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가질 수 없기에 더 간절한, 조선 왕실을 뒤흔든 로맨스 스캔들. “여인은 저하의 호위무사가 될 수 없습니까?” “그렇다면 완벽한 사내가 되겠습니다.” 불안한 세자의 자리를 지키려는 비운의 왕세자, 이겸. 그를 위해 검을 들고 사내로 살아야만 했던 명문가 서녀, 연화. 여인이기에 안된다고 했다. 서녀이기에 가만히 있으라 했다. 세자 이겸은 그런 그녀에게 기회를 기회를 주었다. "너를 이제 홍연이라 부를 것이다." 그에게서 새 이름을 하사 받은 날,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이 되었다. "저하를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내어드릴 것입니다." 충성으로 시작된 관계는 신의를 넘어 닿을 수 없는 사랑이 되었다. 성별과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은, 결국 서로를 떠나보내게 될까? <본 작품은 실제 역사와 인물,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View More끝없이 펼쳐진 혹한의 대지위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사방은 온통 적과 아군들이 뒤섞여 생사의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피맺힌 절규와 고통에 찬 비명, 피로 점철된 전쟁의 한복판에 한 여인이 있다. 한때는 명문가의 서녀이며, 고명딸로 철없이 해맑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그것은, 더 이상 그녀가 아니었다. 누구보다 날렵하고 강인한 무사. 홍연. 이것이 지금의 그녀이다.
어느덧 적들 사이에서 요주의 인물이자, 제거 대상 1순위가 되어있었다.
늘 그렇듯 적들은 그녀와 그녀의 주군을 향해 맹렬히 달려들고 있었다. “으아!” 적들의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기합소리와 함께 휘두른 칼날에 적들이 하나 둘, 베어져 나갔다. 숨을 헐떡이며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땀인지 혈인지 모를 것이 이마를 지나 눈 속까지 흘러들었다. 무심히 그것을 닦아 내자 소매가 빨갛게 젖어들지만 확인할 여유는 없었다. 자신을 돌보는 것은 사치이자 직무유기이기에, 연화는 연인이자 그녀 자신의 주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를 향해 날아드는 화살촉을 막아야 했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촉이 연화의 칼에 튕기며, 그녀의 어깨를 살짝 베고 지나갔다. 고통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자신을 지나친 그 화살이 그에게 닿았을까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저하!" "나는 괜찮다!"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엄호하며 앞으로 앞으로 전진했다. 인해전술로 몰아붙이던 적들의 수는 눈에 뜨일 정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세자 이겸은, 그들이 일으킨 명분 없는 전쟁에 결코 물러날 수 없었다.
그들에게 조선을 짓밟고 능욕하고 유린한 대가를 꼭 치르게 하리라 다짐했다. 전투를 거듭할수록, 세자 이겸은 점점 강인해져 갔다. 더는, 동궁전에 처박혀 왕과 중전, 대신들에게 주눅 들어 웅크리고 있던 나약한 세자가 아니다. 이 전장은 그에게 기회였으며 성장이고, 사랑이었다. 그를 성장시키고 사랑으로 그를 단단하게 만든 그녀가 지금 그의 곁을 굳건히 지키고 서 있다.
북방의 겨울은 혹독했지만 전쟁만큼 시리지는 않았다. 끝내야 했다.
선봉에 선 세자의 기합에 아군의 사기는 치솟고, 적군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기나긴 전투 끝에 그들의 땅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적을 보며 연화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어느새 겸이 그녀의 옆에 나란히 섰다. 숨을 헐떡이는 그녀를 보며 안도의 미소를 짓고 있다. 크고 거친 손이 부드럽게 그녀의 이마를 쓸어내렸다. "언제 다친 것이냐?" "잘 모르겠습니다. 피가 난 줄도 몰랐습니다. 저하께서는 다친 곳이 없으신지요?" "내 호위무사 덕분에 나는 오늘도 무사하다." 씨익- 그녀를 향해 웃는 그의 모습에 연화의 얼굴이 붉게 물들며 아래가 저릿해졌다. "이제 그만 돌아가자. 연화야." 쉬고 갈라진 목소리였지만 그녀에게만은 부드럽고 달콤한 속삭임이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전쟁 속 무사의 눈이 아니었다. 그 눈에는 서로를 향한 갈망과 열망, 애정, 그리고 욕망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어서, 어서 돌아가자. 연아.”
귀가 먹먹할 정도로 시끄러웠던 전투에서와는 대비되는 고요함이었다.
녹초가 되어 쓰러진 아군들은 정신없이 잠에 빠져 있었다. 보초를 선 병사마저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다. 한 치 앞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짙고 깊은 밤. 서로를 향한 갈망으로 잠들지 못하는 연인이 있다.
