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나의 불행을 너에게: Bab 21 - Bab 30

38 Bab

21화

문을 열자, 화려하게 차려입은 박수현이 서 있었다. 서진 역시 수현이 이 집에 올 줄은 전혀 몰랐다는 듯 눈빛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수현이 들어서자, 서진의 시어머니는 친딸이라도 맞이하듯 얼굴 가득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수현의 손을 덥석 잡았다."어머니, 저 왔어요! 서진아, 깜짝 놀랐지? 어머니가 간만에 맛있는 저녁 먹자고 초대해 주셨거든. 이럴 줄 알았으면 퇴근할 때 서진이 네 차 같이 타고 올 걸 그랬나 봐, 하하.“수현은 서진과 눈빛을 교환하며, 품에 안고 온 고급 와인을 시어머니에게 건넸다."오다가 어머니 생각나서 특별히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와인으로 챙겨왔어요.“"아이고, 역시 우리 수현이는 센스부터가 달라. 알아줘야 해! 내가 이 와인 좋아하는 걸 어떻게 기억하고 이렇게 귀한 걸 사 왔을까?"시어머니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듯, 서진의 바로 옆자리에 수현을 앉혔다. 마치 그 자리가 원래부터 수현의 자리였던 것처럼.결국 서진의 맞은편, 수현과 서진 두 사람을 정면으로 마주 보는 자리에 앉게 된 설아의 안색은 지독할 정도로 좋지 않았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 사이로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성치 않은 몸으로 몇 시간씩 뜨거운 가스불 앞에 서서 요리를 하느라 체력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게다가 요리를 하며 음식 냄새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맡은 탓에 속이 뒤틀려 입맛이 싹 달아난 상태였다.설아는 가느다란 손으로 숟가락을 쥔 채, 차갑게 식어가는 제 앞접시만 멍하니 내려다보았다.그런 설아의 모습을 지켜보던 시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혀를 차며 설아를 향해 쏘아붙였다."그러게 내가 진작에 밖에서 먹자고 했잖니. 애가 왜 이렇게 미련해? 힘들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앉아있으면 밥 먹는 사람 기분은 어떻겠어?“시어머니는 서진과 수현의 눈치를 슬쩍 보더니, 눈 가리고 아웅 하듯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갔다."입맛 없으면 그냥 들어가 쉬어라”그 말을 들은 수현의 입꼬리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미세하게 떨려 올라갔다."……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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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걱정을 가장한, 그러나 특유의 강압적인 어조였다. 설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릇을 싱크대에 내려놓으며 건조하게 대꾸했다."아니에요. 제가 지금 하는 게 마음 편해요. 먼저 대화 나누고 계세요.“그 단호하고 거리를 두는 말투에 서진의 미간이 단숨에 굳어졌다."이설아. 내려놓고 오라고 했어."주방의 서늘한 공기를 찢고 낮게 가라앉은 서진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억누르려 했지만 숨겨지지 않는 날 선 화가 묵직하게 묻어나는 목소리였다.서진은 거칠게 주방으로 걸어 들어와 설아가 쥐고 있던 접시를 강제로 빼앗아 싱크대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유리접시가 서로 부딫히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주방에 울렸다."내 말이 말 같지 않아? 몸도 못 가누면서 왜 이렇게 고집을 부려, 사람 화나게.“서진은 설아의 어깨를 돌려 세워 제 정면에 마주하게 했다. 손끝에 닿는 설아의 살결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가냘픈 어깨가 오한으로 덜덜 떨리고 있는 것을 느낀 서진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너…… 몸이 왜 이래? 왜 이렇게 뜨거워?“화가 섞여 있던 서진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가라 앉았다.