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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Penulis: 오월이
[3월 21일, 맑음.

돌아온 지 열이틀째. 밤에 해인이 내 품에 기대 잠들었는데, 악몽을 꾼 것 같았다. 몸이 심하게 떨렸다. 해인이 나에게 얼마나 기대고 있는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잘못했다. 사라져 있던 동안 너무 걱정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해인이 받은 상처를 두 배로 갚아 주고, 온 힘을 다해 사랑해야겠다.]

[3월 22일.

오늘 밥은 내가 직접 만들었다. 해인이는 모르지만, 첫 숟가락을 먹자마자 맛있다고 했다. 정말 맛있었던 모양이다.

역시 마음을 담은 음식이 해인이 입맛에 더 잘 맞는다. 앞으로 자주 직접 만들어 줘야겠다. 우리 여보, 은근히 먹는 걸 좋아한다.]

[...]

[4월 8일.

해인이 오늘 아기를 한 시간 넘게 바라봤다. 갓 태어난 아기는 쭈글쭈글한데 대체 뭐가 그렇게 볼 만한지 모르겠다. 왜 오늘 내가 얼마나 신경 써서 셔츠를 골라 입었는지는 못 본 걸까!]

[...]

4월 8일은 바로 그제였다.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라 해인은 또렷이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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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26화

    저녁이 되자 서진은 희정을 차에 태우고 공항으로 향했다.두 사람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떠나는 모습을 눈에 띄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탑승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오르려는데, 공항 직원이 두 사람을 막아섰다.희정은 본능적으로 서진을 바라봤다. 불길한 예감이 가슴을 짓눌렀다.‘설마 부검 결과가 벌써 나온 건가?’서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공항 직원에게 물었다. “무슨 문제죠? 항공권에 이상이라도 있습니까?”“항공권 문제는 아닙니다. 라스베이거스행 항공편이 상부 지시에 따라 임시 결항됐습니다.”희정이 바로 날카롭게 반응했다. “갑자기 왜 결항이에요? 다음 비행기는요? 아니면 지금 가장 빨리 출국할 수 있는 항공편은요? 어느 나라든 상관없어요.”‘일단 이 나라만 벗어나면 돼.’직원은 희정의 과한 반응이 이상했는지 몇 번이나 힐끗 쳐다봤다.서진도 희정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걸 알아차렸다.서진은 희정의 손등을 가볍게 눌러 진정시킨 뒤 직원의 의심을 피하려는 듯이 말했다. “됐어. 오늘은 그냥 가지 말자.”서진은 희정의 손을 잡고 탑승구에서 멀어졌다.사람이 없는 곳까지 가자, 희정은 서진의 손을 뿌리치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왜 갑자기 안 가겠다는 거야? 오늘 못 나가면 다음에는 정말 못 나갈 수도 있다는 거 몰라?”벌써 하루가 꼬박 지났다. 희정은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에게 불리해질 뿐이었다.차장섭의 사건은 시에서도 큰 관심을 두고 있었다. 수사는 일반 사건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컸다.이미 부검 결과가 나왔을지도 몰랐다.경찰서에 불려 가 조사나 심문을 받게 되면 두 사람은 완전히 수세에 몰리게 될 것이다.한번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흥분한 희정과 달리 서진은 훨씬 냉정했다.공학을 전공한 서진은 무슨 일이든 논리적으로 따져 보는 습관이 있었다.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가 하필 이때 갑자기 결항된 걸 절대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이미 누군가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25화

