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하가 떠난 후, 소연은 복숭아나무 아래로 걸어갔고, 갑자기 장 수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연아.”소리가 나는 곳을 보니, 석가산 뒤에 장 수재가 새 선비 옷을 입고 그녀를 향해 웃고 있었다. 전생이었다면, 그가 먼저 자신을 찾아온 것을 보는 순간 소연은 기뻐 어쩔 줄 모르고 달려가 맞이했을 것이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소연은 그에게 다가가지 않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녀의 눈빛은 담담했고, 마치 낯선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심지어 쉽게 알아챌 수 없는 거리감과 혐오감마저 어려 있었다.장서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소하가 말한대로 소연이 세자의 통방이 되더니 눈이 높아져 가난한 선비인 자신을 경멸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은 아직 얼굴을 붉힐 때가 아니었다.그가 글공부를 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지난 몇 해 동안 붓과 먹, 종이와 벼루는 물론이고, 때때로 마신 술값까지도 모두 소연이 받은 상전으로 보태 온 것이었다.여기서 소연과 틀어진다면, 앞으로 누가 그에게 은자를 가져다주겠는가?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그는 곧바로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소연에게 다가갔다.“소연아. 오랜만이다.”예전 같았으면 소연은 그가 이런 다정한 말을 건네기만 해도 금세 감동해 눈시울을 붉혔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소연은 그저 담담히 웃었을 뿐이었다.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았고, 은자가 부족하지는 않으냐고 묻지도 않았다.전생에 소연은 그를 만나면 항상 재잘재잘 말이 많았지만, 이렇게 침묵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장서환은 그녀가 입을 열지 않자 어쩔 수 없이 먼저 말을 걸었다.“소연아, 네 얘기 다 들었다.”장서환은 소연이 통방이 되어 어떻게 자신을 마주해야 할지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그가 보기에 소연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본래 부도를 지키지 않는 여인은 돼지 우리에 담그는 큰 벌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소연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소연이 국공부의 통방이 되었으니 자신의 출세 길을 닦으며 죄를 뉘우쳐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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