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이중 소용돌이(perfect storm)의 중심부가 연실군 상공을 통과하면서,사방은 기묘할 정도로 고요해졌지만그것이 폭풍의 끝이 아님을 대원들은 잘 알고 있었다.버스 구출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임시 대피소로 복귀한소방관 차도훈과 지구대 순경 민수아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도훈은 찢어진 방화복 상의를 벗어던지고 어깨에 단단히 붕대를 감고 있었고,수아는 그 옆에서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털며 도훈의 눈치를 살폈다.아까 버스 위에서 나누었던 뜨거운 포옹의 여운이좁은 대피소 텐트 안에 가득 차 있어,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차 반장님, 어깨는 좀 어떠세요? 아까 보트 끌 때 보니까 실밥 다 터진 것 같던데…… 의사 선생님한테 다시 가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수아가 짐짓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도훈의 곁으로 다가갔다.도훈은 곁눈질로 수아의 붉어진 귀끝을 훔쳐보고는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저기요, 민 순경. 내가 소방관 생활만 몇 년인데 이 정도 찰과상에 엄살을 부립니까? 그것보다 민 순경 아까 내 품에 안겨서 평생 등 뒤 지켜달라고 했던 말, 그거 녹음이라도 해둘 걸 그랬습니다. 아주 대피소가 떠나가라 고백을 하더군요?"도훈의 짓궂은 놀림에 수아는 순간 얼굴이 대추처럼 빨개졌다.수아는 들고 있던 수건을 도훈의 얼굴에 냅다 던지며 소리쳤다."아, 진짜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그건 주민들 앞이라 분위기상 극적인 연출을 한 거고요! 경찰로서 소방과의 원활한 공조를 위한 비즈니스 멘트였을 뿐입니다!""비즈니스? 저기, 민수아 순경. 민 순경은 비즈니스를 그렇게 목숨 걸고 가슴 팍에 얼굴 파묻고 합니까? 내 방화복이 아주 민 순경 눈물로 다 젖었습니다."도훈이 수건을 걷어내며 킥킥거렸다.수아는 민망함을 감추려 "아우, 몰라요! 저 순찰 돌러 갈 겁니다!"하고 텐트 문을 박차고 나가려 했다.하지만 도훈이 번개같이 손을 뻗어 수아의 손목을 부드럽게 낚아챘다.그의 손아귀 힘은 여전히
"강 팀장님! 로프 결속 완료됐습니다! 인장 강도 바릅니다!"차도훈이 버스 지붕 위에서 강태풍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해경과 소방이 합작한 로프 결속 작전은 완벽했다.거센 조류 속에서도 굵은 구조 로프들이 버스와 해경 구조선을 단단하게 이어주며거대한 인간 사슬의 통로를 만들어냈다.수아는 로프를 붙잡고 마지막 남은 노인 주민을 해경 보트로 안전하게 이동시켰다.이로써 버스에 고립되었던 32명의 주민 전원이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극적으로 구조되는 기적이 일어났다.보트에 탑승한 주민들의 안도의 울음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터져 나왔다.수아가 지친 몸을 이끌고 버스 지붕 위에서도훈의 손을 잡고 고무보트로 다시 내려왔을 때,도훈은 수아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그녀를 자기 품으로 거칠게 끌어당겨 꽉 안아버렸다."……차 반장님? 주민들이 다 보는데 왜 이러십니까, 부끄럽게 진짜!"수아가 당황해 얼굴을 붉혔지만, 도훈은 가슴이 터질 듯이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민 순경, 아까 당신 물에 빠지려 할 때 진짜 내 심장 지분 100% 다 날아가는 줄 알았습니다. 경찰이고 뭐고, 한 번만 더 내 눈앞에서 위험하게 굴면 나 진짜 소방관 때려치우고 민 순경만 졸졸 따라다닐 줄 아십시오. 내 직권으로 민 순경 체포하든지 하겠습지다."도훈의 낮고 진지한 고백에 수아의 눈동자가 거대하게 흔들렸다.늘 장난기 가득하던 대형견 남자의 눈에 맺힌 눈물이 가로등 불빛에 반짝였다.수아는 마침내 도훈의 넓은 등 뒤로 제 두 팔을 감싸 안으며 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안 때려치워도 저 안 도망갑니다, 바보 반장님…… 그러니까 평생 제 등 뒤 지켜주세요."폭풍의 잔재가 소용돌이치는 물바다 한가운데서,소방과 경찰의 이 화끈하고도 애틋한 로맨스가마침내 완벽한 하나의 결속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자, 제 손 잡으세요! 