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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Author: 레몬과 향수
배현준은 원금의 측근 시녀를 불러 물었다.

“이모님께서 어찌하여 이매원으로 가게 되었느냐”

운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임 태비 신변의 유씨 어멈을 가리켰다.

“유씨 어멈이 찾아와 태비께서 아가씨를 뵙고자 한다고 하셨습니다. 아가씨는 태비 마마와 함께 차 한잔 마셨고 태비께서는 사적인 이야기라고 소인을 밖에서 기다리라 하셨지요. 소인이 달려왔을 때는 이미 사고가 터진 직후였습니다.”

지목을 당한 유씨 어멈의 안색이 급변했다.

“끌어내라!”

배현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명했다.

평안은 재빨리 유씨 어멈의 멱살을 잡고 입을 틀어막은 후, 마당으로 내던졌다.

너무도 빨라서 미처 반응할 틈도 없었다.

“어멈!”

임 태비가 비명을 질렀다.

배현준은 운류를 바라보며 계속 추궁했다.

“계속 말해 보거라.”

운류는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말을 이었다.

“소인이 자리를 비우고 아가씨께서 변을 당하시기까지 대략 한 시진 정도 흘렀습니다. 그 기간에 이매원은 감시가 삼엄했고 아무도 안으로 들이지 말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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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안을 거슬러   제396화

    하인이 다급히 달려와 허리를 숙였다.“세자비 마마, 모두 소인의 불찰입니다. 둘째 공자님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습니다. 손님들을 따라 들어오셨기에 소인은 그저…… 손님 댁의 하인인 줄로만 알았습니다.”유지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오늘은 국공부의 경사스러운 날이니 이리 긴장할 것 없다. 그만 물러가거라.”그 말을 들은 하인은 그제야 크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자리를 뜨면서도 유정랑을 매섭게 노려보는 것만은 잊지 않았다.“큰누님은 왜 제 말을 믿지 않으시는 겁니까? 저자는 큰형님이 아닙니다. 큰형님은 진작 죽었어요. 저자는 가짜란 말입니다!”유정랑은 눈시울을 붉힌 채 울먹였다.가짜라는 한마디가 떨어지자, 사방이 삽시간에 고요해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유지영에게로 쏠렸다.유지영은 오늘 연회에서 누군가 유관상의 신분을 의심하리라는 것쯤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가장 먼저 나서서 시비를 걸 사람이 유정랑일 줄은 미처 몰랐다.“내 큰오라버니가 태어났을 때 너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 헌데 네가 무슨 수로 가짜인지 안다는 것이냐?”유지영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되물었다.“태의께서 직접 확인했고, 큰오라버니와 아버지께서는 이미 피를 섞어 친자임을 증명하셨다. 헌데 어찌 네 입에서는 가짜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냐? 설마 피를 섞어 확인한 결과마저 거짓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이냐?”유정랑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큰누님께서 오해하셨습니다. 저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제 어머니께서 살아 계실 때 그 큰형님에 관해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너무 약해 돌도 채 되기 전에 요절했다고 하셨습니다.” “큰오라버니께서 태어날 때부터 병약하셨던 것은 사실이다. 매장된 뒤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방씨 부부에게 발견되셨고, 때마침 명의를 만나 치료를 받은 덕분에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지신 것이다.”유지영은 그의 말을 받아 자연스럽게 설명을 덧붙였다.“말도 안 됩니다!”유정랑의 목소리가 한층 날카로워졌다. 거칠게 들썩이는

