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관 상엄은 왕부에서 마흔 해를 살았다.선대 삭왕이 세자이던 시절에 들어와, 두 분 주인의 혼례와 장례를 다 제 손으로 치렀다. 왕부의 법도는 절반쯤 그가 만들었고, 나머지 절반은 그가 지켜 왔다. 그러니 법도를 아뢰는 일로 새 왕비의 깜냥을 재는 것도, 소임이라면 소임이었다.그는 작정하고 쏟아냈다.제사의 규례, 곳간과 열쇠의 소재, 문서가 드나드는 길, 안채 사람들의 이름과 위계, 절기마다 갈리는 상차림. 반나절에 나눠 아뢸 것을 한 호흡에 몰아넣었다. 경성의 세가 아가씨라면 절반을 알아듣고, 그 절반의 절반을 기억하면 다행일 터였다.여인은 끝까지 들었다.되묻지 않았다. 받아 적지도 않았다. 무릎 위에 손을 포갠 채 이따금 고개만 까딱였는데, 그 까딱임이 말의 매듭이 지어지는 자리마다 어김없이 떨어졌다.다 듣고 나서, 여인이 물은 것은 하나였다."가묘 참배는 어느 날에 올리면 되겠습니까."상엄은 잠깐 말을 멈췄다.아직 아뢰지 않은 대목이었다. 시어른이 아니 계신 왕부에서 새 왕비가 올릴 첫 법도는 폐백이 아니라 사당의 예다. 순서로 치면 가장 앞이되, 그는 일부러 뒤로 미뤄 두었다. 그것을 짚어내는지 보려던 것인데, 여인은 듣지 못한 것부터 짚었다."······사흘 뒤가 길일이옵니다.""그리 채비하겠습니다."사흘 뒤, 사당은 쓸려 있었다.북강의 사당은 경성의 것과 달랐다. 단청도 금박도 없이, 오래 문지른 나무의 결만 어두웠다. 위패는 둘이었다. 선대 삭왕과, 선왕비.여인은 문턱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사당 안을 오래 보았다. 향로에 앉은 재의 자국을. 무릎 자리가 닳아 옅어진 바닥을. 그러고는 들어가, 가르친 적 없는 북강의 예로 향을 살랐다. 경성처럼 셋을 사르지 않고, 하나만. 절의 깊이도, 손을 포개는 자리도 틀리지 않았다.상엄은 문가에 시립한 채 그것을 보았다. 배운 적 없는 것을 틀리지 않으려면, 하기 전에 읽어야 한다. 여인이 문턱에서 오래 멈춰 섰던 것이, 그제야 마음에 걸렸다.선왕비의 위패 앞에서, 여인의 걸음이
Last Updated : 2026-07-2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