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가 서로 알고 지내던 시간부터 뜨겁게 사랑했던 순간까지 담긴 기록이 천천히 사라지는 것을 그저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로를 알아가고, 사랑하고, 서로 상처 입히고 입혔던 흔적들이 화면 위에서 하나씩 사라져 갔다.
‘기분이 참 묘하네.’
그때 이 남자는 나를 향한 사랑이 뜨거웠고, 나를 위한 그의 맹세 또한 거짓 없이 간절하게 들렸다.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었을 때도 내 곁을 지켜줬기에, 나는 우리 사랑이 끝까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 믿음은 처참히 부서졌다.
“여보, 올해 결혼기념일은 특별하게 준비하자.”
그러나 진호는 지금 나를 진정시키는 데만 급급해 정희에게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당장 꺼지라고 했어. 못 들었어?”
진호는 다시 나를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며 애원하듯 말했다.
“여보, 난 당신을 사랑해. 당신이 내 유일한 아내야. 밖에 있는 여자들은 그저 한때 스쳐 지나가는 것뿐이고, 진심은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