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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1화

맹은영은 마치 머리에 레이더라도 달린 사람처럼 진방옥이 막 불평을 쏟아내려는 순간을 정확히 알아차렸다.그가 입을 떼려는 찰나, 그녀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사람 좀 되십시오. 헛소리 한다면 저 이 목숨 걸고서라도 당신 다리를 부러뜨릴 겁니다.”진방옥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꼼짝 못 했다.서인경은 두 사람의 팽팽한 기류를 보며 이 상처의 내막이 따로 있음을 직감했다.적어도 덕비나 남궁열과 맞닥뜨린 일 때문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벌써 이야기했을 테니까. 그들은 아무리 티격태격해도 중요한 일의 무게 정도는 구분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말하지 못한다는 건, 둘 사이에만 남겨둬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었다.그 생각에 이르자 서인경은 더는 관여하지 않았다.“여기서 둘이 실컷 따져보거라. 누가 잘했고 누가 틀렸는지. 난 먼저 볼일 좀 보고 오마.”진방옥이 놀라 다급히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안 됩니다. 가지 마세요. 그 눈 빨간 놈 얘기 더 해줘야 한단 말입니다.”서인경은 그의 손을 가볍게 떼어냈다.“급한 일 아니다. 잠깐 쉬고 있거라. 맹 장군한테 다녀와서 같이 얘기하자.”덕비, 남궁열, 그리고 예정연. 이 셋의 행방은 이미 대강 짐작이 가 있었다.진방옥이 다시 붙잡으려 하자 맹은영이 한 발에 달려들어 그를 막아섰다.“황후 마마께서는 우리 오라버니와 군국 대사를 논의하러 가는 겁니다. 당신은 좀 가만히 계세요.”서인경은 진방옥을 한 번 흘끗 바라봤다. 동정 어린 눈빛이었지만,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막사를 나서는 순간에도 안에서는 여전히 언성이 오갔다. 물론 맹은영의 일방적인 소리였다.서인경은 그 모습을 충분히 그려볼 수 있었다. 움직이지도 못한 채 침상에 웅크려 마치 새색시처럼 말 한마디 못 하는 진방옥의 모습이.그러자 웃음이 나왔다.*주막사로 돌아오니, 맹경운은 산세 지도를 내려다보며 깊은 시름에 잠겨 있었다.“무슨 일이냐? 적이 올라온 것이냐?”맹경운은 멍한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잠시 후, 다시 힘주어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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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2화

서인경은 진방옥이 원래 주인의 죄까지 뒤집어쓴 처지를 떠올리며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마음이 쓰였다.그녀는 맹경운을 다독였다.“은영이는 내 가장 소중한 친구다. 그 애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지. 나는 절대 은영이가 어떤 억울함도 겪게 두지 않을 것이다.”단단한 말이었지만 그 한마디로 맹경운의 근심이 가시지는 않았다.“불안합니다. 제가 황후 마마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진 씨 집안을 못 믿는 겁니다. 안 되겠습니다. 지금 바로 편지를 써서 경성으로 보내겠습니다. 아버지께서 진 가에 압박을 넣어 그 망나니 아들을 당장 불러들이게 하셔야 합니다.”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붓을 들어 올렸다.그 모습에 서인경은 어이가 없었다.도대체 맹은영이 무슨 말을 했길래 저렇게까지 몰린 사람처럼 초조해하는 걸까. 거의 병이라도 날 기세였다.그녀는 책상 앞으로 다가가 맹경운이 급히 써 내려가는 글을 내려다보며 물었다.“왜 그렇게까지 확신하는 것이냐? 진방옥이랑 은영이가 뭐라도 있는 것처럼. 그냥 말싸움 좀 한 거 아니냐?”맹경운은 이를 악문 채 붓을 움켜쥐었다.“방금… 은영이가 저 때문에 진방옥 편을 들었습니다. 저한테 소리를 질렀어요. 그 애가… 저한테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서인경이 더 캐묻자 그제야 일이 어떻게 된 건지 드러났다.최근 들어 맹은영이 눈에 띄게 수척해졌고 맹경운이 무심코 한마디 툭 던진 것이 화근이었다.