  • 피안을 거슬러   제395화

    그날 경성에서는 두 가지 일이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렸다.하나는 유국공부가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아들 유관성을 되찾았다는 소식이었고, 다른 하나는 경왕이 본처를 첩으로 강등시키고 조씨 가문 차녀를 새 왕비로 맞아들인다는 일이었다.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후자보다 전자에 더욱 쏠렸다.마침내 유국공부에도 가문을 이을 후계자가 생겼기 때문이었다.친인식이 열리는 날, 유국공부는 이른 아침부터 축하객들로 북적였다.대문 앞에는 마차가 끊이지 않고 줄지어 들어섰고, 유지영 역시 일찍부터 국공부를 찾았다.“셋째 부인께서 축하 선물을 보내오셨습니다.”운청이 가져온 것은 최고급 옥여의 한 쌍이었다.유지영은 선물을 한 번 살펴본 뒤 말했다.“나중에 직접 셋째 숙모네에 들러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다. 그동안 셋째네 사람들과 접촉한 이가 있었느냐?”“없었습니다.”유지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짙은 붉은빛 옷차림의 여인이 천천히 다가왔다.화려한 비녀와 보석으로 치장한 모습을 본 사람들이 일제히 몸을 굽혀 예를 올렸다.“장공주 전하를 뵙습니다.”조령 장공주는 손을 가볍게 내저었다.“오늘은 국공부의 경사로운 날이니 예는 생략해도 좋다. 모두 일어나거라.”“감사합니다, 장공주 전하.”널찍한 뜰은 온통 잔칫집답게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고, 시녀와 시종들 역시 길한 색의 옷을 입은 채 곳곳에서 손님을 맞고 있었다.주위를 둘러보던 조령 장공주는 곧장 유지영에게 다가왔다.“역시 경사가 있으면 사람은 얼굴부터 달라지는 법이지. 경세자비는 오늘 유난히 안색이 좋아 보이는구나.”유지영은 미소를 머금고 예를 갖췄다.“과찬이십니다, 장공주 전하.”조령 장공주는 그대로 곁에 선 채 목소리를 낮췄다.“예전에는 너와 곽 소저가 가까운 사이라는 걸 몰랐다. 혼사 문제에서도 다소 오해가 있었던 듯하니, 부디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으면 한다.”그 말에 유지영의 눈썹이 살짝 모아졌다.하지만 조령 장공주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당학은 내 조카나 다름없는 아이다

  • 피안을 거슬러   제394화

    “경왕 전하께서 제정신이란 말입니까? 멀쩡한 왕비를 첩으로 강등시키고 다른 여인을 왕비로 맞아들이다니요?”첩실 류씨는 미간을 찌푸리며 못마땅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당응성 역시 적잖이 놀라 곧장 사람을 보내 자초지종을 알아보려 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당학이 사람을 제지하며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이미 어제 경왕부에서 벌어진 일을 모두 알아본 뒤였다.당학은 숨김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대로 이야기했다.이야기를 들은 첩실 류씨의 얼굴이 굳어졌다.“경왕비에게 잘못이 있었다고는 하나, 아무리 그래도 왕부 전체가 세자 하나에게 휘둘릴 정도는 아니지 않느냐. 경왕은 친부이고, 임 태비는 친조모인데, 둘이 힘을 합쳐도 그 아이 하나를 막지 못한단 말이냐?”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속으로는 여씨가 너무도 무능하다고 생각할 뿐이었다.“어머니, 그런 말씀은 밖에서 하시면 안 됩니다.”당학이 미간을 찌푸리며 조심스럽게 만류하자 첩실 류씨는 손수건을 꽉 움켜쥐었다.“학아, 너는 경왕부 적녀와 혼인하는 몸이다. 여씨가 첩으로 강등됐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는 있느냐?”만약 배유리가 서녀가 된다면, 더는 당학의 배필로는 어울리지 않았다.당학은 담담하게 말했다.“외숙모께서 이미 혼사를 주선하셨습니다. 이제 와서 바뀔 일은 없습니다.”“안 된다. 내가 장공주를 찾아가 보마.”첩실 류씨가 고개를 저으며 발걸음을 옮기려 하자, 당학이 다시 그녀를 붙잡았다.“어머니께서 가시면 외숙모께서 마음 상하실 겁니다. 제 혼사 때문에 이미 많은 애를 쓰셨습니다. 배유리가 적녀든 서녀든, 제가 거절할 일은 아닙니다.”끝내 설득당한 첩실 류씨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당응성은 말없이 당학의 어깨를 두드렸다.“네가 고생이 많구나.”배유리의 처지는 한순간에 애매해졌고, 당학이 적장자로서 누릴 수 있었던 이점 또한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당응성은 미안한 마음에 앞으로는 다른 방식으로라도 당학을 더 챙겨 주리라 마음먹었다.“아버지, 전

