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원전 문이 닫힐 즈음, 위명서는 삼황자부의 긴 회랑을 걷고 있었다.그를 따라오던 내관이 조심스레 말했다."심 소저께서는 귀가하셨다 합니다."위명서의 발이 멎지 않았다."섭정왕은.""남원 별원에 남으셨습니다."매화가 새겨진 문짝이 쾅 닫혔다.침전 안에서 주란이 등잔 심지를 잘랐다. 짙은 남색 치마와 흰 속적삼 차림이었다. 길게 땋은 머리끝에는 붉은 댕기 대신 검은 끈이 묶여 있었다.그녀가 몸을 낮췄다."저하."위명서는 답하지 않았다. 손에 끼고 있던 옥가락지를 빼 탁자에 놓았다. 딱, 작은 소리가 유난히 컸다.주란이 차를 따르려 하자 그가 손목을 잡았다. 잔이 받침 위에서 달각 떨렸다."나가라."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손은 놓지 않았다.주란이 잡힌 손목을 한 번 비틀었다. 위명서의 손가락이 즉시 느슨해졌다."그만둘까."낮게 갈린 목소리였다.주란은 물러나지 않았다. 다른 손으로 그의 옷깃을 움켜쥐고 제 쪽으로 당겼다."제 얼굴을 보십시오."두 사람 사이의 등잔불이 흔들렸다.위명서의 시선이 처음으로 주란의 눈에 닿았다. 주란은 피하지 않았다. 눈꼬리에 바른 옅은 연지가 뜨거운 빛을 받았다.그가 다시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겼다."흡……."짧은 숨이 맞닿은 옷깃 사이에서 끊겼다. 비녀가 마룻바닥에 또르르 굴렀고, 풀린 머리카락이 위명서의 손등과 주란의 젖은 뺨을 덮었다. 동백기름 향이 뜨거워진 살결 가까이에서 짙어졌다.휘장 고리가 끼익 울렸다.침상 끝이 한 번 밀리고, 숨을 억누른 낮은 탄성이 등잔 뒤로 흩어졌다. 주란의 손톱이 그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위명서가 속도를 늦추자 그녀가 감았던 눈을 떴다."저하."그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는 않았다.주란은 그의 턱을 잡아 제 쪽으로 돌렸다."여기 계십시오."위명서가 마침내 눈앞의 얼굴을 보았다. 흐트러진 머리 사이로 드러난 이마, 젖은 속눈썹, 이를 악문 탓에 희어진 아랫입술이 보였다. 그는 엄지로 그 입술을 눌러 풀어 주었다.주란이 그의 손가락 마디에 입술을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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