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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Author: Yoonseul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7 00:30:23

서진은 나지막한 말을 마지막으로 설아의 병실을 나왔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그의 다리에서 힘이 풀렸다. 서진은 복도 차가운 의자에 주저앉아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정말 이렇게 마지막이라니…….

"이설아…….“

서진은 들리지 않을 이름을 나지막히 속삭였다. 벼랑 끝에 선 것처럼 위태롭게 자리에서 일어난 서진은, 굳게 닫힌 설아의 병실 문을 한 번 쳐다보고는 힘없이 자리를 떴다.

어떻게 병원을 빠져나왔는지, 무슨 정신으로 운전대를 잡은 건지 기억조차 없었다. 붉은 신호등과 스쳐 지나가는 가로등 불빛 속에서 서진의 머릿속은 온통 백지가 된 것 같았다.

서진이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자, 집 안은 잔인할 정도로 아늑한 불빛이 켜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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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이설아. 가 봐.“갑자기 자비를 베풀듯 자신을 순순히 보내주는 서진에게 설아는 의아함을 느꼈다. 하지만 당장 이 지옥 같은 공간을 벗어나고 싶다는 열망이 앞서 몸을 돌리려던 찰나, 서진이 설아의 길목을 막고 한걸음 더 다가왔다.순간 설아가 반사적으로 뒷걸음질 쳤지만, 도망치려는 움직임보다 서진의 손이 더 빨랐다.서진의 커다란 손이 설아의 가녀린 손목을 으스러질 듯 강하게 잡아챘다."아……!“"보내준다고 했지, 그냥 보내준다고는 안 했잖아.“서진은 설아의 허리를 거칠게 끌어당기며 그대로 붉게 터진 입술 위로 제 입술을 겹쳐 오려 했다.짓밟힌 자존심과 거부감에 설아가 온 힘을 다해 고개를 돌려 피하자, 가로등 불빛 아래로 설아의 새하얗고 매끄러운 목선이 매혹적이게 드러났다.서진은 망설임 없이 설아의 가녀린 목덜미에 입술을 묻고, 자신의 낙인을 찍듯 깊고 잔인하게 흔적을 새기기 시작했다."하앗……! 놔요, 이거 놓으라고요……!“설아가 온 힘을 다해 서진의 단단한 가슴을 밀어냈지만, 서진의 압도적인 힘을 당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반항하면 할수록 서진은 더욱 집요하게 설아의 목덜미를 깊에 빨아들였고, 설아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읏......하....“한참을 설아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서진이 설아의 몸에서 천천히 떨어져 나갔다.설아의 새하얀 목덜미에는 붉고 선명한 울긋불긋한 흔적이 새겨져 있었다.서진은 유라의 목덜이메 새겨져 있는 자신의 흔적이 마음에 드는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이게…… 대체 무슨 짓이에요? 미쳤어요?!“설아는 수치심과 분노로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겨우 쓰라린 목덜미를 감싸 쥐었다.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서진의 앞이기에 이 악물고 눈물을 삼켰다.서진은 그런 설아의 모습을 즐기기라도 하듯, 손등으로 자신의 입술을 느릿하게 매만졌다. 그의 눈빛에는 오만함과 광기가 기묘하게 뒤섞여 있었다."잊었어? 시키는 건 뭐든 하겠다고 네 입으로 말한 거.“서

  • 나의 불행을 너에게   7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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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불행을 너에게   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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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불행을 너에게   70화