누이를 데리고 나가놓고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고, 진방옥을 불러 따져야겠다고, 그저 농담처럼 말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맹은영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왜 그 사람을 찾습니까? 그 사람은 아무 잘못도 없으니 괜히 건드리지 마세요!”그 한마디에 맹경운은 얼어붙었다.맹은영 역시 곧바로 자신의 반응이 지나쳤다는 걸 깨달았다.급히 수습하려 했지만 말을 하면 할수록 더 꼬였고 해명은 오히려 의심을 더 키웠다. 결국 스스로 단서를 드러내버린 셈이었다.서인경은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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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3화

맹경운을 달래고 난 뒤, 두 사람은 밤 순찰 계획까지 다시 점검했다.모든 준비가 끝날 즈음, 서인경이 보낸 수행원이 진방옥과 맹은영의 이동 경로를 함께 한 사람들이 데리고 돌아왔다.그 사람은 곧장 예를 차리고는 입을 열었다.“황후 마마께 아룁니다. 진 공자와 맹 아가씨는 길 내내 말다툼을 하긴 했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다. 진 공자께서 말재주가 좋아서, 위험한 인물을 만나도 잘 넘기며 의심을 사지 않았습니다.”그 ‘위험한 인물’이 누구인지는 서인경도 짐작하고 있었다.덕비, 남궁열, 그리고 예정연.역시 이 일은 진방옥에게 맡기길 잘했다고 생각하던 찰나, 그 사람은 이어서 말했다.“다만 야랑국 경계에 이르렀을 때,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위험한 인물들과 헤어진 그날 밤, 그들이 나눈 이야기를 누군가 엿들은 듯했습니다. 그걸 알아차린 자들이 대화를 엿들은 사람을 절벽 끝까지 몰아붙였지만 그 사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합니다. 달리 방법이 없었던 그들은 오히려 저희를 붙잡고 심하게 위협했습니다. 엿들은 자를 내놓지 않으면 모두 죽이겠다고요.”서인경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들이 엿들었다는 내용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남궁열이 말했던, ‘서인경을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는 그 말. 그 한마디 뒤에, 이런 일이 이어져 있었던 것이다.“그다음은?”“그때 진 공자는 자리에 없었고 맹 아가씨는 크게 놀란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진 공자께서 제때 돌아와 엿들은 자를 찾아냈고 그 덕분에 저희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특이한 일이라면… 그것뿐입니다.”서인경의 눈이 가늘어졌다.“엿들은 사람을 찾았다고?”“예, 찾았습니다. 묵고 있던 객잔 뒤편 주방에서 일하던 하인이었습니다. 발견됐을 때 이미 혀가 잘려 있었고 붉은 눈의 그 남자에게 정수리를 얻어맞아 그 자리에서 칠공이 피로 물들었습니다.”담담한 말투였지만 그때의 상황이 얼마나 처참했는지는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하지만 서인경은 그 말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방금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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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4화

“알고 있다.”서인경이 그의 말을 끊었다.“남궁열이 나중에라도 눈치를 채서 주방 놈이 진짜 엿들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내고 진짜 엿들은 사람을 찾아 복수하러 올까 봐 걱정한 거지. 그래서 아예 모든 사람이 ‘엿들은 건 너다’라고 믿게 만들려 한 거고. 나한테조차 그걸 끝까지 밀고 가려 한 것이지 않느냐.”진방옥은 들킨 김에 시원하게 인정했다.“맞습니다. 남자인데 여자한테 그런 불안까지 떠넘길 수는 없잖아요.”서인경은 잠시 말이 없었다가 조용히 엄지를 들어 올렸다.“그건 인정. 다만 그 주방 놈은 좀 불쌍하네.”칭찬을 들은 진방옥은 기분이 좋아졌다.“걱정 마세요. 저도 아무나 막 죽이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 주방 놈은 동네에서 이미 평판이 바닥이었어요. 