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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Author: 인가연
문득 머릿속을 파고든 건 이혼을 요구하던 날 신시아의 하얀 얼굴에 서려 있던 서늘한 거리감과 냉담함이었다.

결혼 생활 2년 동안 그녀는 마치 품 안의 인형 같았다.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다운 그녀는 때때로 아무런 의도 없이 정우진을 흔들어 놓곤 했다.

다만 신시아는 늘 선을 지킬 줄 아는 여자였다. 그래서 가끔은 그 매력에 마음을 뺏길 뻔하다가도 정우진은 금세 정신을 차리고 냉정을 유지했다.

그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흩어진 생각을 가다듬었다. 남자의 눈빛이 점차 맑아졌다.

...

진승현이 장건우를 데리고 계약을 하러 왔다.

신시아는 계약서를 준비한 후, 정우진을 따라 회의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장건우가 진승현 옆에 앉아 있었다.

“정 대표님, 신 비서님.”

장건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우진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신 비서님’이라고 말할 때, 그의 말투가 선명하게 부드러워졌다.

진승현은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장건우를 한 번 쳐다보았다. 신시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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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190화

    “창고에 뭐 볼 거 있다고 그래?”한채은이 그녀를 붙잡았다.“얼른 들어가서 보나나 봐줘. 애가 퇴원한 뒤로 종일 투정만 부리고 밥도 제대로 안 먹어.”신시아는 창고 쪽을 한 번 더 힐끗거렸지만 한채은이 임보나 이야기를 꺼내자 어쩔 수 없이 방향을 돌렸다.병 때문에 임보나는 방을 따로 쓰고 있었다.하얀색 비니를 푹 눌러쓴 아이는 핑크색 실내복 차림으로 침대에 앉아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았다.신시아가 창문 너머로 손을 흔들자 임보나도 미소를 지었지만, 예전의 천진난만함과는 거리가 멀었다.“보나야, 집에 돌아왔는데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신시아가 침대 끝에 걸터앉아 창가에 웅크리고 있는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아이는 냉큼 기어 와서 그녀의 무릎에 머리를 기댔다.“언니, 저 언제쯤 학교 갈 수 있어요?”병원에 있을 땐 집에 가고 싶어 몸부림치더니, 막상 집으로 돌아오니 이번엔 학교로 돌아가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싶다며 보챘다.“금방 갈 수 있을 거야.”신시아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얇은 비니 사이로 새로 돋아나는 짧고 까칠까칠한 머리카락이 손끝에 닿았다.임보나의 눈동자는 희망을 잃고 빛이 바랜 상태였다.“학교에 못 가도 공부는 열심히 해야지? 선생님이 매일 수업 녹화해서 보내주시잖아. 다 꼼꼼히 봐야 해.”신시아가 화제를 돌렸다.“그래야 나중에 학교 돌아가서 계속 1등 하지.”임보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열심히 보고 있어요. 못 믿겠으면 테스트해 봐도 돼요, 언니.”“그래? 그럼 어디 한번 해볼까?”신시아가 몇 가지 문제를 내자 임보나는 막힘없이 풀었다.그녀는 주머니에서 수제 사탕을 꺼내 아이에게 건넸다.“자, 이건 보나가 열심히 문제 풀어준 상이야. 다음에 올 때 또 테스트할 거니까 그때는 더 맛있는 거로 사 올게.”임보나의 눈이 조금 반짝였다. 아이는 사탕을 받아 쥐며 물었다.“언니 벌써 가게요? 우리랑 같이 점심 안 먹어요?”“응, 다음에.”신시아는 고개를 저었다.이따가 김지원네 집에 들러야 하니까.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189화

