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성규연을 10년이나 짝사랑한 강아연. 그와 결혼하는 게 간절히 원하던 결실이라고 생각했다. 설령 그가 차갑기 그지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보듬어주면 조금씩 녹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싸늘한 눈빛뿐. 첫사랑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성규연. 하지만 강아연을 대하는 태도는 냉랭하기만 했고 모욕도 서슴없이 안겨주었다. 강아연은 그 모든 걸 감내했다. 그들 사이에 아들이 있었으니까. 아들을 위해서라면 사랑 없는 결혼이라는 감옥에 갇히더라도 기꺼이 성씨 가문 안주인으로 평생 살 수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강아연이 납치당했다. 성규연은 첫사랑의 곁을 지키느라 밤새도록 돌아오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마저 그녀를 버리고 첫사랑을 엄마로 삼고 싶어 했다. 강아연은 그제야 깨달았다. 아무리 애써도 차갑기만 한 남편과 정을 붙일 수 없는 아들 따위 다 필요 없다고. 이제부터 그녀는 자신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 .. 이혼 후, 강아연은 다시 플로리스트의 길을 걸으며 회사를 차리고 돈을 벌었다. 각종 상을 휩쓸며 승승장구하면서 예전의 생기 넘치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다. 그녀의 주변에 벌떼처럼 꼬이는 남자들을 본 전 남편은 그제야 당황해하면서 그녀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다. “원영아, 사랑해. 제발 떠나지 마.” 강아연이 코웃음을 쳤다. “성규연 씨,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어요.” 아들도 그녀의 다리를 붙잡고 울면서 매달렸다. “엄마, 나 버리지 말아요.” 하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아이를 뿌리친 강아연. “엄마라고 부르지 마. 난 네 엄마 아니야.”
View More“선생님...”강아연의 눈가가 순간 뜨거워졌다.“꽃꽂이 예술과 관련해서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 나한테 연락해. 내가 바빠서 시간이 없다고 하면 그냥 물러나? 언제 시간이 있냐고 끝까지 따져야지. 그렇게 낯을 가리고는 무슨 큰일을 하겠다고 그래?”임지우는 여전히 쏘아붙이듯 잔소리를 던졌다.강아연은 그 말에 쑥스럽고 미안해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말했다.“네, 명심할게요, 선생님. 고마워요.”“고맙다는 말은 아직 이른 거야. 진짜 성과를 보여줬을 때 고마워해도 안 늦어.”임지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만하자.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겠어.”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며 문이 열렸다.그 순간, 성규연이 방에서 나왔고 엘리베이터 앞의 임지우와 강아연 일행을 발견했다.임지우 역시 성규연을 발견했지만 흘긋 한 번 보고는 이내 시선을 거두며 강아연을 바라보았다.“참, 네가 별로 듣고 싶지 않아도 한마디는 꼭 해야겠네.”강아연은 그 말에 고개를 다시 들었다.“그런 쓰레기 같은 놈을 곁에 둬서 뭐 하게? 고이 모셔놓고 절이라도 하려고?”임지우가 가차 없이 쏘아붙이자 강아연은 당황해 말문이 막혔다.그 사이 임지우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고 문은 천천히 닫혔다.하유리는 처음에는 임지우의 말뜻을 잘 몰랐지만 아까 방에서 임지우가 했던 말들과 연결해 보자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임지우의 유일한 제자가 강아연이란 사실을 하유리는 알고 있었다.그렇다면 아까 했던 제자 얘기가 진짜 강아연의 이야기였을 가능성이 컸다.하유리는 갑자기 임지우가 성규연에게 그 남자를 어떻게 평가하냐고 돌직구를 날리던 장면을 떠올렸고 순간 입을 틀어막으며 강아연을 가리켰다.“아연아, 너, 너랑 성규연 대표랑... 너희 둘이...”‘그렇다면 강아연이 언급했던 이혼 준비 중인 남편이 바로 미래 그룹 대포인 성규연이었단 말인가?’게다가 아까 그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성규연과 심소연이 커플이거나 부부일 거라고 추측했었다.그런데 사실은 강아연이 성규연의 아내였고 그 심
다른 사람들도 모두 강아연 쪽을 바라보았다.임지우에게 직접 칭찬받고 작품에 대해 평가까지 받는 사람이라면 절대 보통 인물이 아닐 터였다.강아연을 그저 별 볼 일 없이 얼굴만 예쁜 꽃병쯤으로 여겼던 이들도 그제야 강아연이 바로 그 찬사를 받았던 전시 작품의 플로리스트라는 걸 깨닫고 놀라움과 감탄이 뒤섞인 눈빛으로 강아연을 바라보았다.강아연을 향한 무례한 시선은 점차 존중과 경외감으로 바뀌었다.그런 시선을 지켜본 심소연은 무릎 위에 얹은 손을 꼭 움켜쥐었다.본인에게는 돌직구로 경고성 멘트를 날리고 강아연에겐 직접 다가가서 칭찬까지 해주는 임지우를 보며 심소연의 눈동자 속엔 억울함과 질투가 서려 있었다.심소연은 성규연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해서 슬며시 성규연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성규연은 강아연이 이 상황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는 듯 그녀를 무심하게 쳐다볼 뿐,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그제야 심소연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심소연이 강아연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여전히 불편한 기색이 감돌았다.한편, 강아연은 임지우의 평가를 들은 후, 복잡한 감정이 동공을 스쳤다.임지우가 자리를 떠나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든 강아연은 급히 일어나 조심스럽게 다른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가 임지우를 찾았다.