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장소인 호텔 루프탑 바의 조명은 은은했다. 에이든은 완벽한 턱시도 스타일의 블랙 수트를 입고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량에서 내려 안내를 받으며 다가오는 혜진의 구두 굽 소리에 에이든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순간, 언제나 얼음처럼 차갑고 흔들림 없던 에이든의 눈동자가 눈에 띄게 커졌다. 그의 시선은 혜진의 높은 묶음 머리에서부터 시작해 매끄러운 오프숄더 어깨선, 그리고 드레스 실루엣을 따라 흘러내리는 완벽한 몸매에 고정되었다. 에이든은 들고 있던 와인잔을 내려놓는 것조차 잊은 채 한참 동안 혜진을 빤히 응시했다. “……내가 보석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눈이 부실 줄은 몰랐군요.” 에이든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의 눈빛에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선, 한 여자를 향한 뜨거운 소유욕과 깊은 감탄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혜진은 그의 강렬한 시선이 온몸에 닿을 때마다 뺨이 화끈거렸지만, 이번만큼은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그의 눈을 마주 보았다. 그가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를, 그녀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앉으세요, 나의 아름다운 파트너.” 에이든이 직접 의자를 빼주며 혜진을 에스코트했다. 그의 손끝이 혜진의 드러난 등 라인에 살짝 스쳤을 때, 짜릿한 전류가 온몸을 관통했다. 혜진은 와인잔을 채워주는 에이든을 바라보았다. 과거 한국에서의 시선은 언제나 잔인했다. 남편은 자신을 한심하게 쳐다보았고, 이웃들은 동정의 탈을 쓴 비웃음의 시선을 던졌다. 하지만 지금 이 최고급 루프탑 바에서 자신을 향하는 에이든의 시선은 철저한 경외와 뜨거운 열망뿐이었다. 주변 테이블에 앉은 외국인 명사들의 시선 또한 혜진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집중되고 있었다. 시선이 뒤바뀌자, 혜진의 가슴속에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낯선 설렘’이 피어올랐다. 누군가에게 이토록 귀하게 대접받고, 여자로서 완벽하게
Última atualização : 2026-07-07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