    정우진이 여전히 소파에서 꿈쩍하지 않자 권미희가 그런 손주 녀석을 흘겨보았다.“아니요, 괜찮아요.”신시아는 어느덧 안으로 들어와 과일 바구니를 침대 옆 협탁 위에 올려두었다.“한두 날 있으면 퇴원한다면서요?”벌써 며칠이나 지났는데 정우진이 짐까지 챙겨오게 한 걸 보니 아무래도 더 있어야 할 모양이었다.두 어르신의 불만 가득한 눈길이 동시에 정우진에게 꽂혔다.“몸 상태가 기준치에 못 미쳐서 퇴원할 수 없어.”그때 정우진이 담담하게 설명했다.그는 정태석의 전신 검사를 진행했는데 몇 가지 수치가 정상 범위를 크게 벗어난 상태였다.의사는 최소 일주일은 더 입원하여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권유했다.“나도 의학 좀 알아. 다 늙어서 생기는 고질병이니 집에 돌아가서 약이나 챙겨 먹으면 금방 나을 거야.”정태석은 퇴원 이야기만 나오면 고집을 피웠다.이에 권미희가 그의 가슴을 쓸어내리며 달랬다.“너무 조급해하지 말아요. 며칠 더 있는 게 나쁠 거 없잖아요. 다 당신 걱정해서 그러는 건데.”“저 녀석은 내가 잘못돼서 결혼식 미뤄질까 봐 그러는 거야.”정태석의 고집은 여전히 꺾이지 않았다.“걱정 말아라! 죽는 한이 있어도 네 결혼식 전까진 어떻게든 이 악물고 버틸 테니까.”정적만이 감도는 병실 안,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에 살벌한 기운이 감돌았다.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태석이 일방적으로 정우진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이었다.권미희가 서둘러 거들었다.“어디 결혼식뿐이겠어요? 증손주까지 봐야죠...”“맞아요.”신시아가 권미희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할아버지, 마음 편히 치료받으세요. 대표님 말씀대로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정태석은 콧방귀를 뀌었지만, 화살은 여전히 정우진을 향했다.별안간 정우진의 미간이 확 구겨졌다. 고집을 부리는 할아버지 때문인지 아니면 신시아가 모르는 다른 이유 때문인지 전혀 가늠이 안 갔지만, 안색이 어두워진 것만은 팩트였다.“할아버지, 할머니. 전 이만 회사로 들어가 볼게요. 나중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신시아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188화

    정우진은 신시아의 바로 곁에 바짝 붙어 누워 있었다. 셔츠 단추는 전부 풀어 헤쳐져 있었고 그 사이로 탄탄하고 매끄러운 가슴 근육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구릿빛 피부 위로 짙은 남성미가 후끈하게 뿜어져 나왔다.몇 초간의 망설임 끝에 신시아는 황급히 손을 거두었다.그때 남자가 서서히 눈을 떴다. 잠기운이 서린 나른한 눈길이 그녀를 향했다.신시아는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얇은 이불을 잡아 몸을 가리려다가 자신의 옷차림이 그대로라는 것을 깨달았다.정우진 역시 셔츠 단추만 풀어헤쳤을 뿐 옷은 제대로 갖춰 입은 상태였다.반쯤 닫힌 커튼 사이로 아침 햇살이 환하게 쏟아져 들어왔다.사무실 밖에서는 분주한 발소리와 대화까지 다 들렸다.신시아는 애써 시선을 고정하며 베개 옆에 놓인 휴대폰을 낚아챘다.벌써 오전 아홉 시 반이라니!“대표님, 저는 이만 나가서 일하겠습니다.”그녀는 이불을 걷어차고 침대에서 내려와 옷매무새를 다듬었다.정우진은 팔을 베고 누운 채 구겨진 원피스를 펴고 있는 그녀를 빤히 지켜보았다.오랫동안 품에 안지 못해서였을까?어젯밤에 침대로 옮길 때, 허리가 조금 굵어진 느낌이 들었다.말랑말랑하고 살집이 꽤 오른 느낌...혹시 그녀가 살이 찐 걸까.남자의 노골적인 시선에 신시아의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렀다.정우진이 자신을 침대로 옮겼다는 걸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임신 전보다 살이 많이 찐 건 아니지만 배는 확실히 불러 있었다.그가 훑어보는 모든 시선이 마치 자신의 비밀을 꿰뚫어 보는 것만 같았다.다행히 비서실에는 아직 사람이 많지 않아 신시아가 정우진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걸 발견한 이가 없었다.“시아 씨, 좋은 아침.”오혜린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곧장 그녀에게 다가와 하늘색 도시락통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건우가 끓인 국이야. 시아 씨한테 드리라고 하데.”신시아는 멈칫하다가 잽싸게 도시락통을 들어 올리며 돌려주려 했다.“아니요, 전 됐어요. 아침 다 먹었거든요.”“알아. 점심때 먹으라고 가져온 거야.”오혜린이 도시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187화