설아는 서진의 강압적인 손길에 맥없이 흔들리면서도, 그의 시선을 피하며 메마른 입술을 뗐다."감기가 살짝 온 것 같아요.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자신을 밀어내는 듯 건조한, 그러나 열기에 들떠 가늘게 갈라지는 목소리였다. 그 와중에도 자신에게 '신경 쓰지 말라'며 완벽하게 선을 긋는 설아의 태도가 서진의 이성을 난폭하게 긁어내렸다."이렇게 몸이 불덩이 같은데 뭐가 괜찮다는 거야!“서진은 결국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화를 내고 있었지만, 그것은 설아가 아닌 제 마음에 밀려드는 정체 모를 불안감을 향한 발악이었다.서진의 큰 손이 설아의 이마와 뺨을 다급하게 감싸 쥐었다. 손바닥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는 지독한 고열에 서진의 미간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그 모습을 거실 소파에서 지켜보던 수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설아의 작은 상태 변화 하나에 이토록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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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뭐, 뭐라구?"시어머니가 기가 막힌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단 한 번도 자신에게 이토록 모질게 군 적 없던 서진이었다.그 상황을 지켜보던 수현이 잽싸게 머리를 굴렸다. 그대로 쫓겨나 비참해지느니, 이 상황을 이용해 시어머니의 환심을 확실하게 잡는 게 이득이었다.수현은 잔뜩 굳어 있는 시어머니의 눈치를 슬쩍 살피더니, 이내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어머니, 제가 눈치 없이 너무 오래 있었나 봐요. 저랑 같이 나가요. 제 차로 편하게 집까지 모셔다드릴게요.“수현은 씩씩거리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시어머니의 팔짱을 부드럽게 끼었다. 그러고는 시어머니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듯, 특유의 가느다랗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어머니, 가시는 길에 제가 아주 유명한 디저트 카페에서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속상해하지 마세요, 어머니."수현의 영악하고 여우 같은 대처에 시어머니는 그나마 상했던 기분이 조금 풀리는 듯, 서진을 향해 날카롭게 팩 쏘아붙였다."유서진, 오늘 엄마 정말 실망했어. 그깟 일로 엄마를 내쫓아? 내 오늘 수현이 얼굴 봐서 참는 줄 알아라! 수현아, 가자.“시어머니가 거칠게 씩씩거리며 신발을 신자, 수현은 문을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서진을 돌아보았다. 여전히 얼음장처럼 싸늘하게 굳어 있는 서진의 표정을 살피며, 수현은 끝까지 가련하고 배려심 넘치는 여자를 연기했다."서진아, 미안해. 내가 오늘 눈치가 좀 없었어. 설아 씨 많이 아픈 것 같은데 잘 간호해 주고…… 내일 회사에서 이야기하자. 어머니, 어서 가요.“수현은 끝까지 서진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듯 살뜰한 멘트를 남긴 채, 시어머니를 부축하듯 이끌고 집을 나섰다.쾅-!현관문이 닫히며 집안을 무겁게 짓누르던 지독한 소음이 마침내 완전히 사라졌다.정적이 찾아온 거실에 덩그러니 남겨진 서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하…….“서진은 거칠게 머리를 쓸어 넘기며 굳게 닫힌 안방 문으로 시선을 돌렸다.자신의 손바닥에 남아 있는 설아의 불덩이 같은 체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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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서진의 커다란 손이 거칠게 설아의 이마 위로 얹어졌다. 뜨겁다 못해 델 것 같은 고열이 손바닥을 타고 고스란히 전해졌다."……!“소름 끼치는 혐오감에 설아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며 멀어지려 하자, 서진은 설아의 가느다란 손목을 강하게 낚아챘다. 그대로 제 품으로 끌어당긴 서진은 다른 한 손으로 설아의 이마부터 가녀린 목덜미까지 거칠게 쓸어내리며 열을 쟀다. 손끝에 닿는 모든 곳이 불덩이였다."열이 이렇게 많이 나잖아. 병원 가게 당장 옷 입어.