밖에선 약자를 괴롭히고 집에선 부인과 자식들을 때리고 말입니다. 부인도 몇 번이나 겨우 목숨 건진 적이 있다더라고요. 게다가 딸까지 늙은 놈한테 팔아넘기려고 했다던데... 그런 인간이면, 제가 처리한 게 오히려 잘 된 겁니다. 겸사겸사 저 대신 뒤집어쓰게 한 거고요. 죽어도 억울할 건 없었을 겁니다.”서인경은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진방옥이 무고한 사람을 건드릴 성격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졌다.“괜히 너희까지 위험에 끌어들였구나. 사실 예정훈이랑 짜고 연극만 해도, 일은 충분히 끝낼 수 있었다.”진방옥이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놈들은 엄청 예민합니다. 야랑국 쪽에서 일부러 허술하게 굴면 바로 눈치챌 거예요. 그럼 다음 행선지로 안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헌데 진국 쪽 사람이면 훨씬 경계를 덜 하거든요.”겉으로는 가벼워 보여도 속은 생각보다 깊었다.그는 나름대로 서인경을 안심시키고 있었던 것이다.“그리고 말입니다. 이번에 야랑국 다녀오면서 얻은 것도 꽤 많아요. 이거 해보니까… 저 장사에 재능아 있는 것 같더라고요. 몇 년만 기다리세요. 이 시대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될 겁니다. 그때 되면 국고도 제가 채워줄게요. 마마와 연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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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5화

“야랑국에서 거래는 생각보다 순조로웠습니다. 애초에 저희 누님과 단평안이 길을 많이 터놔서 그쪽 도움을 받으니까 금방 끝나더라고요. 다만 국경 쪽에서 덕비랑 그 눈 빨간 놈… 아, 맞다, 마마께서 말한 남궁열. 거기에 여자 하나 더 있었는데, 덕비가 ‘정연’이라고 부르더라요.”서인경이 고개를 끄덕였다.“그 셋이 맞다. 야랑국에서 데리고 나올 때, 의심하는 기색은 없었느냐?”진방옥이 자신 있게 고개를 저었다.“그 사람들은 거의 한 달 가까이 갇혀 있었습니다. 매일 들판에서 자고 야생 열매로 겨우 버티면서 말입니다. 더 늦었으면 야랑국 쪽에 들키기 전에 굶어 죽었을걸요. 우리 상단이 나타난 건 그 사람들한테 거의 마지막 기회였을 겁니다. 엿듣는 일이 터지기 전까지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어요.”그 말을 듣는 순간, 맹은영의 눈빛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조금 전, 그녀는 이미 맹경운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한바탕 혼이 났다.다시는 이런 위험한 짓을 하면 부모님께 말씀드려 집에 가둬버리겠다는 말까지 들었다.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서늘했다. 다행히 이번 일로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은 듯했고 더 이상 따지려 드는 기색도 없었다. 그제야 겨우 안도의 숨이 나왔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진방옥에게 점수를 하나 더 얹었다.‘이 사람, 괜찮네. 일 터지면 대신 막아주는 사람이니.’하지만 서인경의 시선은 전혀 다른 곳에 머물러 있었다.엿듣는 일.그 부분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잠시 생각하던 그녀가 다시 물었다.“그날, 원래부터 너희랑 갈라질 생각이었던 것이냐? 아니면 엿듣는 일이 터지고 나서, 그때 갈라지자고 한 것이냐?”그 질문에 맹은영은 멍해졌고 진방옥의 심장이 순간 조여들었다.“엿듣는 일이 터지고 나서야 그 눈 빨간 놈이 먼저 갈라지자고 했습니다. 그때는 이미 진국 땅 안쪽이었고 마마께서 붙여둔 사람들이 뒤에서 따라붙을 거라 생각해서 별 의심 없이 보내줬어요. 왜요? 갈라진 시점에 뭐 문제라도 있습니까?”그 말을 듣는 순간, 어디가 틀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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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6화