    신시아는 휴대폰을 어깨와 귓가에 낀 채 손에 든 서류를 넘겼다.“알겠어. 그럼 병원비 문제는 잘 부탁할게, 지원아.”“그나저나 정우진, 은유라 진짜 결혼한대?”정태석의 생신 연회 이후, 두 사람의 결혼 날짜가 언론을 통해 퍼지며 연일 화제였다.김지원은 혀를 쯧쯧 찼다.“남자는 본능에 충실한 동물이라더니! 솔까 얼굴이며 몸매며 네가 은유라보다 못한 게 뭐야? 나아도 훨씬 나은데 정우진 그놈은 도대체 왜 아무 생각이 없는 거냐고?”김지원은 확신에 찬 어조로 덧붙였다. 열에 아홉은 신시아가 은유라보다 훨씬 예쁘다고 생각할 것이다.그냥 좀 예쁜 수준이 아니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말이다.“서로 콩깍지 씌었겠지 뭐.”신시아는 잠시 침묵하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왜? 난 둘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두 사람 빨리 결혼했으면 좋겠어. 진심이야.”그녀는 서류를 내려놓고 휴대폰을 고쳐 쥐었다.“둘이 행복하길 바라.”휴대폰 너머로 정적이 흘렀다.김지원은 그녀가 이런 말을 할 때 어떤 표정일지 상상하는 듯했다.그때 신시아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서류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나 먼저...”사무실 문가에는 정우진이 서 있었다. 검은 셔츠 차림에 느슨하게 풀린 넥타이, 윗단추 몇 개가 풀어헤쳐진 모습이었다.턱 끝에는 며칠 깎지 않은 듯 거뭇한 수염이 올라와 있었는데 그 모습에 평소의 날카로움이 묻히고 나른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풍겼다.“끊을게, 지원아.”신시아는 목소리를 낮추며 서둘러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대표님.”정우진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팔에는 연회색 외투를 걸치고 서 있었다.그는 가늘게 뜬 눈으로 신시아를 빤히 응시했다. 좀 전에 그녀가 내뱉은 말이 계속 귓가를 맴돌았다.“난 둘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둘이 행복하길 바라.”그 말을 할 때 신시아의 표정은 너무나 담담하고 평온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임이 분명했다.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정우진의 마음 한구석에 형용할 수 없는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186화

    “잠깐만요, 엄마!”그때 은유라가 손을 뻗어 휴대폰을 확 낚아챘다.“전화 걸지 마세요!”손연경은 그녀의 손을 밀어내고 다시 휴대폰을 뺏었다.“왜 못 걸어? 너 시집가서 억울한 꼴 당하는 걸 나더러 보고만 있으란 거야?”은유라는 휴대폰을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나 엄마와 거리를 두었다.“정씨 가문에서 임신 사실을 알든 모르든 지금 이 일을 터뜨리면 집안이 발칵 뒤집힐 거예요. 할아버님 상태도 저런데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난 오빠랑 결혼 못 할 수도 있다고요!”이미 긴 세월을 기다려왔는데 결혼을 코앞에 두고 또 기다릴 순 없지.손연경은 망설임 없이 차갑게 내뱉었다.“신시아 그 계집애 임신 여부부터 확실히 밝혀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이 결혼 자체가 다 무슨 소용이야!”은유라를 정씨 가문의 며느리로 만들기 위해 공들여 키워온 손연경이었지만 자기 딸이 정씨 집안 사람들에게 얕보이거나 이용당하는 꼴은 절대 두고 볼 수 없었다.“그년 배 속의 아이가 누구 건지 확실히 알아낼 방법을 생각해 뒀어요. 이 일은 제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엄마는 나서지 마세요.”은유라의 태도는 여느 때보다 결연했다. 절대 순순히 당하고만 있을 성격이 아니었다!그녀가 정우진을 얼마나 오랫동안 좋아해 왔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손연경이었다.고집을 꺾을 수 없음을 깨닫고 결국 손연경이 한발 물러섰다.“알았어. 방법이 있다면 네가 한번 해봐. 다만 이것만 기억해둬, 유라야. 만약 혼자 해결하기 힘들어지거든 꼭 엄마한테 말해야 한다. 무슨 일이든 엄마가 뒤를 봐줄 테니까!”그녀는 은유라에게 더할 나위 없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은유라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돌려주었다.“알았어요, 엄마! 역시 우리 엄마밖에 없다니까요.”그녀는 손연경 옆에 앉아 팔짱을 끼며 한참 동안 애교를 부렸다.잠시 후, 은유라는 위층 방으로 올라가 휴대폰을 열어 주하영과의 대화창을 확인했다.[유라 씨, 저번에 유라 씨가 봤던 여자분은 보육원 원장이에요. 신시아를 키워준 사람이라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185화

