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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화

Author: 블루
혜니는 이를 악물고 보고서를 다시 확인했다.

한 번으로는 부족해 두 번이나 더 들여다보았다.

그렇게 시계가 밤 9시 반을 가리킬 때가 되어서야, 겨우 보고서 검토를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확인해도 결과는 같았다.

오류는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혜니는 보고서를 챙겨 다시 대표실로 향했다.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가, 책상 위에 보고서를 정중히 올려놓았다.

“검토 끝났습니다.”

인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보고서를 한 번 훑더니, 태연하게 말했다.

“미안해. 윤 비서. 내가 잘못 본 것 같다.”

혜니는 할 말을 잃었다.

‘잘못 봤다고?’

‘그 한마디 하려고 나를 이 시간까지 붙잡아 둔 거야?’

속에서는 열불이 치밀었지만, 혜니는 가까스로 표정을 눌러 참았다.

그때 인우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늦었네. 내가 데려다주지.”

“괜찮습니다. 저 차 있습니다.”

혜니는 곧바로 대답했다.

“그럼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혜니는 인우가 더 붙잡기라도 할까 봐, 거의 도망치듯 대표실을 빠져나갔다.

...

밤 10시 정각.

혜니는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강변에 자리한 고급 레스토랑 바 안으로 들어섰다.

은은한 조명이 실내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조용하고 차분했다.

창가 쪽 자리에는 오늘 혜니의 맞선 상대가 먼저 와 앉아 있었다.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였다.

금테 안경을 쓴 얼굴에는 단정한 분위기가 어려 있었고, 전체적인 인상도 무척 온화하고 점잖아 보였다.

“정우진 씨 맞으시죠? 죄송해요. 갑자기 일이 생겨서 늦었어요.”

혜니는 정우진을 향해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다.

“윤혜니 씨, 앉으세요.”

우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신사적으로 의자를 살짝 빼 주었다.

“늦은 시간이라 배고프실 것 같아서, 버섯 수프와 빵을 먼저 주문해 뒀습니다.”

말이 끝나기 전에 직원이 따뜻한 수프와 빵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우진은 곧 메뉴판을 혜니에게 건넸다.

“더 보시고, 드시고 싶은 것 편하게 주문하세요.”

혜니는 메뉴판을 받아 들고, 평소 좋아하던 음식 몇 가지를 가볍게 주문했다.

진한 버섯 향이 감도는 수프를 한입 떠먹자, 따뜻한 기운이 목을 타고 내려가 속을 부드럽게 데웠다.

혜니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점수를 더했다.

‘배려심 있는 사람이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갔다.

혜니는 곧 알 수 있었다.

정우진은 외모만 괜찮은 남자가 아니었다.

아는 것도 많았고, 말투도 차분했다.

대화를 주고받는 방식 역시 꽤 세련되어 있었다.

분위기가 막 좋아지려던 그때.

강한 존재감을 머금은 그림자가 테이블 위로 드리워졌다.

곧이어 낮고 무거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 비서.”

혜니는 숟가락을 든 손이 굳었다.

“대표님?”

혜니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장이 한 박자 내려앉는 듯했다.

‘한인우가 왜 여기에 있어?’

인우는 혜니를 보지도 않았다.

그저 느긋하게 값비싼 수트 소매를 정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소매 끝에는 사파이어가 박힌 커프 링크스가 반짝이고 있었다.

5년 전, 혜니도 넉 달 치 월급을 모아 인우에게 비슷한 디자인의 커프 링크스를 사 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 인우는 한 번도 그것을 착용하지 않았다.

아마 너무 싸구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잠시 후에 접대 자리가 있어. 윤 비서, 나랑 같이 가.”

인우의 말투에는 거절을 허락하지 않는 힘이 실려 있었다.

“대표님, 지금은 퇴근 후입니다.”

혜니가 조심스럽게 짚었다.

“대표 비서 업무 규정 제7조 2항.”

인우가 그제야 눈을 들었다.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에는 온기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대표가 퇴근하는 시간이 비서의 퇴근 시간이다.”

그가 무심하게 덧붙였다.

“내가 다시 읽어 줘야 하나?”

혜니는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입술 위로 희게 질린 자국이 번졌다.

혜니는 고개를 돌려, 미안함 가득한 얼굴로 우진을 바라보았다.

“정우진 씨, 정말 죄송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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