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아노르
엘리아노르
차가운 화강암 벽이 결국 내 제2의 피부가 되었다. 나는 이 습기와 망각으로 스며 나오는 벽, 내 생명의 온기 마지막 남은 조각까지 빨아들이는 듯한 이 차가운 돌과 하나가 되었다. 내 안에는 더 이상 눈물도 없다. 눈물은 증발해 버리고, 그 자리에는 커다란 하얀 공허, 최후의 붕괴 후 대성당에 찾아오는 적막만이 남았다. 그들은 모든 것을 가져갔다. 정말로 모든 것을. 그 표까지도, 내게 운명과 방향, 다른 곳으로 갈 가능성이 있었음을 증명
해주는 유일한 물증이었던 그 조그만 종이쪽지까지. 이제 남은 건 거친 내 숨소리와 이 내면의 존재, 미래의 무거운 작은 짐, 이 적대적인 세상에 나를 여전히 붙들어 매는 그것뿐이다. 내 아이. 우리의 아이. 무(無)의 부름에 저항하고, 심연 끝까지 미끄러져 내려가지 않게 하는 나의 유일하고 마지막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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