“걱정을 가장한, 그러나 여전히 오만한 명령조였다. 설아는 온몸의 세포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통증 속에서도 오기를 짜내어 서진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이설아!“서진이 미간을 험악하게 찡그리며, 방금 뿌리쳐진 설아의 손목을 다시 잡아채 전보다 더 강한 악력으로 쥐고 흔들었다. 그의 목소리에 짜증과 불쾌감이 뒤섞여 터져 나왔다."너 요즘 왜 이래? 왜 이렇게 매사 엇나가는 거야! 왜 괜한 고집을 부리냐고 !”자신을 거부하는 듯한 설아의 태도가 서진의 신경을 날카롭게 긁었다."제 몸이에요. 제가 알아서 해요.“서늘할 정도로 단호하게 내뱉는 말과 달리, 설아의 몸은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다. 고열에 전신이 사시나무 떨듯 사정없이 흔들렸고, 서진에게 잡힌 손목은 붉게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가늘게 떨렸다."너 진짜…… 내 말 안 들을 거야?“서진의 눈동자가 더욱더 날카롭게 변했다.하지만 설아는 더는 이 실랑이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지독한 두통과 한기에 그저 당장이라도 쓰러져 쉬고 싶을 뿐이었다. 설아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아무 말 없이, 제 앞을 커다란 벽처럼 가로막고 있는 서진의 단단한 가슴팍을 밀쳐내는 순간 갑자기 오는 현기증에 서진의 몸에 그대로 중심을 잃었다.그 순간, 시야가 빙글 돌며 지독한 현기증이 덮쳐왔다. 암전되는 시야 속에서 중심을 잃은 설아의 몸이 그대로 서진의 품을 향해 쓰러졌다.턱-.서진이 본능적으로 팔을 뻗어 설아의 허리를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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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얼마나 지났을까. 차가운 물줄기 아래서 설아의 불덩이 같던 온몸의 열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고 느낀 서진이 마침내 수전을 잠갔다.순식간에 찾아온 정적 속에서 설아는 서진의 품에 완전히 늘어진 채 가쁜 숨만 내쉬고 있었다. 젖은 샤워 가운이 몸에 달라붙어 설아의 가녀린 몸의 곡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서진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설아를 내려다보다가, 망설임 없이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던 젖은 가운을 거칠게 벗겨내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떨고 있는 설아의 새하얗고 매혹적인 몸매가 드러났다. 서진은 옆에 걸려있던 새 가운으로 설아의 몸을 빈틈없이 감싸 안았다.기운이 빠진 설아가 작게 신음을 뱉었지만, 서진은 그대로 그녀를 가볍게 안아 들고 샤워실을 나섰다. 침실의 캄캄한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간 서진은 설아를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뉘었다.지독했던 고열이 찬물에 씻겨 내려간 덕분일까. 지칠 대로 지쳐 있던 설아는 오늘 하루의 고단함을 모두 내려놓은 듯, 이전보다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어둠 속에서 가만히 숨을 고르는 설아의 얼굴을, 서진은 한참 동안이나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바라보다 자신의 커다란 팔을 뻗어 설아의 마른 몸을 제 품 안에 단단히 가두어 안은 채, 그대로 함께 잠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암막 커튼 사이로 흐릿한 새벽빛이 스며들 때쯤 설아는 눈을 떴다.묵직하게 자신을 옥죄고 있는 감각에 시선을 내리자, 여전히 자신을 품에 꼭 안고 잠들어 있는 서진의 단단한 팔뚝이 보였다. 규칙적인 서진의 숨결이 귓가를 간지럽혔다.설아는 서진이 깨지 않도록 그의 팔을 조심스럽게 빼내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침대 맡에 앉아 곤히 잠든 서진의 얼굴을 내려다보는 설아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자신을 기만하고 다른 여자를 안았던 인간이, 이제 와서 진짜 남편이라도 된 것처럼 걱정스레 굴던 모습들이 떠올라 순간 지독한 혼란스러움이 밀려왔다. 아주 잠깐, 가슴 한구석이 찌르르하게 아파오는 것 같기도 했다.