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도영이 헛웃음을 쳤다.“그럼 어쩌라고. 무릎이라도 꿇고 애걸복걸하며 붙잡으라고?”하지만 그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신지아의 마음은 이미 완전히 돌아섰다는 것을. 설령 무릎을 꿇고 애원한들 그녀가 들어줄 리 없으며 오히려 그만 더 한심하고 비참해 보일 뿐이었다.“지아를 좀 보고 배웠어야지. 옛날에 오빠가 그렇게 쌀쌀맞게 굴 때도 지아는 기어이 오빠 곁에 남으려고 온갖 애를 썼잖아.”변하늘이 차분하고 나긋나긋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오빠랑 지아는 오랜 세월 쌓아온 감정의 토대라도 있지 나랑 고우빈은 그런 것도 없단 말이야.”변하늘은 새삼스레 아쉬움이 밀려왔다.만약 예전에 자신이 신지아와 조금 더 친하게 지냈더라면 신지아가 고우빈을 소개해 주었을지도 모르고 그랬다면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하지만 한편으로는 신지아의 말이 옳다는 생각도 들었다.고우빈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데 억지로 이어진다면, 결국 자신도 제2의 신지아가 되어 고통받을 뿐일 테니까.게다가 듣기로 고씨 가문의 내부 사정은 변씨 가문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험난하다던데 신지아가 걸어갔던 고통스러운 전철을 똑같이 밟고 싶지는 않았다.변하늘이 한숨을 섞어 덧붙였다.“끝나는 게 뭐가 무서워? 정말 무서운 건 우리 사이에 아무런 시작조차 없었다는 거지.”변하늘은 스스로가 처량해져 다시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 말을 들은 변도영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해졌고 이내 무언가 떠오른 듯 번쩍 눈을 떴다.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갔다.‘시작이라니?’“그때는 그 사람이 참 멋지고 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웃는 모습도 무척 좋아했고 온몸에서 눈 부신 빛이 나는 것만 같았죠.”얼마 전 본가에서 신지아가 했던 말이 변도영의 뇌리에 흐릿하게 떠올랐다.‘끝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것.’그 몇 글자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변도영이 흥분한 듯 몸을 벌떡 일으키자,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놀란 변하늘의 시선이 그의 손끝에 꽂혔다. 그곳에는 변도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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