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둘이 왜 왔어? 내 걱정은 하지 마. 나 혼자 술 마시면서 좀 잊어 보려는 것뿐이야.” “이렇게 취해야 세미랑 있었던 일을 잠깐이라도 잊을 수 있을 것 같아. 아무도 내 일에 끼어들지 말고, 너희는 먼저 가.”도성은 누구의 생활도 어지럽히고 싶지 않았다. 그저 혼자 술에 기대어 이 답답함을 눌러 버리고 싶었다. 사랑하던 여자가 떠난 뒤의 시간을 감당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힘겨웠다.가슴 한가운데가 뻐근하게 아팠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도성과 세미는 어느새 서로가 곁에 있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익숙해진 존재가 갑자기 사라지자, 그 빈자리가 너무 크게 다가왔다.“오빠, 지금 꼴이 이게 뭐야. 이렇게 계속 무너지면 어떡해? 우리 천천히라도 놓아 보자고 했잖아.”채이는 도성을 술집에 혼자 두고 갈 수는 없었다. 사랑 때문에 상처를 받아 본 사람이라서 그 심정을 더 잘 알았다. 지금의 도성이 얼마나 막막한지, 어디서부터 마음을 붙잡아야 할지 모르는 그 기분이 어떤지.도성을 바라보는 채이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 채이는 이렇게까지 무너진 도성을 본 적이 없었다. 도성은 실연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잃어버린 사람 같았다.“오빠, 집에 가자. 지금 힘든 거 알아. 그런데 우리도 더는 어쩔 수 없잖아.” “여기서 멈춘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이제는 앞으로 가야 해. 우리 생활도 다시 잡아야 하고, 놓아야 할 사람은 놓아야 해.”“어쩌면 오빠랑 세미 언니는 여기까지였는지도 몰라. 인연이 아니었고, 맞지 않았던 거라면 아무리 붙잡아도 달라질 건 없잖아.”채이는 지금 아무리 말해도 도성이 제대로 듣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술기운 때문에 눈도 많이 풀려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망가진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지금 채이와 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도성을 데리고 나가는 것뿐이었다. 이 깊은 절망에서 빠져나오는 건 결국 도성 스스로 해내야 했다.준모가 조용히 말했다.“채이 씨, 일단 길게 말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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