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Bab 5021 - Bab 5030

5308 Bab

제5021화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투둑투둑하는 빗소리를 제외하면 청원 전체가 고요했다.이렇게 조용한 밤, 구택의 느긋하고 낮은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소희의 구택을 향한 그리움도 잠시 누그러졌다.하지만 그리움은 더 깊고 짙게 밀려왔다.구택은 다시 결혼 기념일 이야기를 꺼냈다.“올해 결혼 기념일도 같이 못 보내네. 진짜 아쉽다.”그 말을 계속하는 것으로 보아 마음에 걸리고 있다는 게 그대로 느껴졌다.그러나 소희는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같이 보낸 거나 마찬가지지.]곧 구택이 낮게 말했다.“소희야. 보고 싶다고 해줘.”애교 섞인 목소리가 유난히 부드러웠고, 소희는 조용히 대답했다.[보고 싶어. 엄청.]소희는 정말 매 순간 그리웠다....4월 29일.아침부터 구택의 휴대폰에는 각종 생일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하지만 전부 확인하고 난 뒤에도 소희에게서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아마 아침부터 아이들 챙기느라 정신없어서 잊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구택은 먼저 윤성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회의 끝나면 직접 소희에게 전화할 생각이었다.오전 회의가 끝난 뒤, 진우행은 구택 뒤를 따라오며 업무 보고를 이어가다가 문득 말했다.“며칠 전에 비즈니스 와인파티 초대장이 하나 들어왔어요. 오늘 점심 일정인데, 잠깐 들르실래요?”구택은 서류를 넘기며 담담하게 말했다.“적당한 사람 보내세요.”오성에 왔다는 소식이 퍼진 뒤로 매일같이 초대장이 들어오고 있었다.시간은 한정적이었고, 중요하지 않은 자리는 자연스럽게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그때 우행이 덧붙였다.“와인파티에서 소소하게 경매도 진행된다고 해요. 미리 봤는데 사모님 취향일 만한 보석이 꽤 있었거든요.”그제야 구택이 고개를 들었다.“그걸 왜 이제 말하는 거죠?”그러자 우행은 태연하게 답했다.“지금 가도 충분해요.”구택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바로 출발하죠. 오후 일정까지 여유 있으니까 좀 있다가 와도 되겠네요.”“네. 바로 준비할게요.”곧 운전기사가 차를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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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2화

구택은 헛웃음을 터뜨렸다.백림 일행은 하나둘 가면을 벗었고, 모두 웃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파티장 안 다른 사람들도 전부 이쪽으로 몰려오더니 모두 가면을 벗었다.우청아, 성연희, 화영, 임유진, 구은정, 임유민, 진석, 강솔...심지어 강시언과 강아심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와 있었다.구택은 이미 어느 정도 상황을 눈치채고 있었고 가슴속 기쁨이 막 차오르려던 순간, 등 뒤에서 또렷하고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빠!”구택은 순간 몸을 돌렸다.그리고 눈앞에 보인 건, 새하얀 공주 드레스를 입고 환하게 웃으며 자기에게 달려오는 윤나였다.윤나는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해맑게 뛰어오는 모습이었다.윤나 뒤에는 소희가 서 있었고, 그 옆에는 윤성과 설연이를 비롯한 아이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구택은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구택은 바로 쪼그려 앉아 윤나를 번쩍 안아 들고는 딸의 볼에 진하게 입을 맞췄다.그리고 곧바로 고개를 들어 뜨겁고 깊은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봤다.소희는 걸어와 평소처럼 맑고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자기야. 생일 축하해. 결혼기념일도 축하하고.”윤나는 아빠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눈을 반짝였다.“아빠 생일 축하해요. 나 아빠 진짜 엄청 보고 싶었어요.”사랑스럽게 말하는 윤나에 구택은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정말 행복해서 그대로 쓰러질 것 같은 기분이었고, 주변 사람들도 하나둘 생일 축하를 건넸다.“고마워. 다들 정말 고마워.”구택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 번져 있었다.그 사이 백림 일행은 케이크 카트를 밀고 왔고, 구택은 다시 소희를 바라봤다.“진짜 엄청난 서프라이즈네.”소희는 입꼬리를 올렸다.“원래는 연희한테만 말했어. 올해는 윤성이랑 설연이 생일 같이 못 챙길 것 같다고.”“아이들 데리고 오성 오려고 했는데 근데 연희가 알자마자 다 퍼져버렸어.”“결국 다 같이 상의해서 당신이랑 애들 생일 한꺼번에 챙겨주자고 오성까지 온 거야.”구택은 사람들이 안 보는 틈을 타 몸을 숙이고는 소희 볼에 짧게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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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3화

