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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Author: Yoonseul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23 00:45:05

수현은 서진의 다정한 대답에 안도하며 그의 가슴팍에 제 얼굴을 묻었다. 이설아에게 돌아가려던 서진을 결국 제 곁으로 완벽하게 돌려놓았다는 승리감이 수현의 온몸을 짜릿하게 감쌌다.

병원에서는 당장 퇴원해도 아무런 무리가 없다고 소견을 냈지만, 수현은 온갖 군데가 쑤시고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기어코 입원을 연장했다. 링거를 꽂은 손목을 처연하게 늘어뜨린 채, 서진의 간호를 받는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 오후, VIP 병실의 문이 요란하게 열리며 한껏 치장한 서진의 어머니가 걸어 들어왔다.

설아가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 갔을 때조차 바쁘다는 핑계로 병문안 한번 온 적 없는 시어머니였다.

그런 냉혹했던 여자가, 대기업 가문의 딸인 수현의 가벼운 접촉사고 소식에는 만사를 제쳐두고 단번에 병원으로 달려온 것이다.

"어머, 수현아! 몸은 좀 어떠니? 어디 부러진 데는 없고? 아이고, 이 귀한 얼굴에 상처라도 나면 어쩌려고!“

서진의 엄마는 침대 곁으로 다가가 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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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진의 눈동자에는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암전이 찾아와 있었다.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수면마취의 기운과 극심한 피로감 속에서 설아는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밀어 올렸다.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낯설고 고급스러운 병실의 천장이었다. 코끝을 찌르는 알싸한 소독약 냄새에 설아는 본능적으로 제 아랫배로 손을 가져가려 했다. 하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가락 마디마디가 욱신거리며 지독한 통증을 뱉어냈다. 시퍼렇게 멍이 든 손을 쳐다보던 설아의 시선이, 침대 곁에 멈추었다.그곳에는 서진이 있었다. 늘 빈틈없이 완벽하던 수트 차림은 온데간데없고, 셔츠 깃은 엉망으로 흐트러진 채 침대 가장자리에 위태롭게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그의 하얀 소매 자락에 박힌 붉은 핏자국이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사그락거리는 미세한 소리에 서진은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고개를 든 서진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그리고 침대에 힘없이 앉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설아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이설아…….“서진의 입술 사이로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깨어난 그녀를 보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설아의 시선을 마주한 서진의 심장이 사정없이 덜컹거렸다.자신 때문에 두 번이나 아이를 잃게 되었다는 잔인한 진실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세상 모든 것을 제 뜻대로 주무르던 유서진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단 한 마디도 뱉지 못하는 무력한 벙어리가 되어 있었다."설아야…… 아이는…….“차마 잇지 못하고 말끝을 흐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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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불행을 너에게   50화

    날카롭고 묵직한 마찰음이 거실에 잔인하게 울려 퍼졌다. 고개가 사정없이 돌아간 설아는 얼얼하게 타오르는 뺨을 감싸 쥐었다. 큰 다이아몬드 반지를 낀 손에 정통으로 맞은 탓에, 하얗던 뺨 위로 순식간에 붉고 푸른 멍이 피어올랐고 터진 입술 사이로는 붉은 피가 배어 나와 턱 끝으로 흘러내렸다.설아가 떨리는 눈으로 시어머니를 바라보자, 서진의 어머니는 오히려 기가 찬다는 듯 핏대를 세웠다."이게 어디서 눈을 똑바로 뜨고 대들어?! 너 내가 그동안 분수에 넘치게 많이 봐줬지! 어디서 건방지게 집을 나가?! 서진이가 너한테 도대체 얼마나 더 잘해줘야 만족을 하겠다는 거야, 이 영악한 년이!“분노로 눈이 뒤집힌 시어머니의 손이 이번에는 설아의 머리채를 한 움큼 움켜잡았다. 도망칠 새도 없이 또 한 번 가차 없는 손바닥이 설아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짝-!!강한 충격에 설아는 중심을 잃고 거실 대리석 바닥 위로 위태롭게 쓰러졌다."하아…… 하아…….“서진의 어머니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는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내팽개쳐진 설아를 벌레 보듯 내려다보았다."참 나…… 사람을 이렇게까지 상스럽고 나쁘게 만들어? 넌 도대체 매사 이 모양이니?!“그 참혹한 폭력을 코앞에서 지켜보던 수현은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팔짱을 낀 채,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설아의 모습을 감상하며 입가에 짙은 미소를 머금고 있을 뿐이었다.'속이 다 시원하네, 이설아.‘

