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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화

신들의 영역도 인간의 세계도 아닌, 이름조차 없는 허공이 끝없이 펼쳐졌다.벨루알은 그 고요한 어둠 속에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 서 있었다.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않은 채 다만 숨을 참은 듯,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그때였다. 신들의 목소리가 허공을 가득 채우며 울려 퍼졌다. —네루실리아.—무겁고 웅장하며,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을 담은 것만 같은 소리였다.네루실리아는 그 목소리를 외면했다.그녀의 눈에는 오직 하나, 라이엔뿐이었다. 무너진 그의 몸 앞에 무릎을 꿇고, 떨리는 손으로 다시 한 번 그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신의 생명. 자신이 가진 마지막 것. 그것마저 그에게 흘려보내려 했다.그러나 생명이 그의 몸속으로 채 스며들기도 전에, 인간의 창조주 레아토르가 라이엔을 데려갔다.그제야 네루실리아는 순간 모든 동장을 멈추며 고개를 들었다.“안 돼…! 안 돼…! 레아토르—! 제발… 라이엔을 돌려줘…!”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그녀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자신의 생명 일부가 라이엔에게 흘러든 순간, 신의 본질이 이미 금이 가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제 온전한 신도, 완전한 인간도 아닌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다.불완전한 형체로 신들을 마주 볼 수 없었기에, 그녀는 그저 어둠 속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만을 들었다.—어리석은 네루실리아. 너는 신으로서의 규율을 어겼다.——너의 행동으로 인해, 이제 너는 신으로도 인간으로도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마땅히 소멸되어야 한다.—“내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네루실리아의 마음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이 맴돌았다.라이엔.라이엔을 되살려야 한다. 그것뿐이었다. 신들의 웅장한 선고도, 자신의 소멸도, 그녀의 귀에는 닿지 않았다.—네가 살리려 했던 그 인간 또한 이제 소멸되어야 할 존재가 되었다.—“안 돼…! 라이엔만은… 라이엔만은 살려줘. 내가 사라질게. 내가 대신 소멸될게. 제발….”그녀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가늘게 떨렸다. 신들의 목소리가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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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첫 번째 심장 - 네루실리아 (실리아)]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누구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던 네루실리아는 며칠을 걸쳐 주변을 돌아보았다.그리고 어느 날, 가까운 곳에 마을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뭔가 알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구경하다 보면 생각나는 게 있을지도….’그 생각에 그날은 마을에 나갔다.처음 보는 사람들, 낯선 골목, 낯선 건물들. 기억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나온 마을이었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누군가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어쩌지 못하고 있던 참이었다.그러다 누군가가 그녀를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네ㄹ… 실리아님…!”고개를 돌리자 눈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묶은 긴 검은 머리카락과 붉은 눈동자, 완벽하게 다듬어진 아름다운 이목구비. 마치 현실에 어울리지 않는 “… 저를… 부르신 건가요?”그녀는 고개를 양쪽으로 돌려 주위를 둘러보고는 당황한 듯 물었다.‘내 이름이… 실리아인가?’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빛에는 설명할 수 없는 슬픔과 간절함이 서려 있었다.“네, 접니다. 벨… 베르예요.”인간의 모습으로 그녀 앞에 나타난 건 벨루알이었다. 그녀가 아직 그 인간을 만나기 전, 자신이 먼저 그녀를 찾기로 한 것이다. 천사인 벨루알이 그녀를 찾는 건 간단했다. 하지만 인간이 된 지금의 그녀를 신의 이름으로 부르지도, 자신의 천사 이름을 그녀에게 말할 수도 없게 되었다.그녀는 살짝 경계심이 깃든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말투, 눈빛, 분위기. 그 모든 것이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남자였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혹시 저희가 아는 사이인가요?”그녀의 질문에 벨루알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네. 저와 실리아님은… 오랫동안 아는 사이였습니다.”“죄송해요…. 제가 기억을 잃었는지… 지금은 아무것도 떠오르질 않아요.”그녀의 말에 벨루알은 잠시 시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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