전화 너머 석유의 목소리는 차분했다.[전 괜찮아요. 다친 데도 없고요. 근데 여기서 경찰 기다려야 해서 회사는 조금 늦을 것 같아요.]김하운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안 다쳤으면 됐어요. 회사 일은 걱정하지 말고 천천히 처리하고 오세요. 여긴 제가 있을게요.”전화를 끊은 뒤, 명빈이 바로 물었다.“무슨 일이죠?”그러자 김하운이 설명했다.“석유 씨가 출근하다가 교통사고 났다네요. 다행히 크게 다친 건 아닌 것 같아요.”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명빈은 미간을 한 번 찌푸린 채 밖으로 걸어 나갔다.하지만 몇 걸음 걷다가 여기가 김하운이 내려야 하는 층이라는 걸 뒤늦게 떠올렸다.머쓱해진 명빈은 그대로 몸을 돌려 다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김하운은 조금 놀란 얼굴로 명빈을 바라봤지만 명빈은 아무 말 없이 버튼만 눌렀다.엘리베이터 문은 다시 닫혔고, 곧 위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사장실로 돌아오자 비서 역시 예상치 못했다는 얼굴이었다.명빈이 이렇게 일찍 출근한 것도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었다.비서는 곧장 따라 들어와 컴퓨터를 켜고 커피를 준비했다.그리고 결재 서류와 오늘 일정표, 회의 자료들까지 전부 들고 들어왔다.명빈은 서류를 펼쳤지만 아무리 봐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어디서 사고 난 거지? 상황은 많이 심각한가? 그 성격에 분명 상대랑 한바탕 했을 텐데.’상대까지 성질 더러운 사람이면 싸움까지 갔을지도 몰랐다.문득 뉴스에서 봤던 도로 위에서 말다툼하다 칼부림까지 난 사건들이 떠올랐다.그리고 생각할수록 속이 점점 답답해졌다.몇 초 뒤, 명빈은 결국 서류를 탁 내려놨고는 의자 위 재킷을 낚아채듯 집어 들고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명빈은 석유가 사는 곳도 알고 있었기에 평소 출근할 때 다니는 길 역시 익숙했다.그대로 길을 따라가던 중, 한 교차로 근처에서 갓길에 세워진 석유 차를 발견했다.석유는 차에 등을 기대고 서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사고 자체는 단순했다.석유 차는 정상적으로 신호 대기 중이었고, 뒤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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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4화

김하운은 표정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한 가지 착각하고 계시네요. 시간 낭비한 것도, 일 망친 것도 전부 본인 잘못이잖아요.”“규칙만 제대로 지켰으면 길어야 신호 한 번 기다리는 정도였겠죠.”“근데 지금은 본인 시간만 낭비한 게 아니죠. 본인 잘못된 판단 때문에 다른 사람까지 피해를 봤어요.”“그러니까 지금 당장 제 친구한테 사과하는 게 맞으시고요.”남자는 순간 말문이 막혔는지 어이없다는 얼굴로 김하운만 멍하니 바라봤다.그 사이 교통경찰은 CCTV 영상을 확인하고 있었고, 경찰은 모두에게 잠시 진정하고 기다리라고 했다.대기하던 중, 석유는 무심코 뒤를 돌아봤는데, 멀리 횡단보도 사람들 사이로 익숙한 뒷모습 하나가 스쳐 지나간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보다 키가 훨씬 커서 유난히 눈에 띄는 실루엣이었다. 석유는 자신도 모르게 몇 걸음 앞으로 나갔지만 다시 자세히 둘러봤을 때는 이미 사람들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석유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명빈 씨일 리가 없잖아.’ 석유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면서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오버했다고 자조하며 시선을 거뒀다. ...사고 처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온 뒤, 김하운의 비서가 다가와 말했다.“30분 뒤 회의 시작이에요.”김하운이 시간을 확인했다. 원래 아침 회의는 한 시간 전에 시작됐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자기와 석유 때문에 미뤄진 듯했다.이에 김하운은 석유에게 말했다.“회의 자료 준비해 주세요.”30분 뒤, 넓은 회의실 안은 하나둘 사람들로 채워졌고, 그때 문이 열렸다.순간 회의실 안이 조용해졌고, 사람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사장님.”“안녕하세요, 사장님.”석유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검은 정장을 입은 명빈을 한 번 바라본 뒤, 곧바로 다시 고개를 숙여 자료를 정리했다.명빈의 시선은 누군가를 의도적이게 바라보지 않으려는 듯 은근슬쩍 훑어보았다.“앉으세요.”곧 회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가장 먼저 SD신규 시스템 관련 논의가 이어졌다.기술팀은 시스템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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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5화

