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가 보기에도 허술한 핑계라는 건 알고 있었다. 세레인은 고개를 숙인 채 필사적으로 표정을 갈무리했다. "……정말입니다. 분수대 아래가 미끄러워서 그만." 카르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연회장 내부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어느 분수대?" 세레인은 당황하여 침을 삼켰다. "어…… 그, 중앙 입구 앞에 있는…….분수대에서요." "중앙 입구 앞." 카르안은 세레인의 말을 곱씹듯 되뇌더니, 근처에 서 있던 시종장을 향해 고갯짓했다. "중앙 입구 쪽 분수대부터, 지금 가서 찾아와. 내 시녀가 잃어버린 구두다." "예, 알겠습니다." 시종장은 인원들을 이끌고 사라졌다. 카르안은 시종장이 사라진 복도를 응시하다가, 다시 세레인을 내려다보았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저들이 이 늦은 시간에 헛고생을 하는건 모두 제 거짓말 탓이었다. 아니야, 제발…… 아 차라리 계단 위에서 떨어뜨렸는데 어두워서 신발을 못 찾았다고 할 걸 그랬나....? 한참 후,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온 시종장은 카르안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폐하, 죄송합니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분수대 근처에는 신발이……." 카르안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는 세레인의 젖은 드레스를 털어주며, 주변을 둘러싼 귀족들을 향해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정원에 있는 모든 분수대를 다 뒤집어볼까?" 세레인은 사색이 되어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닙니다! 폐하, 제 잘못이에요! 제가 아까 많이 취해서…… 어디에 벗어둔 지 기억이 안 나는데, 괜히 사람들을 더 고생시키지 마세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근위병들이 보고한 건 다르던데." 카르안의 시선이 연회장의 고위 귀족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했다. 그가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귀족들은 숨을 죽이고 저마다 눈치를 보기 바빴다. "감히 내 시녀의 물건에 손을 댄 자가 있다." 카르안의 걸음이 멈춘 곳은 레이나 오브리엔의 앞이었다. "레이나 오브리엔." 레이나는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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