  • 피안을 거슬러   제393화

    그날 밤, 임 태비는 분이 풀리지 않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입만 열면 배현준을 두고 인정도 없는 놈, 끝내 사람 구실도 못 하는 짐승이라며 거듭 저주를 퍼부었다.그럼에도 이튿날 아침, 경왕은 입궁해 교지를 청할 준비를 마쳤다.“전하.”여씨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경왕이 지나갈 길목을 막아섰다.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이었다. 그녀의 뒤에는 민경주와 배영준, 배옥준, 배유리까지 모두 따라와 있었다.털썩.네 사람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아버지, 어머니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배영준은 허리를 곧게 세운 채 간절히 청했다.배옥준도 뒤이어 입을 열었다.“아버지, 어머니께서는 수년 동안 이 집안을 위해 애쓰셨습니다. 공이 없다 해도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지 않습니까. 잠시 판단을 그르쳐 잘못을 저지르셨을 뿐입니다. 이미 깊이 뉘우치고 계십니다. 아들인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테니, 부디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그러게요,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늘 온 집안을 돌보느라 마음을 다하셨습니다. 순간 화를 이기지 못해 실수하신 것뿐이니,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세 사람은 연달아 머리를 조아렸다.반면 민경주는 조용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님께서 이번에 물러서시면 다음에 또 어떤 일을 요구할지 알 수 없습니다. 고작 오해 하나로 어머님께서 왕비 자리를 잃게 되다니,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처사입니다.”모두가 한마디씩 거들며 경왕을 설득하자, 경왕은 미간을 가볍게 찌푸렸다.그때 마침 배현준이 지나갔다.한 번 흘끗 바라본 뒤 그대로 지나치려 했지만, 배영준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형님께서는 이미 세자이신데, 어찌하여 아직도 어머니를 놓아주시지 않는 겁니까?”“형님, 이번 한 번만 어머니를 용서해 주십시오.”배옥준도 거들었다.순식간에 모든 시선이 배현준에게 쏠렸다.배현준은 혀를 차며 비웃었다.“어제 그 계략이 성공했다면 이모님은 첩이 되거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목숨까지 끊으셨

  • 피안을 거슬러   제392화

    경왕은 배현준이 조금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왕비는 그래도 내 아이 셋을 낳아 기른 사람이다. 너무 몰아붙이지 말거라.”배현준은 단호하게 맞받아쳤다.“태비 마마와 경왕비가 손을 잡고 이모님을 함정에 빠뜨려 조씨 가문의 명예를 짓밟았습니다. 제가 이모님의 억울함을 풀어 드리겠다는데, 그게 어찌 잘못입니까?”그는 경왕보다 머리 하나 가까이 더 큰 체구로 우뚝 서 있었다. 압도적인 기세에 경왕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가슴이 크게 들썩였다.“네가 궁에 들어간다고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으냐!”배현준은 손을 한 번 내저었다.“평안, 손님을 배웅하거라.”“배현준, 정말 일을 여기까지 키울 셈이냐?”경왕이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배현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제대로 벌하지 않으면 저들은 또다시 요행을 바라겠지요. 그때도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그는 끝까지 일을 크게 만들 작정이었다.설령 조원금이 끝내 경왕비 자리를 얻지 못한다 해도, 지금의 경왕비만큼은 결코 계속 왕부의 안주인으로 둘 생각이 없었다.부자는 서로를 노려보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두 사람의 눈에는 똑같이 타오르는 분노가 어려 있었다.한참이 흐른 끝에, 먼저 한발 물러선 것은 경왕이었다.“조원금을 왕비로 삼고, 여씨를 평처로 올리겠다. 그것이 내가 양보할 수 있는 마지막 선이다.”배현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옅게 웃었다.“세 아이를 이모님 슬하로 입적시키고, 여씨는 귀첩으로 두십시오. 그러면 아이들은 여전히 적자와 적녀의 신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나지막이 덧붙였다.“그렇지 않으면 태비 마마께서도 남은 여생을 경왕부에서 편안히 보내시기는 어려울 겁니다.”또다시 협박을 받자 간신히 눌러 두었던 경왕의 분노가 다시 치밀어 올랐다.“배현준! 적당히 하거라!”하지만 배현준은 그의 노여움을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옷자락을 걷어 올린 그는 태연히 의자에 앉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 피안을 거슬러   제391화