    해인은 이렇게 한가하게 하루를 병원에서 보낼 이유가 없었다. 다른 사정이 있는 게 아니라면...도수희의 마음에 의심이 피어났다.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해인이 보인 행동을 되짚어 보니, 마치 일부러 자신의 곁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뭔가 떠올린 도수희의 눈빛이 가라앉으면서 갑자기 해인의 손을 잡았다.“의사가 너한테 무슨 말 했어?”해인이 눈을 깜빡였다. “네?”도수희는 두 손을 펼치고 뒤쪽 베개에 몸을 기댄 채 체념한 듯 말했다. “의사가 나 며칠 못 산다고 했지? 이제 곧 죽는다고?”그게 아니고서야 해인이 갑자기 밤낮으로 자신의 곁을 지킬 이유가 없었다.도수희의 표정이 금세 시무룩해졌다. 아직 살고 싶은 마음이 남은 사람처럼 억울한 기색까지 비쳤다. “혹시 나 마지막 가는 길 지켜 주려고 온 거야?”해인은 말문이 막혔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병원 생활이 길어지면서 도수희는 이미 생사를 어느 정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된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말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꺼낼 수 없었다.해인은 잠시 침묵한 뒤 도수희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줬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의사 선생님이 요즘 상태가 꽤 괜찮다고 했어요. 며칠 안에 엄마한테 맞는 신장이 나올 수도 있대요.”“몸 잘 관리하고 신장 이식을 받은 다음에, 거부 반응만 잘 넘기면 차츰 좋아질 수 있대요.”도수희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의사가 정말 그렇게 말했어?”몇 년이나 신장 이식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사이 목숨이 먼저 다할 것 같을 정도였다.도수희는 자신보다 순번이 앞이었던 환자들이 결국 장기를 기다리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모습도 여러 번 봤다.그래서 이제는 거의 희망을 놓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기회가 찾아왔다.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수희를 달래려고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었다.어젯밤 담당 의사에게 도수희의 상태를 물었을 때 직접 들은 말이었다.신장 이식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자, 도수희의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24화

    간병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수희의 결정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희정은 도수희에게 너무 차갑게 굴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결혼식까지 찾아가서 직접 면사포를 씌워 주려고 했는데, 고마워하기는커녕 수많은 하객 앞에서 도수희를 내쫓았다.도수희가 아무리 정성을 쏟아도 희정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산을 일부 남겨 줘도 감사하다는 말은커녕 쓸데없이 참견한다고 여길 사람이었다....다음 날 아침, 해인이 아직 잠든 사이 도수희가 먼저 눈을 떴다.이상하게도 눈을 뜬 뒤 몇 번이나 차장섭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메시지를 보내도 답이 없었다. ‘아침부터 급한 공무라도 생긴 건가?’‘하지만 무슨 일이기에 아침 6시부터 연락 한 번 할 틈도 없을까?’도수희는 좀 불안해졌다.30분쯤 지난 뒤 해인이 눈을 떴다.간호사가 들어와 도수희에게 수액을 연결했다. 해인이 깨어난 걸 본 도수희가 물었다. “어젯밤에 내가 코 골아서 시끄럽지 않았어?”잠을 푹 잔 해인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네 아빠 어디 갔는지 알아? 왜 전화를 안 받지? 설마 내 핸드폰이 잘못된 건가?”도수희는 핸드폰을 해인에게 내밀며 봐 달라고 했다.해인의 눈빛이 조금 어두워졌다.차장섭과 도수희의 금실이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겨우 반나절 떨어져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찾을 줄은 몰랐다.“핸드폰은 괜찮아요. 전화를 못 받으신 건 아마 일이 있어서 바쁜가 봐요.”해인은 일단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끌 수밖에 없었다.도수희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크게 의심하지는 않았다. 어젯밤 일은 그저 꿈일 뿐이었다.차장섭은 매일 업무를 마치면 병원에 들렀고, 일이 한가한 날에는 중간중간 전화도 했다.저녁이면 남편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도수희는 조급해하지 않았다.그래서 간병인에게 TV를 켜 달라고 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 대부분 TV를 보며 시간을 보냈고, 제대로 보지 않더라도 소리라도 들려야 덜 적적했다.해인이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일부러 말했다. “TV가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23화