"연화야..."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연화야... 연화야..." 그러나 연화는 네...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격정으로 파르르 떨리는 몸과 흘러나오는 쾌락의 신음을 삼켜내야 했기에, 그의 어깨를 꽉 쥐는 것으로 그 대답을 대신해야 했다. "나는 너의 이름을 욕망한다. 이름을 부르면, 네가 사라질까 나는 언제나 두렵다." "불러주세요. 저하. 소녀의 이름을요. 이 곳에서는 저하만이 부르실 수 있습니다." "연화야." 이름에 녹아든 욕망이 그녀 안에 깊게, 그리고 강렬하게 파고 들어왔다. “하…” 단발의 교성과 함께 그를 더 깊이 받아들이기 위해 허리를 감아올렸다. 그녀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단단하고 억센 그의 손길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 쾌락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꽈악- 그의 손을 움켜잡았다. 참으로 크고 따뜻한 손이었다. 동시에 애잔함이 밀려왔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의 손은 희고 길며 부드러웠다. 그녀를 향한 손길은 조심스러웠고, 때로는 숨기기에 급급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 그 손은 부르트고 갈라졌으며, 단단하게 굳은살이 잡히고 까맣게 그을린 장수의 손이었다. 그 손이 그가 얼마나 강인한 장수가 되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손이 자신에게는 여전히 조심스럽고 부드럽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연화는 그의 품에 매달려 그를 힘껏 끌어안았다. 그 몸짓이 그를 더욱 성나게 하여, 그녀를 집요하게 괴롭히기 시작했다. 연화는 새어 나오는 신음을 더 이상 참지 않았다. 참을 수 없었다. 너무나 짜릿해서, 너무나 좋아서.
눈물이 흘렀다. 연화는 이 눈물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왜, 왜 울고 있지? 행복해서? 즐거워서? 짜릿해서? 아니면… 두려워서? 겸과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어떤 두려움에 잠식되어 갔다. 감히 사랑해서는 안 되는 고귀한 남자. 점차 더 가까워지고 커지는 이 연모의 마음을 어찌 감당하려고. 겁도 없이. 무슨 배짱으로. 연화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왜 우는 것이냐?” “너무… 너무 좋아서요. 저하.” 그녀의 나지막한 고백에 겸은 기쁨의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녀의 반듯한 이마에, 귀여운 콧방울에, 부드러운 볼에, 말캉한 입술에 빠짐없이 입을 맞췄다. 너무 예뻤고, 너무 사랑스러웠다. 참혹한 전장에서 느끼는 이질적인 아름다움에 그는 헤어나올 수 없었다. 그가 느꼈을 그 감정을 연화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그가 얼마나 자신을 아끼는지, 자신을 원하는지. 하지만 연정… 그것은 확신할 수 없었다.무어라 답을 해야 할까?언젠가는 세자가 알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막상 그 순간이 오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이제는 궁 안 모든 이가 연화가 호위무사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자신과 임금을 지키던 무사가 어머니가 되어 중전의 자리에 앉았다는 걸 세자가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언제, 어떻게 이야기해야 세자가 이해할 수 있을까.늘 고민했지만,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채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었다.늘 당차고 침착하던 연화도 이 순간만큼은 평정심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굳은 표정으로 선 연화를 향해, 세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소자는 아직 어려서 모든 것을 알고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세자, 그것은…”“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소자는 홍연 대장도, 지금의 어마마마도 정말 좋습니다.”세자의 속 깊은 말에 감동한 연화는 그를 살포시 안았다. 그것이면 충분했다.그 작은 품에서 나오는 포용과 아량에 연화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세자를 속이거나 숨기려 했던 건 아닙니다. 다만 시간이 좀, 필요했어요. 시간이 지나면 세자도 이 상황을 이해하게 될 날이 올 거예요.”“예, 어마마마. 그때가 되면 어마마마께서 직접 들려주세요.”“그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세자.”“그리고, 오늘 소자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마마마.”세자의 진심 어린 고마움에 연화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고, 그를 더욱 꼭 껴안았다.