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버린 그들에게

나를 버린 그들에게

By:  꽃샘바람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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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규연을 10년이나 짝사랑한 강아연. 그와 결혼하는 게 간절히 원하던 결실이라고 생각했다. 설령 그가 차갑기 그지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보듬어주면 조금씩 녹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싸늘한 눈빛뿐. 첫사랑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성규연. 하지만 강아연을 대하는 태도는 냉랭하기만 했고 모욕도 서슴없이 안겨주었다. 강아연은 그 모든 걸 감내했다. 그들 사이에 아들이 있었으니까. 아들을 위해서라면 사랑 없는 결혼이라는 감옥에 갇히더라도 기꺼이 성씨 가문 안주인으로 평생 살 수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강아연이 납치당했다. 성규연은 첫사랑의 곁을 지키느라 밤새도록 돌아오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마저 그녀를 버리고 첫사랑을 엄마로 삼고 싶어 했다. 강아연은 그제야 깨달았다. 아무리 애써도 차갑기만 한 남편과 정을 붙일 수 없는 아들 따위 다 필요 없다고. 이제부터 그녀는 자신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 .. 이혼 후, 강아연은 다시 플로리스트의 길을 걸으며 회사를 차리고 돈을 벌었다. 각종 상을 휩쓸며 승승장구하면서 예전의 생기 넘치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다. 그녀의 주변에 벌떼처럼 꼬이는 남자들을 본 전 남편은 그제야 당황해하면서 그녀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다. “원영아, 사랑해. 제발 떠나지 마.” 강아연이 코웃음을 쳤다. “성규연 씨,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어요.” 아들도 그녀의 다리를 붙잡고 울면서 매달렸다. “엄마, 나 버리지 말아요.” 하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아이를 뿌리친 강아연. “엄마라고 부르지 마. 난 네 엄마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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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강아연은 생각했다. 짝사랑 10년에 결혼 생활 5년이면 성규연의 마음이 아무리 차가워도 조금씩 녹일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모두 그녀만의 착각이었다.

욕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아연이 침대 옆에 서 있던 그때 휴대폰에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사진 속 배경은 경성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었다. 성규연이 어떤 여자와 마주 앉은 채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 여자는 강아연도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성규연의 첫사랑이자 전 여자친구 심소연이었다.

지난달에 귀국했는데 돌아온 날 밤에 성규연은 강아연을 내팽개치고 그녀를 찾아갔다.

성규연에게 있어서 심소연이 하늘의 달과도 같은 존재라면 강아연은 새하얀 벽에 묻은 눈에 거슬리는 모기 피 같은 존재였다.

욕실 문이 열리더니 성규연이 샤워 가운을 걸치고 나왔다. 촉촉한 수증기가 공기 중에 퍼져 나갔다.

강아연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돌아선 그때 훤칠한 키의 성규연이 그녀에게로 다가오더니 그녀의 턱을 잡고 고개를 숙였다.

“웁...”

강아연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지만 성규연은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고통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즐기는 듯했다. 성규연은 그녀의 입술을 깨물고 허리를 감싸 안은 채 침대로 향했다.

“잠깐만요...”

강아연은 그의 가슴팍을 잡고 밀어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몸이 좀 안 좋아요.”

뭘 잘못 먹었는지 저녁 식사 후부터 위가 경련이 일어난 것처럼 아팠다.

하지만 성규연은 대수롭지 않게 코웃음을 치더니 그녀의 턱을 잡고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

“강아연, 5년 전부터 나한테 그렇게 매달리더니 이젠 밀당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어디서 순진한 척이야?”

노골적인 조롱이 섞인 말투였다.

그 순간 강아연의 얼굴이 눈에 띄게 창백해졌다.

“그런 거 아니에요...”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규연은 그녀를 침대에 내던졌다. 조금의 배려도 없이, 참을성도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강아연은 고통이 밀려와 얼굴이 저절로 찌푸려졌지만 이를 악물고 참는 수밖에 없었다.

성규연은 겉만 보면 참으로 점잖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녀에게 조금의 배려도 없었고 오히려 일부러 복수라도 하는 것처럼 못살게 굴었다.