  • 나의 불행을 너에게   49화

    "어머니! 안녕하세요, 여기서 다 뵙네요?“"어머, 수현이 아니니? 얘, 여긴 어쩐 일이야? 너도 관리받으러 온 거야?“차가운 표정으로 들어서던 서진의 어머니는 수현을 발견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하게 얼굴을 폈다."여기서 보니까 더 반갑네, 우리 수현이. 안 그래도 요즘 통 연락이 없어서 연락하려던 참이었는데.“서진의 어머니의 말에 수현이 일부러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금방이라도 말 못 할 고민 때문에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처연한 연기였다.언제나 완벽하던 수현의 그늘진 안색을 포착하자, 서진의 어머니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급하게 말을 이어갔다."수현아, 무슨 일 있니? 표정이 왜 그래. 어디 아픈 거야?“"그게…… 아니에요, 어머니. 제가 괜히 말 꺼내서 어머니 걱정만 시켜드릴 것 같네요. 그냥 잊어주세요.“철저히 계산된 멈춤이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말을 뚝 끊어내며 궁금증과 불안감을 극대화하는 수현의 여우 같은 화술에 서진의 어머니는 완전히 말려들었다."얘는! 시치미 떼지 말고 어서 말해봐. 답답하게 왜 그래? 괜찮으니까 말해봐, 어서.“수현은 마지못해 입을 여는 척, 세간의 비밀을 속삭이듯 목소리를 낮췄다."그게…… 사실 이런 말씀까지 드려도 되나 모르겠는데, 가슴이 너무 아파서요. 설아 씨가 지난 한 달 동안 집을 나가서 안 돌아왔었대요. 그것 때문에 서진이가 얼마나 속앓이를 하고 힘들어했는지 몰라요. 매일 밤낮으로 찾아 헤매느라 몰골이 말이 아니었어요.“"뭐? 뭐라고?! 집을 나가?! 감히 집을 나갔단 말이야?!“서진의 어머니의 고함이 VIP 대기실의 정적을 날카롭게 찢었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그녀가 핏대를 세우며 흥분해 날뛰기 시작했다."아니, 배경도 없는 년 거둬서 재벌가 며느리로 앉혀놓고 해줄 만큼 다 해줬는데, 어디서 건방지게 집을 나가?! 뼈대도 없는 집안 출신이 결국 이렇게 티를 내는구나! 그래서, 지금 그 년 어디 있대?!“"그게…… 어제 돈이 떨어졌는지 결국 서진이 집으로

  • 나의 불행을 너에게   2화

    어느 봄날 오후봄 햇살이 유리창을 가득 채운 학교 앞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두꺼운 전공서적을 펼쳐 놓은 설아는 주변 소음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형광펜을 움직이고 있었다. 식어가는 아메리카노 옆으로 빼곡히 필기된 노트가 쌓여 있었다. 그 모습이, 봄날 카페 안에서 유독 선명하게 빛났다.그 앞을 지나치던 두 남자 중 한 명이 발걸음을 멈췄다.유서진.졸업을 목전에 둔 4학년. 국내 손꼽히는 그룹사 회장의 외동아들. 훤칠한 키에 날카롭고 차가운 이목구비 어딜 가든 시선이 쏠리고, 어딜 가든 먼저 자리가 만들어지는 남자였다

  • 나의 불행을 너에게   1화

    차갑고 하얀 침대 위, 설아는 떨리는 손을 억지로 뻗어 머리맡 테이블 위에 올려둔 휴대폰을 간신히 집어 들었다.언제부터 흘렸는지도 모를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며 시트를 적셨고, 열기로 달아오른 얼굴은 숨을 쉴 때마다 타는 듯이 뜨거웠다. 눈앞이 흐릿하게 흔들렸다. 손끝에 감각이 없었다. 휴대폰 화면에 뜬 이름 석 자조차 초점을 맞추기 힘들었지만, 손가락은 습관처럼 아니, 어쩌면 마지막 본능처럼 그 이름을 눌렀다.서진 오빠.통화 버튼을 누르자 텅 빈 신호음만 허공에 울려 퍼졌다. 한 번, 두 번. 설아는 바짝 마른 입

  • 나의 불행을 너에게   8화

    불도 켜지 않은 채였다. 소파에 팔짱을 낀 자세로, 굳은 얼굴로 설아를 바라보고 있었다."어디 다녀와?"낮고 날이 선 목소리였다.설아는 가방을 내려놓으며 짧게 대답했다."그냥 바람 좀 쐬고 왔어요.""병원에서 왜 퇴원했어?""아무 이상 없다길래요.“서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간호사에게 들은 말이 떠올랐다. 빈혈 수치, 면역력,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몸. 그런데 설아는 지금 아무 이상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아무 이상 없다고?""네. 걱정 안 하셔도 돼요."평소와 달랐다. 목소리에 온기가 없었다. 기대도,

  • 나의 불행을 너에게   7화

    기운을 차린 설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손등에 꽂힌 링거 바늘을 내려다보다가조용히 뽑아냈다.작은 통증이 왔지만 설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침대 옆에 개어두었던 자신의 옷을 집어 들고 환자복을 벗었다.손이 떨려 단추를 잠그는 것조차 생각보다 힘들었다.겨우 옷을 갈아입고 일어서는 순간, 눈앞이 하얗게 번쩍였다. 어지러움이 물밀듯 밀려오며 몸이 휘청였다. 설아는 침대 모서리를 붙잡고 잠시 버텼다. 숨을 고르고, 다시 섰다.그때 병실 문이 열렸다."이설아씨, 잠깐만요!"담당 간호사였다. 링거 알람이 울렸는지, 빠르게 들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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