진방옥이 이렇게 진지하게 말을 꺼내는 건 드문 일이었다. 맹은영은 그 말을 듣다가 잠시 멍해졌다.늘 티격태격하던 그 얼굴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낯선 다정함이 비쳐 보였기 때문이다.“그럼… 제가 들은 얘기는 황후 마마한테 도움이 됩니까?”“됩니다.”진방옥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그걸로 누굴 경계해야 할지 알 수 있고 앞으로 들어오는 정보 중에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도 구분할 수 있으니까요. 헌데 밖에 일은...”“그건 언젠가 일어날 일이니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짧지만 정확한 위로였다.맹은영의 가슴을 조이던 불안이 그제야 조금 풀렸다.“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이예요.”그녀는 두 손을 모아 이마에 얹고 작게 중얼거렸다.“부디… 무사히 돌아오게 해주세요…”*서인경은 산 정상에 서 있었다.아래를 내려다보니 산 아래에는 빽빽하게 병사들이 들어차 있었다.그리고 그 선두에는 이색 눈동자를 가진 사내도 함께 있었다.남궁열. 역시 그는 결국 이곳까지 왔다.남궁열은 말 위에 올라탄 채, 산 위를 향해 외쳤다.“너희 진국 황후를 나오라 하거라 나와는 구면이다. 우리 둘뿐 아니라, 우리 조상끼리도 인연이 있다. 할 말이 많을 텐데, 나오지 않겠느냐?”그 말이 전해지자 맹경운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마마, 듣자 하니 그 눈 빨간 놈이랑 원수지간이신가 보네요? 실력은 어떻습니까? 일대일이면 제가 이길 수 있겠습니까?”서인경은 담담하게 말했다.“몇 번 본 적은 있지만 깊이 얽힌 적은 없어 실력은 모르겠다. 직접 상대해보거라. 대신 그 옆에 있는 사람은 내가 맡으마.”맹경운이 눈을 좁혀 아래를 살폈다.과연 남궁열 곁에는 흰옷을 입은 여인이 서 있었다.요동군 안에서 여자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처음엔 금수 대장공주가 돌아온 줄 알았지만 자세히 보니 아니었다.그녀가 오면 연기준이 미리 알렸을 테고 이렇게 조용히 나타날 리도 없었다.그가 정체를 짐작하던 순간, 서인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야랑국의 정연 공주다. 예전에 진국에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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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7화

서인경의 눈이 가늘어졌다.분명, 속셈이 있다.연강호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그는 남궁열을 앞세워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예정연은 그녀와 애초에 말 섞을 이유조차 없었다.“내가 안 나가면, 어쩔 건데?”병사가 대답했다.“반 시진 안에 마마께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시면 산을 공격하겠다고 합니다.”맹경운의 얼굴이 굳었다.“어디서 굴러온 놈이든 상관없다. 내가 지키는 산을 치겠다고? 그게 그렇게 쉬운 줄 아나. 전군, 전투 준비!”그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바위가 옮겨지고 궁수들이 자리를 잡았다.서인경은 그 한가운데 서 있었다. 앞에는 산 아래를 메운 검은 물결 같은 군세, 뒤에는 차분하게 전투를 준비하는 병사들.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가운데 그녀의 머릿속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요동이 도성에 남겨둔 병력은 많지 않을 터였다.그런데 지금 산 아래의 병력은 다시 한 번 전부 쏟아져 나온 듯한 규모였다.요동 황제는 분명 믿고 있었다. 서인경만 손에 넣으면 진국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산 아래의 남궁열은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서인경을 붙잡기만 하면 자신의 어족 내공을 되살리고, 이 기이한 눈도 원래대로 돌릴 수 있다고.일불락 수령 일족의 피는 어족의 병을 치유할 수 있다.예컨대 막수한의 부인처럼, 혹은 어술을 잃고 생긴 이색의 눈처럼.그리고 남궁열을 따라온 예정연은 서인경만 사라지면 연기준이 영원히 자신의 것이 될 거라 믿고 있을 것이다.궁 안의 연강호는 말할 것도 없다.