한 분씩 천천히!"수아가 유도 3단의 단단한 팔뚝으로 주민들을 번쩍번쩍 들어 보트로 인계했다.도훈 역시 한 손으로 보트 줄을 잡고 한 손으로는 주민들을 받아안으며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소방과 경찰의 이 환상적인 공조 앞에고립되었던 버스 내부의 주민들이 차례차례 구조되기 시작했다.하지만 파도는 그들의 영웅 서사를 순탄하게 두지 않았다.버스 내부의 마지막 만삭의 임산부를 보트로 막 인계하려던 순간,저 멀리서 밀려온 거대한 상가 컨테이너 잔해가 격류를 타고버스 전면부를 쾅 하고 들이받았다.그 거대한 충격으로 버스가 측면으로 크게 기울어지며,보트와 버스 사이에 엄청난 와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와장창-!"버스가 기울어지며 발생한 거대한 물살의 충격으로도훈과 수아가 타고 있던 고무보트의 로프가 툭 하고 끊어져 나갔다.설상가상으로 조류가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는 듯 무섭게 소용돌이쳤다.바로 그 순간,"타당--!" 하는 웅장한 엔진 소리와 함께 저 멀리 격류를 뚫고제트스키를 탄 해경 강태풍과 대형 구조선을 모는 해경 대원들이안개 속에서 영웅처럼 나타났다.강태풍은 단숨에 기울어지는 버스 측면에 제트스키를 밀착시키며 소리쳤다."차 반장! 민 순경! 버스 상단으로 로프 던진다! 결속해!"강태풍이 던진 굵은 해경용 인명 구조 로프를 도훈이 나이스 캐치하여버스 프레임에 단단히 묶었다.해경과 소방의 이 거대한 대출동으로 인해위태롭던 버스의 전복은 가까스로 저지되었다.해경 대원들과 서나래 의사선생까지 탑승한 대형 보트가 버스 주변을 감싸 안으며남은 주민들을 신속하게 이송하기 시작했다.서나래는 보트 위에서 원격 의료 장비를 체크하며 소리쳤다."태풍 씨! 버스 안쪽에 부상자가 더 있어요! 얼른 가요!"강태풍은 서나래의 외침에 고개를 끄덕이며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어버스 내부로 진입했다.도훈과 수아 역시 해경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한시름 놓으며남은 주민 구출에 박차를 가했다.폭풍의 중심에서 대한민국의
마지막 대피 방송이 끝남과 동시에,타이밍 나쁘게 만조 시각이 겹치며 이중 소용돌이가 몰고 온 집채만 한 메가 파도가부서진 제방을 넘어 도심 중심으로 완전히 밀려들었다.쿠르릉거리는 대지의 진동과 함께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골목길을 집어삼켰고,도훈과 수아가 타고 있던 고무보트마저 거대한 파동에 휘말려 공중으로 번쩍 들렸다가 떨어졌다."민 순견! 꽉 잡아요! 보트 뒤집힌다!" 도훈이 소리치며 수아를 보트 중앙 손잡이에 밀착시켰다.파도가 삼켜버린 도심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상가 건물 유리창들이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연쇄적으로 팍팍 터져 나갔고,몰려든 물살은 소용돌이를 치며 보트를 제멋대로 끌고 갔다.도훈은 어깨의 극심한 통증을 참아내며 보트의 방향타를 필사적으로 붙잡았지만,대자연의 광기 어린 조류 앞에서는 소방관의 베테랑 운전 실력도 무력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차 반장님! 저기 앞을 보세요! 대피하던 버스 한 대가 물에 잠겨 멈춰 서 있습니다!"수아가 빗속을 가리키며 비명을 질렀다.저 멀리 저지대 사거리 한복판에 주민 수십 명을 태운 통근 버스가엔진이 침수된 채 거센 격류 한가운데 고립되어 있었다.버스 창문 너머로 살려달라며 손을 흔드는 주민들의 절박한 얼굴들이 보였다."젠장, 조류가 너무 세서 보트가 접근하기 힘들어!"도훈이 이를 악물었다.파도는 끊임없이 버스를 때려대며 전복시키려 하고 있었고,물은 이미 버스 바퀴를 넘어 창문 턱까지 차오르고 있었다.도훈과 수아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저 주민들을 구하지 못하면 자신들의 미래도 없다는 것을두 영웅은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었다.고립된 버스 주변의 조류는 마치 거대한 세탁기 내부처럼 무섭게 회전하고 있었다.버스는 침수된 상태에서 물살에 밀려 가드레일에 위태롭게 걸쳐 있었고,언제 뒤집혀도 이상하지 않은 절체절명의 위기였다.내부의 주민들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민 순경, 내가 보트를 최대한 버스 문 쪽으로 붙일 테니까, 민 순경은
