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이 의도적으로 숨긴 탓에 나는 그가 학부모 모임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그날 내 배에 귀를 대고 태동을 느끼며 그토록 감격해 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정작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는 이미 거짓말이나 늘어놓으며 어린아이에게 질투나 하는 졸렬한 여자로 낙인찍혀 있었다니...“사모님, 사모님! 정신 좀 차려보세요!”억센 손길이 나를 사정없이 흔들어댔다. 머릿속이 온통 뒤엉켜 진흙탕처럼 어지러웠지만, 나는 억지로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눈앞에 흐릿하게 비친 것은 창백하게 질린 최경애의 얼굴이었다.내가 눈을 뜬 것을 확인한 그녀는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행이라는 듯 중얼거렸다.“휴, 안 죽었네.”그러더니 이내 퉁명스럽게 불평을 늘어놓았다.“사모님, 사람 간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요.”시선을 아래로 내려 내 배를 바라본 순간, 온통 시뻘건 피가 시야를 가득 메웠다.최경애는 내 시선을 따라 내려다보더니 무언가를 발견한 듯 코를 감싸 쥐고는 혐오스럽다는 듯 내뱉었다.“사모님, 일꾼들이 문 앞에 놔둔 페인트 통은 왜 엎지르신 거예요? 냄새가 아주 진동하네. 직접 집안일을 하시는 게 아니라고, 집 귀한 줄을 정말 너무 모르시네요.”나는 멍한 정신을 가다듬고 구석을 바라보았다. 붉은 페인트 통 하나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는데, 아마 내 손에 쓸려 실수로 넘어간 모양이었다.칠흑같이 어두운 지하실 문가에서 최경애는 복도에서 쏟아지는 빛을 등진 채, 무언가 결정적인 증거라도 잡았다는 듯이 소리쳤다.“대표님 말씀이 역시 맞았네요! 일부러 페인트 통을 쓰러뜨려 저보고 피인 줄 착각하게 만들고 대표님한테 전화해서 돌아오시게 만들려던 수작이죠? 다행히 대표님께서 사모님의 그 잔꾀에 넘어가지 않으셨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시우 도련님네 세 식구의 오붓한 생일 파티가 사모님 때문에 완전히 엉망이 될 뻔했잖아요!”나는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극심한 고통 탓에 입을 열어 반박할 기운조차 없었다.최경애는 내 눈빛에 움찔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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