회의가 끝난 뒤, 석유는 명빈에게 부정당했던 기획안을 들고 대표실로 향했다.비서는 석유를 보자 먼저 물었다.“사장님께 연락은 하셨어요?”석유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아직 안 했어요. 죄송하지만 지금 시간 괜찮은지 한 번만 여쭤봐 주실래요? 바쁘시면 여기서 기다릴게요.”비서는 공손하게 웃었다.“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바로 여쭤보고 올게요.”비서는 대표실 안으로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왔다.“죄송해요, 하 팀장님. 사장님이 지금 조금 바쁘셔서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하시네요.”석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다음에 다시 올게요. 사장님 시간 나실 때 말씀해 주세요.”석유가 돌아서는 순간, 뒤쪽 대표실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명빈은 문 앞에 선 채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물었다.“기다린다고 하지 않았나요?”석유는 몸을 돌렸고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기다릴 인내심이 없어졌네요.”옆에 있던 비서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석유가 이렇게까지 대놓고 받아칠 줄은 몰랐던 것이다.이에 비서는 계속 눈짓하며 석유를 말렸다.오늘 명빈 기분이 얼마나 안 좋은지 회사 전체가 다 알고 있었고, 자칫하면 정말 크게 혼날 분위기였다.그런데 예상과 달리 명빈은 화를 내지 않고 그저 짧게 웃으며 말했다.“이제 시간 났으니까 들어와요.”비서는 그제야 몰래 안도의 숨을 쉬고는 석유에게 나지막이 말했다.“팀장님, 오늘은 사장님 건드리지 마세요.”석유는 비서의 선의를 알아차린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표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명빈 사무실은 명빈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했는지 굉장히 화려했다.천장 전체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별빛 조명으로 꾸며져 있었고, 문 양옆에는 천장 끝까지 닿는 블랙 골드 책장이 놓여 있었다.바닥에는 I국 수제 카펫이 깔려 있었고, 공간 곳곳이 사치스럽고 눈부셨다.마치 명빈 본인처럼 말이다.그런데 그런 강렬한 공간 안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결국 명빈이었다.명빈은 넓은 책상 뒤에 앉아 있었고, 손에 들고 있던 자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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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6화

김하운은 놀란 얼굴로 석유를 바라봤다.“사장님 찾아갔어요?”하지만 분위기를 보니 두 사람 대화는 결코 좋게 끝난 것 같지 않았다.또한 석유는 직접적인 대답을 피했다.“저 먼저 일하러 갈게요.”하석유 씨.”김하운은 석유 상태가 평소와 조금 다르다는 걸 느꼈다.“사장님이 뭐라고 했어요? 굳이 저 때문에 굳이 부딪힐 필요 없었잖아요. 기획안 하나 정도는 다시 수정하면 되는 문제잖아요.”석유는 고개를 돌려 담담하게 말했다.“아니요. 그냥 제 생각만 조금 말한 거예요.”그러고는 목소리를 조금 부드럽게 낮췄다.“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하지만 김하운의 눈빛에는 여전히 걱정이 남아 있었다.“무슨 일 있으면 꼭 말해요. 같이 해결하면 되니까요.”이에 석유는 짧게 대답했다.“네.”석유는 그대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석유가 떠난 뒤, 김하운은 결국 명빈에게 전화를 걸었다.김하운은 오늘 석유가 출근길 교통사고를 당했고, 상대 태도까지 매우 거칠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혹시 감정적으로 말실수했다면 이해해달라고도 덧붙였다.명빈은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낮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내 기분도 안 좋았던 거라면요?]김하운은 순간 말을 잃었고 명빈은 더 이상 대화를 이어 나가지 않고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날 오후, 석유는 바로 사직서를 인사팀에 제출했다.명빈은 석유가 홧김에 사표를 낸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도 최소 한 달 정도는 다시 생각할 기간이 있을 거라고 여겼다.하지만 다음 날부터 석유는 정말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하호훈이 늘 말하던 석유 성격이 딱 그랬다.일할 때는 누구보다 완벽하게 모든 걸 해내려고 하지만 떠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는 결과도 미련도 없는 그런 성격이었다.한번 결정한 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끝내버리고는 모든 것들이 더는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 된 것처럼 굴었다....가장 먼저 이상함을 눈치챈 건 희유였다.처음에는 집안일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서 휴가 낸 줄 알았지만 며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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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7화