세자를 산에서 내려 보낸 후 연화는 일행들과 헤어져 곧장 폐비가 머무는 궁으로 향했다.궁이 눈앞에 들어오자, 억눌렸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말에서 뛰어내리듯 내려, 대문을 걷어차고 안으로 들어갔다.연화를 발견한 나인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뉘, 뉘신지…”“폐비는 어디 계신가?”나인은 연화를 알아보지 못하는 듯 보였다.“마, 마마께서는…”위협적으로 다가오는 그녀에게 뒷걸음질 치는 나인을 지나쳐 안채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겁에 질린 듯한 세자의 목소리에, 연화는 세자를 자신의 뒤로 숨기며 단호하게 말했다.“세자! 칼을 드세요.”얼이 빠진 듯 멍하니 서 있던 세자는 연화의 명령에 엉거주춤 허리에 있는 칼을 뽑아 들었다.하지만 세자가 칼을 뽑아 들었을 때는 이미 괴한들이 그들에게 달려들고 있었다.세자는 두 손으로 칼을 꽉 움켜쥔 채 아무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온몸을 떨고 있었다.연화는 가슴속에 감춰 두었던 단검을 꺼내 들었다.그리고 자신과 세자를 향해 달려드는 괴한의 심장을 단숨에 꿰뚫었다.그리고 또 다른 괴한이 달려들기 전에 좀 더 튼튼한 칼을 확보해야 했다.연화는 잽싸게 쓰러진 괴한의 칼을 빼들어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연화가 싸움에 끼어들자, 상황은 짧은 시간 안에 정리되었다.연화는 자신이 생포한 괴한을 향해 물었다.“우두머리가 누구냐?”칼이 목에 닿아 있었지만,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연화는 주저 없이 그의 목을 베었다.다음 괴한에게 다가가 물었다.“우두머리가 누구냐?”동료가 자비 없이 죽임 당하는 것을 목격한 괴한은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저기! 저 자입니다!”그가 가리킨 곳을 확인한 연화는, 이 괴한 역시 망설임 없이 목을 베어냈다.그리고 천천히 우두머리 쪽으로 다가갔다.“누가 시켜서 왔느냐?”“말할 거였으면 이런 위험한 짓은 하지도 않았소. 어서 죽이시오!”연화는 우두머리의 눈을 바라보았다.“죽음을 각오한 눈이군.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해 무언가 거래를 해둔 모양이지?”“……”“어차피 죽으면 대가를 받을 수 없을 테니, 식솔들을 상대로 거래했겠군.”“아니요! 나에겐 거둘 식솔도 없소! 그러니 어서 죽이시오!”괴한은 용맹하게 소리쳤지만, 연화는 그의 눈에 두려움이 어리기 시작한 것을 눈치챘다.연화는 그를 향해 비웃음을 지어 보였다.“당연히 죽어야지. 세자와 중전을 시해하려 했으니, 그건 마땅한 벌이다. 다만, 어떻게 죽을 것인지가 중요하지.”우두머리의 눈빛과 표정은 이미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두려움에 차 있었다
생소하고도, 간지러운 그 단어에 연화의 볼이 발그레 달아올랐다.“예, 전하.”“부인. 부인.”연화가 킥-킥-웃으며 대답했다.“예, 전하. 어찌 부르시기만 하십니까? 닳겠습니다.”“나 또한 믿기지가 않아서요. 정말 부인이, 내 연화가 맞는 것이오?”“예, 전하. 연화입니다. 이제 정말, 하나뿐인 전하의 여인이 되었습니다.”겸이 연화의 두 볼을 다정하게 쓰다듬었다.“앞으로 많이 고될 것이오. 궐 안 살림을 맡는 일이니, 해야 할 일도 많을 것이오. 바쁘다고 나를 내치면 안 되오.”그녀를 바라보는 눈에 걱정과 애잔함이 느껴졌다.“그럴 리가요. 언제나 소첩에게 있어 첫 번째는 전하이시옵니다.”“이전처럼 사랑을 나누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를 지켜보는 이들이 많을 테니까.”“예, 괜찮습니다.”겸이 입술을 굴리며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어? 괜찮으면 안 되는데, 나만 서운한 것입니까?”연화가 소리 내어 웃었다.“아닙니다. 소첩도, 실은 너무너무 안타깝습니다.”둘은 조용히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모든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연화는 언제 그랬냐는 듯, 우아하고 아리따운 여인의 모습을 그의 앞에 앉아 있었다.그녀와 전장을 누비며, 함께 했던 그 긴 시간들이 아련한 추억 속으로 남겨지고 있었다.“연화야, 너와 나는 어쩌면 운명이었나 보다.”“예, 운명입니다.”겸은 연화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행복이 밀려들었다.“아름답구나.”겸은 연화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그녀는 이제 마음껏 그를 받아들였다.두 사람의 몸이 이불 위로 쓰러졌다. 서로를 향한 깊은 감정을 확인하며, 천천히 서로의 몸을 탐했다.문밖에서는 상궁이 목소리를 높여 무언가를 계속 외치고 있었지만, 겸과 연화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그들의 세상에는 오직 둘 뿐이었다.기품 있게 펄럭이던 곤룡포가 그의 손에 하찮게 내던져졌다.그녀를 향한 손길에는 거침이 없었다. 얼마나 마음껏 품에 안고 싶