강아연은 고통을 참으면서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신이 심혈을 기울여 빚은 듯 뚜렷한 윤곽에 잘생긴 얼굴, 하지만 표정은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심지어 이런 상황에서도 조금의 부드러움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사진 속의 성규연은 심소연을 바라볼 때 한없이 다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그에게도 부드러운 면이 있었다. 다만 그 대상이 강아연이 아니었을 뿐.

지금 이 순간 성규연의 품속에서 따뜻하고 행복해야 할 텐데 강아연의 마음은 물에 젖어 부풀어 오른 스펀지처럼 답답했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강아연의 눈가에서 눈물이 한 방울 툭 떨어졌다.

“왜 울어?”

성규연은 무심하게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고는 몸을 일으켰다. 뒤처리를 마친 후 약을 그녀에게 건넸다.

강아연은 이불로 몸을 가린 채 일어나 앉아 약을 받았다. 피임했는데도 항상 조심 또 조심했다.

왜냐하면 5년 전에 강아연이 우연히 그의 아이를 가졌고 그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결혼한 것이었다.

두 사람이 결혼했다는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 일로 심소연은 상처를 받고 해외로 떠나버렸다.

해서 성규연이 이토록 그녀를 미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매번 죽일 듯이 괴롭힐 리가 있겠는가?

그가 건넨 약을 본 순간 강아연은 또 위가 아프기 시작했다.

“오늘은 안 먹으면 안 될까요?”

성규연은 아무 말 없이 물 한 잔을 건넸다. 그 의미는 더없이 명확했다.

강아연은 이를 악물고 물을 받았다. 약을 삼키자마자 성규연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알았어, 지금 갈게.”

성규연이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대답하더니 곧장 외투를 집어 들었다.

이 늦은 시간에 그를 불러내고 또 그가 이렇게 다정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심소연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강아연은 모른 척하며 물었다.

“이 늦은 시간에 어디 가요?”

“너랑은 상관없어.”

성규연은 이 말만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침실을 나섰다.

계단의 주황색 불빛 속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강아연은 시선을 늘어뜨렸다. 두 눈에 쓸쓸함이 스쳤다.

약을 먹어서인지 위가 다시 쥐어짜듯 아팠다. 더는 참을 수 없어 침대에 누워 몸을 웅크렸다.

몇 분 후 도우미가 방 문을 두드리며 물었다.

“사모님, 대표님과 도련님이 오늘 입으신 옷을 세탁실에 가져다 놓았는데 지금 빨 건가요, 아니면 내일에 빨 건가요?”

위를 움켜쥐고 한참을 진정한 후에야 강아연은 겨우 몸을 일으켰다.

“지금 빨게요.”

내일은 또 내일 할 일이 있으니까.

성규연은 다른 사람이 그의 옷을 만지는 걸 싫어했기 때문에 그의 셔츠 같은 건 항상 그녀가 직접 손으로 빨았다. 그리고 아들은 어릴 때부터 먼지 알레르기가 있어 옷 세탁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 하여 도우미에게 맡기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아 아들의 방도 매일 직접 청소했고 학용품, 그림책도 매일 꼼꼼하게 닦았다.

강아연은 아픈 몸을 이끌고 세탁실로 향했다. 그러다가 안에서 두 도우미가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옷까지 직접 빨아야 하다니. 사모님은 재벌 사모님이라기보다는 그냥 도우미 같지 않아요?”

“쉿,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말아요. 잘리고 싶어서 그래요?”

“틀린 말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세탁실 문을 연 순간 문 앞에 강아연이 떡 하니 서 있는 걸 보았다. 도우미는 놀란 나머지 주저앉을 뻔했다.

“사... 사모님.”

도우미가 떨면서 말하자 강아연은 화를 내지 않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나가봐요.”

“알겠습니다.”

도우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인 후 황급히 도망쳤다.

그들이 떠나고 나서야 강아연의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 시선을 늘어뜨리고 성규연의 옷이 담긴 빨래통으로 걸어가 셔츠를 집어 들었다.

성규연은 다른 사람의 손길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런데 지금 그의 셔츠에 향긋하고 매혹적인 장미 향수 냄새가 연하게 풍겼다.

강아연은 평소 성씨 가문의 꽃들을 관리했다. 꽃향기가 섞이는 걸 막기 위해 진한 향수를 뿌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건 심소연의 향수인 게 분명했다.