서인경을 손에 넣기만 하면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이들은 모두 서인경을 ‘소원을 이루어주는 연못’쯤으로 여기고 있었다.어떻게든 손에 넣으려 한다. 도성의 병력까지 전부 끌어다 쓰면서.그렇게까지 몰아붙이면 정말로 뒤가 안전하다고 믿는 걸까.서인경의 시선이 산 아래를 훑었다.대열의 가장 뒤쪽, 너무 멀어 사람의 형체는 분간되지 않았지만 희미하게 번쩍이는 검은 기운이 보였다.연강호.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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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8화

맹경운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알아차렸다. 서인경이 스스로 가장 위험한 자리에 서겠다는 뜻이라는 걸.모든 사람을 가장 안전한 쪽으로 보내고 자신은 그 자리에 남아 미끼가 되겠다는 것.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안 됩니다! 제가 몇 천 명 남겨서 여기서 버티겠습니다. 황후 마마께서는 대군을 이끌고 도성으로 가십시오. 요동 황제는 겁 많고 무능한 자입니다. 우리가 밀고 들어가면 분명 바로 항복할 겁니다.”서인경은 더 말다툼할 시간도 없었다.단 한마디로 그를 멈춰 세웠다.“연강호랑 남궁열. 둘 중 하나라도, 네가 상대할 수 있느냐?”맹경운은 입을 다물었다.서인경의 출신에 대해선 전부 아는 건 아니었지만 저 둘이 일불락 출신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안 됩니다.”잠시 후, 그는 고개를 떨군 채 말했다.“그럼 절반은 남기겠습니다. 제가 만 명을 이끌고 가면, 도성에서 충분히 소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서인경은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좋다. 절반이면 충분하다.”그녀는 곧바로 지형을 짚었다.“뒷산에 절벽이 하나 있다. 안전장치만 잘 하면, 대군도 충분히 넘어갈 수 있어. 거기로 돌아서 내려가면 산을 빠져나가는 길이 나온다.”맹경운은 부장에게서 지도를 받아 들었다.한눈에 그 길이 보였다.그리고 깨달았다. 서인경은 이미 이 지형을 전부 머릿속에 넣고 있었다는 걸.그녀는 처음부터 이 순간을 준비해온 것 같았다.그는 한숨을 삼켰다.경외와 두려움,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뒤섞였다.만약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연기준에게는 도저히 얼굴을 들 수 없었다.그는 돌아섰다.“전군, 명령을 듣는다!”부장들이 일제히 정렬했다.“절반은 나를 따라 도성을 기습한다. 나머지는 황후 마마를 보좌하거라.”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명심해라. 목숨을 걸고서라도 황후 마마를 지켜라. 조금이라도 실수가 생기면 너희 모두 이 자리에서 묻힌다.”“예!”서인경은 그 광경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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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9화

그들은 모두 서회윤과 함께 남정북전을 누비던 사람들이었다. 그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그의 손에 목숨을 건진 적도 있었다.서인경의 입에서 ‘노장군’이란 말이 나오자 모두가 잠시 현실감각을 잃은 듯 멍해졌다.“노장군께서는 이미 돌아가신 것 아니었습니까?”서인경이 단호하게 말했다.“아니. 살아 계신다. 너희들이 살아서 진국으로 돌아간다면 반드시 다시 뵐 수 있을 것이다.”장수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봤다. 눈빛에는 놀람과 기쁨이 번져갔다.“마마… 이건 농으로 하실 말씀이 아닙니다. 정말로 살아 계신 겁니까?”“그렇습니다. 괜히 희망만 주시는 건 아니겠지요?”그들이 아직도 그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서인경의 가슴이 뭉클해졌다.그녀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살아 계신다. 그러니까 너희들도 죽으면 안 된다. 나도 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함께 돌아가 그분을 다시 만나야 하니까.”그 말에 장 부장의 표정이 완전히 달라졌다.