하유리도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따라나섰다.그때, 임지우는 막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선생님!”강아연이 숨을 헐떡이며 불렀다.임지우는 고개를 돌려 강아연과 하유리를 발견하고 미간을 찌푸리며 나무랐다.“몇 번을 말했어? 예술 업계의 사람은 여유와 절제가 기본이라고. 근데 5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덜렁거려? 너희 둘은 내 얼굴에 먹칠할 작정이야?”강아연과 하유리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 나란히 고개를 숙였다.두 사람은 임지우의 잔소리를 듣는 게 익숙한 듯 보였다.“그리고 너 말이야.”임지우가 하유리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5년이나 지났는데도 넌 왜 여전히 그 모양 그 꼴이야? 입이 왜 그렇게 가벼워? 내 스케
“맞아요, 그 남자는 여전히 그렇게 쓰레기 노릇을 하고 있나요?”서지원도 호기심이 생긴 듯 임지우에게 물었었다.서지원은 이런 남의 뒷얘기를 듣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었다.“그 남자가 여전히 쓰레기인지는 잘 모르겠네요.”임지우는 가볍게 주위를 쓱 둘러보더니 나중에는 성규연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물었다.“성 대표님은 그 남자가 쓰레기라고 생각하세요?”그 말이 떨어지자 현장의 분위기가 순간 얼어붙었다.다들 임지우가 성규연에게 그런 질문을 던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임지우의 질문을 보니 성 대표가 이 일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었다.심소연은 그 질문을 듣자마자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뭔가 떠오른 듯 번쩍 고개를 돌려 강아연을 바라봤다.그러고는 이내 강아연이 오늘 그 꽃꽂이 예술 작업실 여사장과 함께 들어왔다는 걸 기억해 냈다.‘그렇다면 강아연이 바로 그 녹비홍수 작품을 제작한 장본인이란 말인가? 설마 강아연이 임지우의 제자란 말인가? 그럼 아까 임지우가 한 얘기는 전부 날 돌려 깐 거였어?’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심소연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하지만 심소연은 이내 눈빛에 잔잔한 비웃음을 담은 채 침착함을 되찾았다.강아연 따위가 임지우의 단 하나뿐인 제자라는 건 절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성규연은 별다른 반응 없이 식사용 냅킨으로 입을 닦고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잘 모르겠네요.”그 대답은 아무런 감정 기복도 없이 평범해서 별다른 의미가 느껴지지 않았다.“그래요?”임지우가 슬쩍 웃었다.“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였어요. 괜히 신경 쓰지 마세요, 성 대표님. 꼭 본인 얘기라고 생각하실 필요 없어요.”임지우의 마지막 한마디에는 묘한 뉘앙스가 실려 있었다.하지만 성규연은 여전히 태연했고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그리고 심소연 씨가 제 제자가 되고 싶다는 얘기 말인데요.”임지우는 다시 심소연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심소연 씨는 워낙 똑똑하니까 뭐든 빨리 배울 수 있을 거예요. 같이 작업할 수 있다면 그것
심소연은 본래 여러 가지 타이틀을 획득한 인물이었다.완벽한 이미지를 철저히 쌓아 올려 어떤 자리에 나가도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타입이었다.이번엔 국내 꽃꽂이 예술 시장의 공백을 포착하고 이 분야에서 첫 주자가 되기 위해 보다 깊은 이해를 쌓으려는 듯 보였다.그리고 만약 심소연이 국내 꽃꽂이 예술 명인의 제자라는 타이틀까지 더해진다면 이후 이 업계에서 입지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그래서 심소연은 지금 임지우의 대답을 기대하고 있었다.어차피 성규연의 체면을 봐서라도 임지우가 거절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다른 사람들도 하나같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소문에 따르면 임지우는 제자를 받는 기준이 매우 엄격해서 웬만한 사람은 제자로 두지 않고 지금까지 단 한 명밖에 두지 않았다고 했다.그런데 그 유일한 제자도 존재감이 희박해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적도 없어 세간에서 임지우가 이미 그 제자를 내친 게 아니냐는 소문도 돌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심소연이 성공적으로 제자로 임지우의 슬하에 들어간다면 심소연은 임지우의 유일한 제자가 되는 셈이었다.하지만 임지우는 기대가 가득한 심소연의 눈빛을 마주 보면서 성급하게 답을 내놓지 않고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심소연 씨나 여기 계신 분들도 다 아시겠지만 저는 이미 제자가 하나 있어요.”그 말에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왜냐하면 임지우가 공식 석상에서 본인의 제자를 직접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그 아이는 재능이 뛰어나고 감각도 남달랐죠. 제작한 작품은 항상 탁월한 예술적 감각이 묻어 있었고요. 그래서 첫 대회 출전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어요.”임지우의 목소리는 어느새 애정과 동경이 가득한 뉘앙스로 변해 있었다.“이 바닥 사람들과 저는 꽃꽂이 예술 쪽에서 제 제자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봤어요. 언젠가는 저를 능가해 제가 이를 수 없는 경지에 오를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요. 근데 아쉽게도...”임지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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