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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7 チャプター

6231장

시후가 한국에 없었기 때문에, 이토 나나코는 며칠째 온전히 무도 수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아예 샹젤리 온천에 머무는 날이 많았고, 가끔씩만 집으로 돌아가 아버지 이토 유키히코를 찾아뵈었다.어제는 이토 유키히코가 딸이 보고 싶어 사람을 시켜 정성스럽게 가이세키를 준비했고, 이토 나나코를 집으로 불러 함께 식사를 했다.가이세키는 본래 종류도 많고 절차도 복잡해 한 끼를 먹는 데 두세 시간은 금방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토 나나코는 어젯밤 샹젤리 온천으로 돌아가지 않고 집에 머물렀다.다음 날 아침 수련에 지장이 없도록, 그녀는 동이 트자마자 일어나 간단히 씻은 뒤 곧바로 차를 몰아 샹젤리 온천으로 향할 준비를 했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던 중, 9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문이 열리자, 나나코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들어왔다.나나코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그 여성은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통화를 이어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휴, 나도 이렇게 일찍 일어나고 싶진 않았어. 그런데 내가 관음사 쪽 스님한테 들었거든? 유명한 경청 법사님이 초청받아서 강의를 하러 온대. 한두 시간 뒤에 도착하신다더라. 게다가 신도들 위해서 짧게라도 부적도 써주신다는데, 경청 법사님이 축원해주신 부적이 효과가 좋다고 해서… 남편 하나 받아주려고. 맨날 전 세계를 돌아다니니까, 그런 부적 하나쯤은 있으면 좋잖아.”전화 너머의 여성이 궁금한 듯 물었다.“부적은 어느 절이나 다 있잖아. 네가 말한 법사님이 해주는 건 뭐가 그렇게 특별한데?”그러자 휴대폰을 든 여성이 답했다.“경청 법사님은 유명한 분이야. 전 세계를 다니면서 강의를 하시는데, 그때마다 일부 신도들한테 무료로 축원을 해주시거든. 얼마 전에 낙산사에서 강의했을 때는, 입장권이 일주일 내내 매진됐어. 그분이 축원해준 물건은 신도들 사이에서 중고로도 몇 백만 원씩에 거래된다니까?”여자는 말을 덧붙였다.“그리고 지현이 있잖아? 작년에 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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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2장

그래서 이토 나나코는 발걸음을 재촉해 앞서가던 여성을 따라잡고,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실례합니다, 잠깐만요. 일부러 엿들은 건 아니고요… 방금 부적 이야기하시는 걸 듣고 여쭤보고 싶어서요. 말씀하시는 스님께 직접 축원을 받아 부적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그 여성은 잠시 놀란 듯하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어렵지 않아요. 그냥 관악산에 있는 관음사의 법무실에 가셔서, 경청 스님을 뵙기로 했다고 말씀하시면 돼요. 그러면 스님들이 대기실로 안내해줄 거예요. 이 정보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일찍 가면 기회가 있을 거예요.”이토 나나코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정말 감사합니다.”“별말씀을요.”여성이 웃으며 덧붙였다.“여기 사시는 거 보니까 이웃이신가 봐요?”“네.”이토 나나코가 고개를 끄덕였다.“저는 21층에 살고 있어요.”“저는 9층에 살아요. 며칠 전에 이사 왔죠. 남편이 지방에서 사업을 해서 거의 혼자 지내거든요. 나중에 시간 되면 놀러 오세요.”그리고 여자는 나나코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급히 말을 이었다.“저는 친구를 데리러 가야 해서 먼저 갈게요. 친구 집이 관악산이랑 반대 방향이라 시간이 좀 걸려서요. 얼른 가보세요.”이토 나나코는 9층 여자에게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한 뒤, 차에 올라 관악산 관음사로 향했다.두 차량은 청년재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온 뒤, 하나는 좌회전, 하나는 우회전을 하며 금세 서로 거리를 벌렸다.몇 분 뒤, 앞서 가던 차량의 여성은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연결되자 여성이 말했다.“이토 나나코는 지금 관악산 관음사로 출발한 것 같습니다.”전화를 받은 손금옥은 담담하게 말했다.“알겠어. 의심하진 않았겠지?”여성이 답했다.“아마 아닐 거예요. 설령 의심해도 충분히 설명 가능한 상황이에요. 며칠 전부터 여기 살고 있었으니까요.”손금옥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아. 친구를 태우고 자연스럽게 오면 돼. 순조롭게 진행되면, 도착할 때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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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3장