수아는 순찰차 지붕 위로 올라가 대피하지 못한 상가 노인 한 명을 간신히 끌어올렸다.하지만 조류가 순찰차를 통째로 뒤흔들며 밀어내기 시작했다."차 반장님! 보트 언제 옵니까! 차가 밀려납니다!"수아가 소리치는 순간,저 멀리서 도훈이 탄 소방 고무보트가 거센 조류를 서핑하듯 뚫고 나타났다."민 순경! 꽉 잡아! 내가 갑니다!"도훈이 보트 키를 과감하게 꺾으며 순찰차 옆면으로 바짝 붙였다.도훈은 상처 입은 어깨의 통증도 잊은 채,수아가 잡고 있던 노인을 먼저 보트 위로 안전하게 인계받았다.그리고 수아를 향해 제 넓은 손을 뻗었다."민 순경, 내 손 잡으십시오! 얼른!"수아가 도훈의 손을 잡고 보트로 뛰어드는 순간 거대한 상가 자재가 순찰차를 쾅 들이받았다.조류가 요동치며 수아의 몸이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격류 속으로 빨려 들어가려 했다."앗-!" 수아의 외마디 비명에 도훈의 눈빛이 완전히 뒤집혔다.도훈은 제 몸을 보트 난간 밖으로 던지다시피 하며 수아의 제복 깃과 손목을 동시에 낚아챘다."내가 놓지 않는다고 했잖습니까, 민 순경!"도훈이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장난스럽고 능글맞은 대형견 소방관의 괴력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도훈은 악력을 다해 수아를 격류 속에서 단숨에 보트 위로 끌어올려 제 품에 꽉 안았다.두 사람은 보트 바닥에 엉킨 채 거친 숨을 내쉬었고,수아는 도훈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으며 그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음을 느꼈다.제방은 무너지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신뢰는 그 어떤 콘크리트보다 단단하게 맞물려 있었다."지구대 순경 민수아 알림! 현재 해안 제방 전면 붕괴로 저지대 침수가 급격히 진행 중입니다! 아직 상가나 주택에 계신 주민들은 모든 가재도구를 버리고 즉시 군청 대피소로 이동하십시오! 다시 한번 알립니다……."수아는 도훈의 보트 위에서도 확성기를 놓지 않았다.목이 쉬어라 대피 방송을 외치는 그녀의 얼굴은 빗물과 먼지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도훈은 그런 수아를 기특하면서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의 최종 형태인 '이중 소용돌이'가마침내 연실군 해안선을 완전히 강타했다.초속 50m에 달하는 살인적인 강풍은 가로수를 통째로 뽑아내고상가 간판들을 종잇장처럼 날려버렸다.하늘과 바다가 온통 거뭇하게 뒤섞여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아비규환이었다."민 순경! 무리하게 앞으로 나가지 마십시오! 바람이 너무 세서 몸이 날아갑니다!"도훈이 무전기를 향해 소리쳤지만,수아는 이미 순찰차 외벽을 붙잡고 확성기를 든 채 빗속으로 소리치고 있었다."연실 상가 주민 여러분! 지금 즉시 고지대로 대피하십시오! 해안 제방이 곧 무너집니다!"그 순간, 콰아앙- 하는 거대한 폭음과 함께해안을 버티고 있던 대형 콘크리트 제방의 일부분이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하듯 무너져 내렸다.제방을 뚫고 나온 거대한 바닷물이 순식간에 도심 상가 구역으로 무섭게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물은 단 몇 분 만에 무릎을 넘어 허리춤까지 차올랐다."차 반장님! 상가 2층에 고립된 노약자들이 있습니다! 소방 보트가 필요합니다!"수아가 물살을 헤치며 소리쳤다.도훈은 소방대원들과 함께 고무보트를 몰고 거센 조류를 뚫고수아의 방향으로 풀 액셀을 밟았다.강태풍과 서나래 역시 해경 대원들을 이끌고 차량 진입이 불가능해진저지대 중심부로 진입하고 있었다.자연의 압도적인 광기 앞에서도 네 청춘은 물러서지 않았다.거대한 소용돌이가 도시를 삼키려 들 때마다,그들은 서로의 무전을 확인하고 서로의 등 뒤를 지켜주며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단단한 방벽이 되어 버티고 있었다.사선에서 더욱 빛나는 소방과 경찰, 해경과 의사의 위대한 공조가다시 한번 폭풍 속에서 치열하게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제방 동측이 완전히 터졌습니다! 물살이 너무 세서 도보 구조는 불가능합니다!"수아의 무전이 빗소리와 섞여 다급하게 울렸다.해안 둑의 균열은 도미노처럼 번져나가고 있었다.쏟아져 들어온 바닷물은 상가 골목을 거대한 격류로 만들었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