‘내가 정말 이곳에 있어도 되는 것인가? 앞으로 이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잘 살아갈 수 있을까?'하늘로 솟은 용마루를 보며, 눈을 살포시 감았다. 처음, 궁에 발을 딛던 그 어린 시절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이런 결과를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저 제 인생을 살고 싶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었다.그러다 마음이 통하는 정인을 만났다.처음부터 제 뜻대로 흘러간 인생은 아니었다.그러나 열심히 살았고,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노력했던 나날들이었다.그러다 보니 결국, 이곳까지 발이 닿았다.“흠-”연화는 몸을 돌렸다. 저 시선이 닿는 끝에 그가 있다. 그토록 품에 안기고 싶던 그가.그것이면 되었다. 그를 위해 살고자 결심했던 삶이었으니.연화는 천천히 대청마루에 올라섰다.***연화의 그간 행적과 출생을 문제 삼아 연화의 중전 책봉을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하지만 전 부원군이었던 좌의정의 강력한 추천과 왕의 확고한 의지를 바꿀 수 있는 대신들은 없었다.겸이 용상에 앉은 이후 건국 이래 가장 강력한 왕권을 유지하고 있었다.백성들은 평안했고, 그들의 지지로 왕권은 더욱 강력해졌다.신조차 그를 지지하듯 몇 년 사이 기근이 줄고 전국에 풍년이 들었다.강력한 왕권을 쥐고 있는 왕을 반대하기란 쉽지 않았다.그의 강인함이 연화가 왕후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했다.연화가 중궁전으로 향할 때, 겸은 동궁전으로 발길을 옮겼다.아들들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이 좋을 리 없었다.어미 잃은 자식의 눈치까지 안 볼 수야 없었으니.어느 날, 세자가 겸에게 찾아와 말했다."빈 마마라면, 어마마마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겸은 세자의 손을 꼭 잡았다."어미 잃은 세자의 마음이 아직 아물지 않았겠지만, 왕후의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는 없다.""예. 아바마마 알고 있습니다.""빈은 좋은 왕후이자 좋은 어머니가 될 것이다. 이 아비가 보장해."붉은 혼례복을 곱게 차려입은 연화는 천천히 궁궐의 행랑을 따라 걸었다.길을 따라 늘어선 붉은
“아… 아니… 조금 낯설어서... 그럼 다음에 뵙지요.” 영도는 상기된 표정이 들킬까 두려워, 서둘러 대문을 열고 성큼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기, 제가 배웅을…” 연화가 서둘러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따라나섰지만, 영도는 이미 저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연화는 자꾸만 치솟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했다. 웃고 있는 연화를 향해 막둥어멈이 다가와 물었다. “뭐가 그리 즐거워요? 입이 귀에 걸려 있네요?” “어멈, 어멈. 나... 곧 아버님 품을 떠나게 될지도 몰라.” “아까 그 잘생긴 나리랑 드디어
영도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예? 정말이십니까? 벌써 한 달이나 지나 잊으신 줄 알았습니다.”“잊고 있었지. 하지만 문득 그 아이를 시험해보고 싶어졌어. 내 곁에 둘 수 있을 만한 아이인지…”겸은 아련히 창밖을 바라보았다.어딘가로 달아나는 구름이 마치 자신처럼 느껴졌다.더 이상 달아나기만 할 수는 없다.“그 아이는 내게 모든 걸 바치겠다고 했다. 그 말이 자꾸 맴돌아.”“하지만… 여인입니다. 저하께서 여인이 호위무사라니요. 분명 내외의 반발이 클 것입니다. 아니, 불가능한 일입니다.”“그러니 네가 필요하다.
“정식으로 영도 나리와의 겨루기에서 이긴다면 받아주시겠다고 약조하셨습니다.”“영도와 대련을…?”홍양은 그제야 사태의 전말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영도라면 백전불패 무사가 아닌가. 아무리 우리 연화가 특출 나다 하더라도 영도를 이기는 것은 무리지… 흠… 저하의 의중을 알겠구나.’그 의도를 인지하고 안도한 홍양은 억지로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래… 저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이 아비도 더는 말릴 수 없겠구나.”“정말요? 정말 허락하시는 거죠?”“그럼. 단, 조건이 있다. 대련에서 네가 지면, 그땐 이 아비
“뭐라?” 겸과 영도의 목소리가 동시에 튀어나왔다. “저하께서도 보셨지 않습니까? 소인이 오라버니의 검을 날려버리는 모습을요.” 연화가 허공에 검을 휘두르는 시늉을 하자, 영도가 칼집을 움켜쥐었다. 연화는 멋쩍은 듯 손을 내저었다. “검술이며 무술이며, 실력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마 기대 이상일 겁니다.” 겸은 당황스러움에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실력은 분명 인상 깊었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성별과 출신. 그게 걸림돌이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뭇거리는 사이, 영도가 먼저 나섰다. “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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