대체 얼마나 가까이 붙어있었기에 상대방의 향수 냄새가 배었을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강아연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마음을 진정하려고 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녀에게는 성규연 말고 아들도 있었다. 성규연이 그녀를 사랑하진 않아도 아들과는 핏줄로 이어진 사이였다.

그 생각에 강아연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것 같았다. 아들을 위해서라도 안주인의 역할을 다해야 했다. 그래야 아들이 성씨 가문을 이을 정당한 후계자가 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아들의 옷을 집어 들자마자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 입을 막고 황급히 화장실로 달려가 오늘 저녁에 먹은 음식을 모두 토해냈다.

토하고 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계속 이어지는 극심한 통증에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마지막 힘을 짜내어 세면대 위에 놓인 유리컵을 밀어 떨어뜨렸다.

쨍그랑 소리에 성준서가 달려왔다.

성준서는 강아연과 성규연의 아들이자 5년 동안의 절망적인 결혼 생활을 버티게 해준 강아연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준서야...”

강아연의 두 눈이 반짝이더니 성준서에게 손을 내밀었다.

‘준서가 아직 날 걱정하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그런데 그녀의 손이 닿기 직전 성준서가 갑자기 뒷걸음질 치더니 그녀를 피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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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강아연은 생각했다. 짝사랑 10년에 결혼 생활 5년이면 성규연의 마음이 아무리 차가워도 조금씩 녹일 수 있을 거라고.하지만 모두 그녀만의 착각이었다.욕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아연이 침대 옆에 서 있던 그때 휴대폰에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사진 속 배경은 경성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었다. 성규연이 어떤 여자와 마주 앉은 채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그 여자는 강아연도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성규연의 첫사랑이자 전 여자친구 심소연이었다.지난달에 귀국했는데 돌아온 날 밤에 성규연은 강아연을 내팽개치고 그녀를 찾아갔다.성규연에게 있어서 심소연이 하늘의 달과도 같은 존재라면 강아연은 새하얀 벽에 묻은 눈에 거슬리는 모기 피 같은 존재였다.욕실 문이 열리더니 성규연이 샤워 가운을 걸치고 나왔다. 촉촉한 수증기가 공기 중에 퍼져 나갔다.강아연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돌아선 그때 훤칠한 키의 성규연이 그녀에게로 다가오더니 그녀의 턱을 잡고 고개를 숙였다.“웁...”강아연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지만 성규연은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고통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즐기는 듯했다. 성규연은 그녀의 입술을 깨물고 허리를 감싸 안은 채 침대로 향했다.“잠깐만요...”강아연은 그의 가슴팍을 잡고 밀어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몸이 좀 안 좋아요.”뭘 잘못 먹었는지 저녁 식사 후부터 위가 경련이 일어난 것처럼 아팠다.하지만 성규연은 대수롭지 않게 코웃음을 치더니 그녀의 턱을 잡고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강아연, 5년 전부터 나한테 그렇게 매달리더니 이젠 밀당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어디서 순진한 척이야?”노골적인 조롱이 섞인 말투였다.그 순간 강아연의 얼굴이 눈에 띄게 창백해졌다.“그런 거 아니에요...”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규연은 그녀를 침대에 내던졌다. 조금의 배려도 없이, 참을성도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강아연은 고통이 밀려와 얼굴이 저절로 찌푸려졌지만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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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강아연은 성규연과 결혼하기 전에 이미 혼전 계약서에 사인했다. 