석유는 김하운을 근처 조용한 카페로 데려갔다. 두 사람은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했고 먼저 입을 연 건 석유였다.“회사 돌아오라고 설득하러 오신 거면 안 하셔도 돼요.”그 말에 김하운 본부장님은 피식 웃었다.“우리 같이 일한 지도 꽤 됐잖아요. 제가 그동안 석유 씨한테 어떻게 해줬죠?”석유는 고개를 끄덕였다.“늘 많이 챙겨주셨죠.”김하운은 한숨 섞인 웃음을 지었다.“근데 그 보답이 말도 없이 사라지는 건가요? 진짜 너무하네요.”석유는 조용히 눈을 내리깔았다.이렇게 떠나는 순간 가장 미안한 사람은 결국 자신을 계속 끌어주고 챙겨줬던 김하운이었다.곧 석유는 낮게 말했다.“제가 본부장님 기대를 저버린 거죠.”김하운은 석유를 바라봤다.“왜 갑자기 퇴사한 거예요? 그날 저 때문에 사장님 찾아간 이후로 이상했어요. 혹시 뭐라고 하시던가요?”“사장님 성격 알잖아요. 가끔 말은 독하게 해도 사람 자체는 나쁜 사람 아니에요.”석유는 담담하게 말했다.“그 일 때문은 아니에요. 원래부터 퇴사 생각은 있었고, 아마 이 도시도 곧 떠날 것 같아요.”그 말에 김하운의 눈빛이 흔들렸다.“성주로 돌아가는 건가요?”석유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다른 곳이요.”정확한 도시 이름을 말하지 않는 석유에 김하운은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꼭 가야 하나요?”“네.”김하운은 한동안 말이 없다가 천천히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하석유 씨. 난 정말 석유 씨 많이 아꼈어요. 성격도 좋고, 일하는 방식도 좋아요.”“그래서 난 우리가 앞으로 더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김하운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고, 그 말에 석유는 순간 멈칫했다.김하운이 갑자기 고백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석유는 금세 평정심을 되찾았다.“죄송해요. 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요.”이번에는 김하운이 더 크게 놀란 표정을 짓더니, 한참 뒤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이번에 떠나는 것도 그 사람 만나러 가는 건가요?”석유는 대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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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8화

“뭐가 그렇게 힘든데?”명우가 낮게 묻자 명빈은 술 취한 눈으로 중얼거렸다.“다 힘들어요.”명빈은 손을 들어 자기 머리를 가리켰다가 손이 아래로 미끄러지다가 그대로 가슴 앞 옷깃을 움켜쥐었다.“여기도...”표정에는 고통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곧 명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명빈을 내려다봤다.“무슨 일 있었어?”명빈은 반쯤 감긴 눈으로 피식 웃었다.“없어요. 내가 해결 못 할 일이 어디 있다고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웃음 끝에는 자조가 섞여 있었다.“더 부를 거야?”명우가 묻자 명빈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술기운에 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 들었고, 명빈은 급히 눈을 감았다.“안 불러요.”“집 가자.”“음...”“일어날 수는 있어?”명빈이 힘겹게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켰다가 소파에 몸을 기대고는 명우를 향해 바보처럼 웃었다.“형.”“나 어렸을 때 기억나? 졸업식 끝나고 술 취했을 때 형이 나 데리러 와서 집까지 업고 갔잖아.”명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지금도 나 업을 수 있어?”명우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그 얘기 누가 했어?”명빈은 당시 너무 취해 있었기에 자기가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몰랐다.이에 명빈은 헤실거리며 웃었다.“아버지가요.”다음 날 일어나서 어떻게 집에 왔냐고 물었더니 윤정겸이 형이 업고 왔다고 말해줬었다.명우는 그때 일이 떠올랐다.당시 명빈을 들쳐 업고 방까지 데려가 침대에 던져놓고 돌아서려던 순간, 명빈이 그대로 침대 아래로 굴러떨어졌었다.명우는 다시 명빈을 붙잡아 침대 위에 올려놨고 마침 그 장면을 윤정겸이 봤다.그리고 다음 날, 윤정겸이 아주 자세하게 명빈에게 명빈이 얼마나 힘들게 업고 집에 왔는지 설명해 줬다.명빈은 옛날 생각이 났는지 굉장히 감동한 얼굴이었다.“형은 진짜 나한테 잘해주네요.”그때 명우가 다시 물었다.“그래서 무슨 일 있었는데?”순간 명빈 얼굴 웃음이 굳더니 금방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저었다.“아무 일도 없다니까요.”자꾸 숨기려고 하는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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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9화