하지만 설아는 이내 차갑게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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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익숙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에 위치한 서진의 고급스러운 대표실 문앞에 도착했다. 데스크에 앉아 있던 비서가 설아를 보고 조심스럽게 가로막았다."사모님, 지금 대표님께서 중요한 미팅 중이시라…… 잠시만 앞에서 기다려 주시겠어요?""아, 네. 천천히 하셔도 돼요."설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소파에 앉았다. 가방 속 초음파 사진을 만지작거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10분 넘게 기다렸을 때, 마침내 묵직한 대표실의 문이 열렸다.하지만 문틈 사이로 흘러나온 웃음소리와 함께 걸어 나오는 실루엣을 본 순간, 설아의 모든 감각이 얼어붙었다.박수현이 서진의 팔에 교태스럽게 팔짱을 낀 채 활짝 웃으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서진도 그런 수현을 밀어내지 않은 채 걸음을 옮기던 중이었다.그때, 대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설아를 먼저 발견한 것은 수현이었다. 순간 수현의 시선이 설아의 떨리는 손에 쥐어진 하얀 종이봉투로 향했다. 산부인과 이름이 선명하게 찍힌 그 봉투를 본 순간, 수현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설마…… 임신인가?‘심장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만약 이설아가 아이를 가졌다면, 서진과 자신의 관계는 더 이상 발전 할 수 없없다.비록 지금 서진이 제 육체를 탐하고는 있지만, 그의 마음은 늘 이설아라는 단단한 벽을 향해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수현이었다. 불안감이 집착으로 변해 수현의 눈을 미치게 만들었다.서진 역시 설아를 발견하고 내심 크게 놀란 눈치였다. 평소라면 제 회사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던 아내였으니까. 서진은 급히 수현의 팔을 빼내며 설아에게 다가갔다."설아야, 무슨 일 있어? 어디 아픈 거야?“서진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서렸다. 그 꼴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던 수현이 돌연 서진의 단단한 팔뚝을 다시 꽉 붙잡으며 가로막았다."서진아, 기획재정부 미팅 시간 늦겠어. 얼른 이동해야 해.“수현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정신이 든 설아가 초음파 사진을 감추며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아…… 중요한 회의가 있었구나. 아니에요.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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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오피스텔의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이성을 잃은 두 사람 사이에 거리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수현은 기다렸다는 듯 서진의 목덜미를 휘감아 안으며 뜨겁게 입을 맞췄다. 능숙한 손길로 서진의 명품 셔츠 단추를 후드득 풀어헤친 수현은, 서진을 침대 위로 거칠게 밀어눕혔다."하아…… 서진아, 유서진…….“수현의 한 손이 이미 터질 듯 팽창해 있는 서진의 하반신을 노골적으로 헤집기 시작했다. 묵직하고 단단하게 달아오른 서진의 중심부를 거칠게 쥐어짜던 수현은, 이내 침대 위로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자신의 뜨거운 입술로 그것을 집요하게 머금었다. 서진을 완벽하게 만족시켜 자신에게서 한 걸음도 달아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독기 어린 애무였다.서진이 쾌감에 겨워 거친 신음을 내뱉었다.바로 그때, 침대 헤드 쪽에서 서진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위이이잉-.이미 절정 달해 눈이 뒤집힌 서진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서진의 그곳을 격렬하게 입으로 부비던 수현의 곁눈질에 화면이 걸려들었다.