이제는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그녀라면 이 상황도 버텨낼 수 있을 거라 믿게 되었다.노장군의 나이를 생각해 본다면 황제나 태자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했다.“좋습니다. 모두 황후 마마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삼천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맹 장군을 지원하겠습니다.”서인경은 마지막으로 당부했다.“맹경운이 반대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말리거라. 절대 되돌아오게 해선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이 계획은 전부 무너진다.”“알겠습니다!”장 부장이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마마, 안심하십시오. 전쟁은 결국 신뢰입니다. 도성의 일이 끝날 때까지 저희는 절대 돌아보지 않겠습니다.”대열은 곧 움직였다.먼지와 함께, 병력은 빠르게 산을 떠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고작 삼천.서인경은 높이 쌓인 흙더미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조용히 병사들을 내려다보았다.모든 얼굴에 각오가 서려 있었다.죽음을 각오한 결의.그들의 기세와 뜨겁게 달아오른 공기가 그녀의 가슴을 가득 채웠다.이토록 가까이에서 이들의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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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0화

진방옥은 머릿속 가득, 앞으로 돈을 쓸어 담으며 살게 될 미래를 그려보고 있었다.서인경은 그런 그를 상대할 여유가 없었다. 곧바로 소규모 병력을 불러냈다.“너희는 저 사람을 따르거라. 그가 시키는 대로 움직여.”임무가 나뉘자마자 산 아래의 병력은 이미 인내심을 잃고 있었다.산 위에서도 아래에서 들려오는 술렁임이 선명하게 느껴졌다.잠시 후, 병사 하나가 숨이 턱에 찬 채 산을 뛰어 올라왔다.“마... 마마! 큰일입니다! 적이 올라오고 있습니다!”서인경은 곧바로 병력을 흩어 배치했다.“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려. 그때 공격한다.”준비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맹경운이 도성에 도착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고 진방옥이 화약을 만드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다.그녀는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했다.*절벽 위.뒤에서 따라붙은 병력을 본 맹경운은 순간 모든 걸 깨달았다.서인경의 의도였다.그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머릿속에 뭐가 들었느냐! 황후 마마 혼자 삼천 병력으로 삼만 적군을 상대하게 두다니, 너희는 뭐 하러 살아 있는 것이냐!”그는 그대로 돌아가려 했다.하지만 장 부장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황후 마마의 명입니다. 지금 돌아가면 계획이 전부 무너집니다. 그럼 여기 있는 모두가 죽습니다.”맹경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분노와 초조, 그리고 두려움이 뒤섞였다.장 부장이 덧붙였다.“게다가 맹 아가씨와 진 공자도 남았습니다. 황후 마마께서 확신이 없었다면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남겨두지 않으셨을 겁니다.”맹경운은 이를 악물었다.결국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요동과 진국의 경계를 향해 이마를 땅에 세게 부딪쳤다.“폐하… 신이 무능했습니다. 부디 황후 마마를 무사히 지켜주십시오.”그는 곧장 일어섰다.“전군! 절벽 통과!”지체할 시간이 없었다.최대한 빠르게 도성을 공격해 산 아래 병력을 되돌려야 했다.한 순간이라도 빨리 도착해야 서인경 쪽의 위험이 그만큼 줄어든다.*산 아래.명령이 떨어지자 요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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