안예선의 말을 들은 손금옥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럼 김상곤 씨 집안의 김유나 씨는 어떻게 보십니까?”“김유나……”안예선은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어느 정도는 시후에게 잘해준 건 맞아. 하지만 두 사람이 결혼한 지 4년이 지났는데도 임신도, 자식도 없죠. 이건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속은 없는 혼인일 가능성이 큰 거예요. 명목상의 관계일 수도 있는 거지. 시후가 해온 걸 보면, 시후 쪽은 진심이야. 그런데도 관계가 그런 상태라면, 문제는 김유나 쪽에 있을 가능성이 커.”안예선이 말을 이었다.“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내가 함부로 단정할 수는 없어.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시후를 그렇게까지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일 수도 있고… 혹은 시후가 그 정도로 사랑하는 건 아니라는 뜻일 수도 있지 않겠어요?”손금옥이 고개를 끄덕였다.“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만약 시후 도련님이 훗날 김유나 씨와 이혼하게 된다면, 고은서 씨든, 이토 나나코 씨든,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아주 좋은 인연이 될 겁니다. 두 분 모두 도련님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보이니까요.”안예선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이혼을 하든 말든, 결국 선택은 시후의 몫이야. 지난 20년 동안 나는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지금 와서 배우자 문제에 간섭할 자격도 없고. 그저 손 실장님이 물었기에 내 생각을 말했을 뿐이죠.”손금옥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사실 소민지나 송민정 씨도 모두 보기 드문 괜찮은 아가씨들입니다. 노르웨이의 헬레나 여왕 역시 흠잡을 데가 없고요. 시후 도련님의 인연운은 정말 남다른 것 같습니다.”안예선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렇죠. 다들 참 드문 좋은 아이들이지만... 시후라는 존재가, 그 아이들의 행복을 가로막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되네요.”안예선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한 사람 때문에 여러 사람의 인생이 엇갈리는 이야기는,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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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4장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계곡 안쪽에서 헬기 엔진 소리와 함께 프로펠러가 공기를 가르는 굉음이 점점 또렷하게 들려왔다.손금옥이 말했다.“사모님, 경청 스님이 도착한 것 같습니다.”“그래.”안예선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여기로 바로 오시라고 하죠.”몇 분 뒤, 헬기는 관음사 인근 별채 앞 공터에 착륙했다. 승복에 가사를 걸친 한 승려가 성큼성큼 걸어 별채 문 앞으로 다가왔다.마침 문이 열리고, 손금옥이 그를 보며 미소 지었다.“경청 스님, 사모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이 승려는 바로,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유명해진 경청 스님이었다.경청 스님은 아직 오십이 채 되지 않았고, 출가한 지도 20년이 되지 않았지만, 불법에 대한 깊은 이해와 독창적인 해석으로 지금은 널리 인정받는 스님이 되었다.최근 몇 년간 그는 전국을 돌며 법문을 전했지만, 명예나 이익을 바란 적은 없었다. 오히려 불교의 철학을 통해 사람들이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돕는 데 힘써왔다.특히 우울증 환자들에게 큰 관심을 기울였고, 각지에서 우울증이나 우울증 성향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며, 그들이 다시 삶에 대한 애착을 되찾도록 돕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을 절망에서 건져낸, 말 그대로 자비로운 인물이었다.그가 불법에서 이처럼 빠르게 경지에 오른 데에는 타고난 통찰력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하나 있었다. 그 역시 어느 정도는 일종의 수행자였기 때문이다.그는 영기를 감지할 수 있었고, 체내에서 이를 운용해 더욱 깊게 다듬을 수도 있었다. 다만 타고난 재능이 부족해, 개안 이후에도 영기가 모두 의식의 바다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시후처럼 압도적인 힘이나 신통을 발휘할 수는 없었다. 대신 의식의 영역이 크게 확장되면서, 불법을 연구할 때 훨씬 깊은 차원의 이해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그때, 경청 스님은 손금옥 앞에서 합장하며 조용히 “아미타불”을 외친 뒤, 곧장 별채 안으로 들어섰다.그리고 안예선 앞에 이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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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5장