[이설아]선명하게 떠오른 이설아 라는 이름을 본순간 수현의 눈동자가 잔혹한 희열로 번뜩였다.수현은 서진의 민감한 곳을 한층 더 깊숙이 목구멍 끝까지 빨아들이며 그가 정신을 못 차리게 흔들었다. 서진이 미칠 듯한 쾌감에 허리를 크게 들썩이며 사정 직전의 신음을 내뱉는 찰나, 수현은 한 손을 뻗어 서진의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통화 버튼을 눌러 연결했다.그 시각, 식어버린 케이크 앞에서 초조하게 수화기를 귀에 대고 있던 설아는 신호음이 끊기자 반갑게 입을 열었다."여보세…….“하지만 설아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 수화기 너머로 지독할 정도로 선명하고 노골적인 살을 섞는 소리와 외설적인 신음이 주방의 정적을 찢고 쏟아져 나왔다.”하아…… 앗! 서진아…… 흐윽, 너무 좋아…… 여기 더 세게 쥐어줄까?뒤이어 들려오는 것은, 그토록 기다렸던 서진의 지독하게 흥분한 낮고 거친 숨소리였다.“하…… 조이지 마, 미치겠으니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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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척-, 하고 닿아오는 서진의 살결과 살포시 스치는 그의 숨결에, 잠들지 않았던 설아는 온몸의 세포가 뒤집히는 듯한 극심한 소름을 느꼈다.그 더러운 손길이 제 살갗에 닿는 순간 구역질이 밀려와 이를 악물어야 했다. 심장이 분노로 미친 듯이 날뛰었지만, 설아는 서진의 품 안에서 죽은 듯 숨을 죽였다.다음 날 아침, 사방을 메운 공기는 기묘할 정도로 가라앉아 있었다.완벽하게 정돈된 수트 차림으로 거실로 나온 서진은 식탁 머리에 앉아 있는 설아의 곁으로 다가갔다.간밤에 박수현과 온갖 추잡한 짓을 저지르고 왔으면서도, 그의 표정은 겉보기에 더없이 뻔뻔하고 당당했다.서진은 슬그머니 설아의 맞은편에 앉으며 자연스럽게 말을 건넸다."어제 미팅이 생각보다 훨씬 늦게 끝나서 연락도 못 하고 늦었어. 많이 기다렸지?“변명치고는 너무나 상투적이고 가증스러웠다. 서진은 찻잔을 만지작거리는 설아의 야윈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짐짓 다정한 척 목소리를 낮췄다."근데 어제 회사까지 찾아와서 하려던 말이 뭐야? 할 말 있다며.“설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서진을 바라보았다. 간밤에 지옥 같은 울음을 쏟아낸 탓에 눈가가 부어 있었지만, 서진을 담은 눈동자만큼은 얼음물처럼 투명하고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설아는 입꼬리를 부드럽게 올려 정갈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아무런 감정도 섞이지 않은 건조한 목소리로 대꾸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아무것도 아니라니? 연락도 없이 회사까지 와서 기다려놓고.""정말 별거 아니에요. 그냥…… 요즘 오빠가 신혼 때처럼 잘해주니까, 고마워서 점심이나 같이 먹으려고 갔던 거예요. 신경 쓰지 마세요.“"그래? 정말 그것뿐이야?“서진은 설아의 담담한 태도에 내심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설아의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안도하며 옅게 미소를 지었다."알겠어. 다음엔 늦게 끝나더라도 꼭 미리 연락할게. 맛있는 거 사 들고 올 테니까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서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설아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고는 현관으로 향했다.서진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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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설아는 나직하게 그 단어를 읊조렸다. 과거 대학 시절, 기획서 하나로 밤을 지새우며 교수들의 극찬을 받던 제 안의 열정이 세포 하나하나를 깨우며 꿈틀거리는 기분이었다. 유서진의 아내로 사느라 완벽하게 죽어 지냈던 본연의 능력이 거칠게 요동치고 있었다.설아는 무언가에 홀린 듯 마우스를 움직였다.오랫동안 열어보지 않았던 자기소개서 파일을 열고, 대학 시절 끊겼던 제 스토리를 채워 넣기 시작했다. 경력은 비어 있었지만, 공백기를 무색하게 만들 만큼 트렌드를 읽는 통찰력과 아이디어를 자소서 가득 독하게 쏟아부었다.마침내 최종 작성 완료 버튼을 누르고, 첨부 파일까지 확인한 설아의 손끝이 지원하기 버튼 위에 머물렀다.