    “안 됩니다.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경왕비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핏기 없이 질린 얼굴 위로 두 눈만 벌겋게 충혈된 채, 다급히 다가가 경왕의 소매를 움켜쥐었다.“전하, 저 사람 말 몇 마디만 듣고 제 왕비 자리를 빼앗으시려는 겁니까?”배현준은 코웃음을 치며 임 태비를 바라보았다.“한 시진 안에 답을 듣겠습니다.”말을 마치자 그는 소매를 털어 올리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그의 모습이 멀어지자 뜰에는 적막만이 내려앉았다.뜰을 가득 메운 시종들은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한 채 이쪽을 훔쳐보았다. 모두 긴장과 불안,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임 태비는 깊숙이 몸을 기대며 혀를 찼다.“살다 살다 아들이 아비의 방안일까지 간섭하는 건 또 처음 보는구나. 왕비는 그래도 제 어미인데, 어쩌면 저렇게 인정머리가 없단 말이냐. 고작 오해 하나였을 뿐이다. 황실의 일은 저 아이 말 한마디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 왕비 자리가 비면 그 아이들 셋은 모두 서출이 되고 말 것이다.”흥분한 임 태비는 두서없이 말을 쏟아냈다.경왕비는 여전히 경왕의 소매를 붙든 채 애원하듯 말했다.“전하, 이 집안의 가장은 전하이십니다.”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경왕은 그녀의 손을 떼어냈다. 굳게 얼굴을 굳힌 그는 경왕비를 똑바로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물었다.“오늘 일, 정말 네가 한 짓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느냐?”정면으로 추궁당한 경왕비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아직도 사실대로 말하지 않을 셈이냐?”경왕의 눈에 분노가 치솟았다.“정말 시종들에게서 증거를 찾아내야만 인정하겠다는 것이냐!”조금 전까지 경왕이 침묵하고 있었던 것도 이미 마음속에 의심이 싹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배현준은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일을 크게 벌였고, 세자 자리까지 걸어가며 끝까지 진상을 밝히겠다고 나섰다.그 모습을 보고 경왕도 모든 사정을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저는….”경왕비는 넋이 나간 얼굴로 임 태비를 바라보았다.임 태비는 깊게

  • 피안을 거슬러   제7화

    “언니, 설마 이미 경왕 세자와 혼약을 정한 건 아니죠?”그때 갑자기 다가온 유선주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어젯밤에 주향이 언니 침소에서 사내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는데, 그 사람이 경왕 세자인가요?”말이 끝나자마자 싸늘한 정적이 감돌았다.유선주는 재빨리 입을 틀어막으며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유지영을 바라보았다.“언니, 일부러 말한 건 아니에요. 실수였어요. 하지만 언니도 참 어리석네요. 어찌 홧김에 경왕 세자 같은 분과 그런….”짝!유지영은 결국 참지 못하고 유선주의 뺨을 때렸다.주변이 다시 고요해졌다.이내

  • 피안을 거슬러   제6화

    수구 이야기가 나오자 사람들은 일제히 유지영을 바라보았다. 나무 그늘 아래 서서 예식을 구경하던 배준형도 말이다. 유지영은 담담히 붉은 수구를 한 손에 쥔 채로 무대 위에 섰다.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모든 것이 훤히 보였다.그저 구경만 할 생각으로 몰려온 어중이떠중이들도 적지 않았기에, 이를 본 외숙모 한씨가 차갑게 굳은 얼굴로 꾸짖었다.“혼약이 있거나 신분에 맞지 않는 자가 함부로 뛰어들었다가는 중벌을 면치 못할 것이오!”말을 마친 한씨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유지영을 바라보았다.“지영아, 지금 후회해도 늦지 않아.”

  • 피안을 거슬러   제5화

    주향은 비명을 지르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나머지 셋은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당황한 채 무릎을 꿇고 빌었다.“부관, 저들의 입을 틀어막고 모조리 끌어내세요!”유지영은 저 꼴을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뒤집혔다.‘배은망덕한 것들 같으니!’장 부관은 하는 수 없이 하인들을 불러 넷을 모두 끌어내게 하고 중개 어멈을 부르라고 일렀다.유지영은 그것마저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중개인은 필요 없으니 이만 나가 보세요.”게다가 시간도 늦었으니, 내일 성년례가 끝난 뒤 차차 처리할 생각이었다.그렇게

  • 피안을 거슬러   제4화

    측문으로 나와 마차에 오른 둘은 거리를 따라 서북쪽으로 향하다가 골목을 지나 취선루에 도착했다.홍주는 아연실색한 얼굴로 문앞에서 잘록한 허리를 씰룩이며 호객하는 여인들을 바라보았다.“아… 아가씨, 저희가 올 곳이… 아닌 것 같은데요.”유지영은 이곳에서 만날 사람이 있었다. 이틀 전에 그가 왔다는 소식은 이미 전해 들었다. 전생에 그녀가 배준형과 혼약을 정한 뒤, 그는 찾아오지 않고 사람을 시켜 커다란 야명주만 선물로 보내고는 홀연히 사라졌다.만약 배현준이 도와준다면 앞으로 반드시 그 은혜를 갚을 생각이었다.유지영은 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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