미래 그룹의 재산이 그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단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의 것이 아닌 건 탐낼 생각도 없었으니까.이혼 합의서를 작성한 후 강아연은 망설임 없이 사인했다.성규연과 혼인신고 하려고 사인할 때 너무 감격한 나머지 펜도 제대로 잡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랐다.하지만 지금은 무표정한 얼굴로 펜을 내려놓고 이혼 합의서를 봉투에 넣어 서랍에 넣었다.“아연아, 정말로 성규연이랑 이혼하려고?”휴대폰 너머로 정도희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정도희는 강아연의 절친이다. 무명 연예인에서 시작해 온갖 고생 끝에 최고의 인기 스타가 되었다. 잦은 스케줄 때문에 두 사람이 자주 만나진 못했지만 관계는 늘 돈독했다.강아연을 하도 잘 알아서 정도희도 이토록 경악했던 것이었다. 과거 강아연이 성규연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본 그녀였다.성규연은 학교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심지어 몇 학년 어린 후배들조차 그의 전설적인 업적을 꿰뚫고 있을 정도였다.16살에 최고 명문대에 특례 입학했고 18살에 모든 학업을 조기 수료한 다음 해외 유학을 갔다. 그리고 20살에 회사를 설립하여 6개월 만에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 1년 만에 상장하여 해외 시장을 빠르게 점유하면서 미래 그룹의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22살에는 회사를 미래 그룹에 합병시켰고 아버지를 제치고 미래 그룹의 새로운 후계자가 되었다.그리고 뛰어난 능력을 지닌 와중에 잘생긴 외모와 완벽한 몸매까지 겸비했다. 이토록 모든 분야에서 흠잡을 데 없는 그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하지만 그런 성규연에게도 한 가지 결점이 있었다. 지나치게 냉정하고 차가워서 모든 일에 무관심하다는 것이었다.그의 무심한 성격 때문에 그에게 관심을 가졌던 많은 이성들이 상처를 받아야 했다.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거고 사람은 이기적이어서 준 만큼의 반응을 얻기를 바란다. 그 어떤 피드백도 없는 사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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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잠시 머뭇거리긴 했지만 결국 다이아몬드 반지를 빼서 상자에 던져 넣었다.그때 장미진이 그녀의 방 문을 두드렸다.“사모님, 도련님과 대표님이 돌아오셨는데 지금 저녁 식사 준비를 하실 건가요?”성규연과 성준서의 식사는 항상 강아연이 직접 했기 때문에 장미진은 평소처럼 부자의 요구를 전달했다.“대표님은 오늘 태국식 허브 홍합찜에 화이트 와인을 넣어 끓여달라고 하셨고 도련님은 토마토 햄 볶음밥인데 시게 말고 좀 달게 해달라고 합니다...”장미진이 강아연을 보며 말했다.“재료는 이미 다 준비했어요.”모든 사람들이 강아연의 헌신을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강아연도 결혼 전에는 손에 물 한 방울 묻힌 적이 없이 귀하게 자란 딸이었다.“아, 그리고 심소연 씨도 함께 왔어요.”장미진이 조심스럽게 강아연의 표정을 살폈다.강아연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아래층으로 천천히 내려갔다.그 시각 성준서와 심소연은 아직 놀이공원에서 즐겼던 놀이기구의 여운에 젖어 있었다.“이모는 정말 대단해요. 어떻게 물고기를 그렇게 많이 잡을 수 있어요?”성준서가 작은 어항을 들고 눈웃음을 지었다.강아연이 쓰러진 걸 본 후로 그녀 앞에서 심소연을 엄마라고 부르는 게 미안했는지 부르진 않았지만 심소연을 향한 애정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다음에도 이모랑 같이 놀이공원에 가고 싶어요.”“그게...”심소연이 계단에서 내려오는 강아연을 힐끗 보더니 웃으며 제안했다.“준서 너 엄마랑 같이 놀이공원에 간 지 꽤 오래됐지? 다음에 엄마도 같이 가는 건 어때?”그 말에 성준서가 입을 삐죽거렸다.“싫어요. 엄마는 항상 회전목마처럼 재미없는 것만 타게 하고 아이스크림도 안 사준단 말이에요. 엄마랑 가기 싫어요. 그냥 이모랑 갈래요.”강아연이 발걸음을 멈췄다.성준서처럼 어린아이들은 자극적인 놀이기구를 타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하여 그녀는 최대한 아이의 취향을 만족시키면서 맞는 놀이기구를 선택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성준서의 위장이 좋지 않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위장염이 생기기 쉬워 외출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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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도우미조차 그녀를 걱정하다니. 강아연은 헛웃음을 짓고는 다정하게 말했다.“괜찮아요.”‘놓치면 놓쳤지, 뭐. 어차피 손을 놓기로 마음먹었는데.’