일은 생각보다 쉽게 진행됐다.명빈은 원래 명우 말이라면 잘 듣는 편이었다. 부르면 바로 나왔고, 석유 역시 지금 회사에 다니지 않는 상황이라 희유가 저녁 같이 먹자고 하자 별다른 이유 없이 응했다.장소는 지난번 네 사람이 함께 식사했던 바로 그 레스토랑이었고, 룸도 똑같은 곳이었다.희유와 석유가 먼저 도착했고, 두 사람이 메뉴를 보려던 순간 명우와 명빈도 들어왔다.명빈은 명우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웃으며 들어오고 있었다가 문 안쪽에 있는 석유를 발견한 순간 웃음이 잠깐 멈췄다. 하지만 명빈은 아무렇지 않은 척 더 환하게 웃으며 희유에게 인사했다.“형수님.”반면 석유는 명빈을 아예 없는 사람처럼 넘겼고, 그저 명우에게만 가볍게 인사했다.네 사람은 그렇게 자리에 앉았다.그리고 석유는 곧 자리 배치까지 지난번과 완전히 똑같다는 걸 깨달았다. 긴 테이블에 희유와 명우는 왼쪽, 석유와 명빈은 오른쪽으로 둘씩 마주 보는 구조였다.곧 희유가 먼저 웃으며 말했다.“우리 앞으로 주말마다 한 번씩 모일까요?”그 말에 명빈은 장난스럽게 웃었다.“저 시간 엄청 귀한 사람이라서 보통 사람들이 저 만나려면 한 달 전부터 예약해야 해요.”그러고는 일부러 웃으며 덧붙였다.“근데 형수님이 요청하신다면 칼로 뒤덮인 산이든 불바다든 갈게요.”희유는 눈썹을 치켜올렸다.“정말 나 때문에 오는 거예요?”명빈은 눈을 반쯤 접으며 웃었다.“그럼요? 가족을 제외하고 누가 제 호의를 알아줘요? 고마운 줄도 모르는 사람한테 잘해주는 건 솔직히 가치 없잖아요.”그 순간 석유 긴 속눈썹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가 그대로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희유는 두 사람 분위기를 보며 얼른 화제를 돌렸다.“우리 일단 메뉴부터 시키죠.”명빈이 스테이크를 주문하자 희유는 웃으며 말했다.“여기 스테이크 제일 맛있어요. 석유언니도 좋아하고.”명빈은 붉은 입술 끝을 올렸다.“형수님 좋아하신다고 일부러 주문한 거예요.”그 말에 명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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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0화

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늘 싸웠다.명빈은 석유를 말문 막히게 만드는 걸 좋아했고, 화났으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표정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그런데 정작 석유가 진짜 화나면 또 달랐다. 어떻게든 달래서 기분 풀어주고 싶어졌다.석유는 가족에게서 단 한 번도 따뜻함을 느껴본 적이 없어서, 명빈은 자꾸만 석유 인생에서 비어 있던 그 부분을 채워주고 싶어졌다.그리고 그 감정이 단순한 동정이 아니라는 것도 명빈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날 우연히 얽혀버린 밤에도 마찬가지였다.상대가 석유라는 걸 확인한 순간, 마음속 어딘가에서 아주 희미한 기쁨이 피어올랐다.다만 석유가 눈치챌까 봐 끝까지 숨겼을 뿐이었다.두 사람은 함께 많은 일을 겪었다.명빈은 석유 역시 자기에게 조금은 특별한 감정이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그래서 그날, 석유가 김하운의 앞에서 단호하게 자기는 자신 같은 타입 안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그 분노를 전혀 억누를 수 없었다.심지어 당장이라도 석유에게 자기를 좋아하는 여자들은 얼마든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하지만 보여주면 뭐 하나?석유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석유가 좋아하는 건 김하운 같이 다정하고 세심하고, 부드럽게 챙겨주는 사람이지 명빈 같은 사람은 아니었다.그 사실이 명빈을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명우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석유 씨는 겉은 강해도 속은 부드러운 타입이야. 계속 정면으로 부딪치기만 하면 결국 둘 다 상처만 남아.”“오랫동안 봐왔으면 이제는 알잖아. 석유 씨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명빈은 드물게 진지한 얼굴로 듣고 있었다.한참 생각하던 명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해볼게요.”...화장실에서 희유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어요.“명빈 씨랑 도대체 무슨 일 있었어요?”화장실 안에는 은은한 백단향 향기가 퍼져 있었다.석유는 세면대 앞에 서 있었는데, 거울 속 얼굴은 여전히 차갑고 담담했다.석유는 천천히 손을 씻으며 그날 명빈과 기획안 문제로 틀어진 일을 희유에게 설명했다.“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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