관음사로 향하는 길, 이토 나나코는 신호 대기 중 틈틈이 경청 스님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찾아봤다.조사를 하여 조금만 찾아봐도 대단하다는 게 바로 느껴졌다. 경청 스님은 한국에서만 유명한 것이 아니라, 그 영향력이 이미 중국과 일본 그리고 동남아 불자들에게까지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하나같이 비슷했다. 큰 재능과 큰 덕을 겸비했고, 세상을 품는 넓은 그릇을 지닌 인물이며, 불법 분야에서 좀처럼 나오기 힘든 천재라는 것.나나코를 더욱 놀라게 한 건,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태국, 부탄 등 여러 나라의 사찰에서도 경청 스님에게 공식 초청을 보냈다는 사실이었다. 자국 신도들을 위해 법문을 해달라는 요청이었지만, 경청 스님의 일정이 향후 1년 내내 한국 일정으로 가득 차 있어 아직은 응하지 못한 상태였다.그뿐만이 아니었다. 국내외 여러 유명 스님들의 평가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 한결같이 경청 스님의 불법 이해는 지금 시대에서 가장 깊다고 입을 모으고 있었다.그가 경전을 풀이하는 방식은, 평생을 연구해 온 원로 스님들조차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할 정도였다.이처럼 경청 스님에 대한 정보를 알아갈수록, 나나코의 기대감은 점점 더 커졌다.평범한 아침이라고 생각했던 하루에, 이런 인연을 만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녀가 진짜로 마음을 쏟고 있는 건, 경청 스님의 명성이 아니었다. 그녀의 목적은 단 하나, 시후를 위해 경청 스님이 축원해주는 부적을 하나 받는 것이었다.관음사에 도착했을 때,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몇몇 신도들이 산을 올라 절을 찾고 있었다.다만, 이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 유명한 경청 스님이 이미 이곳에 와 있다는 사실을.이토 나나코는 대웅전을 피해 곧장 법물 판매소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은 아직 문을 열기 전이었다.입구에 붙은 안내문에는 운영 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라고 적혀 있었다.나나코는 잠시 멈춰 서서 생각에 잠겼다.‘분명 여기로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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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6장

승려는 말을 마치고 덧붙였다.“『반야심경』은 전체가 260자 정도라, 직접 쓰시기에도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이토 나나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혹시 종이와 필기도구를 조금 빌릴 수 있을까요? 그리고… 경청 스님께서 잠시 기다려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다 쓴 뒤에 뵈어도 괜찮을지…”승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종이와 붓은 제가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다만, 스님을 찾아뵙고 난 뒤 그 자리에서 직접 경전을 옮겨 적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스님께서 동시에 경전을 읊어주시고 축원도 함께 해주실 테니, 그게 가장 효험이 좋습니다.”나나코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정말 감사합니다.”그리고 다시 깊이 허리를 숙였다.승려는 “아미타불”을 한 번 읊은 뒤, 법물 판매소 안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후 노란 비단 주머니 하나와 종이, 붓, 먹을 들고 나왔다. 문을 조심스럽게 닫은 뒤, 나나코를 데리고 절 뒤쪽으로 향했다.“이쪽으로 오십시오.”나나코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따라갔다.낡은 붉은 벽돌 담을 지나자, 일반 신도들은 거의 들어올 수 없는 사찰 뒤편 공간이 나타났다. 이곳은 평소 외부에 개방되지 않는 곳으로, 스님들과 절과 깊은 인연이 있는 신도들만 출입이 허락되는 곳이었다.그 안에는 신도들을 대상으로 법문을 전하는 작은 법당이 하나 있었다. 독실하고 재능 있는 재가 신도들 중 일부는 머리카락을 기른 채 이곳에서 수행하다가 불교와의 인연이 닿으면 정식으로 출가하여 승려가 되기도 했다.그때, 경청 스님은 법당 강단 위에 앉아 눈을 감은 채 독경을 하고 있었다.젊은 승려가 문을 열고 들어가 공손하게 말했다.“스님, 한 분이 뵙기를 청하셨습니다.”경청 스님은 눈을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들여보내십시오.”젊은 승려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스님.”승려는 다시 밖으로 나와 길을 열어주며 말했다.“들어가시면 됩니다. 스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이토 나나코는 다시 한 번 합장하며 감사 인사를 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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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7장