    그때 서진의 일그러진 표정을 읽은 수현은, 서진의 신경이 온통 설아에게 쏠린 것을 막고 설아를 난감하게 하기 위해 뻔뻔하게 말을 걸어왔다."설아 씨도 여기서 묵어요? ……저 분이랑 단둘이?“수현은 은밀하고 야릇한 시선으로 강윤과 설아를 번갈아 보며 비아냥거렸다. 갑작스럽고 무례한 질문에 설아가 순간 불쾌함으로 입을 다물자, 강윤이 한 걸음 나서며 설아 대신 여유롭게 대꾸했다."아, 설아 씨 아는 지인이었어요? 네, 맞아요. 둘이 묵어요.“강윤은 오히려 보란 듯이 설아의 허리를 더 가까이 제 쪽으로 부드럽게 끌어당기며 쐐기를 박았다. 그의 낮고 단단한 목소리에는 그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강윤의 거침없는 대답에 서진의 얼굴은 흙빛으로 일그러졌지만, 수현의 입꼬리는 얄궂게 올라갔다. 능력도 없는 이설아가 대기업 스폰이라도 잡아서 분수에 맞지 않는 방에 묵는 것이라 멋대로 확신했기 때문이다.그때 마침 서진과 수현의 목적지 층에 다다르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가자, 서진아.“수현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먼저 내렸고, 뒤이어 서진이 내리는 듯했다. 그러나 문이 닫히려는 찰나, 서진은 내리지 않고 그대로 자리에 굳건히 멈춰 서 있었다.스르륵-잠시 후, 당황한 수현이 뒤를 돌아보았을 때는 이미 엘리베이터 문이 거침없이 닫히고 난 후였다."……뭐야, 유서진?!“수현이 닫힌 문 앞에서 다급하게 버튼을 눌러댔지만, 엘리베이터는 야속하게도 맨 꼭대기 층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좁은 엘리베이터 안, 내리지 않은 유서진의 돌발 행동에 설아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정적 속에서 서진이 뿜어내는 숨소리가 공간을 위태롭게 채웠지만, 설아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침묵을 지켰다.마침내 최고급 스위트룸이 있는 꼭대기 층에 도착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긴장감 속에서 강윤과 설아가 내리려던 바로 그 순간, 뒤에 서 있던 서진이 설아의 손목을 가차 없이 잡아챘다."아……!“거칠고 매서운 악력에 설아의 입에서

  • 나의 불행을 너에게   69화

    그렇게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이자 도약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지옥보다 더한 비참함을 안겨주었던 일정이 마무리 되었다.연회장 밖으로 나온 강윤과 설아는 서늘한 밤공기를 맞으며 미리 세워둔 차를 타러 이동했다. 발렛 직원이 강윤의 고급 세단을 로비 정문 바로 앞까지 매끄럽게 대기시키자, 강윤은 자연스러우면서도 매너 있게 조수석 문을 열고 한 손으로 차체를 짚으며 설아가 편하게 탈 수 있도록 에스코트했다. 긴 드레스 자락이 걸리지 않게 세심하게 배려하는 그의 손길에는 설아를 향한 다정함이 듬뿍 묻어났다.그리고 그 모습을, 바로 뒤편에서 유서진이 굳은 얼굴로 선 채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바로 그때, 타이밍 좋지 않게도 다른 발렛 직원이 서진의 외제차를 몰고 와 강윤의 차 바로 뒤편에 멈춰 세웠다.서진은 신경질적으로 운전석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 뒤따라 조수석에 탄 수현이 드레스 자락을 정리하며 투덜거렸지만, 서진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 다른 남자 옆에서 눈부시게 웃던 설아의 잔상뿐이었다.거칠게 시동을 건 서진의 차가 미끄러지듯 도로로 나섰다. 앞서 출발한 강윤의 차가 저만치 앞에서 매끄럽게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어둠이 짙게 깔린 부산의 해안도로를 따라 두 대의 차량이 일정한 거리를 둔 채 달리기 시작했다.공교롭게도 두 차가 향하고 있는 목적지는 부산에서 가장 최고급으로 손꼽히는 같은 5성급 호텔이었다."……말도 안 돼. 서진아, 저 앞차 설아 씨가 탄 차 맞지? 저 두 사람도 우리 호텔로 가는 거야? 이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설아 씨 벌써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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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윤은 다정하게 설아의 호흡을 고르게 해주더니, 이내 자신의 옆에 서 있던 중후한 신사를 소개시켜 주었다."인사해요. 여긴 대현그룹의 장우현 대표님이에요.“대현그룹이라는 말에 설아는 순간 눈을 크게 뜨며 놀란 듯 얼른 고개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했다. 대한민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굴지의 대기업 총수가 바로 눈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안녕하세요, 장 대표님. ‘이음‘기획실의 이설아라고 합니다. 이렇게 대단한 분을 직접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허허, 반갑습니다. 강윤이 녀석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아주 큰 역할을 하셨다고요?“장우현 대표가 호탕하게 웃으며 설아를 따뜻하게 격려하자, 강윤이 곁에서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슬쩍 거들었다."원래 장 대표님은 이런 비즈니스 연회에는 발걸음도 잘 안 하시는 분인데, 오늘은 웬일로 꼭 참석하셨더라고요.“국내 대기업 총수를 상대로 어딘지 모르게 격식 없이 편안하게 대하는 강윤의 태도에 설아는 속으로 조금 의아했다.’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으신 건가?‘ 하며 설아가 의문을 품던 그때, 한참 동안 설아의 기획 능력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던 장우현 대표가 강윤의 어깨를 툭 치며 넌지시 물었다."그나저나 강 대표, 요즘 만나는 사람은 있고? 여전히 일만 하는거야?”그 질문에 강윤은 슬쩍 설아를 곁눈질하더니,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맞받아쳤다."글쎄요. 마음에 둔 사람이 있어서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 지금.“강윤의 의미심장한 대답과 뜨거운 시선에 설아의 심장이 순간 쿵 하고 내려앉았다. 장우현 대표는 강윤의 마음을 대번에 눈치챈 듯 호탕하게 웃으며 설아를 바라보았고, 강윤은 그제야 장난기가 쏙 빠진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설아에게 비밀을 털어놓았다."설아 씨. 사실 장우현 대표님은 제 친외삼촌이에요. 삼촌이 마침 부산 출장 오시는 길에 제가 여기 참석한다니까 얼굴 보러 잠깐 들르신 거예요.“"네? 외삼촌이요……?“예상치 못한 엄청난 반전에 설아가 입을 다물지 못하자, 강윤은 짐

