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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Penulis: 도수정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4-21 18:37:23

그러니, 지금의 만남은 따지자면 에이든의 입장에서는 10년만에 만나는 두번째 만남이자, 의식이 있는 루시와는 처음으로 나누는 대화였다.

"안녕하십니까, 공작 부인."

루시아는 눈을 뜨자 저를 보고 있는 푸른 눈동자의 놀랐다. 공작부인이 잠든 걸 지켜보는 외국인 대공? 소문이 날지도 모른다. 그녀가 좌우를 두리번 거렸다.

"사람들은 물렸습니다."

그가 다 안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여전한 조심스러운 성격이 반가웠다.

"그렇군요, 그런데 어쩐 일이신가요, 하우젠 대공 전하."

그와 거리를 두려는 듯 강조하는 대공 전하라는 호칭이 가슴 아팠다. 그걸 모른 척 하면서 태연하게 에이든이 말을 이었다.

"눈 앞에서 쓰러지셨잖습니까, 너무 걱정이 되어서요."

대공이 누구에게나 다정한 성품이라고는 들었으나 그것이 저에게도 해당될지는 몰랐던지라 루시아가 느리게 눈을 껌뻑였다.

"걱정이요?"

그녀가 낯선 외국어를 들은 것처럼 한번 더 발음했다. 공작가에 들어온 이후로 셀레나 이외의 누군가가 저를 걱정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후사를 못낳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루시아라는 여자의 몸이 걱정되는 것같은 눈이었다. 분명한 호의가 담겨있었다. 왜지? 처음본 사람인데.

"공작부인의 명성은 나스에도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그건 비꼬는 것인가, 아니면 진심인가. 루시아가 푸른 눈동자를 곧게 마주해왔다.

"제 잇속도 못차리는 바보같은 여자라고요?"

에이든이 말을 정정했다.

"모지리 남편을 품어주는 다정한 여성이라고요."

모지리. 누가봐도 데미안을 뜻하는 단어였지만 루시아는 잠시 인지부조화를 겪었다. 지금 누구더러 모자라다고 하는 건지 알고 있는 건가.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들여다보니 그가 빙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농담인 모양이었다.

"놀랐습니다. 그런 장난은 하지 말아주세요."

사실 에이든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여성 인권이 몇년 사이 부쩍 높아진 나스에서는 짝사랑에 눈이 멀어 아내를 방치하는 남편 벨루아 공작과 그럼에도 그의 곁을 지키는 공작부인의 이야기에서, 대부분 국민들이 루시아의 편을 들었다.

왜냐하면 왕정일 시대에는 그들 나라의 귀족들도 정부를 들이는 일이 잦았기에. 이제와서 인식이 높아지고 나서는 많은 여성들이 신분에 무관한 연애결혼을 택하면서 대개 남편에게 존중받는 삶을 살았다. 일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지니, 많은 위정자들이 여성들을 무시하지 못했다.

"나스는 그런 곳입니다."

너에게 말해주고 싶었어. 루시.

차마 전하지 못한 말을 생각하며 에이든이 그녀에게 뜬금없는 제안을 했다.

"제 머리카락을 한번만 만져주세요. 부인."

루시아가 귀를 의심했다. 그가 제법 간절한 어투로 말했다.

"......"

어차피 보는 이들도 없었다. 애끓는 푸른 눈을 보자면 어쩐지 어떤 부탁이든 들어주고 싶어졌다.

"알겠어요, 대공 전하."

그녀가 이제는 조약돌보다 큰, 그러나 여전히 갸냘픈 손을 들어 그의 연갈색 머리카락을 비볐다. 사락사락 소리가 났다. 햇빛이 비치고, 금빛으로 물든 그의 머릿결은 아주 오래된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디디.

잊을 수 없는 루시의 소년. 떠나버린 그녀의 푸른 눈. 디디가 자라 어른이 되었다면 꼭 대공처럼 자랐을 것같았다. 다부지고, 그러나 다정한. 제가 못생겨도 상관없다고 말하던 확신에 찬 모습이 생각났다. 자주 디디의 머리카락을 비비며 놀았다. 레이루나에게 사소한 실수로 혼나고 오더라도 그러고 있노라면 가느다란 금빛 실이 전부 제 손에 들어온 것같아 기분이 금세 좋아졌다.

"......"

에이든은 슬픈 미소를 지었다. 역시,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그때 루시아가 천천히 물었다.

"디디?"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환청이 들렸다고 애써 제 기대를 불식시켰는데, 루시가 다시 한번 성급하게 그를 불렀다.

"디디야?"

에이든이 고개를 쳐들었다. 어느새 그의 눈가가 붉었다. 처연했다. 루시가 그렁그렁해진 눈으로 입을 막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맞구나."

루시. 그의 루시였다. 차마 손대지 못한 그가 겨우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안녕 루시."

그가 돌아왔다. 루시아가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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