이때, 산속 별채에서는 손금옥이 모니터를 통해 법당 안 상황을 지켜보다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사모님, 저 경청 스님… 이토 나나코 씨한테 출가를 권하고 있습니다. 이건 완전히 방향이 틀어진 거 아닙니까?”안예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조급해할 필요 없어. 경청 스님은 이미 깨달음을 얻은 이후로 불심이 확고해졌어요. 지금 그 사람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부처와 불법, 그리고 모든 중생이지. 이토 나나코는 원래부터 통찰력과 자질이 뛰어난 아이예요. 경청이 아니라 다른 수행자였어도 제자로 삼고 싶어 했을 텐데. 내가 왜 굳이 그 아이를 깨닫게 하려고 했겠어? 저 정도 재능을 가진 사람이 끝내 문턱에서만 맴돌게 두는 건, 그야말로 재능을 썩히는 일이니까. 하지만 나나코 성격을 보면 알잖아요. 설령 경청이 전 세계 사람을 다 들먹이며 설득한다고 해도, 그 아이는 절대 흔들리지 않을 거야.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어요.”예상대로.이토 나나코는 본능적으로 반걸음 뒤로 물러서며, 미안한 듯 말했다.“저... 저는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습니다. 출가를 할 수는 없습니다…”모니터를 보던 안예선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손 실장, 방금 디테일 봤죠? 아까까지만 해도 자신을 낮춰 말하던 아이가, 지금은 ‘저’라고 했어요. 바로 선을 긋는 거죠.”손금옥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경청 스님께 부탁할 일이 아니었다면, 벌써 나가버렸을 겁니다.”그 시각, 경청 스님 역시 나나코가 출가 제안에 강하게 거부감을 보인다는 걸 눈치챘다. 그는 차분하게 말했다.“사랑이 소중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중생을 널리 구제하는 것보다 더 큰 가치는 없지 않겠습니까? 부처께서는 작은 자아를 버려 큰 자아를 이루고, 작은 사랑을 내려놓아 더 큰 사랑을 이루라 하셨습니다. 고통받는 이를 구하고, 중생을 제도하는 것 이것이 수천 년 동안 수행자들이 추구해온 가장 높은 경지입니다. 게다가 스스로 불법을 믿는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세상을 위해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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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8장

“사회가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사람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사회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사람의 집중력은 더 분산되죠. 그래서 역설적으로, 시대가 발전할수록 고대 사상가들의 철학이 얼마나 깊었는지가 더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이게 바로, 세계 3대 종교의 신도들이 지금도 수천 년 전 경전을 인생의 기준으로 삼는 이유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반복해서 옛 경전을 연구하는 것도, 그 안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고요.”이토 나나코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가, 발끝을 한 번 내려다보고 다시 경청 스님을 바라봤다. 한참을 고민했지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조심스럽게 엄지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스… 스고이…”경청 스님은 출가 전부터 학식이 뛰어난 인물이었고, 이미 깨달음을 얻은 데다 오랜 세월 여러 곳을 여행하며 수련해 온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이토 나나코의 일본어 뜻을 바로 알아들었다.자신이 이렇게 길게 설명했는데 돌아온 말이 ‘스고이’ 한마디라니. 아무리 깨달음을 얻은 승려라 해도, 순간적으로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그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속으로 되뇌었다.‘아미타불… 아미타불…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한편, 별채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안예선과 손금옥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안예선이 조용히 말했다.“저 아이, 진짜 영리하군. 한국에 온 지도 꽤 됐는데, 저 상황에서 일본어를 무심코 썼을 리가 없어. 일부러 한 거야.”“보세요, 경청 스님… 불심까지 흔들렸잖아요.”손금옥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이상하게… 점점 더 마음에 드네요.”안예선은 속눈썹을 살짝 떨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경청 스님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혹시 느껴보신 적 있습니까? 사회의 생산력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인간은 본질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특정 분야의 창의성도, 이미 옛사람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아니스트를 보십시오. 지금도 수많은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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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9장