  • 나의 불행을 너에게   8화

    불도 켜지 않은 채였다. 소파에 팔짱을 낀 자세로, 굳은 얼굴로 설아를 바라보고 있었다."어디 다녀와?"낮고 날이 선 목소리였다.설아는 가방을 내려놓으며 짧게 대답했다."그냥 바람 좀 쐬고 왔어요.""병원에서 왜 퇴원했어?""아무 이상 없다길래요.“서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간호사에게 들은 말이 떠올랐다. 빈혈 수치, 면역력,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몸. 그런데 설아는 지금 아무 이상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아무 이상 없다고?""네. 걱정 안 하셔도 돼요."평소와 달랐다. 목소리에 온기가 없었다. 기대도,

  • 나의 불행을 너에게   7화

    기운을 차린 설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손등에 꽂힌 링거 바늘을 내려다보다가조용히 뽑아냈다.작은 통증이 왔지만 설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침대 옆에 개어두었던 자신의 옷을 집어 들고 환자복을 벗었다.손이 떨려 단추를 잠그는 것조차 생각보다 힘들었다.겨우 옷을 갈아입고 일어서는 순간, 눈앞이 하얗게 번쩍였다. 어지러움이 물밀듯 밀려오며 몸이 휘청였다. 설아는 침대 모서리를 붙잡고 잠시 버텼다. 숨을 고르고, 다시 섰다.그때 병실 문이 열렸다."이설아씨, 잠깐만요!"담당 간호사였다. 링거 알람이 울렸는지, 빠르게 들어온

  • 나의 불행을 너에게   6화

    설아는 매일 서진이 좋아하는 음식을 차렸다. 다림질한 셔츠를 옷장에 걸어두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간혹 술에 취해 들어오는 날이면, 서진은 설아를 찾았다. 하지만 그건 설아를 보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다정함도, 온기도 없었다. 그저 거칠고 무심한 손길이 지나가고 나면, 서진은 돌아누워 잠들었다. 설아는 천장을 바라보았다.‘이게 결혼인가.’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울면 더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냥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내일도 밥을 차리고, 셔츠를 다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루를 버텼

  • 나의 불행을 너에게   5화

    결혼식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화려하지 않았다. 서진의 부모는 끝까지 탐탁지 않은 표정을 감추지 않았고, 설아의 부모는 딸의 손을 잡고 눈물을 삼켰다. 그래도 서진은 설아의 곁에 있었다. 식이 끝나고 설아의 손을 잡으며 작게 말했다."잘 부탁해. 이설아“그 한마디가 설아에게는 충분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믿었다.신혼 초, 서진은 누구보다 다정한 남편이었다.바쁜 와중에도 설아를 챙겼고, 서툴지만 함께 밥을 지어먹었고, 설아가 웃으면 따라 웃었다. 설아는 그 시간들이 영원할 거라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하지만 행복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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