저녁 식사 후 강아연은 이력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성규연과 결혼하기 전 그녀에게도 번듯한 직업이 있었는데 바로 플로리스트였다. 그것도 엄청난 재능을 가진 플로리스트.정식으로 이 업계에 발을 들인 지 6개월 만에 모든 신인상을 휩쓸면서 해외보다 약한 국내의 플로리스트 경쟁력의 단점을 보완했다.심지어 동료 경쟁자들조차 그녀의 실력을 인정하고 높이 평가한 걸 보면 그녀를 발탁하고 키운 스승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모두들 강아연이 꽃꽂이 예술 분야에서 미래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강아연은 모두의 기대 속에 돌연 일을 잠시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성규연과 결혼한 후 성규연의 어머니는 성씨 가문 며느리라면 가정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면서 쓸데없는 플로리스트 일을 하지 말고 재벌가 사모님이 되는 법을 배우라고 했다.그 당시 강아연은 거절했지만 성규연이 이미 이 일 때문에 불쾌해하고 있다는 시어머니의 말에 결국 타협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성준서가 태어나 아들에게 온 신경을 쏟는 바람에 그녀가 좋아했던 일에 집중할 여유가 없었다. 그저 매일 집 안의 꽃을 가꾸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뿐이었다.지금 생각하면 정말 한심했다. 강아연은 사랑과 모성애 때문에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했다. 그리고 이젠 한때 잃어버렸던 것들을 조금씩 되찾고 싶었다.강아연은 마음속으로 굳게 결심했다.이력서를 제출하고 나니 거의 밤 10시가 다 되었다.밖에 아무런 인기척도 없는 걸 보면 아직 들어오지 않은 모양이었다.예전에는 그들이 아무리 늦게 돌아와도 강아연은 거실에서 기다렸다가 성준서의 목욕물을 받아주고 성규연의 정장을 다려주는 등 모든 일을 끝낸 후에야 비로소 자신을 챙겼다.하지만 지금은 바로 샤워하고 편안하게 침대에 누워 막 퇴근한 정도희와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액션신을 촬영할 때 안전에 꼭 유의하고 밤을 새우면 이튿날에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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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그러니까 어젯밤에 결국에는 심소연을 찾아갔다는 거네.’강아연의 표정은 여전히 차분하기만 했다.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이제 더 이상 성규연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도, 모질고 상처 주는 말을 들을 필요도 없어졌으니까.그 생각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심소연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좋은 아침이에요.”심소연이 멈칫하더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강아연을 쳐다보았다.강아연은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어젯밤에 요리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 후 오늘 아침 식사를 준비해주는 셰프가 새로 왔다.하지만 새로 와서 그들의 입맛을 잘 몰라 평범한 음식만 준비했다.“난 이런 거 안 먹어요.”성준서가 짜증을 내면서 떼를 썼다.“엄마가 해주는 새우호박전 먹을래요.”“그건...”셰프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힘들 것 같은데요.”그 전은 성준서의 균형 잡힌 영양을 위해 강아연이 특별히 연구한 음식이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질렸다고 다른 요리를 해달라고 하더니 이젠 또 먹고 싶다고 떼를 쓸 줄은 몰랐다.“배워서 내일 해주면 안 될까요?”셰프가 인내심을 갖고 달랬다.“싫어요. 지금 당장 먹고 싶어요.”성준서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성준서.”성규연이 들고 있던 태블릿 PC를 내려놓고 성준서를 쳐다보았다.무언의 압박감에 성준서는 움츠러들며 빨개진 코를 훌쩍였다. 그리고 강아연에게 다가가 칭얼거렸다.“엄마, 만들어주면 안 돼요?”강아연이 숟가락을 들다가 멈칫했고 성규연 역시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그녀는 성준서의 요구라면 다 들어줬었다. 아무리 까다로운 요구라도 최대한 다 들어주려 애썼고 아이가 기분이 상해 울까 봐 늘 전전긍긍했다.하지만 강아연은 잠깐 멈칫했을 뿐 다시 숟가락으로 죽을 떠서 입에 넣었다. 새로 온 셰프의 솜씨가 꽤 괜찮았다. 죽을 아주 부드럽고 걸쭉하게 잘 끓였다.“엄마...”성준서가 눈을 깜빡이며 애교를 부렸다.평소 강아연은 쉽게 마음이 약해졌다. 특히 아이가 먼저 부탁할 땐 더욱 그랬다. 애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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