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의 성벽
우리는 이제 당신들이 설계한 가짜 평화를 거부하고,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인간의 무질서로 돌아간다.
서윤이 문장을 완성해 나갈수록 작업실의 모니터들은 푸른색에서 따뜻한 주황색으로 변해갔다. 헝가리의 다뉴브강 아래 가라앉았던 서버들이, 시안의 모래바람 속에 멈춰있던 칩들이, 그리고 판교의 무너진 성벽 틈새에 박혀있던 통신 모듈들이 서윤의 문장을 수신하며 일제히 '인간성 복원' 모드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전 세계적인 공명
이었다. 솔브레인의 기술로 기억을 잃었던 노인이 손자의 이름을 기억해내고, 조작된 감정에 지배당하던 연인들이 서로의 눈을 보며 진짜 눈물을 흘리는 기적이 도처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