    옆에서 꾸벅꾸벅 졸던 간병인이 놀라 깨면서 눈을 떴다. “사모님, 괜찮으세요?”병실 밖 복도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던 해인도 안쪽에서 난 소리를 들었다.도수희의 눈가에는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정신이 반쯤 빠져나간 사람처럼 넋이 나가 보였다.문을 열고 들어온 해인을 본 도수희가 놀라 말했다. “해인아, 이 시간에 왜 왔어? 방금 꿈을 꿨는데 네 아빠가 꿈에 나왔어. 꼭 나한테 작별 인사를 하는 것처럼 먼 데 간다면서, 나보고 몸 잘 챙기라고 하더라...”도수희는 불안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혹시 무슨 일 생긴 거 아니겠지? 이상하다. 내가 왜 그런 꿈을 꿨지...”도수희는 핸드폰을 찾으려고 고개를 숙였다. “안 되겠다. 네 아빠한테 전화해야겠어. 요즘 몸조심하라고 말해 줘야지. 괜히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해...”해인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도수희 앞에 다가갔다. “이 시간엔 이미 주무실 거예요. 지금 전화하면 괜히 깨우기만 해요.”도수희는 생각해 보니 그 말도 맞는 것 같았다.도수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럼 아침에 전화해야겠네.”그러다 해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넌 왜 갑자기 병원에 온 거야?”벽시계는 새벽 1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원래라면 해인은 집에서 쉬고 있어야 할 시간이었다.해인이 차분하게 둘러댔다. “밤에 잠이 안 와서 수면제 처방이라도 받을까 하고 왔어요. 온 김에 엄마도 보고 가려고요.”도수희는 반가우면서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제 봤으니까 집에 가서 쉬어야 하는 거 아니야?”하지만 해인은 병실로 들어오더니 소파에 몸을 눕혔다. “너무 늦었어요. 왔다 갔다 하기도 귀찮으니까 오늘은 그냥 여기서 잘래요.”도수희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래도 딸이 자신의 곁에서 자겠다고 하니 기쁜 마음이 더 컸다.“소파에서 자면 불편하지 않겠어? 밤에 춥지는 않을까? 이불을 하나 더 달라고 할까? 아니면 간병인한테 간이침대라도 구해 달라고...”도수희가 귀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22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래층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유호가 회사에서 돌아온 모양이었다.유호는 해인의 상태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여보, 괜찮아?”해인은 멍하니 서 있었다.유호가 부르는 소리조차 듣지 못한 듯했다.테라스에서 찬 바람을 맞고 있는 해인에게 다가간 유호는 외투를 조심스럽게 어깨에 걸쳐 주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해인이 물었다. “당신 언제 왔어? 들어오는 소리도 못 들었네.”유호도 이미 모든 일을 알고 있었다. 해인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할지 짐작할 수 있었다.누구라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유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힘들면 참지 말고 울어도 돼.”해인은 고개를 저었다. 곧이어 유호의 어깨에 살며시 머리를 기댔다. “잠깐만 이러고 있을게. 정말 잠깐만...”슬픔이 밀려왔지만 오히려 머릿속은 이상할 만큼 차갑게 가라앉았다.‘차 시장님은 심장병으로 죽은 걸까?’ 이용재의 말대로라면 심장에 문제가 있기는 했어도, 꾸준히 약을 먹었고 상태도 잘 조절되고 있었다. 갑자기 발작할 이유가 없었다.문제가 생긴 장소는 희정의 집이었다.‘차희정...’해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오후에 해인은 차장섭에게 희정과 서진의 손에 이미 여러 사람의 피가 묻어 있다고 말했다.그 말을 들은 차장섭은 곧장 희정을 찾아갔다.그런데 그 만남 끝에 목숨까지 잃었다.해인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차희정의 짓인가...?”친아버지를 해친다는 건 해인에게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그 정도까지 갈 수 있나 싶었다.하지만 자연사가 아니라면, 당시 현장에 있던 희정과 서진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다.해인이 고개를 돌려 유호를 바라봤다. “당신이 차희정이랑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잖아. 당신이 기억하는 차희정은 어떤 사람이야?”유호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우리가 무슨 소꿉친구야. 예전에 집안끼리 조금 왕래가 있었을 뿐이야.” “내가 없어졌을 때 우리 어머니가 희정이를 자주 집에 불러서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21화