딸깍-.마우스 클릭 소리와 함께 이력서가 발송되었다.그 시각, 서진의 대표실. 문이 소리 없이 열리며 박수현이 걸어 들어왔다. 그녀는 서진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일부러 서류 몇 장을 핑계 삼아 들고 온 참이었다. 수현은 아무렇지 않은 척 소파에 앉아 있는 서진에게 다가가며 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어제 잘 들어갔어? 그 새벽에 집에 들어가느니 그냥 내 오피스텔에서 편하게 자고 출근하지. 피곤하게 왜 사서 고생을 해."수현은 넌지시 간밤의 밀어를 상기시키며 서진의 반응을 살폈다.하지만 서진은 피곤한 듯 미간을 짚으며 덤덤하게 대꾸할 뿐이었다."설아가 걱정해. 설아가 사고 이후에 몸이 많이 약해져서 나도 신경 쓰이고…… 어제는 내가 좀 과했던 것 같다.“서진의 입에서 나온 멘트는 수현의 가슴에 날카롭게 박혔다. 걱정이니, 신경이 쓰이니 하는 말들은 결국 자신을 '그저 즐기는 사이'로 철저하게 선을 긋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몸은 섞을지언정 유서진의 마음 밑바닥에는 여전히 이설아가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였다.'뭐야, 별다른 말이 없네…….‘서진의 안색이 평소와 다름없는 것을 보며 수현은 속으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만약 이설아가 정말 임신을 했다면, 유서진이 저렇게 평온할 리가 없었다.'임신에 대한 얘기는 못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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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띠링-.집안의 고요를 깨고 서진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오늘 갑자기 중요한 바이어 미팅이 잡혀서 늦을 것 같아. 저녁 거르지 말고 먼저 챙겨 먹어.]설아는 아무런 감정도 일지 않는 얼굴로 문자를 확인한 뒤, 미련 없이 화면을 꺼서 식탁 위에 엎어두었다.정확히 저녁 시간이 되자, 설아는 가스불을 켜고 식사를 준비했다. 속이 뒤틀려 물 한 모금조차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았지만, 설아는 숟가락을 들어 억지로 밥을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꼭꼭 씹어 삼키는 매 걸음은 오직 제 배 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를 위한 투쟁이었다."엄마가 지킬 거야. 그러니까 너도 잘 버텨줘…….“설아는 입안 가득 쓴 기운을 삼키며 배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끼니를 대충 때우고 소파에 앉았을 때, 설아는 홀린 듯 휴대폰을 켜 박수현의 SNS 계정으로 들어갔다. 예상대로, 실시간으로 수현의 피드에 새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최고급 일식 파인다이닝의 화려한 코스 요리 사진들이었다.수현은 은근한 도발을 즐기듯,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한 저녁'이라는 멘트와 함께 슬쩍 맞은편에 앉은 남자의 실루엣을 노출해 사진을 게시했다.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설아는 그 사진 속 남자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서진의 코트자락 와인잔을 들고 있는 손에 채워진 명품 시계. 결혼기념일 날 설아가 직접 고르고 선물했던, 유서진이 가장 아끼는 그 시계였다."…….“지금 설아에게 유서진은 자신과의 약속, 믿음, 다짐들은 언제든 유리창처럼 가볍게 깨버리는 인간이었다.그런 유서진이 박수현 앞에서는 한없이 다정하고 결혼한 자신보다 수현을 우선시 하는 모습이 새삼스레 가슴을 찔렀다.설아가 씻고 잘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을 때, 생각보다 훨씬 이른 시각에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새벽에나 들어올 줄 알았던 서진의 귀가였다.설아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누우며 재빠르게 자는 척을 했다. 평소의 서진이라면 늘 그랬듯 안방으로 걸어 들어와 자신이 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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