜻 아니야. 윤 비서는 그렇게 값이 나가지 않으니까.”

혜니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 순간, 진심으로 인우의 입을 영원히 막아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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