    건훈은 손안에서 USB 메모리를 굴렸다. 조금 전 관리사무소에서 빼 온 CCTV 영상이었다.어제 저녁, 옷매무새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건훈의 집에서 나온 희정은 바로 옆 신혼집으로 돌아가다가 차장섭과 정면으로 마주쳤다.부녀가 무슨 말을 나눴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CCTV 화면만 봐도 차장섭이 크게 화가 난 건 분명했다.두 사람은 그대로 집 안으로 들어갔고, 대략 30분쯤 지나 서진이 돌아왔다.그로부터 십여 분 뒤에 구급차가 다급하게 도착했다.이 영상만 손에 있으면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경찰은 차장섭의 사망 원인에만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정작 가장 결정적인 증거가 건훈의 손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건훈은 영상을 따로 복사한 뒤 관리사무소에 남아 있던 원본을 지워 버렸다.영상을 끝까지 본 희정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관리사무소 CCTV가 이렇게까지 선명할 줄은 몰랐다.희정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제 건훈이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었다.희정이 물었다. “그래서, 뭐가 하고 싶은데?”[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널 신고할 생각이었으면 벌써 했지. 내가 왜 굳이 전화까지 했겠어?]건훈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일을 전부 서진 형한테 뒤집어씌울 생각 없어? 남은 인생은 나랑 살고.]역시 건훈은 보통 독한 사람이 아니었다.다른 사람이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제안을 꺼낼 수 없었을 것이다.서진은 건훈의 친형이나 다름없는 사촌형이었다.희정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어제까지만 해도 어쩌면 받아들였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서진이 희정 대신 죄를 뒤집어쓰겠다고 한 뒤, 희정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남지 않았다. ‘서진은 절대 다치게 하면 안 돼!’지금 이 세상에서 자신에게 진심으로 잘해 주는 사람은 서진뿐이었다.희정은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 “난 절대 서진이한테 그런 짓 안 해.”말을 끝낸 희정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건훈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화

    해인은 말문이 막혔다.오늘의 유호는 그날의 단정한 군복 차림과는 전혀 다른 인상이었다. 해인 앞에 있는 유호는 검은 셔츠의 단추를 풀어 헤친 상태였고, 언뜻 드러나는 가슴 근육의 선이 거친 생기를 더했다.해인이 앉은 자리에서는 그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음... 한유호... 몸은 정말 좋네...’유호가 고개를 살짝 돌리며 별생각 없는 듯 물었다.“손은 왜 다쳤어?”해인은 멈칫했다. 고개를 숙이고서야 언제 그랬는지 모를 새, 유리컵에 베인 손바닥에서 선혈이 번져 나온 것을 알아챘다.입술을 살짝 다문 해인은 손등을 위로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6화

    해인은 뒤로 밀리면서 중심을 잃었다.태겸은 뒤쪽에서 급히 끼어들었고, 그때의 반동으로 깨진 유리컵의 날이 해인의 손바닥을 파고들었다.손끝에서 전해지는 통증이 너무나 선명해서 해인은 미간을 찌푸렸다.예주 앞을 가로막고 선 태겸이 난처한 표정으로 해인을 바라봤다.“이게 뭐 하는 거야? 예주는 내가 부른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그 말을 듣자 해인은 쥐고 있던 컵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눈가가 젖은 채 태겸을 향해 말했다.“내가 난리야? 고태겸, 하예주가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한 번이라도 들어볼 생각은 있어?”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화

    말을 꺼낸 사람은 윤준이었다.태겸의 오래된 친구였고, 오늘 이 자리를 만든 당사자이기도 했다.윤준이 웃으며 말했다.“무슨 일이 있든 오늘만큼은 잠깐 접어 둬. 오늘은 내 여자친구 생일이잖아. 내 체면 좀 세워줘.”곧바로 맞장구가 이어졌다.“맞아. 태겸이 마음속엔 늘 해인 씨밖에 없는 거 다들 알잖아. 둘 사이가 얼마나 좋은데. 해인 씨랑 조금만 삐걱해도, 나중에 태겸이 술 취하면 친구들 붙잡고 난리 나는 거 다들 봤잖아.”“야, 그런 소리 하지 마. 태겸이 언제 울어. 술병 안고 ‘여보, 사랑해’만 반복하지.”“...”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1화

    달빛이 서늘하게 식어 있었다.버려진 제약 공장 안, 강해인의 몸은 거칠게 꼬인 밧줄에 묶여 있었다.차갑고 단단한 콘크리트 벽에 기댄 채, 여자의 가느다란 손목은 높이 들어 올려진 채 벽에 고정돼 있었다.그리고 뒤에서 다가온 남자가 해인의 허리를 움켜쥐었다. 얇은 여자의 허리가 남자의 손아귀 안에서 움츠러들었고, 남자의 입가에는 음습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강해인 씨. 아무도 몸값을 들고 안 오면, 그땐 미안하지만 말이야.”해인의 뒤쪽에서 벨트를 푸는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차리는 순간, 해인의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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