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재계 1위, JS그룹 본사 최상층 정 회장의 집무실.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고미술품들이 즐비한 거대한 방 안에는, 숨소리조차 내기 힘들 만큼 무겁고 살벌한 적막이 짓누르고 있었다.최고급 자단나무 책상 너머에 앉은 늙은 제왕, 정 회장의 시선이 테이블 위에 놓인 한 장의 사진에 꽂혀 있었다. 서이수가 찍은, 나서현과 고진우 비서실장의 밀회 현장이었다."…고작 서른 살 먹은 계집애가, 내 비서실장을 뼈다귀로 구워삶아 나를 조종하려 들었다?"정 회장의 낮고 탁한 목소리가 집무실을 울렸다.그 맞은편에 선 이태준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얼음장처럼 차갑게 응수했다."해성그룹의 버려진 공주 나서현은, JS그룹이라는 거대한 칼을 빌려 저희 연희동을 도려내려 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손주를 되찾기 위해 움직이셨다 생각하셨겠지만, 세상의 눈에는 그저 월가의 여우가 던져준 미끼를 문 늙은 호랑이로 보일 뿐이지요.""이태준. 네놈이 감히 내 앞에서 세 치 혀를 함부로 놀리느냐."정 회장의 안광이 맹수처럼 번뜩였지만, 태준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저희는 당장 아이에 대한 권리를 영원히 포기하시라 떼를 쓰는 게 아닙니다."이번에는 곁에 선 나유준이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나섰다."단지, 저희 셰어하우스를 짓밟기 전에 회장님 목에 걸린 그 불쾌한 '목줄'부터 끊어내시라는 뜻입니다. 재계 1위의 자존심이, 저희 해성의 반쪽짜리 핏줄에게 놀아나서야 되겠습니까."정 회장의 굵은 주름이 깊게 파였다. 오만하고 통제욕이 강한 그에게, 자신의 심복이 적과 내통해 자신을 장기말처럼 썼다는 사실은 아이를 뺏긴 것 이상의 끔찍한 모욕이었다.드르륵.그때, 아무것도 모르는 고진우 비서실장이 결재 서류를 들고 집무실로 들어왔다."회장님, 이태준 변호사 징계 건과 해성물산 지분 압박 건 진행 상황입…."말을 채 맺기도 전, 정 회장이 묵직한 대리석 재떨이를 고 실장의 안면을 향해 집어 던졌다.콰직-!"크윽!"이마가 찢어진 고 실장이 피를 흘리며 바닥에 나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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