이토 나나코의 연이은 ‘스고이...’ 두 마디에, 경청 스님은 결국 마음이 무너질 뻔했다.그는 결코 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나코의 이 말이 곧 정중한 거절이라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그는 이렇게 되뇌었다.‘이 여인은 분명 타고난 자질이 남다르다. 만약 불문에 들어와 경전을 깊이 연구한다면, 분명 누구보다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모든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텐데… 결국 이건 나 혼자만의 바람이었구나…’그는 속으로 조용히 되뇌었다.‘이런... 용서하십시오..! 사모님께서는 깨달음의 길을 열어주라 하셨는데, 나는 오히려 출가를 권하고 있었구나…’잠시 마음을 다스린 뒤, 경청 스님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방금은 제가 말을 지나치게 했습니다.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이토 나나코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습니다. 다만… 더 이상 출가를 권하시지만 않으면 될 것 같아요.”그녀는 주머니에서 비단 주머니를 꺼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이 부적에 축원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경청 스님은 고개를 끄덕였다.“직접 『반야심경』을 옮겨 적으실 생각이신가요?”“네.”나나코는 아까 받았던 종이와 붓을 꺼내며 말했다.“여기서 써도 괜찮을까요?”“물론입니다.”경청 스님은 강단 아래 놓인 책상을 가리켰다.“저기에서 쓰시면 됩니다.”나나코는 감사 인사를 하고 책상 앞으로 가 앉았다. 손바닥만 한 종이를 펼친 뒤, 가느다란 붓으로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이라는 글자를 또박또박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경청 스님은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 그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이 젊은 일본 여인이 붓글씨를 이렇게 능숙하게 쓸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나나코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손으로 경전을 쓰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경청 스님은 그녀가 경전을 철저히 공부하고 내용을 암기했음을 알 수 있었다.나나코는 막힘없이 경전을 모두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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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40장

경청 스님이 말했다.“그럼 제가 다른 방식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매우 엄숙한 어조로 덧붙였다.“눈을 뜨고 있을 때, 아가씨는 단지 지구 위에 서서 눈앞의 하늘 한 조각을 바라볼 뿐입니다. 하지만 눈을 감고 무의식의 경지에 들어가면, 지구는 아가씨 앞에 놓인 하나의 지구본이 됩니다. 모든 것이 손안에 들어오고, 한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지요.”나나코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관하는 방법은… 저도 조금은 감을 잡긴 했습니다만… 그런데… 눈을 감고 우주를 본다는 느낌은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경청 스님이 놀란 듯 외쳤다.“내관법을 알고 계십니까?”나나코는 고개를 끄덕였다.“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게 정말 내관인지 확신은 없습니다.”경청 스님이 물었다.“어떻게 하신 것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나나코는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무술을 수련하면서 진기를 온몸의 경맥으로 순환시켰습니다. 그러자 마치 온몸의 경맥이 전부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았죠……”경청 스님은 고개를 저었다.“그것은 진정한 내관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것은 단지 신체 내부에 대한 자각일 뿐입니다. 그 단계에서 보이는 것은 오장육부, 경맥과 단전, 그리고 니환궁에 불과합니다. 진정한 내관은, 반드시 눈을 감고 온 우주를 내려다보는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의 진정한 자부(紫府)를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곳이 바로 신식이 비롯되는 근원이기 때문입니다.”“자부요?”나나코가 의아하게 물었다.“자부가 무엇인가요?”경청 스님이 답했다.“제가 불법을 수련하긴 했지만, 자부를 내관하는 것은 도가에서 말하는 수련의 핵심입니다. 자부는 도가의 전적에서 수행자가 영기와 진원을 저장하는 곳을 말하지요. 다만 불법에서 말하는 식해(識海) 역시 그 자부 안에 존재합니다.”“식해요?”나나코는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듯 말했다.“그 개념은… 처음 듣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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