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대한민국.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한규련의 회사 사장실에는 오랜만에 기묘한 침묵과 함께 팽팽한 온기가 감돌았다.대주주 총회를 완벽하게 마무리 지은 뒤 사장실로 자리를 옮긴 가계영, 한규련, 그리고 김강무가 한자리에 모여 조용히 차를 마시는 중이었다.어느덧 밤이 깊어 창밖은 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아늑한 실내에는 따뜻한 공기가 감돌았으나, 유리창 너머로 흩날리는 하얀 눈발은 계절이 완연한 한겨울임을 실감 나게 해주었다.늦은 식사를 마친 직후였기에, 찻잔을 만지작거리는 세 사람의 손길에는 여유가 스쳤다.“이렇게 셋이서 조용히 모이니까, 왠지 옛날 생각이 좀 나네.”한규련이 먼저 부드럽게 운을 뗐다. 그 말에 가계영은 들고 있던 찻잔 속의 맑은 액체를 가만히 응시했다.지난여름, 그 지독했던 계절에 현신이 제 곁을 떠나버린 이후로 세상은 벌써 시린 겨울로 접어들어 있었다. 홍콩에 워낙 오랫동안 머물다 온 탓인지, 그에게는 대한민국의 시간만이 유독 그 자리에 멈춰 서 있는 것만 같았다.여전히 말문을 닫고 있는 가계영의 깊은 눈동자에 언뜻 새하얀 한기가 스쳤다. 감회가 새롭다 못해 가슴 한구석이 서늘하게 시려 오는 시간이었다.“그러게 말이야. 이맘때쯤 되니까 우리 마성의 알바생 생각도 좀 나고.”김강무 역시 찻잔을 입술에 대며 넌지시 한마디를 얹었다.가계영은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경청할 뿐, 굳이 감정을 표출하지 않았다. 향긋한 차를 한 모금 머금으며, 그는 오직 내면의 깊은 심연 속으로만 타오르는 집착을 삼켜냈다.‘다시 여름이 돌아오면······.’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편안해진 상태의 현신을 제 품에 안고 마주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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