    정우진이 가족들을 배웅하러 내려가는 길, 은유라가 두어 걸음 뒤에서 바짝 따라붙었다.“오빠도 몸 잘 챙겨. 내일 다시 병문안 올게.”“아니야, 됐어. 할아버지는 안정이 최우선이라 귀찮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정우진은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너도 아직 다리가 채 안 나았잖아.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마.”은유라는 겨우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는 상태였고 의사도 적당히 돌아다니라고 신신당부했던 터였다.“괜찮아, 기사가 데려다줄 거야. 오면 아무 말 안 하고 점심만 전해드리고 바로 갈게.”그녀의 고집에도 정우진은 허락해주지 않았다.“말 좀 들자, 유라야.”짧은 이 한 마디에 담긴 거부할 수 없는 단호함, 그 뒤에 희미하게 배어 나오는 귀찮음까지 은유라는 고스란히 느꼈다.결국, 더는 고집부리지 못하고 순순히 대답했다.“알겠어.”주차장에서 떠날 채비를 하던 신시아는 그들이 내려와 각자의 차를 타고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차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에야 그녀는 시동을 걸고 천천히 움직였다.하지만 주차 구역을 막 벗어나려는 찰나, 훤칠한 남자의 실루엣이 불쑥 눈에 들어왔다.상대는 바로 정우진이었다.탄탄한 체구로 그곳에 서서 담배를 피우는 이 남자, 얇은 입술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자욱했고 깊은 눈동자는 어스름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정확히 눈이 마주친 건 아니지만 신시아는 그가 지금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그녀는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고 정우진의 바로 앞에 차를 세우고는 마지못해 안전벨트를 풀고 내렸다.“대표님.”어느덧 화려한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옷단에 레이스가 장식된 연두색 롱 원피스로 갈아입은 그녀였다.쇄골 라인이 워낙 예쁜지라 어떤 옷을 걸쳐도 태가 났다.길게 드러난 목선은 우아한 백조처럼 가늘고 여리여리해서 은근한 청초함과 도도한 기품이 동시에 묻어났다.“당분간 휴가 내지 마. 나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으니까 임 비서랑 함께 업무 분담해.”정우진의 목소리는 서늘했고 주변 공기까지 무겁게 가라앉았다.“네,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48화

    하선재가 몰락하며 위약금을 더 이상 물어줄 수 없게 됐고 이로써 신시아도 백영을 못 떠나게 됐다.그녀의 앳된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숨길 수 없었다.정우진은 날카로운 턱선을 드러내고 혀로 뺨 안쪽을 굴리면서 무척 태연한 척했지만, 눈빛만큼은 폭풍전야처럼 험악했다.“신 비서도 하 대표가 몹시 걱정되는 모양인데 그럼 백영 그룹을 대표해서 병문안 다녀와. 11시 회의 전까지는 돌아와야 해.”신시아는 순간 깨달았다. 하선재와 정우진이 만났고 방금 들었던 녹음 파일도 그들의 대화였다.그렇다면 어젯밤에 일어난 일일까?“왜?”정우진은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46화

    “시아 데려가고 싶어? 원한다면 실력으로 쟁취해 보던가.”정우진은 몸을 돌려 룸으로 향했다.하선재는 그의 뒤를 쫓으며 호탕하게 웃었다.“신 비서도 불러와서 직접 물어볼 배짱은 없나 봐, 정 대표?”말을 이어가는 동안 정우진은 이미 방 안으로 들어와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다른 의자 위로 발을 올렸다.그의 무심한 움직임은 하선재가 바로 옆자리에 앉는 것을 단호하게 막아섰다.“걔는 아직 누군가를 선택할 자격 같은 거 없어.”일개 고아 출신의 비서가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다 한들 그들을 선택할 만큼의 그릇은 못 된다.하선재는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53화

    의사는 화면을 신시아 쪽으로 조금 더 기울였다.“이건 태아 심장 소리예요. 한번 들어보세요.”평평한 배는 아이의 존재를 실감하게 해주지 못했다.하지만 화면 속 데이터와 의사가 가리키는 아이의 손과 발을 보는 순간, 그녀의 마음은 서서히 따뜻한 온기로 채워졌다.이 아이만이 유일하게 자신과 혈육으로 이어진 존재였다.초음파 사진이 인쇄되어 나왔다. 신시아는 사진을 접어 주머니에 넣고 초음파실을 나섰다.그 시각, 하선재는 목에 그녀의 가방을 걸치고 구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조금 전 두 사람이 앉아 있던 자리에는 이미 다른 임산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49화

    11시에 맞춰 신시아가 회사로 돌아왔다. 책상 위에 쌓인 서류들을 미처 정리하기도 전에 정우진은 신시아를 데리고 은호 그룹과의 협력 관련 인터뷰에 임했다.백영 그룹과 은호 그룹의 협력 건은 신시아가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챙겨왔던 일이었다.그녀는 인터뷰에 필요한 서류들을 빠짐없이 챙겨 정우진이 필요로 할 때마다 정확하게 자료를 건넸다.혹여 빠뜨리는 내용이 있을 때면 즉시 낮은 목소리로 정우진에게 알려주었다.“정 대표님, 은씨 가문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신 걸 보니 은유라 씨와의 관계가 아주 안정적이신가 봅니다. 얼마 전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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